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 공주, 신데렐라, 라푼젤은 내게 간섭이론을 입증해주는 좋은 예가 되곤 했다. 조금만 비슷해도 헷갈리기 일쑤인 내게 세 이야기는 도무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가졌던 의문 하나, 왜 서양의 이야기에서 공주들은 탑에 갇히는 걸까. 라푼젤도 그렇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그렇고. 또한 터키를 여행하던 중 만난 보스포러스 해협 가운데에 있는 처녀의 탑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비슷하다. 그러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서양에는 워낙 돌로 지은 성이 많았고 그러한 성에는 탑이 꼭 있다. 탑이란 입구와 출구가 정해져 있어 고립되어 있으니 이야기 소재엔 딱이라는 생각, 그리고 실제로 왕위를 빼앗긴 사람들은 탑에서 평생을 살게 되었으니 동화에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른 결론, 이야기는 시대와 환경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즉 이야기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머리로 알았던 지식을 드디어 가슴으로 느끼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아는 이 미련함이란.

 

  이 책에는 이솝 우화나 그림 형제 동화, 페로 동화에서 이야기들을 뽑아 삐딱하게 보자고 이야기한다. 왜 백설공주는 매번 당하면서도 문을 또 열어주는지, 나도 몹시 궁금했었다. 과거의 잘못에서 깨우쳐야 한다고 굳게 믿는, 그야말로 교육의 효과를 착실히 믿던 내게 그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로 여겨졌다. 저자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단다. 그러다 아이 키우는 동안 집에만 있으며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던 차에 만나는 방문판매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자신을 보며 백설공주의 심정을 이해했단다. ,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런데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고 지금도 못 하다가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깨달았다. 사회를 가르치는 교사라서 그런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보는 눈이 다르긴 하다.

 

  그런데 거창한 부제와 다르게 사회학을 만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때로는 지나치게 단순화하고(외출복이 한 벌만 있으면 오히려 편할 것이라는 생각)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생각(초가집이나 나무집으로 인한 열등감)도 지울 수 없다. 깊이 보고 뒤집어 보고 삐딱하게 볼 필요도 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경우도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사회의 문화가 녹아있는 이야기니까 그 안에서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보편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회학에 대한 식견보다는 오히려 안에 있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교육 에세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고 더 재미있었다. 어린이책을 진정 사랑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혹 동화에 얽힌 뒷이야기나 배경 혹은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길 내심 기대했으나 그 보다는 우리 청소년들의 힘든 현실에 대해 그들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가 읽으면 자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