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한국사 - 고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고성윤 지음 / 나는나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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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양한 한국사 관련 책을 읽었는데 이 책처럼 편안하게 읽기는 처음이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딱딱한 기본형 어미를 사용하지 않고 존대말로 설명하기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내용도 명확해서 술술 읽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한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내용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한국사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만 쏙쏙 뽑아서 읽기 쉽게 풀어가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작년에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준비하면서 봤던 내용들이라 더 반가웠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토문강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고조선의 수도인 평양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낙랑국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등은 아직도 사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주류 사학계가 주장하지만 훨씬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이야기로 시작을 해서인지 처음부터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읽었다. 즉, '평양'이란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넓고 평평한 땅을 의미(19쪽)하며 대동강 근처에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군이 아니라 '낙랑국'이 있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 있(33쪽)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니, 그 누구도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역사다. 이러한 사실들이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명확히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우리의 영토가 옛날에는 얼마나 넓었는지를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사실 자체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다.

 

흔히 세조에 대해 공과를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과에 특히 더 주목하고 있다. 왕권을 강화했다는 공에 대한 평가가 있지만 이것을 반박한다. 세종 이래 의정부서사제로 운영되고 있던 국정을 육조직계제로 바꿨는데 의정부서사제는 정승의 권한이 세고 육조직계제는 왕의 권한이 강한 제도이므로 이러한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육조와 의정부를 모두 공신들이 장악하여 측근 정치가 성행했다는 얘기다. 700여 년을 뛰어넘은 요즘 많이 듣던 단어라 더욱 씁쓸하다.

 

흔히 알고자 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된 점을 거울삼아 그러한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절감할 뿐이다. 동학농민운동 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도 백성들이 참다 못해 들고 일어섰고 그게 겁이 났던 조정은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자 시위대는 그 말을 믿고 해산한다. 그러나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안 봐도 뻔하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떤가. 국정농단을 보다 못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섰고 결국 이겼다. 그러나 그 후 정치권은  국민들의 요구는 뒷전이고 자기들의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그나마 잘못된 정권을 심판하는 결과까지는 갔으니 동학농민운동 때보다는 한발 나아간 셈이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비록 좌절하고 화가 날지라도 무엇이 잘못인지 자각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쓰며 조금씩 나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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