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의 생업을 끝내고, 금요일 오후 느긋하게 <별 다섯의 인생>을 읽고 있는데 출판사 푸른00에서 전화가 왔다.
EBS 다큐팀에서 <책읽는 가족>에 올려진 독서하는 사진을 보고 촬영하고 싶다는데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느냐고 묻는다.
헐~~~~ 인터넷 세상은 정말 무섭다!
그래도 지상파 방송을 타는 게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니라서 가르쳐주라 했고, 곧바로 EBS 다큐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올해가 '독서의 해'라서 특집을 준비하는데, 독서하는 우리 가족을 찍고 싶댄다.
어떤 책을 주로 읽는지, 부모의 독서가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등 인터뷰도 하고~
가족이 각자 책읽는 모습을 찍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책읽는 사진을 봤다며 그런 장면도 찍고 싶다고...
"아우~ 우리식구가 타고난 반골기질이라 그런 연출 싫어하는데요.
애들 어릴 때 얘기지, 지금은 다 커서 막내가 고2인데 연출을 하겠어요?"
"그래도, 그 장면을 꼭 넣고 싶은데, 반골기질이란 게 뭐죠?"
토요일 저녁에도 오랫만에 김치 김밥을 쌌더니 식탁에서 김밥을 먹으며 책을 읽었지만,
주방이 카오스라서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얘기는 차마 못하고, 반골기질을 팔았는데...
설마 작가님이 반골의 뜻을 몰라서 물은 건 아니겠지?^^
반골2 (反骨/叛骨) [반ː골]
[명사] 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순응하거나 따르지 아니하고 저항하는 기골. 또는 그런 기골을 가진 사람.
요산 김정한 선생님이 말씀하신 반골인생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린 소시민으로서 반골기질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내 식으로 이해하자면 진보적인 성향이라고나 할까....^^
<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 반골인생 /김정한 / 사계절
나는 지방 신문에 가끔 비판적인 논설을 발표하였다. 그러다가 이승만 씨와 김구 씨가 대립했을 때 김구 선생의 주장을 지지하다가 혼이 난 일이 있다. 김구 선생이 흉탄에 쓰러져도 이승만 박사의 독재 정부하의 신문들이 겨우 1.2단 정도의 눈가림 보도밖에 못 하는 것을 보고는, 구역질이 나서 신문도 잘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 박사가 김구 선생의 빈소를 다녀간 뒤에야 겨우 3,4단 정도의 보도들을 했지만, 언론의 자유를 압살하는 권력의 횡포와 그것에 굴종하거나 시녀 노릇을 하는 언론의 무기력에 대해서 나대로 기회 있는 대로 비판, 규탄해 왔다.
문단 복귀 후위 내 작품들 가운데서 간접적으로 신문인들을 빈정거리다가 생각지 않았던 오해를 받는 것도 이런 반골벽, 저항적인 기질의 탓이라고 생각한다.(87쪽)
하여튼 세번이나 전화가 와서 묻는 말에 답하고,
다음주에 촬영하고 싶다기에 카오스인 집구석을 치워야 될 거 같아 설 지나고 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2월 초에 방송할거라 시간이 촉박하다고 당장 올 기세였다. 이 사람이 우리집이 광주광역시라는 걸 알고나 그럴까 싶어
"우리집이 어디인지는 아시나요?"
"경기도 광주 아니예요?"
"여기는 광주광역시인데요.ㅋㅋ"
"헉~ 전라도 광주... 피디님과 의논해서 다음주에 연락하겠습니다."
라기에, 내심 안오겠구나 생각했다.
오늘 영어그림책 읽어주기 두번째 날 아이들 10명이 몰려와서, 아이들이 거실을 차지하고 엄마들은 서재방에 있는데
영어책 읽어주기가 끝나갈 무렵 거실에 둔 핸드폰이 울렸고... '이비에스다큐'라고 발신자가 떳다.
"안녕하세요? 목요일 날 촬영갈 건데, 몇 시가 좋은가요?"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토요일을 얘기했는데, 함께 할 사람들이 명절 때문에 안된대서 금욜 1시부터 촬영하기로 확정됐다.
50분짜리 다큐지만 우리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 길어야 2~3분 정도 나오겠지 생각하지만...
다큐의 핵심은
가정 독서가 자녀 독서습관의 뿌리다.
책읽는 부모가 책읽는 자녀를 만든다.
는 취지로, 우리가족이 책읽는 장면을 담고, 개인서재가 작은도서관으로 개방되어 동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영어그림책 읽어주는 장면도 찍고, 독서회 엄마들도 2명쯤 참여하여 책읽기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기로 했다. 인터뷰할 내용은 정리되면 메일로 미리 보내주기로 했다.
작가는 아빠도 꼭 참여해야 한다는 당부를 거듭 했다. 우리남편도 이미 책읽는 가족의 일원으로 충실하게 독서활동을 한다. 지난 달에는 집에 있는 고구려 1.2권을 읽고, 3.4권을 사달래서 적립금 들어오는 10일이 지나야 된댔더니 지역도서관에서 검색해보곤 빌려오라는 문자를 보내와서 빌려다줬다. 인천에 있는 큰딸은 참여하지 못하지만 기숙사에 있는 막내는 담임샘께 말씀드려 그날 외출허가를 받았다.
하여튼 3월에 작은도서관 개관식 한다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완전 비상사태 선포다.
오늘은 창고처럼 쓰는 큰딸 방에 쌓아둔 신문더미랑 알라딘 박스 등 폐지와 고장나서 방치한 정수기도 치웠고,
고장난 청소기도 125,000원, 거금을 주고 사왔다. 으~~ 작은도서관 간판도 빨리 걸어야겠고...

아~ 2009년 00공원 올해의 책 시상식에서, 어린이/가정분야 최고의 책이었던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의 <아이의 사생활> 출판사(지식채널)에 내가 시상 했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난, 여태 이 책을 구입하지도 않았구나.
이참에 기념으로 사볼까... 것도 세트 2권 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