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오래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지하생활자의 수기(지하로부터의 수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이번엔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을 선택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에서 뽑은 글 뒤에 석영중 저자가 해설을 붙인 책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석영중,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39쪽) 심하게 상처를 입은 것은 그의 자존심이었고, 그는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병이 난 것이었다. 

                                                           『죄와 벌』, 에필로그 제2장


  누구에게나 있는, 누구나 만족시키려고 기를 쓰는 자존심이라는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추악하고 부도덕한 일도 하게 만드는 본성이다. 라스콜니코프는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도끼를 휘둘렀고 도끼를 휘두른 후에도 자존심이 충족되지 않아 병에 걸렸다. 사실 사람은 자존심 때문에 살인도 저지른다. 자존심의 폭발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불안에서 촉발된다. 말끝마다 자존심 운운하는 사람은 내적으로 심하게 불안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물론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 사람은 자존심 때문에 살인도 저지른다는 것. 상대방이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폭행한 사건이 실제로 신문이나 뉴스에 보도되곤 한다. 




(60쪽) 나는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상가를 따라 유수포프 정원 옆에 있는 메샨스키와 사도바야 거리를 따라서 정처 없이 거닐었다. 나는 땅거미가 질 무렵 이 거리들을 따라 걷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사람들이 점점 더 불어날 때였고 모든 종류의 날품팔이 공장 노동자들이 증오에 가까운 걱정스러운 표정들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바로 이 싸구려 소란과, 뻔뻔스러운 단조로움이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제2부 제8장


  스스로 울타리를 쳐놓은 지하 방에 틀어박힌 <지하 생활자>가 혼잡한 거리를 좋아하는 것은 익명성 때문이다. 혼잡 속에서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타인을 구경한다. 그의 초라한 내면은 싸구려 소란에 그대로 투사된다. 붐비는 거리는 심리적으로 홀로 거주하는 지하와 동일한 공간이다. 


⇨ 주인공은 혼자 있는 지하방이나 혼잡한 거리를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곳으로 여긴다. 






2.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영화 속 명대사를 한데 모아 놓은 책이다.
















김태현,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1) 

당신은 항상 내 곁에 있으면서 나를 웃게 만들려고 해요.(72쪽), 첨밀밀(1996)


⇨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화를 낼 일이 많다. 사랑하기에 관심이 많고 사랑하기에 기대치가 높고 사랑하기에 원망이 깊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웃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2) 

사람들 눈에 띄게 하면 할수록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져.(121쪽), 쓰리 빌보드(2017)


⇨ 자기 병을 고치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좋다. 그래야 치료법을 알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3) 

증오로는 아무것도 해결 못 해. 침착함과 생각이 해결하지.(122쪽), 쓰리 빌보드(2017)


⇨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비이성적 판단을 하기 쉽다.


 


4)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136쪽), 메멘토(2000)


⇨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기 일쑤이기에 정확한 기록이라고 볼 수 없다.  


 


5)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죠.(136쪽), 메멘토(2000)


⇨ 이솝 우화에 ‘여우와 신 포도’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우는 높이 달려 있는 포도를 먹고 싶어서 펄쩍 뛰었으나 포도가 여우의 발에 닿지 않았다. 여러 차례 있는 힘을 다해 뛰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여우는 결국 포도를 따 먹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면서 여우가 말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자기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속이는 것이다. 여기서 ‘인지 부조화 이론’을 떠올리게 된다. 


‘인지 부조화 이론’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 행동 등이 서로 모순되어 양립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가 되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자신의 인지를 변화시켜 조화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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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18 16: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쓰리 빌보드> 영화 흥미롭게 보고 리뷰도 썼는데 저런 명언들이 있었다니 신기해요! 좋아서 캡쳐했어요~^^*♡

페크pek0501 2021-12-18 16:43   좋아요 4 | URL
영화를 보셨다니 저보다 훌륭하신 겁니다. 저는 티브이로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게 딸애가 해 줬는데도 잘 안 보게 되어요. 그냥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 채널을 틀어 방영되는 게 볼 만하면 봐요.
서울은 현재 눈이 오고 있어요. 세상이 하얗네요.
미리 기분을 내어서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미미 님께 외쳐 봅니다. ^^

청아 2021-12-18 16:51   좋아요 4 | URL
페크님도요!! 메리크리스마스~🥰

페크pek0501 2021-12-18 16:57   좋아요 6 | URL
올해 알라딘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신 미미 님과 새파랑 님과 미니 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글도 자주 올리시지만 어느 서재에 가나 세 분들의 댓글을 볼 수 있어서 감동입니다. 저를 비롯해 알라디너들을 외롭지 않게 해 주신 3인방으로 임명합니다.
누구 맘대로?
제 맘대로입니다. ㅋㅋ^^ 감사해요.^^*♡

프레이야 2021-12-19 13:35   좋아요 2 | URL
페크 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Scott 님도 포함!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1-12-19 13:47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스콧 님을 뺐군요. 하하~~ 죄쏭합니다.

새파랑 2021-12-18 16: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죄와벌, 지하로부터의 수기 완전 좋아하는데 이렇게 페크님이 문장이랑 감상도 써주니까 너무 좋네요 ^^

페크pek0501 2021-12-18 16:47   좋아요 6 | URL
제가 저 책의 리뷰를 올릴 때 명대사에 대한 나의 코멘트는 나중에 페이퍼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답니다. 앞으로도 올리겠습니다.
죄와 벌은 단숨에 그 두꺼운 책을 읽었답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도 읽었는데 책이 누렇게 변색되어 새 책으로 장만까지 했답니다. 재독하려고요. 재독은 아직이지만...ㅋ 갖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책이에요. 책 속 주인공의 바보 같은 모습이 어찌나 저의 분신 같은지 애정을 느끼며 읽었답니다. ^^

stella.K 2021-12-18 21: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진속 감은 까치밥인가 본데 아직 안 먹었나 봐요.ㅎ

사람이 자존심 때문에 싸우게 된다면 우린 자존감에 대해 제대로된
인식과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교육 받지 못해서이겠네요.
큰일 났습니다.ㅠ
그래서 사랑하는 상대일수록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또 사람인지라
참 사람은 이래저래 문제적 존재인 것 같습니다. 흐흑~

페크pek0501 2021-12-19 10:37   좋아요 5 | URL
굿모닝! 스텔라 님.
감이 높이 달려 있어 아무래도 까치밥이 될 것 같아요. 사람이 따기엔 높아요.
며칠 전 찍은 사진인데 가지가 앙상한 나무에 달려 있는 감은 운치가 있어 보여요.
자존심 문제는 어려운 것 같아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그렇다고 가까이 있으면 긴장감이 없고... 어려운 남녀관계올시다. 그래서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이 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좋은 휴일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12-18 22:5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책에 나오는 문장이나 영화의 명대사를 적시적소에 인용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올려주신 영화 속 명대사는 역시나 좋아요~~
내년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몇 개 읽자고 계획하고 있는데 석영중 번역자의 작품을 많이 만날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12-19 10:41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 님, 저도 인용하려고 하면 그 문장을 어느 책에서 봤는지가 생각이 나질 않아 포기할 때가 있죠. 어디다 적어 놓으면 좋을 텐데 번거로워서요.
명대사 ~ 이 책이 있어 대사를 음미할 기회를 주네요. 영화를 보다 보면 줄거리 쫓아가느라 대사를 음미할 시간이 없죠. 그래서 이 책을 잘 산 거 같아요.
석영중 교수가 도스토의 전문가니까 아무래도 번역도 좋겠지요.
내년에 도스토 선생의 작품을 만나신다니 저도 기대가 되네요.
좋은 휴일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mini74 2021-12-19 12: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명대사에 감상평까지 써주시니 참 좋아요. 첨밀밀 쓰리빌보드 메멘토 참 좋아하는 영화에요. 페크님 글로 만나니 더 반갑네요.

페크pek0501 2021-12-19 12:56   좋아요 5 | URL
오! 감사해요. 앞으로도 그럼 짧게나마 감상평을 함께 올리겠습니다. 영화 명대사를 뽑은 것 다 올려야 제가 심리학자들이 명언도 올릴 텐데요. 심리학자들의 명언도 좋답니다. 김태현. 같은 저자의 책이랍니다. 두 권을 사 놓고 뿌듯해 했어요. 배움만큼 즐거운 게 없는 것 같아요. ^^

서니데이 2021-12-19 14: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제 눈이 많이 내렸는데, 사진 속의 감은 남아있다면 많이 얼었겠어요.
날씨가 추워지고 나서야 겨울이 된 것을 알고
눈이 녹으면 봄이 온 것을 아는 것처럼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2-20 10:50   좋아요 2 | URL
감이 정말 얼었겠네요. 까치들이 먹어야 할 텐데 말이죠.
서니데이 님도 시간의 빠름을 잘 아시네요. 저는 어찌나 빠른지 날짜에 대한 감각이 없을 정도예요.
즐거운 한 주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1-12-19 1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지부조화
여기서도 나오는군요 ^^

페크pek0501 2021-12-20 10:54   좋아요 1 | URL
인지부조화, 어디서도 나왔나 보군요.
오랜만에 써 먹었어요.ㅋ 인간이 자기 스스로 속인다고 하면 무슨 뜻인지 금방 전달이 안 되는데 인지부조화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때로는 자신을 속이기도 해야 살기가 편한 것 같아요.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1-12-20 12:04   좋아요 2 | URL
이 우화와 인지부조화 적용 그대로 다른 책에서 봤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1-12-20 12:14   좋아요 1 | URL
저는 인터넷에서 봤어요. 인지 부조화 이론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온 걸 그대로 옮겼고요. 인지부조화와 여우 이야기, 그 둘을 연결해 쓴 글들이 많았어요. 좋은 예시인가 봐요. 신문방송학을 공부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게 인지부조화예요. 그래서 오랜만에 써 먹었다고 한 거예요.ㅋㅋ^^

얄라알라 2021-12-19 2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 드나들다보면, 석영중 교수님 존함이 자주 등장하네요^^:; 러시아문학 깊이 아시는 플친님들 사이에서 유명하신 분이신가봐요^^

페크pek0501 2021-12-20 10:56   좋아요 0 | URL
도스토 책이 많이 나와서일 거예요. 번역도 하고 도스토에 대한 책도 쓰고,
또 제가 보는 신문에는 도스토에 대한 긴 글을 기고하셨더라고요.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

희선 2021-12-20 0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을 보면 소설 보기가 조금 낫겠습니다 아직 한권도 못 봤는데... 언제쯤 한권이라도 볼지... 막 보고 싶다 생각하지도 않는군요

페크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2-20 10:58   좋아요 2 | URL
희선 님은 늦게 주무시는가 봅니다. 새벽 한 시면 저는 꿈나라에 가 있어요.
오래전에 책을 읽은 건 생각나는 구절이 없답니다. 그렇다고 그 책들을 다시 읽게 되진 않고 이럴 때 명장면을 추려 담은 책이 좋더라고요.
월요일이네요. 희선 님도 한 주 즐겁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

서곡 2023-12-21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다가 재작년 페이퍼에 댓글을 ㅋㅋ 곧 크리스마스네요! 추운데 따뜻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3-12-25 16:59   좋아요 1 | URL
하핫~~~
서곡 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