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아이즈 님의 책이 세 번째로 출간됐다. 이번에 나온 책의 제목은 <엄마의 뜰>이다. ‘포토 에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김살로메, <엄마의 뜰>

 

 

 

예전에 책을 받은 적이 있어서 나도 답례로 내 책을 보내 드렸었다. 그랬더니 또 <엄마의 뜰>을 보내 주셨다.
책을 받자마자 서문에 이어 첫 편, ‘어머니의 뜰’을 읽고 너무 잘 쓰셨다고 생각했다. 문학적인 문장이 읽는 재미를 더해 주어 밑줄을 쫙~쫙~ 그었고 다 읽고 나서 ‘수작’이군, 하고 맘속으로 평했다. 
그리고 아무데나 제목에 끌려 몇 편을 더 읽었는데 모두 좋았다. 논리적인 글이 돋보이는 곳도 많았다.
 
이 좋은 책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게 되길 바란다. 다시 말해 많이 팔리길 바란다는 것이다. 하하~~.

 

 

 


...............
다크아이즈(김살로메) 님.
출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열독하겠습니다.


 

(15쪽) 어스름 저녁, 긴 방죽을 따라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면, 아버지는 다시 어머니를 마중하러 둑방 계단을 올라서곤 했지요. 멀리 도심의 화려한 불빛을 지고 어머니가 돌아오십니다. 아카시아꽃잎처럼 머리칼에 핀 몽실몽실한 솜먼지가 어머니 노동이 얼마나 고되고 또한 아름다웠는지를 말해줬어요. 아버지는 말없이, 풍성한 어머니 머리카락 사이에 피어난 솜꽃을 하나하나 떼어내 주셨지요. 그 모습은 마치 앙상한 나뭇가지 위 쓸쓸하게 서로를 보듬는 겨울새 한 쌍 같았지요.

(16~17쪽) 아버지가 안 계시는 지금도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십니다. 당신 신성한 노동의 뜰에서 잠시 지치면 어머니는 가만, 회한에 젖듯 아버지의 시간을 추억해낼지도 모릅니다. 방죽 위를 드리웠던 아버지의 애잔한 그림자와 눈빛들, 머리칼에 핀 솜꽃을 떼어내 주던 그 손길을 그리며 말없는 미소를 지으실 거예요.

(130쪽) 누구에게나 양면성은 있습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당연하구요.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나도 더한 깊이로 상대를 공감하고 배려하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심 없다’는 말이야말로 가장 사심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심 없는 절대적 관계가 있다면 페르소나로 자신을 연출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온 지구촌에 그런 세계가 있다면 일상의 행복지수는 한결같은 높이를 지향하겠지요. 하지만 삶은 그런 높은 차원으로 구조화되고 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그저 인간적인 정서와 반응들로 가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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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12-06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용은 좋겠지요.^^

페크pek0501 2020-12-07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독서를 하시겠네요.
쉬기도 하면서 알찬 하루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0-12-07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분 중에는 작가님들이 많으시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이렇게 우정 나누시는 모습 참 훈훈합니다.

페크pek0501 2020-12-08 20: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작가님들이 많다는 건 저도 예전부터 알았답니다. 제가 아는 분들만 해도 열 명이 넘었으니까요. 아마 제가 몰라서 그렇지 더 될 것입니다.

우정... 나눠야지요. ㅋ
댓글, 감사합니다.

희선 2020-12-08 0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자신이 쓴 책을 주고받다니... 글도 좋을 듯하네요 이 책은 읽는 맛 보는 맛 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크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12-08 20:04   좋아요 1 | URL
글쎄 말이에요. 주고받는 경우가 다 있더라고요.
그렇죠. 아무래도 칼라 사진이 들어가 있으니 눈이 즐겁지요.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12-10 1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1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정 지역과 같은 정신을 가진 분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정채봉, <그대 뒷모습>

 

 

 

(176쪽) 문제는 처음에는 남보다 더 좀 나아져 보려고 시작한 달리기가 지금은 자신이 왜 이렇게 달려야 하는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이 달리니까 나도 달린다는 데 있다(어떤 면에서는 저승까지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신호가 풀리기 수초 전에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에 발을 올려놓는 사람들로 꽉 차버린 우리 현실.

(176~177쪽) 이탈리아가 한창 기계 문명과 산업화 열병에 휩쓸려서 정신이 없었을 적에 이런 칸초네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용히 번졌었다고 한다.

뛰지 마, 그러면 너는 볼 수 있을 거야.
네 주위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꽃 속에 사랑이 가득한 세계가 있는 걸 모르니?
뛰지 마, 그러면 너는 찾을 수 있어.
길가 돌 틈의 너만을 위한 다이아몬드를.
멈추어 서면 알 수 있을 거야.
너는 많이 뛰었지만 항시 그 자린 것을.

(177쪽) 그렇다. 앞뒤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소유와 안락을 향해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달려온 우리가 이제부터 뇌어야 할 것은 "천천히, 천천히"이다.

(181쪽) 컴퓨터에 의해 인류는 진보했지만 행복이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 의해 정보는 엄청나게 빨라졌지만 그렇다고 행복이 1분 안에 화면에 떠올라 온 것은 아니다. 어쩌면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해 더욱 통제되고 더욱 바빠야 하는 노예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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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2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0-12-05 0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쁘다는 말은 너무 많이 써서 진짜 바쁠때는 덜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느긋하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았어요. 다들 바쁘게 빨리빨리 하고 있으니까 속도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어렵습니다.
그래도 주말은 잘 쉬고 싶어요.
페크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2-06 11:57   좋아요 1 | URL
바쁘다 바빠, 하는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아파트를 짓거나 도로를 만들거나 할 때
시간에 쫓기어 빠르게 작업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앞으로는 지진에도 강한 도로를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동안 건물이나 도로가 붕괴되는 사건을 보아왔기에 더욱...
바쁘게 걷는 사람은 누군가를 도울 일이 보여도 그냥 지나친다는 통계가 있어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남을 도울 마음도 생긴다는 거죠.

요즘 고단했는지 목 임파선이 부었어요. 쉬라는 몸의 신호죠. 쉬는 휴일을 보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휴일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0-12-06 21:31   좋아요 1 | URL
이번주 많이 바쁘셨나봐요. 주말에 잘 쉬셔야 할 것 같아요.
요즘엔 날씨도 많이 차갑고, 실내가 많이 건조하니까
감기조심하시고요.
주말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12-07 10:10   좋아요 1 | URL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 몇 시간 동안은 가습기를 켜게 되네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컨디션 조절은 필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알라딘 기록에 따르면 2002년 07월 05일에 알라딘에서 처음 책을 구매했다.

 

마지막 구매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1>과 <닥터 지바고 2>를 구매한 2020년 11월 20일이다.
 
약 18년 4개월 동안 내가 구매한 책은 697권이다. 세 권만 더 사면 700권이다.

 

알라딘을 알기 전일 땐 오프라인 서점에서 많이 샀으니 그것까지 합하면 그 이상이 되겠다.

 

많이 샀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책 대신 옷을 샀더라면 난 멋쟁이가 되었을까?

 

 

 

 

 

 

 

 

 

 

 

 

 

 

 

 

 

 

 

 

 

 

 

 

 

 


..........................두 권으로 천 쪽 읽기에 도전!!! 하하~~

P.S.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과 <인간의 굴레에서 2>를 읽었고,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과 <위대한 유산 2>를 읽었다.

앞으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1>과 <닥터 지바고 2>를

읽을 예정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많아서 내년에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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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1-29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은 지식의 양식을 697권 만큼 드셨네요.
만약 옷이 697벌 정도 갖고 계셨다면, 페크님은 북튜버에 주인공으로 ^ㅎ^
옛 선비들은 한두권책을 만독 이만독했다는데 ,,,
막상 직접 실물로 구경할려고 오프 서점에 가면 책보다 다른것 구경하는데 정신을 팔고 있어요.

겨울에 러시아 소설 읽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닥터 지바고 맨첫장, 이책에 주인고 닥터 지바고에 전체 인생이 담겨 있어서 펼칠때마다 감탄합니다.

페크pek0501 2020-11-29 14:10   좋아요 2 | URL
옷이 그 정도라면 옷장이 모자라겠죠. ㅋ
닥터 지바고를 예전에 영화로 봤긴 한데... 오래돼서 생각이 잘 안 나요. 오마샤리프의 반짝이던 눈만 생각납니다.
시적인 문장이 많다고 해서 선택한 책이에요. 요즘 제가 시에 빠져 있어서요...
정독할 생각으로 잘 모셔 두고 있어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지...
아껴 읽을 예정입니당~~~

bookholic 2020-11-29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닥터 지바고는 일부러 추운 겨울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 읽고 바로 영화도 보고...^^ 즐독하세요~~

페크pek0501 2020-11-30 12:17   좋아요 0 | URL
예, 즐독하려고 아껴 두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의 설렘을 즐기고 있어요.
새 옷을 사 두고 옷장에 걸어 놓은 격이죠. 아직 한 번도 입고 나간 적이 없는...ㅋ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11-29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페크님도 많이 사셨군요.
책대신 적금을 들어도 상당했을 것 같고요, 옷이라면 계절마다 새 옷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모으면 누적금액이 그렇게 많지만, 한번에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서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집에 안 읽은 책이 있어도 새 책 나오면 사고 싶어지거든요.
그래도 그 사이 그 책들이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을거예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많이 차갑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0-11-30 12:20   좋아요 1 | URL
한꺼번에 많이 샀다기보다 18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샀다는 게 놀랍죠. ㅋ
저도 그래요. 안 읽은 책이 쌓여 있는데도 읽고 싶은 신간이 생기면 또 구매하고 싶어지죠.
맞아요. 18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살았던 비결이 바로 책 구매였죠.
날씨가 차지만 오늘은 나가서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이에요. 마트에도 들려 배달시킬 것도 있고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syo 2020-11-2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97권 구매하는 데 사용하신 액수로 옷장을 채울 수도 있으셨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옷 한 벌을 사고 땡이실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책이 짱이네요.

페크pek0501 2020-11-30 12:22   좋아요 0 | URL
쇼 님의 말씀이 짱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죠. 책을 산 돈으로 명품백 하나 산 걸로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명품백 하나보단 책 7백 여권이 낫죠. ㅋㅋ 굿 데이~~

후애(厚愛) 2020-11-30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700권을 구매하셨군요.
저도 궁금해지네요. 얼마나 구매한지를 ㅎ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페크pek0501 2020-11-30 12:24   좋아요 0 | URL
많이 구매한 것 같지만 18년으로 나눠 계산하니 한 달에 세 권꼴이더군요.
지금도 그 정도 구매하고 있는 것 같아요. 1년에 36권쯤 구매하는 것 같아요.
몇 달에 한 번 한꺼번에 구매하지만 평균은 그래요.
후애 님도 감기 조심, 코로나 조심... 행복한 겨울 보내세요.

카스피 2020-11-30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책은 꽤 샀는데 동네서점이나 헌책방에서 주로 하다보니 알라딘에서는 얼마 못산거 같아요(-̩̩̩-̩̩̩-̩̩̩-̩̩̩-̩̩̩___-̩̩̩-̩̩̩-̩̩̩-̩̩̩-̩̩̩)

페크pek0501 2020-12-01 12:46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러시군요. 카스피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2002년에 처음 알라딘 구매가 시작되면서 주로 알라딘에서 구매했고
그 전엔 오프라인 동네 서점에서 책을 많이 샀었어요. 그리고 2009년부터 알라딘 서재에 글 올리기 시작하면서 책을 덜 사게 되더라고요. 블로그에 시간을 빼앗겨서 그런 듯해요.

아마 로쟈 님 같은 분은 수천 권쯤 구매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ㅋ
예전에 고 마광수 교수의 책을 보니 한 달에 30권쯤 매달 산다고 했던 것 같아요. 일 년이면 360권. 2년치면 700권 되겠네요. 저는 2년 동안이 아니라 18년 동안에 700권이니 많이 산 것도 아니죠. ㅋ
아마도 그분은 30권을 다 읽기보다 내용에 따라 쭉 훑어보는 책, 정독하는 책으로 나눠서 읽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2020-11-30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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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으로 반복해 들을 만큼 맘에 드는 소설집. 인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우리 삶이 그렇듯 소설에도 반전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새 소설집이 출간된다면 또 구매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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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1-2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얼마 전에 단막 드라마로 만들어졌더군요.
아직 보진 못했는데 나중에 함 보려구요.
약간의 호불호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언니는 좋게 보셨네요.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또 소설이겠죠.
그렇다면 꽤 괜찮은 소설인가 봅니다.^^

페크pek0501 2020-11-29 10:22   좋아요 1 | URL
예. 인터넷에서 기사 봤어요. 저는 이거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참 좋았어요.
단편집을 읽으면 어떤 건 뭘 말함인지 모르겠고 재미도 없고 그런 경우가 있는데
이 소설집은 다 재밌고 독자들이 느껴지는 게 비슷할 거라고 봐요. 그만큼 소설이 어렵지 않아요. 이렇게 쓰는 것도 재주인 듯해요. 반전과 예리함이 돋보여요.
게다가 현재 이 시대를 사는 이삽십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세태의 변화를 알 수도 있어 좋은 공부가 됐어요. 나이들수록 젊은 작가의 글을 읽어야겠더라고요. ㅋ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江)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P.S. 시가 좋아서 30편쯤을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가 그중 하나다.


외운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읽는 시인데도 낯설지가 않다. 암기의 가치를 느낀다.

 

김기림의 <길>이란 책에 있는 시인데 이 책이 품절되어 아쉽다.

 

(참고로 이 작품은 시로 분류하기도, 산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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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1-25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 사진이네요.
해가 막 지고 밤이 되는, 지금 시간 같은 느낌입니다.
요즘 시집을 읽고 계시는군요.
이 작품은 시로도 산문으로도 분류된다니 신기합니다.
페크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0-11-26 18:27   좋아요 1 | URL
시에 바다가 나와 사진을 넣었어요. 몇 년 전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그렇죠. 밤바다 같아요.
어느 책에선 시로 나오고 어느 책에선 산문으로 나와요. 제가 보기엔 산문시 같아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저녁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희선 2020-11-26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외우셨군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시 외워야 했는데, 잘 외웠는지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네요 김기림 시인 이름은 아는데 아는 시는 없는 듯해요 어떤 게 떠올랐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옮겨 쓰신 시 쓸쓸하네요 돌아오지 않는, 떠나버린 걸 기다리다니... 오지 않을 걸 알아도 기다릴 때 있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0-11-26 18:30   좋아요 1 | URL
학교 국어 시간에 시를 왜 외우게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까먹지만 외운 적이 있는 건 다시 보면 기억이 나더라고요.

기다림, 이란 게 설렘도 있지만 쓸쓸한 일이지요. 기다리는 사람이 꼭 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 저녁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