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와 퍼지퍼지 그림책 보물창고 33
에밀리 젠킨스 글, 피에르 프래트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기억이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자유로운 생각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그 기억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졌을 때는 더욱 더... 그래서일까. 고정관념을 확 깨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으면 왜 그리 참신하고 재미있고 신선하던지. 물론 이것은 내 성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보다는 뭔가 번쩍하는 느낌이 나거나 느닷없이 내 생각을 들킨 것 같은 책들을 좋아하는 성향 말이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이 책도 당당히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책에 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처음에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누가 마시멜로고 누가 퍼지퍼지인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아니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를 구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종을 구분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고 해야하나... 분명 그림에는 아이와 개 두 마리가 나온다. 대화를 가만히 읽다보니 분명 아기는 한 명인데 둘이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개가 서로 이야기를 했다는 얘긴데 그럴 경우 뭔가 이상하다. 그 개들은 천연덕스럽게 아기에게 '동물'이라고 표현하니 말이다. 게다가 집에 새로 동물이 들어왔는데 금방 떠날 것 같지 않다나. 내 참... 누가 누구더러 동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이야기는 시종일관 개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자신들이 하는 말을 하나도 할 줄 모르고 막대기도 던져 주지 못하는 이상한 동물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라고나 할까. 지금까지 마시멜로와 퍼지퍼지에게 신경 써 줬던 사람들은 이제 그들에게 신경도 안 쓴다. 대신 그 '동물'에게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하루 아침에 찬밥 신세가 된 둘은 어떻게든 관심을 끌려고 하지만 오히려 야단만 맞는다. 그러니 그 '동물'이 얼마나 미울까. 오죽하면 물어 버리고 싶었을까. 물론 대신 다른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긴 했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인형과 책, 작은 옷을 질겅질겅 씹는 것으로.

 그러나 미운 정도 정이라고... 어느덧 정이 들었는지 할아버지가 와서 동물에게 다가가 안아 주려고 하자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는 막 짖어서 결국 할아버지가 얼씬도 못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건 바로 자신들의 동물이니까. 발칙한 개들의 생각이다. 그날 오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가 막대기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일까. 마시멜로와 퍼지퍼지는 '동물'이 조금씩 자라자 서서히 주인들의 관심도 받게 되고 그 동물에게도 익숙해져서 마침내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정말이지 누가 누구를 받아들이는 건지...

 유쾌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이 책은 작가가 끝까지 개의 시선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설마 중간 정도 지나면 사람의 입장으로 바뀌겠지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속으로 아이 학교에서 읽어주도록 권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어느 부분에서 잠깐 멋칫했다. 바로 '오줌을 갈겨'라는 표현이었는데, 물론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려고 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서 망설여졌다. 원래 아이들이 안 좋은 말은 금방 따라하는 법이니까. 비교적 이런 표현에 너그러운 편인데 왜 학교라는 테두리를 생각하면 이런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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