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 지음, 류재화 옮김 / 밤의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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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폴란드는 독일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된다. 이때 소련군은 폴란드 장교 및 지식인을 대거 수용소에 가둔다. NKVD(내무인민위원회-스탈린의 통치 기간동안 행해진 정치적 숙청의 직접적인 실행 기관)는 포로들의 성향을 철저히 파악하여 소련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모두 제거하자고 스탈린에게 제안했고, 스탈린도 이를 수용한다. 1940년 봄, 카틴 숲에서 수천 명이 학살된다(카틴 숲 대학살). 카틴 외에도 하리코프, 칼리닌 부근 수용소의 포로까지 합치면 당시 목숨을 잃은 폴란드인은 총 2만여명에 이른다. 결국 그 지역에 살아 남은 포로는 그랴조베츠 수용소에 있던 400여 명의 장교와 군인들 뿐이었다.(서문과 옮긴이 미주에서)

 

 

우리는 지적 노동을 해서라도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우리를 잠식하는 쇠약과 불안을 극복하고 뇌에 녹이 스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 중 몇 사람이 군사학과 역사학, 문학 강의를 시작했다. -p10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는 추위 속 노역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채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의 초상화 밑에 다닥다닥 붙어 않아, 당시 우리는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제에 대한 강의를 열중해 듣던 동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이 같은 각고의 지성적 노력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우리의 현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던 정신의 세계를 생각하고 그것에 반응할 수 있었다. -p12~13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료들을 보며, 항상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그들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정신의 세계만이라도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은 위태롭다. 인간의 육신은 그들의 지성과 정신을 위해 희생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오히려 집요하게 유기적인 작동을 하고, 그 결과를 인식시키려 한다. 그러한 현실에서 안간힘을 쓰며 정신을 지키려하는 그들의 모습은 숭고하다. 필요한 책을 구할 수 없고, 가진 것이라곤 프루스트 작품에 대한 기억만으로 강의를 하며, 육신의 피곤함 속에서도 모여 앉아 강의를 듣는다. ‘교외수업이라고 일컬어지는 그 순간들의 시간은 그들에게 기쁨이었고,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로 남아 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폴란드 출신의 화가이자 작가인 유제프 차프스키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는 그랴조베츠 포로 수용소에서 동료들을 위해 마르셀 프루스트를 주제로 강의한 그의 노트 일부를 옮긴 것이다. 이 책의 서문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숭고한 이야기에 내가 더 기대한 것은, 수용소의 현실과 강의를 듣는 그들의 느낌과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짧은 배경에 불과하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차프스키의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강의의 내용이다. 그것에 대해 살짝 실망했지만, 곧 그의 강의에 빠져들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세 번 정도 도전하고, 곧 포기해버린 책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내가 꼭 읽어야 할 책이기에 차프스키의 강의는 나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좋은 입문서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프랑스의 문화적인 배경을 시작으로 프루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소개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내용에 대해. 비록 조각조각, 자신의 기억만으로의 강의이지만 무척 훌륭했다. 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미래의 독자인 나에게 흥미를 주었으며,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에 대한 구절에서는 재미있기까지 했다. 10권이 넘는 대하소설의 내용을 기억하며, 생각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열정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그러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난 우리의 정신을 위해 무엇을 얘기할 수 있고, 읽은 책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매일 매 순간, 책을 읽지만, 읽은 내용에 대해 정리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부족한 나이기에, 자신있게 기억으로만 얘기해줄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음을 실감한다. 이 책은 나의 책읽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만든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프로스트의 작품에 대한 기억뿐이어서 어떻게든 그것을 정확하게 떠올려 보려고 정말로 애를 많이 썼다. 사실 이것은 문학 에세이가 아니다. 내 인생에 언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싶은 책, 내가 정말 많은 빚을 진 어느 작품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서문에서)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내가 기대하지 않던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출판사를 바꿔가며 두 번이나 꼬박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아니 나에게좋은 소설이란 무엇인가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때까지 내가 생각한 좋은 소설이나 고전은 시대적인 상황과 작가의 이력을 배제하고(물론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냥 글을 읽음(글 속에서)으로써 특별하고도 보편적인 느낌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울프의 소설은 그러한 느낌에서 살짝 빗나갔다. 서사를 거의 배제하고, 자신의 경험에서 온 것들을 의식의 흐름속에서 계속 내뱉는 그 말들은, 작가의 배경을 잘 모르고서는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등대로는 나에게 좋은 소설인지, 아닌지가 잘 판단되지 않았다. 차프스키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처음 읽었던 시기는 프랑스어에 대한 실력이 그렇게 대단한 편이 아니었을 때이다. 문학적 소양도 많지 않아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책에서 주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것은 프루스트가 다루는 이야기와 그것에 담긴 의미였지 문학적 질료나 형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들의 조합으로써 심리를 해석하는 예지가 곧장 내 가슴을 밀고 들어왔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울프의 글에 대한 나의 느낌이 굉장히 편협적이고, 결국 나의 독서는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형식을 파괴하고, 내 안의 굳은 덩어리같이 뭉쳐있는 아집과 벽을 파괴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가 얘기하는 것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이면의 것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차프스키의 문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뒤늦게 깨닫는다.

 

프루스트는 나이가 들면서 어떤 냄새나 어떤 향기도 참을 수 없게 되어, 생애 마지막 몇 해 동안 전체를 코르크로 덮은 방에서 생활했다. 영하 45도까지 내려가는 곳에서, 노역에 시달리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수용소의 삶 역시 사방이 코르크로 막힌 것처럼 단절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극단적인 곳에서, 프루스트와 살아남은 자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정신을 위한 강의를 듣는다. 그들은 그렇게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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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05 15: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런 이유를 잘 알았기 때문이겠죠? 지식인들을 우선적으로 잡아가고 죽인걸 보면요. 정신적 의지란 전염성도 강한것 같습니다.제목부터 뭉클해요!🥲

페넬로페 2021-05-05 18:12   좋아요 3 | URL
철저하게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민들기 위해 지식인부터 죽이는것이 참 잔인하죠? 이 책의 제목과 짪은 서문에서 참 가슴 뭉클하고 숙연해져요^^

coolcat329 2021-05-05 16: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입문서로 읽으면 좋군요. 기억에 의존한 강의라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대단했네요.
저는 방금 읽은 책도 선뜻 말하기 힘든데 말이에요.

페넬로페 2021-05-05 18:13   좋아요 4 | URL
네, 이 책이 제가 기대한대로의 서술로 이어지진 않지만, 프루스트에 대해서는 좋았어요~~

scott 2021-05-05 16:1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유제프 차프스키가 카틴 숲 대학살 사건에서(소련이 2만2000명의 폴란드 군 장교와 엘리트들을 카틴 숲에서 집단 학살시킴) 살아남은 79명중 한 사람입니다.
수용소 영하 40도 이하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면서 오로지 기억에 의존해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강의 한것 그자체도 믿기 힘들 정도네요 온전하게 살아 움직이는것 조차 힘든 상황이였을텐데
극한의 상황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 마저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나‘라면, 우리 라면,,,,

저도 지금 프루스트와 울프 여사의 책 번갈아 가며 읽고 있어서 인지 페넬로페님의 이 리뷰 읽고 또 읽고,,,
[문학과 예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형식을 파괴하고, 내 안의 굳은 덩어리같이 뭉쳐있는 아집과 벽을 파괴해야만 하는 것이다.]
페넬로페님의 이 문장에 깊이 동감!
카프카가 ‘책이란 우리 안의 꽁꽁 언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여야 한다‘ 라는 말을 남겼죠.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살아남아서 이런 글을 남긴 작가에게 무한의 감사를~

이책 장바구니로~ପ(๑•̀ᴗ•̀)* ৳৸ᵃᵑᵏ T৹ *

페넬로페 2021-05-05 18:16   좋아요 3 | URL
scott님께서도 울프 읽고 계시는군요~~저는 이 책 읽으며 scott니의 페이퍼에 올려주신 프루스트에 대한 글들이 많이 도움됐어요~~차프스키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79명이라 살아남은 자의 고뇌도 많을것 같았어요 ㅠㅠ

새파랑 2021-05-05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면 프루스트의 책을 읽을 수 있는건가요? ㅎㅎ ‘정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강의라는게 엄청 인상적인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에게 반성과 성찰을 하게 만든다니 꼭 읽어봐야 겠네요^^
(저도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게 ~~!)

페넬로페 2021-05-05 18:18   좋아요 3 | URL
확실히 이 책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접근은 좀 쉬울것 같아요^^책을 그냥 읽는데 급급한게 아닐까하는 반성을 했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1-05-05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결말에 가서는 이렇게
심오한 각성이 등장하게 될
줄이야.

저는 도저히 그 경지에 이르
지 못할 듯하여, 기존에 하
던 대로 편협하고 자기만족
적인 그런 독서를 하는 것으로.

쿨럭.

페넬로페 2021-05-05 22:41   좋아요 2 | URL
ㅎㅎ
제가 잘하는 것이 반성이고 각성이라~~
레삭매냐님은 충분히 독자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이시죠~~
그저 저는 중간중간 각성하며 따라가겠습니다^^

그레이스 2021-05-05 21: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어야겠군요.
우리의 일상에서도 무너지지 않기위해 책을 펼쳐드는 순간이 많지 않을까요?
저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런데...^^
마음이 너무 힘들때는 아주 어려운 책을 읽어요^^

페넬로페 2021-05-05 22:44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의 말씀이 맞아요~~
우리의 일상, 특히 여기 알라디너들은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조만간 같이 프루스트 읽어요^^

mini74 2021-05-05 21: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읽은 책에 정신적 비상식량인 말이 있더라고요. 절박한 순간 필요한 건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ㅠ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리뷰 고맙습니다 ~

페넬로페 2021-05-05 22:46   좋아요 5 | URL
그 절박한 순간을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고 뭉클하더라고요~~
정신적 비상식량으로 더 치열하게 책 읽고 쟁여놔야겠어요^^ㅎㅎ

scott 2021-06-04 2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제프 차프스키!!
페넬로페님에게 땡 TO날린 리뷰

이달의 당선작!
제예감 적중 함요 ㅎㅎ
추카~*추카~*٩(๑❛ᴗ❛๑)۶

페넬로페 2021-06-04 23:21   좋아요 3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땡 to도요^^

그레이스 2021-06-04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6-04 23:22   좋아요 3 | URL
에휴.감사드려요^^

청아 2021-06-04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6-04 23:22   좋아요 3 | URL
미미님, 이렇게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딩 2021-06-04 2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 페넬로페님 5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6-04 23:23   좋아요 2 | URL
초딩님, 제 서재에 방문해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 2021-06-04 2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6-04 23:24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드려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1-06-04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한번 더 축하드릴께요^^
 

만일 삶이 그 밑바닥에 어떤 바탕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만일 삶이 그 주인공이 채우고 또 채우고 또 채워야 할 그릇이라면, 나의 그릇은 틀림없이 이 기억 위에 서 있을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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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약속했듯이,
레삭매냐님의
‘만국의 책쟁이들이여, 단결하라!‘ 라는 지령까지 받아
콘칲과 맥주를 앞에 두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다음주 화요일, 도서관 ‘클래식‘ 동아리의 지정도서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인데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기에 민음사판을 다 읽고 이해가 안되어 다시 열린책들판을 집어든다.
그렇게 조금 읽다가 그래도 오늘은 우리 책쟁이들이 가장 축하하고 기념할 중요한 날인 관계로 ‘등대로‘를 집어 던지고 니콜 크라우스 소설 ‘사랑의 역사‘를 그냥 읽기로 한다.
좋고 중요한 날이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사람을 울컥하게 하네.

아마도 이렇게 가려나보다, 발작적으로 웃다가. 더 나은 길이 뭐가 있을까, 웃으며 울고, 웃으며 노래하고, 웃으며 혼자라는 사실을, 인생이 끝났다는 사실을, 죽음이 문밖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는 것보다. p16

나의 맞은편에서 딸아이가 과제를 하고 있다.
창작적인 글을 7편이나 써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유대인의 얘기를 해주며 책의 한 구절을 읽어준다.

다시 일어섰을 때는, 삶의 가장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것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는 나의 마음 한구석이 이미 떨어져나간 후였다.ㅡp18

이 구절을 읽어주며 난 너무 슬프지 않냐고 했고,
딸아이는 수긍하며 이런 말을 한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강의에서 보여주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상이 참 마음 아프지만
엄마, 그래도 난 한국 사람인가봐.
유대인들보단 세월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훨씬 더 마음이 안좋았어.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아하게 책만 보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책을 읽는다는 건 우아한 것이 아닌데.
더 많이 현실을 보며
가슴 아파야하고,
마음 먹먹해야 하고
더 울어야 하는건데.

‘사랑의 역사‘
그 다음 부분이 궁금하지만 좀 아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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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4 00:4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콘칲과 책은 있었는데 아 맥주가 빠졌었군요. ㅎㅎ
따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페넬로페 2021-04-24 10:32   좋아요 1 | URL
제가 맥주를 좋아하거든요 ㅎㅎ
딸아이 말에 저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scott 2021-04-24 0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예쁜 딸 !!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우리들 ㅎㅎ 페넬로페님 등대로 열린책들 판으로 돌아오신거 잘하신 선택 !!

페넬로페 2021-04-24 10:34   좋아요 3 | URL
책 읽을 때 정말 행복하죠, 세상 시름도 잊고 몰입하게 되요.
scott님 말씀대로 열린책들이 더 나은것 같아요^^

라로 2021-04-24 05: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7편이나 써야 한다니,,, 정말 쉬운 거 없는 세상.
저는 지난 번에 큰 실수 하고서 술 당분간 굿바이.ㅠㅠ
세월호 사건은 정말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세월호 그 이전과 그 후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똑똑한 따님을 두셨네요!!^^

페넬로페 2021-04-24 10:36   좋아요 1 | URL
네, 애가 바짝 말라가요. 매일 집에서만 강의듣고 과제하고 ㅠㅠ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래요.

새파랑 2021-04-24 0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인데 술만 먹고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사랑의 역사˝ 이 책 완전 좋아하는 📚인데 ㅎㅎ 천천히 아껴 읽으세요^^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서 이 책 좋다고 하셔서 읽고 있어요. 좀 슬픈 내용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새파랑 2021-04-24 10:4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슬프지는 않아요 ㅎㅎ 읽고 계셔서 여기까지만^^

bookholic 2021-04-24 08: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은 책맥이죠~~~^^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3 | URL
아! 책맥이란 말 넘 좋아요^^

붕붕툐툐 2021-04-24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마음에 공감이 되네요~ 딸이랑 이런 대화 멋지네요!
책쟁이란 말 맘에 쏘옥 들어요!ㅎㅎ

페넬로페 2021-04-24 10:39   좋아요 3 | URL
우리 모두 책쟁이들^^
딸아이와 서로 친할때 한번씩 이런말이 오고가요 ㅎㅎ

청아 2021-04-24 1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는 그야말로 피눈물이었죠~평생 그때만큼 무기력하고 동시에 비참했던 때가 없었던것 같아요.따님이 페넬로페님 닮았는지 어른스럽네요~♡ <사랑의 역사> 쓱 담아가요!

페넬로페 2021-04-24 10:41   좋아요 4 | URL
세월호만 생각하면~~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일것 같아요^^미미님 말씀처럼 무기력함과 비참함의 절정이었어요**

레삭매냐 2021-04-27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hat a good job !

그나저나 읽다만 <사랑의 역사>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1-04-26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읽다말고 지금 숙제하는 중이예요~~

han22598 2021-04-2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책읽기‘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에만 매몰되어 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27 00:21   좋아요 0 | URL
네, han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별로 알아주지 않는 책의 날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축하였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4-2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따님이네요^^b

오늘은 콘칲을 꼭 먹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4-27 1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콘칲 맛있죠, ㅎㅎ

서니데이 2021-05-02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도서관에서 독서 동호회를 하고 계신가요.같은 책도 번역자가 다르거나 출간된 시기가 다르면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미세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는 듯 해요.
어제보다 따뜻한 오후예요.
좋은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2 21: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같은 책인데 좀 어려워 두 번을 꼬박 읽었어요~~
그래도 독서모임 지정도서라 끝까지 읽었네요 ㅎㅎ
 

 

 

 

 

 

 

 

 

 

 

 

 

 

 

나의 하루는 430분에 시작된다--김유진

 

사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먹고 사는 방법은 다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430은 오늘을 조금 특별하게 살고,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내자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 자신을 관리해서 성장시키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나 애플리케이션 같은 것을 삭제하는 등 자신이 직접 주도하고 통제하는 삶을 가져야만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다만 그것은 꼭 새벽 430이 아니어도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삶을 변화시키면 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중간에 살짝 내 마음이 꼬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있다. 그 꼬임이 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인지, 아님 나의 모자람에서 오는 자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단순하게 내가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 관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난 자신을 관리한다. 이를 위해 매일 조금씩, 천천히, 하나씩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 습관이 기회를 만든다.-p126~127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주윤

 

이주윤 작가의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은 쉽게 쓰인 한글 맞춤법 교재같다. 평소 우리가 자주 쓰지만 혼동되는 단어 2개를 대조해가며, 둘 중에 어느 것이 맞는가를 약간 웃긴 상황에 맞춰 예문과 그림을 통해 설명해 놓았다. 예시된 것들 중 내가 여지껏 한 번도 의식하지 못한 채 틀리게 쓴 글자도 있었다. 이주윤 작가 덕분에 틀리게 썼던 글자를 요즘 고쳐 쓰는 중인데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예를들어 하구요가 아니라 하고요가 맞고, ‘할께가 아닌 할게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구요는 서울 사투리라고 한다. 이 책의 끝에는 우리가 가장 자주 틀리는 맞춤법 360가 실려 있는 데 유익하다.

 

그런데 글을 쓰실 때 조심하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되도록 맞춤법을 지키셔야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수도 있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자들은 맞춤법 틀리는 남자를 진짜, 정말, 진심으로 싫어합니다. 여러분의 애인이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는 맞춤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 주기 위해서였다는 사실, 모르셨죠?

-들어가는 말

 

남자들도 맞춤법 틀리는 여자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돈의 속성--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김승호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구립도서관에 이 책이 6권이나 구비되어 있고, 6권 모두 예약이 걸려있을까? 그것도 예약 최대 인원인 5명씩이나 말이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나 역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도 그냥 기본적으로 우리가 아는 것을 나열해 놓았을 뿐, 특별한 건 없다. 철저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투자하고, 남의 말을 듣지 말고 내 주관대로 움직이라는 것, 신용카드를 없애고, 분산투자를 하고,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 신에게 부자가 되도록 기도하지 말고(그 분을 괴롭히지 말라고 한다),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책이 다 그렇듯 자신의 부를 은근히 자랑한다. 이 책으로 돈의 속성을 새롭게 알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 이 정도는 알고 있다. 다만 더 내밀하고 특별한 것을 알기 위해 이런 책을 읽는데 역시나 그건 저자만이 알고 있는 비법이고, 우리에게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 책의 마지막에 비법이 있는 듯도 하다.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

첬째,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라.

둘째,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셋째,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라.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279~280

 

제목은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이라 쓰고,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 사소한 습관이 돈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습관을 가진 사람에겐 한번 돈이 들어오면 절대 줄지 않는다.-p381

 

부자가 되고 싶은 분은 위의 네가지 방법을 실천해보시기 바란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책을 그럼 나는 왜 읽었을까?

당연히 부자가 되고 싶어서이다.

내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당장 해야할 일;

첫째, 헬스장에 6개월 등록해 놓고 운동을 가지 않는 버릇을 고친다.

둘째, 알라딘에서 산 책을 쌓아만 놓고, 읽지 않는 버릇을 고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유시민

 

이 책은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인데, 당연히 글 좀 잘 써 보고자 집어 들었다. 저자가 워낙 방송 매체에 출연을 많이 했기에 그의 글을 읽는데, 계속 그가 말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 책은 유시민의 구수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달변같은 글은 잘 읽히고, 글쓰기에 대해서도 유용한 것들이 많다. 어쨌거나 글쓰기의 기본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그 장르가 어떠하든,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 타인과 교감하는 것이다. -p53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든 글로든, 타인과 소통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 -p65

태어나면서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누구든, 처음에는 민망한 문장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심정을 이겨내야 한다. -p84

 

이 책에는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이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이 실려 있다. 저자가 주제에 맞게 잘 쓰인 글의 예시로 단순하게 인용한 것이다. ‘백신이라는 제목의 글인데, 전우용 선생의 안목이 너무 놀랍다. 이 칼럼에 대해 검색해보니 2014, 113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글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는? 답은 두창(천연두)균이다. 지구 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세균과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었고,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간은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이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로까지 줄어들었지만, 아직 유효한 백신을 만들지 못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살상력 이상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태어나서 1년 안에 열 차례 정도 백신을 맞고 자라온 현대인들에게 백신 없음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방탄복도 입지 못한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포 그 자체다.

-P75~76

 

2014년에 쓰여진 글에 나오는 백신 없음이라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적용되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2년째 고통을 당하고 있다. 2021년 현재, 저자도 예상하지 못하고 인용한 이 글은, 실제적인 상황을 너무 잘 나타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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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4-22 19: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돈을 모으는 습관 세 가지는 지키는데 마지막이 ㅠㅠ 그래서 제가 돈 대신 책을 모으나봐요 ㅎㅎ *^^*

페넬로페 2021-04-22 23:28   좋아요 1 | URL
ㅎㅎ~~이 책이 초반부는 괜찮았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산으로 가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책 많이 읽는 사람은 아무래도 네번째가 지키기 어려울것 같아요**

청아 2021-04-22 19: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의 하루는..>이 분 유튭 영상 올린것 살짝 봤는데 새벽에 칼같이 일어나는 영상을 찍었더라구요. 미쿡 변호사라고 뭔가 준비중이라고 했는데 역시 책이었군요.ㅋㅋ😊

페넬로페 2021-04-22 23:30   좋아요 2 | URL
이 분이 어릴때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 대학 로스쿨 다녔더군요~~유튜브로 보지는 않았는데 요즘 방송에도 간간이 나오더라고요^^

새파랑 2021-04-22 1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기개발에 좋은 책 네권 이네요 ㅎ 저기서 네시랑 맞춤법은 읽으려고 생각중이 책입니다^^

페넬로페 2021-04-22 23:31   좋아요 2 | URL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요~~

붕붕툐툐 2021-04-22 2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특강>에 저런 인용글이 있었군요~ 지금 시대와도 찰떡이네요!(읽었는데 생각이 전혀 안남!ㅎㅎ)

페넬로페 2021-04-22 23:32   좋아요 1 | URL
저 인용문보고 깜짝 놀랐어요.요즘의 상황을 너무 잘 표현해서요^^

scott 2021-04-22 2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째,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라.

둘째,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한다.

셋째, 아침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라.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페넬로페님 실천 목록이 더욱 현실적 !
책 쌓아두기만 해도 든든한 1人 !!

[태어나서 1년 안에 열 차례 정도 백신을 맞고 자라온 현대인들에게 ‘백신 없음’은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방탄복도 입지 못한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포 그 자체]
맞습니다 매일 아침 목숨 걸고 출근 中ㅠ.ㅠ

페넬로페 2021-04-22 23:33   좋아요 2 | URL
빨리 우리 모두 백신을 맞아야하는데 언제 맞을 수 있을지요. 출근하시고 밖에서 활동하실 때 건강 유의하세요^^

페크pek0501 2021-04-23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저는 이게 어려워요. ^^

페넬로페 2021-04-23 14:3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래요~~그래도 요즘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일찍 자려고 노력중이예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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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병이 생기면, 그것은 나를 지배하는 주체이며 일부가 된다. 어쩌면 전체가 되기도 한다. 그 병을 치료하고자 병원에 가면, 그것은 객체이자 대상화가 된다. 이때부터 병은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불편하고 외로움을 주는 것이 된다.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뿐만 아니라 누가를 알게 된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p11(들어가는 말 중에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첫머리에 나오는 이 문장은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듣기를 원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말일 것이다. 대상화된 병엔 개인의 서사가 빠져있기 일쑤이며, 그것은 오로지 수치로만 판단되기 쉽다.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은 의사인 올리버 색스가 병과 환자를 대하는 생각 그 자체이다. 저자가 신경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 더 그렇겠지만, 병리적 기술뿐 아니라 환자를 인간 자체로서 대단히 중시한다. 본문을 읽기 전에 들어가는 글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

 

이 책은 상실, 과잉, 이행, 단순함의 세계라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신경 기능의 장애나 불능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에 대해 서술해 놓았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 책에 실린 기묘한 이야기들은 보통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세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제목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어떤 상징인 줄 알았다. 설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다니? 그러나 진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있었고 그 사람은 자신의 질서를 가지고 나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나의 육체를 제어할 수 없다면 그건 엄청난 불행이다. 우리는 아무도 우리 몸의 제육감의 기능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 그냥 저절로 내 육체가 움직여지기 때문이다.

 

자기 몸을 통제하고 움직이는 것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우리에게 또 있을까? 그러나 그런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데다 아주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정작 우리는 그것에 대해 관심도 갖지 않는다.-p86

 

하루 아침에 몸의 고유감각을 잃은 크리스티너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난 마음이 너무 먹먹해져 며칠 동안 우울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어떤 사람은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존재의 무거움을 준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증세들은 사실 별다른 이유없이 생기는 것들이라 더 고통스럽고 불행하다.

 

우리 몸의 어떤 기능의 상실이나 결손으로 인한 병도 힘들지만 과잉으로 생기는 증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투렛 증후군이나 흥분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에너지가 많아 활기차고 힘이 넘치는 듯 보이지만 그것 역시 고통이다.

 

위험하리만치 좋은 몸 상태병적인 특출함’, 그것은 기만적인 행복감이다. 그 밑에는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것은 과잉이 놓은 무시무시한 함정이다.........자아가 병과 제휴를 맺고 한 몸이 되어 결국에는 독립된 존재이기를 포기하고 병의 산물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p161

 

쇼스타코비치의 비밀이란 것이 있다. 그의 왼쪽 내실 관자 뿔 부분에 금속 파편인 탄환 부스러기가 있는데, 그것이 머릿속을 선율로 가득차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그는 그것을 제거하기 꺼려했다고 한다. 간질 증세가 있었던 도스토옙스키도 환영으로 인해 황홀감에서 나오는 아우라를 자주 경험했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병적인 생리적인 현상이 예술가에게는 영감을 받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병으로 인해 고통받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창작의 원천이 될 수도 있으니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단순함의 세계로 표현된 지적 장애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올리버 색스는 조금 모자란 이들의 세계의 특징을 구체성으로 보고 있다.

 

그들의 세계는 생기 있고 정감이 넘치고 상세하면서도 단순하다. 왜냐하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추상화를 통해 복잡해진 것도, 희박해진 것도, 통일된 것도 없다......신경학자들은 구체성, 구체적인 사상을 열등하고, 고려할 가치가 없고, 통일성이 결여되었고, 퇴보적인 것으로 간주한다....그러나 나는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구체성이야말로 기본이다. 현실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것으로, 개인적이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구체성이다. 만일 이 구체성을 상실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p291

 

저자는 그들의 결함보다 능력을 찾아내야 한다고 한다.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에게 창조적인 지성이 있기 때문이고 그 지성을 소중하게 키워주어야 한다고 했다.

 

나의 지인 중에 아들이 자폐아인 분이 있다. 그 아들은 30살이 넘었다. 그 분은 아들이 어렸을 때, 자폐 판정을 받고 난 후, 아들의 지능과 사회성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 씩 이름난 교육 센터를 다니고, 병원을 오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 분은 모든 것이 소용없었다고 말씀하신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아들은 보호해줘야 하는 대상일 뿐이라고 하셨다. 나의 지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무엇이라 말할지는 모르겠다. 병원에서 환자를 대하는 분들 역시 올리버 색스의 주장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인 나, 언제 내 몸에 병이 들지 모르는 나약한 육체를 가진 나는 이 책으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 혹시라도 병에 걸리면 난 올리버 색스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의사를 만나고 싶다.

 

몇 년 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었을 때, 그 기묘한 이야기들이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행한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번에 다시 읽은 이 책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그동안 난 나이를 먹었고, 늙음에 더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신경학적인 많은 전문용어들이 나오고 병에 대한 메커니즘적 설명도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작가의 문장이 그만큼 뛰어나다. 인문학적이며 철학적인 접근도 돋보인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올리버 색스라는 인간에도 관심이 간다. .

 

겉보기에는 건강하지만 사실은 병에 걸린 상태라면 그것은 하나의 패러독스다......특히 예술을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매료되어 왔다. 이것은 디오니소스적이면서도 비너스적이고, 동시에 파우스트적인 소재이다. 또한 토마스 만의 소설에 되풀이해서 나오는 소재이기도 하다.-159

 

이 문장은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인 온 더 무브를 읽을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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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9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보니 병력을 하나의 서사로 만든다는것, 병리적 기술보다 환자를 인간 자체로 중요시하는게 환자에게 있어서 큰 위안이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정신적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시는 의료인이 대다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페넬로페 2021-04-19 23:50   좋아요 3 | URL
병력을 하나의 서사로 보고, 인간 자체를 들여다보는게 참 위로가 되고 따뜻했어요.그래서 이 책이 너무 좋았어요^^

mini74 2021-04-19 22: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글엔 환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랑 관심이 깊이 담겨 있어 참 좋았어요 페널로페님 리뷰 참 좋아요 *^^*
저는 색맹의 섬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셨는데 올리버만 외치고 말았다는 아이들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 편한 밤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04-19 23:52   좋아요 4 | URL
올리버 색스의 색맹의 섬이란 책도 있군요. 전 잘 몰랐어요. 그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저자의 이름에 대해선 저도 ㅎㅎ. 글 쓰며 철자법이 맞는지 계속 확인했어요~~

청아 2021-04-19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작가 팟케스트에서 이 소설 일부를 듣고 올리버 색스 작가님 책 다 읽고 싶었어요. 페넬로페님 리뷰 읽고나니 다음 책 구매때 얼른 사야겠습니다. 아 이곳은 장서가 양성소인건가요?
🙄🥲굿밤되세요~♡

페넬로페 2021-04-19 23:54   좋아요 3 | URL
안그래도 미미님 읽을 책 쌓여 있을텐데 책 추가시켜 드렸네요. 그래도 이 책 읽으시면 좋겠어요.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달라지거든요^^

scott 2021-04-20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엉클 텅스텐]이라는 자전적 성장 이야기 읽고 색스 박사에 홀딱 빠졌어요.

페넬로페님이 올려주신 이책을 토대로 이와 관련된 질병을 다룬 영화들이 꽤 만들어졌는데
혹시 페넬로페님 시간 나실때면 보삼 333
[카드로 만든집-엘리펀트 맨-셔터 아일랜드-지상의 별처럼]

페넬로페님이 다음번에 읽으실 ‘온 더 무브’‘ 이책 번역자 김명남!
믿고 보는 번역가 ^ㅎ^

페넬로페 2021-04-20 08:41   좋아요 1 | URL
와, 영화로도 이렇게 많이 만들어졌군요. 꼭 봐야겠어요.
감사해요^^


라로 2021-04-20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든 것은 그자리에> 읽고 흠뻑 빠졌어요!! 이 책도 당근 넘 좋구요!!!

페넬로페 2021-04-20 08:46   좋아요 0 | URL
‘모든 것은 그 자리에‘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미미님 말씀처럼 여기 북플은 장서가 양성소~~
감사해요^^

han22598 2021-04-21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어디서 읽은 구절인데, 인생은 생(1)과 죽음(0)처럼 이분법적이지 않고, 그 사이에 무한의 간격이 존재한 다는거. 인간의 몸이란 어떠한 전문적인 지식과 소견으로 질병이 있다와 없다라고 판단되어지는 것이 아닌 무병과 질병의 무한대의 간격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몸,삶이지 않을까요? 올리브 색스는 그 간격을 좀더 치밀하고 촘촘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04-21 08:43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생과 죽음, 무병과 질병의 ‘무한의 간격 ‘이 삶을 이루고 존재의 깊이가 되죠. han님의 말씀을 듣고 올리버 색스에 더 관심이 가요^^

2021-04-2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7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2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5-07 15: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페이퍼+리뷰 2관왕!!
축하해요 ^ㅎ^

페넬로페 2021-05-07 18:33   좋아요 2 | URL
에휴, 감사해요♡♡

새파랑 2021-05-07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페넬로페님 2관왕 축히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5-07 18:3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5-07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5-07 18:34   좋아요 3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용♡♡♡

청아 2021-05-08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0^♥

페넬로페 2021-05-08 11:35   좋아요 2 | URL
진짜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초딩 2021-05-08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ㅜㅜ 넘 읽고 싶은데, 불을 제대로 질러 주십니다 ㅎㅎㅎㅎ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5-08 19: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 책 읽고 인간의 육체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