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이야기 6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6쪽.


자식을 잃은 아픔을 짊어지고 사는 이들은 죽는 날까지 그 아픔을 지울 수 없기에 너무 가혹한 것이다.

  


몇 개의 이야기 12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原石)과 같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7쪽.



날개



그 고속도로의 번호는 모른다

아이오와에서 시카고로 가는 큰길 가장자리에

새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바람이 불 때

거대한 차가 천둥 소리를 내며 지나칠 때

잎사귀 같은 날개가 조용히 펄럭인다

십 마일쯤 더 가서

내가 탄 버스가 비에 젖기 시작한다


그 날개가 젖는다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88쪽.





봄꽃은 이리도 아름다운데!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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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4-23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상 수상 기념으로 산 시집인데,,, 이번 오월에 읽으려고 고이 간직중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5-04-26 20:07   좋아요 0 | URL
적절한 시기의 시 감상, 입니다. 저도 몇 달 전에 구매했는데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좀 어두운 시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학과 예술은 밝음보다는 어두움을 지향하는 법이죠.^^

희선 2025-04-24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늘 시간은 잘 갑니다 봄꽃은 많이 지고... 아니 아직 핀 꽃이 있기는 하겠습니다 사과꽃이나 꽃사과꽃 보기도 했군요 꽃이 피고 지든 그냥...


희선

페크pek0501 2025-04-26 20:09   좋아요 1 | URL
4월도 가려 합니다. 맞아요, 늘 시간은 잘 갑니다. 비가 올 적마다 꽃이 지곤 합니다.
꽃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굉장히 예쁘더라고요.
예쁜 꽃 많이 보는 봄날을 보내시길...^^

서니데이 2025-04-25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잘 지내셨나요.
4월이 되니 벚꽃이 지고 이제는 라일락이 피는 시기가 되었어요.
사진에서 하얀색은 라일락 같은데, 분홍색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무 가득 피어서 꽃이 예뻐요.
이번주 초반만 해도 벚꽃이 많이 피었는데, 비가 오니 거의 떨어지고 조금 남아있어요.
벌써 4월도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다음주엔 5월이 되네요.
햇볕 뜨거운 시기지만, 아직은 좋은 시기 같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5-04-26 20:1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잘 지내셨나요?
4월은 꽃 잔치의 세상 같아요. 벌써 5월로 가는 길목에 닿으려 하네요.
요즘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예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예쁜 꽃 많이 감상하십시오...^^

그레이스 2025-04-30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시집 꺼내서 읽어봅니다.

페크pek0501 2025-04-30 12:36   좋아요 1 | URL
예, 한강 작가의 책을 이 시집 포함해 다섯 권 갖고 있어요. 다 그렇듯 이 시집도 아픔이 느껴지는 시가 많은 듯합니다.^^

하나의책장 2025-05-03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꺼내봐야겠어요!
봄에 잘 어울리는 시집이죠ෆ

페크pek0501 2025-05-04 13:06   좋아요 0 | URL
시집을 읽을 땐 저는 주로 표현법을 감상합니다. 시인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