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방에 놀러가요? 민화그림책시리즈 3
윤열수.이호백 지음 / 재미마주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눈썰미가 그다지 좋지 않고 그림과는 더더욱 친하지 않지만 이 책의 겉표지를 보자마자 어디선가 봤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어디서 봤을까... 다른 무엇보다 호피로 멋지게 장식한 것 때문에 기억이 났을 텐데... 결국 생각해 내고야 말았다. 바로 호암미술관. 얼마 전에 모임에서 봄에 야유회나 갈 겸 희원에 갔었다. 간 김에 호암미술관에 들렀는데 아이들 없이 어른들끼리만 가서 호젓하게 구경하는데 왜 그리 좋던지... 아이들과 갈 때는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알려주어야 하는데 어른과 가니 서로 정보도 주고받고 감상도 하면서 나름대로 즐겼던 구경이었다. 그 때도 선비들이 그린 그림과 일반인이 그린 민화를 보면서 예술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었다.

민화 그림책 시리즈 세 번째 책인 이 책은 이처럼 표지를 보는 순간 지난 일을 기억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이런 책을 선뜻 집어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단 집어들고 펼쳐보면 좋아한다. 특히 이번 책은 지난 시리즈와는 다르게 들줘 볼 수도 있고 스티커도 붙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이들이 무지 좋아하는 스티커! 5학년짜리 딸은 여기에 있는 스티커를 보자마자 얼른 집어들고 붙이기 시작한다. 동생과 같이 하라니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까지 하면서 말이다. 붙이면서 하는 말이 감쪽같이 붙이는 게 보기보다 어려운 것이란다. 결국 동생 몫까지 혼자 다 붙였다. 그러니 저학년이나 유아들은 반응이 어떨지 안 봐도 훤하다.

띠지에 있는 책거리 그림이라는 말을 보고 학기가 끝날 때 하는 행사로 착각했다. 알고 보니 공부를 잘, 그리고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책이 나오는 그림을 병풍이나 그림으로 해서 방에 걸어두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그림의 특징은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책꽂이 모양의 격자 구획 안에 소재들을 배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역원근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특정 시점에 얽매이지 않은 다시점 방식을 사용했단다. 어쩐지 지금까지 보아오던 그림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더라니... 특히 <책거리그림>이라는 그림은 어딘지 정신이 없는 듯하지만 어쩐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싶었다. 바로 다시점 방식을 사용했고 색도 신비감을 자아내는 원색인 파란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여러가지 책거리그림을 보면서 그 시대에 책을 어떻게 보관했는지도 알 수 있고 책꽂이에 무엇을 어떻게 놓아 두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렇듯 그림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그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생활과 (좀 더 비약을 하자면)사람들의 철학까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앞 부분에 있는 선비들의 생활을 나타내는 그림을 보면서 잠시나마 물욕을 탐하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경외감을 느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이 좋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마지막에 있는 '윤열수 선생님의 민화강좌'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잘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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