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약속했듯이,
레삭매냐님의
‘만국의 책쟁이들이여, 단결하라!‘ 라는 지령까지 받아
콘칲과 맥주를 앞에 두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다음주 화요일, 도서관 ‘클래식‘ 동아리의 지정도서가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인데 도대체 뭔 말인지 모르겠기에 민음사판을 다 읽고 이해가 안되어 다시 열린책들판을 집어든다.
그렇게 조금 읽다가 그래도 오늘은 우리 책쟁이들이 가장 축하하고 기념할 중요한 날인 관계로 ‘등대로‘를 집어 던지고 니콜 크라우스 소설 ‘사랑의 역사‘를 그냥 읽기로 한다.
좋고 중요한 날이니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게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사람을 울컥하게 하네.

아마도 이렇게 가려나보다, 발작적으로 웃다가. 더 나은 길이 뭐가 있을까, 웃으며 울고, 웃으며 노래하고, 웃으며 혼자라는 사실을, 인생이 끝났다는 사실을, 죽음이 문밖에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잊는 것보다. p16

나의 맞은편에서 딸아이가 과제를 하고 있다.
창작적인 글을 7편이나 써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녀에게 유대인의 얘기를 해주며 책의 한 구절을 읽어준다.

다시 일어섰을 때는, 삶의 가장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것을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는 나의 마음 한구석이 이미 떨어져나간 후였다.ㅡp18

이 구절을 읽어주며 난 너무 슬프지 않냐고 했고,
딸아이는 수긍하며 이런 말을 한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강의에서 보여주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상이 참 마음 아프지만
엄마, 그래도 난 한국 사람인가봐.
유대인들보단 세월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볼 때
훨씬 더 마음이 안좋았어.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아하게 책만 보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책을 읽는다는 건 우아한 것이 아닌데.
더 많이 현실을 보며
가슴 아파야하고,
마음 먹먹해야 하고
더 울어야 하는건데.

‘사랑의 역사‘
그 다음 부분이 궁금하지만 좀 아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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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4 00:4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콘칲과 책은 있었는데 아 맥주가 빠졌었군요. ㅎㅎ
따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페넬로페 2021-04-24 10:32   좋아요 1 | URL
제가 맥주를 좋아하거든요 ㅎㅎ
딸아이 말에 저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scott 2021-04-24 0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예쁜 딸 !! 책을 읽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우리들 ㅎㅎ 페넬로페님 등대로 열린책들 판으로 돌아오신거 잘하신 선택 !!

페넬로페 2021-04-24 10:34   좋아요 3 | URL
책 읽을 때 정말 행복하죠, 세상 시름도 잊고 몰입하게 되요.
scott님 말씀대로 열린책들이 더 나은것 같아요^^

라로 2021-04-24 05: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7편이나 써야 한다니,,, 정말 쉬운 거 없는 세상.
저는 지난 번에 큰 실수 하고서 술 당분간 굿바이.ㅠㅠ
세월호 사건은 정말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세월호 그 이전과 그 후로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똑똑한 따님을 두셨네요!!^^

페넬로페 2021-04-24 10:36   좋아요 1 | URL
네, 애가 바짝 말라가요. 매일 집에서만 강의듣고 과제하고 ㅠㅠ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래요.

새파랑 2021-04-24 0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인데 술만 먹고 책을 못읽었네요 ㅜㅜ
˝사랑의 역사˝ 이 책 완전 좋아하는 📚인데 ㅎㅎ 천천히 아껴 읽으세요^^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께서 이 책 좋다고 하셔서 읽고 있어요. 좀 슬픈 내용이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새파랑 2021-04-24 10:48   좋아요 1 | URL
그렇게 슬프지는 않아요 ㅎㅎ 읽고 계셔서 여기까지만^^

bookholic 2021-04-24 08: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의 날은 책맥이죠~~~^^

페넬로페 2021-04-24 10:38   좋아요 3 | URL
아! 책맥이란 말 넘 좋아요^^

붕붕툐툐 2021-04-24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의 마음에 공감이 되네요~ 딸이랑 이런 대화 멋지네요!
책쟁이란 말 맘에 쏘옥 들어요!ㅎㅎ

페넬로페 2021-04-24 10:39   좋아요 3 | URL
우리 모두 책쟁이들^^
딸아이와 서로 친할때 한번씩 이런말이 오고가요 ㅎㅎ

미미 2021-04-24 1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는 그야말로 피눈물이었죠~평생 그때만큼 무기력하고 동시에 비참했던 때가 없었던것 같아요.따님이 페넬로페님 닮았는지 어른스럽네요~♡ <사랑의 역사> 쓱 담아가요!

페넬로페 2021-04-24 10:41   좋아요 4 | URL
세월호만 생각하면~~
아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일것 같아요^^미미님 말씀처럼 무기력함과 비참함의 절정이었어요**

레삭매냐 2021-04-27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hat a good job !

그나저나 읽다만 <사랑의 역사>도
마저 읽어야 하는데...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1-04-26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읽다말고 지금 숙제하는 중이예요~~

han22598 2021-04-2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닥치고 책읽기‘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현실에만 매몰되어 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의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네요 ㅎㅎ

페넬로페 2021-04-27 00:21   좋아요 0 | URL
네, han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별로 알아주지 않는 책의 날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축하였습니다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4-2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따님이네요^^b

오늘은 콘칲을 꼭 먹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4-27 13: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콘칲 맛있죠, ㅎㅎ

서니데이 2021-05-02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도서관에서 독서 동호회를 하고 계신가요.같은 책도 번역자가 다르거나 출간된 시기가 다르면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미세하지만 그런 느낌이 있는 듯 해요.
어제보다 따뜻한 오후예요.
좋은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2 21:0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같은 책인데 좀 어려워 두 번을 꼬박 읽었어요~~
그래도 독서모임 지정도서라 끝까지 읽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