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날의 사회, 과학, 문화, 예술분야를 선도하는 그룹은 단연 유럽이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는 것들이 유럽의 음악가들이 남긴 산물이며, 방학만 되면 예술의 전당이나 국립중앙박물관 회화전에서 놓치지 않고 전시되는 것들이 우리가 흔히 명화라고 일컫는 유럽 화가의 작품들이다. 과학 시간에 배우는 것들의 대부분을 유럽 사람들이 발명하고 발견한 것들이며 수학 공식 또한 그렇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곳은 유럽과 멀어도 너무 멀다는 점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에 해당하는 나라들은 지금 어떤 모습이던가. 그나마 근래 들어 중국이 체면유지를 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유럽은 무엇 때문에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지적 유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총, 균, 쇠』였다. 다 읽은 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직접 발로 뛰며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작가소개에서도 드러나듯이 사회학과 과학을 두루 섭렵했기에 독자가 쉽게 수긍할 수 있도록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해준다. 문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러한 문명이 어떻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왜 지금처럼 지역적으로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유럽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큰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에 종횡으로 전파될 수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오늘날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지 그들이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중국이 4대 발명품을 최초로 개발했으나 그동안 주도권을 쥐지 못한 이유가, 그들에게는 밖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풍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명쾌하다. 또한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동물을 길들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진화와 연결된다. 간혹 맛없는 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맛있는 무화과나무가 선택되는 과정이 생각난다. 언젠가는 이 복숭아나무도 맛있는 복숭아나무에 밀려 사라지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두께에 놀라 선뜻 결심하지 못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의외로 속도가 빨라진다. 중간에 중언부언하는 느낌도 있지만 책을 덮을 때쯤에는 무언가 해 낸 것 같은 뿌듯함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한층 높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칭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