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 세상과 당신을 이어주는 테크 트렌드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에 일 관계로 자동차 조립 현장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로봇들이 일사불란하게 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랍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로봇이 그 정도로 정교한 작업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해서 놀랐고,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지배하는 내용의 영화가 언젠가는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웠다. 라인을 향했던 팔들이 갑자기 나를 향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지만 명확히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무인자동차, 드론, 5세대 이동통신기술,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핀테크, 가상현실 등 기술의 발전과 적용이 가져다주는 신세계를 4차 산업혁명이(274쪽)라고 부른단다. 대부분은 워낙 많이 회자되는 단어라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게다기 일부는 현재 직접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어쨌다는 것일까. 얼마나 영향력이 크기에 혁명이라는 단어까지 붙이는 것일까.

 

아이의 진학 정보를 얻기 위하여 모 사이트에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그곳에서는 각 과목 접수를 입력하면 지원 가능대학이 주르륵 나온다. 그리고 각 대학의 커트라인 등의 정보를 '돈 내고'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야말로 빅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서 자신의 점수를 입력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합격여부를 예측한다. 만약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면 그 자료에 대한 신뢰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즉, 많이 모이면 그만큼 데이터가 정확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사이트로 몰린다. 둘이 서로 물로 물리는 구조인 것이다. 빅데이터의 효용과 사용에 대한 현장을 목격한 순간이다.

 

처음 휴대폰이 생겼을 때도 굉장한 사건이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그 전의 변화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 그야말로 길더의 법칙과 무어의 법칙을 실감한다. 디지털 기술의 3대 법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반도체 메모리의 성능은 18개월마나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과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는 그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트칼프의 법칙',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섬유 대역폭은 12개월 만에 3배 증가하며 이에 따라 통신 채널의 속도도 2배 증가한다는 '길더의 법칙'(178쪽)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상상하지 못하므로 '설마 그럴 만한 기술이 뭐가 있을까'라고 지레  포기할 뿐이다.

 

특히 저자는 두 개 이상의 연결에 대해 왜와 어떻게를 고민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비록 아직 생각도 못했던 것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되기 위해서는 먼저 증명된 명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의 호들갑의 진정한 핵심은 개별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아니라 주요 기술들이 이미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어떤 기술이 개발되어 다른 개발을 촉진하고 유도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은 회사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따로 두어 관리한다고 한다. 그것도 분산시켜서. 개인은 물리적인 것에 대한 걱정없이 논리적인 것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물리적인 것은 회사가 알아서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어떤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면? 끔찍한 상상이지만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라고 본다. 책에서는 클라우드에 대해 설명하면서 물리적 소유권에 집착하지 않고 가상적 접근권을 확보하면 책임지지 않아도 되(193쪽)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데이터의 내용에 대한 책임까지 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책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각각의 기술에 대해 알 수 있다. 그런데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을 보다가 이런 책을 봐서인지 두께에 비해 알맹이는 그닥 커보이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 오래전에 떠났지만 그래도 나름 전공분야라 모든 것들이 생소하지 않아 더 이해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즉, 전혀 다른 분야 사람이 본다면 친절하고 부드러운 설명에 흡족할 수도 있겠다.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인문학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는 점이다. 딱딱하고 기계적인 기술에 인간다운 생명을 불어넣는다고나 할까. 저자의 말대로 기술을 모두 알 필요는 없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기술 교양(276쪽)으로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들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