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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모두 잠든 밤에 ㅣ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신형건 옮김, 메리 스질라기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시골의 밤은 정말 유난히 까맣다. 언젠가 시골에 가서 밤에 하늘을 올려다 봤더니 별이 하도 많아서 지나가는 말로 아이들에게 올려다보라 했더니 깜짝 놀란다. 그때까지 그처럼 많은 별은 보질 못했다며... 순간 아차 싶었다. 나야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으니 밤에 별을 보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아이들은 처음부터 도시에서 자랐으니 별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별을 본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엄마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신다. 하긴 항상 별을 볼 수 있고 자연과 함께 사셨으니 도시의 삭막함과 환한 불빛 때문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 못 하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기며 시골의 까만 밤이 생각났다. 가로등도 없을 적에는 엄청 까맣다. 게다가 옆에 산이 있어서 새소리며 작은 산짐승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다 들린다. 특히 논에 모내기를 할 즈음에는 개구리 소리가 어찌나 시끄럽던지... 그야말로 이 책에 나오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기에 더 책 속에 빠져들었다. 이런 것은 정말이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느끼려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했던 것들이 어딘가에 기억되어 있으면 어느 순간 저절로 되살아나는 그런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런 책을 보면서 진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까. 애써 느껴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맛볼 수 있을런지... 딴에는 아이들에게 시골 경험을 많이 시켜주려고 자주 시골을 찾지만 아이들이 어디까지 생각하고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밤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까만색이 주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도 올빼기나 개구리 토끼 고양이 등의 사물은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다. 커튼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표현한 그림이나 새벽에 동이 터오는 모습은 책장을 넘기다가 멈칫 하게 만든다. 어쩜 밤을 이렇게도 아름답고 예쁘게 표현했을까. 눈으로 본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귀를 열고 들리는 소리를 생각하며 그렸기 때문일까. 외양간에서 어미소와 송아지가 자는 모습이러던지 돼지가 곤하게 자고 있는 모습은 왜 그리 귀엽던지... 서서히 아침이 밝아 오면서 밤 동안 깨어 있던 동물들과 자고 있던 동물들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 이제는 아까 그 동물들이 반대로 우리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골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서는 진정 까만 밤을 잃고 사는 우리 어른들에게, 그리고 그런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 또한 우리가 잠들었다고 모든 것이 잠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과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 물론 이해 못할 것이다.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아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텐데... 이번에 시골에 가면 원두막에 올라가 가만히 눈을 감고 밤에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