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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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에는 가상의 마을 마꼰도가 등장한다. 그곳에 매년 삼월이면 찾아오는 집시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인 멜키아데스는 마꼰도 사람들이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진귀한 물건을 가지고 온다. 자석, 망원경, 돋보기, 틀니, 얼음 등등.....마을 사람들에게는 마법 같은, 상상력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물건들은 과학의 다른 이름이었고, 멜키아데스는 선진문물을 가져다 파는 상인이었다. 그는 망원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과학이 거리감을 없애버렸지요. 머지않아 인간은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도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다 볼 수 있다니까요.

p.14, ‘백년의 고독 1’, 민음사]

 

1967년에 출간된 이 소설에 서술된 자기 집에서 나오지 않고서도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볼 수 있다는 마르케스의 글은 놀랍게도 예언적 문장이 되어 버렸다. 디지털화된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은 집 안에 있어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알 수 있고, 그 누구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가 가능해졌다.

 

백년의 고독첫 부분에 나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읽으며 내 인생에서는 어떤 물건이 나의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으며 놀랍고도 화려하게 등장했는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오래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그것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내 인생의 반은 아날로그로, 반은 디지털의 시대(나이를 너무 줄였나?)에 살고 있는 나에게 스마트폰은 이제 내 신체와 정신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아니 거의 전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은 편리하고 많은 장점이 있다. 이 점은 인정하자! 내 미래를 상상해 봐도 그저 TV앞에만 머물러 있는 부모님세대와는 달리 그것은 다양한 선택지를 줄 것이다. 그러나 단점도 많다. 디지털 기기에는 엄청난 중독성이 있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다.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무분별한 정보와 재미는 우리를 계속 그 세계에 머물도록 한다. 세상은 질문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고 그에 비례해 우리는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다.

 

나 역시 성인 ADHD가 의심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뭔가에 오랫동안 집중하기가 힘들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강박증세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스마트폰을 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무한 스크롤을 하고 있다. 머리에 있는 생각들이 뒤죽박죽이고 건망증도 심해졌다. 내 일상과 습관을 변화시키고자 하지만 매번 나는 실패한다.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최근의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해결책으로는 디지털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 뻔하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해결보다는 원인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집중력이 없어지는 것이 개인의 노력과 의지 부족이라는 생각의 범위를 넘어, ‘집중력을 거시적 차원의 문제점으로 전환시켜준다. 요한 하리는 우리가 집중력을 빼앗기는 것이 촘촘하게 짜여있는 거대하고 조직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편리와 재미를 주고 그 대가로 엄청난 시간과 돈을 가져간다. 결국 이것 역시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과 연결된다.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좋아요하트의 세계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묶어두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천재 기술자들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다. 국가마저도 국민에게 가짜뉴스를 제공하며 극단적으로 분열시킨다. 이제는 총이 아니라 미디어의 장악이 가장 큰 무기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 집중력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면 그 해결책도 개인의 범위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3주 동안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세상(?)으로 피신하기도 한다. 아니 정확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당연히 그 결과가 좋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만한 여유와 기회가 없다.

 

저자가 여러 전문가를 만나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우리에게 제시한 방법은 약간 모호하거나 양극단적인 것도 있다. B.F. 스키너의 강화훈련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소설 읽기와 (게임), 멍때리기와 (시간낭비), ADHD와 각성제....이 세상에 난무하는 이론들은 완전히 맞는 것도, 틀린 것도 없기에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숙면이 좋은 건 알지만 야간 노동자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이처럼 뭔가에 대한 문제점을 파헤치고 알아가는 과정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골머리가 아플 정도로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는 분명 알아야 하고 당연히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야하므로 이 책은 무척 유용하다.

 

[우리의 집중력을 좀먹는 현재의 기술 작동 방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선택의 결과다. 이 방식은 실리콘밸리의 선택이며, 실리콘밸리가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는 사회 전반의 선택이다. 트리스탄은 이러한 기술을 전부 그대로 보유하면서, 최대한 우리를 산만하게 하는 방향으로 설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는 정반대의 목표를 가지고 이 기술들을 설계할 수 있다.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사람들을 최소한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더 종요하고 유의미한 목표에서 사람들을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목표 성취를 돕도록 기술을 설계할 수 있다.

-p.200]

 

유의미한 방법으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설계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저자의 주장대로 함께 연대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고 있는 세력(p.241)’에 변화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 아이만 건강하고, 착하고, 잘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는 알게 된다. 주위에 분노조절 장애나 ADHD를 겪고 있는 아이가 많을수록 내 아이가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ADHD에 대해 많은 서술을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뿐만 아니라 먹는 음식, 스트레스, 대기오염, 도시환경 등 사회의 전반적인 것이 우리의 집중력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다각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을 읽고 북플을 떠난 친구들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은 북플을 떠난다고 능사는 아니다이다. 그러나 그들을 이해했고 그것도 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결국 집중력 회복은 구조적이고도 개인적인, 두 개의 관점이 꼭 필요하고 그것이 병행되어야만 가능하다. 우리의 집중력을 좀먹는 거대 자본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도 개인적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해서 회의적인 해결책을 하나하나 실천해봄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나에게는 어떤 디톡스가 필요할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매년 계속해서 성장하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우리의 집중력을 구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내가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집중력 반란이 시작되면 우리가 조만간 이 근본적인 문제, 즉 성장 기구 자체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우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성장 기구는 인간을 우리 정신의 한계 너머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두 가지 위기가 서로 뒤얽혀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인류에게 바로 지금만큼 집중력(우리 인간종의 초능력)이 필요한 때는 없었다. 현재 우리가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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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3-07-25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이 집중력을 앗아가기 전에 잠시 있던 삐삐가 그립습니다.ㅎㅎㅎ
그 과도기적 상황은 짧은 만큼 아날로그적인 낭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북플만 하는데요 이곳은 그래도 자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큰 장점이 있는)곳이니
이웃분들이 부디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 그 전부터 안돌아오시는 미니님,툐툐님도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고요.

페넬로페 2023-07-25 19:31   좋아요 2 | URL
아날로그적 낭만과 그 시절의 에피소드는 밤새워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 갑자기 그 시절이 그립네요.
저는 그때 참 게으르게 살았는데, 그래서 더 집중력이 좋았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저도 북플만 해서 이 공간이 참 소중해요.
미니님, 툐툐님 소식, 넘 궁금해요.
여기에 글 올리지 않으셔도 가끔씩 소식만이라도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이 공간은 책만 읽는 곳이 아닌 것 같아요. 정이 들어버렸어요~~

건수하 2023-07-25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오늘 다 읽었어요! 이 책은 원인 분석 부분이 가장 좋았고.. 뒷부분은 좀 흐지부지된 것 같아요. 그래도 sns나 미디어가 우리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아두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페넬로페 2023-07-25 22:10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가 집중력땜에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들 이 책을 읽는 거겠죠 ㅎㅎ
이 책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을 잡아줘서 좋았어요.
실천은 각자의 몫일 것 같아요^^

2023-07-2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6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26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첫 휴대폰을 산게 초등학교 5학년, 그리고 첫 스마트폰을 산게 중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하는데.... 휴대폰으로 간단한 게임, 문자, 전화만 하던 때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짧았지만 스마트폰 없던 시절에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 빌려보고 친구들이랑 밖에서 뛰어놀던 시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벌써 그때가 그립더라고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7-26 14:09   좋아요 1 | URL
아날로그시대의 감성이 그립습니다.
저는 요즘 유모차에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 아이들은 디지털의 시대만 사는거니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뀔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에 그 아이들은 적응하겠죠~~
근데 우리가 느꼈던 것을 모르니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느 사회가 되던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하는데 개인적으로 각자의 몫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아요, 휴~~어렵네요, 휴~~

물감 2023-07-2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를 떠났다가 돌아오길 무한반복 중인데, 이것도 집중력을 도둑맞았다 보면 될까요? ㅋㅋ

페넬로페 2023-07-26 22:49   좋아요 1 | URL
집중력 회복을 위해 노력중이신 것 같은데요~~
서재를 떠나는게 능사는 아니랍니다 ㅎㅎ

새파랑 2023-07-27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면 북플을 떠나기도 하는군요 ㅋ
이 책을 읽으면 안되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3-07-27 13:5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께서는 이 책 읽으셔도 북플 떠니지 않으시리라는 걸 믿습니다~~
근데 새파랑님은 워낙 집중력 좋으셔서 이 책 안 읽어도 될 것 같아요^^

독서괭 2023-08-03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이 책 재밌게 읽으셨군요! 함께 자각하고 행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이 제시하는 게 이상적이어 보이긴 하는데, 못할 건 아닌듯요..
<백년의 고독>에 저런 문장이 있었나요!! N년쨰 재독하려고 생각만 하고 모셔두고 있는 책인데 ㅎㅎ 간만에 열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3-08-03 15:13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이 굉장히 맘에 와 닿았어요. 마침 시간 활용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뭔가를 뜯어 고치려면 항상 이상에서 출발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뭐라도 해 봐야할 듯요.
백년의 고독, 첫부분에 등장하는 저 집시가 재밌더라고요!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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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던 조카가 불임클리닉을 다닌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시험관아기 시술도 여러 번 했지만 실패했었다. 작년엔 아예 1년간 직장을 휴직하고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안되었고 올해 다시 회사에 복직을 해야만 했다. 그런 조카에게 최근 아이가 찾아왔고 그것도 자연임신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지만 아직 조카에게 축하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 아이가 너무 소중해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말을 꺼낼 생각이다.

 

반면 세 명의 아이를 키우는 집의 냉동고에 유아시신 2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기를 안고 15층 아파트에서 투신한 아빠도 있다. 누군가에게 아이는 기다려도 쉽게 오지 않는 존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버거울 정도로 아이가 넘쳐난다. 그것이 어떤 경우에 속하든 분명 아이에 대한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랑보다 더 끈질기고 오래 붙들려 있어야 하는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세상 부모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은 클레어 키건의 짧은 소설의 제목인 맡겨진 소녀, 특히 맡겨진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우리는 소설의 반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아이, 그것도 소녀를 맡겨야하는 상황은 말을 안 해도 뻔하다. 부모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거기에서 레미제라블의 코제트나, 아니면 그 반대로 아이의 집보다 훨씬 좋은 가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아이를 맡아 기르다의 뜻인 ’foster’이다. 압축되고 절제된 문장에서 소녀를 위탁 양육하는 킨셀라 부부의 인성과 생각이 느껴져 작가가 제목을 붙인 이유를 이해했다. ‘조성하다, 발전시키다의 의미와도 잘 맞다. 하지만 이 소설의 화자가 소녀이고 그녀의 마음과 인간으로서 성숙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기에 맡겨진 소녀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이를 기르고, 버터 만들기, 저녁 식사 준비, 송아지 이유식 먹이기, 밭을 갈고 일굴 일꾼 부르기, 돈 아껴 쓰기, 알람 맞추기(p.19) 등 하루에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소녀의 엄마가 또 임신을 했다. 당연히 이 집의 경제적 사정도 좋지 않다. 엄마의 수고와 한창 먹성 좋은 아이들 중 한 입을 줄이고자 소녀는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소녀는 자신의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과 인격적 대우를 받는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소녀의 외가 쪽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 하룻밤 만에 두 사람의 머리가 하얗게 셀 정도로 그들에게는 고통이었고, 그것은 현재 그들의 삶에까지 무거움을 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그리고 다시 아이를 데려간다는 것은 소녀의 부모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과 파렴치함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아저씨가 웃는다.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늘 밤은 모든 것이 이상하다. 항상 거기에 있던 바다로 걸어가서, 그것을 보고 그것을 느끼고 어둠 속에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아저씨가 바다에서 발견되는 말들에 대해서, 누구를 믿으면 안 되는지 알아내려고 사람을 믿는 자기 부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다.

-p.73]

 

존과 에드나 킨셀라는 소녀에게 사랑이 있는 세계를 보여주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것을 가르쳐준다. 삶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힘들지만 침묵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소녀에게 심어준다. 소녀는 우물에 빠질 뻔한 사실을 끝내 자신의 부모에게 말하지 않음으로 배움을 실천하고 그들과의 의리를 지킨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 전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신시아 라일런트그리운 메이 아줌마가 생각났다. 어릴 때 엄마를 잃어, 엄마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을 맡아 길러준 메이와 오브 아저씨의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분명 자신을 듬뿍 사랑했을 것이라고 는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사랑을 생각하고, 사랑을 보고 싶어했나 보다.......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날 밤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보면서 둘 사이에 흐르던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그리고 그 때 받은 넉넉한 사랑 덕분에 나는 다시 그러한 사랑을 보거나 느낄 때 바로 사랑인 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p.9, ‘그리운 메이 아줌마’, 사계절]

 

맡겨진 소녀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킨셀라 부부에게 받은 사랑으로 성숙해지고 삶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게 된다. 존과 에드나 역시 이 소녀와 함께 함으로써 자신들이 가진 고통을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준 사랑은 아이가 자신을 업어준 것 같은, 없던 불빛이 생긴 것 같은(p.74~75)’ 희망으로 돌아온다.

 

그리움으로 절절할 그들에게 여전히 현실의 두꺼운 벽이 남겠지만, 소녀가 마음속으로 인정하고 결정한 아빠라는 말로 소통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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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6-26 0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초반부를 읽으면서 ‘킨셀라 부부 왠지 수상한데? 범죄이야기인가?‘ 하고 의심했었습니다 ㅋ 제 마음이 좀 삐뚤어졌나 봅니다. 이 작품은 괜찮았지만 단편 딱 하나만 수록하고 있어서 종
좀 그랬습니다. 단편집이라면 10편정도는 수록되어야 하는 편견이 있어서 ㅎㅎ

페넬로페 2023-06-26 09:41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예상대로 이 소설이 전개되었으면 더 재미 있었을 것 같아요 ㅎㅎ
이 소설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저한테는 완전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이 훨씬 좋아요^^

새파랑 2023-06-26 10:02   좋아요 2 | URL
저도 윌리엄 트레버 단편이 훨씬 좋았습니다~!!

미미 2023-06-26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식을 소유로 보는 심리가 동반자살이나 영아살해와 관련이 있다는데 차라리 고아원 같은데 맡겨주면 좋겠어요. 특히 동반자살의 경우 그 아이가 느낄, 믿었던 부모에 대한 극한 공포와 절망이 어떤 것일지ㅠㅠ... 신만이 짐작하겠죠. 저도 윌리엄 트레버를 읽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3-06-26 10:59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자기 옆에 꼭 두려는 심리가 있어요.
이 소설에서도 저는 소녀를 킨셀라부부의 딸로 입양시켜주는 건 어떤가도 생각했거든요.
트레버의 단편엔 여운이 많이 남아 좋았어요^^

책읽는나무 2023-06-26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큰 올케와 남동생도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데...지켜보면 좀 안타까웠어요. 굳이 아이가 생기지 않음 둘이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있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길 하긴 했는데 이 말도 상처가 되려나? 싶어 조심되더군요. 그러면서 저출산이라고 큰일 났다고 뉴스를 볼 때면 이게 뭔가? 싶어요.
더군다나 아동 학대, 영아 살해 뉴스는 더욱....ㅜㅜ
이 책은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서 읽어야 할까요? 읽으면서 마음이 좀 편치 않겠단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3-06-26 17:18   좋아요 1 | URL
이 책의 내용은 뉴스에 나오는 사건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그냥 ‘맡겨진‘의 평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따뜻함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다시 돌아간 소녀가 행복하지는 않을듯한,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도 아플 것 같아요.

저는 아이를 한 명밖에 키우지 않았지만 아이 키우기가 매번 버거운 느낌이라 아이없이 사는 부부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매번 해요.
참 자식이라는 존재는 어렵네요.
있으면 행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희선 2023-06-27 0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바라는 사람한테는 아이가 생기지 않고 아이를 바라지 않는 사람한테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딱 맞게 아이가 가면 좋을 텐데... 집안 사전이 어려워서 집을 떠났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네요 아이는 그 시간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걸로 아주 끝은 아니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6-27 08:56   좋아요 2 | URL
세상이 참 공평하지 않죠!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다 잘 기를 수 있는것도 아니고요.
이 책의 소녀가 경험한 좋은 감정이 그녀에게 평생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어요. 어쩌면 그것으로 삶을 비교하며 괴로울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
 

모리아 난민수용소는 튀르키예에 바짝 붙어 있는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산 중턱에 있으며, 동에서 서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세계 난민 위기의 중심지인 곳이다. 서로 수천 킬로미터씩 떨어진 지역에서 일어난전쟁과 기근, 불황과 박해가 공통의 산물을 통해 이곳에서 만난다. 그산물이란 안전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다. 이 수천 제곱미터 크기 땅에서 보이지 않는 연결망이 뻗어 나와 지중해와 사하라사막, 유프라테스강, 캅카스산맥을 아우르며 서로 다른 크고 작은 혼돈을 잇는다. 모리아 난민수용소는 연결망의 노드node다. - P7

피드는 호러 장르의 문법을 빌리면서 호러 장르가 저지르는 전형적인 왜곡까지 따라 했다. 피드는 괴물을 이야기의 주역이자 경이로운 힘을 가진 물질적 존재로 부풀리며, 우리는괴물이 저지르는 파괴를 그의 무시무시한 생물학적·심리적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보여주는 행위로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 속 괴물들은초인이 아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괴물의 힘은 그들이 거주하는 구조체에서 나온다. 구조물은 괴물을 제약하는 동시에 그에게 힘을 준다. 그리고 그 구조물의 벽은 2010년대를 거치며 점차 허물어졌다. 괴물이 갇혀 있던 우리의 빗장이 풀렸다.
나는 이 구조물이 신비하지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지도 않음을 알게 되었다. 구조물은 혼돈을 단순화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재료로 지어진다. 그 재료란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벌이는 상호작용을하나의 숫자로 압축하는 사회적 장치다. 괴물이 사는 미로는 가격으로 지어져 있었다. - P13

나는 날갯짓하는 나비, 즉 연쇄 위기를 촉발한 하나의 계기를 가격에서 찾았다. 나비는 혼돈에 휩싸였던 2010년대에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날개를 퍼덕였다. 나비의 날갯짓은 필수 원자재 (식량, 원유 같은기초 물자)의 가격이 격하게 출렁일 때마다 원자재 시장에서 일어났다.
지난 10년간 원자재 시장에는 수차례의 가격 충격이 있었고, 그 충격은 매번 세상에 혼돈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벌어진 혼돈은 일종의 전쟁이었으며, 사람들을 굶기고살던 곳에서 쫓아내고 목숨을 빼앗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김으로써 사회 조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리고 이 모든 전쟁의 원인은가격에 있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가격 전쟁이다. - P15

원자재 가격은 2010년대에 들어 고삐 풀린 듯 날뛰기 시작했는데, 이는 현실 세계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초 여건을 거스르는 움직임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가격이 그처럼 요동친 원인을금융 투기자들이 벌인 소리 없는 전쟁에서 찾았다. 은행과 헤지펀드는 물론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주체라면 누구나 이 전쟁에 뛰어들 수 있었다. 여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에서도 날로 군비 경쟁이 심해졌고, 매년 새로운 혁신과 전략 전술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모든 발명은 늘 같은 결과를 낳았다. 바로 가격의 혼돈이다. - P16

질서를 세우려던 포퓰리스트들의 시도는 새로운 혼돈을 낳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난민 위기의 진짜원인을 해결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바로 그 위기를이용해 권력을 손에 쥐었다.  - P27

나비 효과에 관한 대중적인 설명에서는 주로 우연한 접촉이 연쇄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로렌츠가 말하고자한 요지는 따로 있었다. 민감성은 인과율이 작동하는 계의 보편적 특징이 아니다. 작은 계기를 큰 사건으로 만드는 증폭기가 계의 중심에있을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나는 아랍의 봄 이후 이어진 일련의 사건에 연쇄적인 인과관계가있다고 보았고, 이를 조사하면서 몇 개의 증폭기가 함께 작동하며 사건을 키웠다는 것을 알아냈다. 시리아에서는 정권의 폭력이 증폭기역할을 했다. 시리아 정부는 아랍의 봄 시위를 처음부터 과격하게 진압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시위가 발생해도 강경 진압을 이어갔다.  - P34

이처럼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피드를 가득 채우는 광경을 보면, 이모든 일이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잊어버리기 쉽다. 포퓰리즘의 폭발과 세계 난민 위기, 내전, 아랍의 봄은 서로 무관한 사건으로 여겨지며, 언론은 이들을 별개의 비극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하나의 모래사태에서함께 굴러떨어진 모래알이다. 그리고 이 모래사태를 촉발한 요인은 가격이라는 하나의 단순한 숫자였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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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14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나온 책이로군요.
저희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긴 한데, 대출 중이네요.

목차를 훑어 보니 저는
<베네수엘라의 프랙털 재앙>
이라는 챕터가 가장 궁금합
니다.

페넬로페 2023-06-14 22:37   좋아요 1 | URL
딸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인데 흥미로워 제가 먼저 읽고 있어요.
어느정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인데 최신작이라 요즘의 정세를 더 잘 알 수 있을것 같더라고요^^
 
제임스 조이스, 어느 더블린 사람에 대한 일대기 (만화평전)
알폰소 자피코 지음, 장성진 옮김 / 어문학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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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의 좋은 점이 많지만 그래도 가장 큰 장점은 책을 완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잘 읽든 아님 힘들게 꾸역꾸역 대충 읽어내던, 어쨌든 모임 날까지 책을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 무조건 완독해야 한다는 각오와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독서모임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었고, 그 덕분에 율리시스까지 읽을 수 있었다. 모임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두 책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문장도 많았지만 대다수 글들의 맥락과 작가의 여성관, 등장인물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어려웠다.

 

독서모임의 회원 중 한 분은 책을 읽을 때, 그 책에 나오는 배경지식이나 작가에 대해 아주 열심히 공부하며 읽으신다. 영문학 전공자라 원문과 한글 번역본을 동시에 읽는다. 율리시스의 문장이 굉장히 음악적이라 영어 원문으로 읽으면 훨씬 더 소설 이해가 좋을 것이다. 그 분의 열정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지만(도움도 많이 받았다) 한편으로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의도하는 소설의 배경을 그 정도까지 낱낱이 파헤치며 읽어야 하는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소설에는 분명 글을 쓰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 배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어디까지 그것을 참조해야하는지도 고민이 된다. 나는 작가의 이력이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실제적인 것을 조금만 참조하고, 작가의 글에서 내 나름의 느낌을 받거나 상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소설을 읽으며 그 내용이나 출처에 대해 너무 많이 고민하고 알고자 한다면 한 번씩 이런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


-p172

 

알폰소 자피코의 그래픽 노블 제임스 조이스는 글과 그림이 많은 책이다. 조이스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충실히 서술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조상부터 시작해 역사적인 사실들과 주변 인물 등을 상세하게 묘사했으며 그림도 정갈하다. 조이스에 대해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해 놓았다. 조금 가볍고 쉽게 읽히는 그래픽 노블의 특성도 잘 살렸고 만화가 주는 유머러스한 느낌도 상당히 좋다. 원제목인 ‘Portrait Of A Dubliner’에 맞게 제임스 조이스의 인생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잘 꿰뚫어 놓았다.

 

자피코는 그의 만화평전을 통해서 조이스의 작품을 어려워하거나 사전처럼 두꺼운 조이스의 자서전을 선뜻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으며, 아일랜드의 거장인 조이스의 삶과 그의 예술가적 기질을 가감 없이 표현해 냈다.(p7)”라는 커커스의 평에 걸맞다.

 

 

제임스 조이스의 삶은 소설 율리시스의 문장과 닮아 있었다. 그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술주정뱅이에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이었다. 평생 가난에 시달려 여러 군데를 전전해야 했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삶을 산다.



-p.43

 

자신감이 대단하다.


-p.116

 

밥맛없는 말투도.


-p.166~167

 

마르셀 프루스트와 만난 일화가 재미있다.

그렇지!

프루스트씨라면 당연히 이렇게 가차 없이 떠나갔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느껴지는 인상과 성격 파악에 탁월한 프루스트씨가 본 조이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엄청 궁금하다.

 

조이스는 아첨하기 않고 기분대로 살아가는 대책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율리시스의 출판이 어려웠을 때, 그의 책을 처음으로 출판해 주고 10년 동안이나 도와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실비아 비치여사에게도 나중에 별로 고마워하지 않았다.



-p.161

 

친구 버전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 조이스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 준 것 같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앞과 뒤를 생각하지 않고 뭐든지 했던 사람의 글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고, ‘인생 이렇게 한 번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p.170

 

조이스는 녹내장으로 눈이 좋지 않아 여러 번 수술도 하고 통증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만은 대단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글을 썼다.

 

 

 

이 책으로 조이스의 인생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의 삶에 대해 몰랐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한 부분도 많지만, 결국 그러한 것이 바탕이 되어 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 사람들’, ‘율리시스라는 걸작이 탄생했으니 조이스라는 인간을 만날 수밖에 없다. 조이스는 평생 불행한 삶을 살았다. 딸 루치아의 정신병으로 고통도 받았다. 그렇지만 조이스가 겪은 불행은 그 자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많으니 그의 삶이 불행보다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성, 그리고 그가 쓴 소설속의 문장으로 제임스 조이스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으니 그의 인생은 성공한 셈이다.



순전히 율리시스때문에 방문했던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서점.

 

 

조이스는 자발적으로 아일랜드를 떠났지만 그의 글은 아일랜드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밖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조국을 들여다보며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밖에서 본 아일랜드가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자신이 힘들 때 영국에서 주는 후원금을 받아 쓴 적도 있다. 그런 정체성의 혼란이 평생 조이스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그런 인간의 불완전함을 본다. 누구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내 인생에서도 불완전함은 존재한다.

 

그것으로 조이스는 소설을 썼고, 우리는 그의 글을 읽으며 불완전함의 보편성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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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6-12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아숩게도 그래픽 노블 평전
은 저희 동네 도서관에는 비치되
어 있지 않네요 흠 -

파리에 두 번이나 갔지만, 그 시절
에는 지금처럼 책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인지 <셰익스피어> 캄퍼니
는 가보질 못했네요.

다시 가게 된다면 일빠로 찾을 곳
인데 말이죠 ㅋㅋ 뭐 인생이 그런
거죠.

페넬로페 2023-06-12 19:12   좋아요 1 | URL
이 책이 그래픽 노블이지만 조이스에 대해 잘 서술되어 있어 만족했어요.
도서관에는 왜 그래픽 노블을 희망도서로 받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내부는 사진 찍지 말라해서 조금 빈정 상했어요~~ ㅎㅎ

새파랑 2023-06-12 1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일랜드는 문화강국! 저는 무서워서 율리시스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군요? ^^ 사서 읽어야 겠습니다~!!

저도 독서모임 같은거 해보고 싶네요 ㅋ

페넬로페 2023-06-12 19:14   좋아요 3 | URL
아일랜드가 처한 역사적 배경이 글을 쓰게 만드나봐요.

독서모임이 좋은데 그 구성원도 중요하더라고요.
새파랑님은 영입순서 1순위가 될 것입니다^^

그레이스 2023-06-13 22:13   좋아요 2 | URL
환영합니다 ~~♡

서니데이 2023-06-13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같이 읽으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좋은 점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
페넬로페님, 날씨가 많이 더워졌어요.
더위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6-14 16:25   좋아요 1 | URL
네, 네~~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하지 않은 거 후회하고 있어요.
날씨가 은근히 더워요.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 조심 하세요^^

희선 2023-06-14 0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더 거기에 뭐가 담겼을까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가가 담으려고 한 게 있기는 하겠지만... 여러 가지 참고해서 보는 것도 괜찮고 자기대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6-14 16:27   좋아요 0 | URL
네, 책 읽는 방식은 각자의 취향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그래도 조금의 의미라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미미 2023-06-15 2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불완전함의 보편성! 저도 페넬로페님과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 있어요. 어떤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을 너무 많이 쌓다 보면 오히려 나의 독자적인 작품해석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것은 아닌가?하고요.
다만 그리 많이 공부할 자신도 없고 기억력도 나빠서 큰 걱정은 안됩니다ㅋㅋㅋ
이 책 저도 찜해두었었는데 궁금하네요^^

페넬로페 2023-06-15 22:43   좋아요 1 | URL
책을 읽으며 언제나 고민하는 포인트인데~~
일단 게으르기도 하고, 빨리 끝내고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강해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ㅎㅎ
미미님 말씀이 맞아요
뭔가 검색을 해도 돌아서면 까먹어요~~ㅠㅠ
이 책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 잘 서술해 놓았더라고요.
금방 다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이 엄청 알차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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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 독서동아리에서 올해에 읽을 책을 선정했다. 한 사람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하고 순서를 정해 그 책들을 읽는다. 그런 시스템으로 진행하다 보니 다른 회원이 선정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읽을 수밖에 없다. 내가 추천한 책이 다른 사람의 기호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해왔지만 책 읽기의 성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여러 가지 변수도 생겨 같이 해온 세월에 비례해 발전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동아리 회원 중 독서의 열정이 식어 평소에 책을 거의 읽지 않고, 필독서만을 겨우 읽어 오는 분이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 회원이 추천한 책이다. 의무적으로 책을 추천해야 기에 아마 급하게 검색을 해 결정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번 달 독서동아리 필독서이지만 돈 주고 사기는 싫었다. 책을 빌리려고 했지만 주변의 모든 도서관에서 대여되거나 상호대차 중이었다. 마침 밀리의 서재에 있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가독성이 좋다는 것과는 좀 더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계속 궁금했다.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일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도, 막장도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힘내서 한 걸음 나아가 보자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꿈을 소재로 여러 에피소드만을 나열한 소설이었다.

 

이번 모임에는 추천자가 몸이 안 좋아 참석하지 않았다. 그 회원이 없어 나머지 우리는 솔직할 수 있었다. 10년 동안 독서모임을 해오면서 이렇게 완벽한 의견일치를 본 것이 처음일 것이다. 다들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만약 추천자가 모임에 참석했다면 그 분이 상처받거나 기분 나쁠까봐 두루뭉술하게 말했을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잠을 자면서 꾸는 꿈이 사실은 꿈 백화점에 가서 구매하는 것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업하고, 여러 꿈 제작자와 백화점을 방문하여 꿈을 사가는 사람들에 얽힌 내용으로 진행된다. 꿈을 사 간 사람들이 꿈을 꾸며 설렘, 호기심, 자신감, 자부심 등을 느끼고, 그 꿈들로 고난을 극복하고 용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설정으로 진행되는 내용에 맥락이 없었다. 환타지 소설이나 SF 소설의 설정과 내용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획기적인 것이 많지만 결국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를 이해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만 한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기이한 이야기로만은 좋은 소설이 될 수 없다. 드라마나 다른 매체에서 본 듯한 기시감도 이 소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p.36/354]

 

새벽 두, 세시 쯤 내가 사는 복도식 아파트 복도에 센스등이 켜지며 누군가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배송을 위한 택배 기사들이 뛰는 소리이다. 그들은 많은 물량을 시간 내에 배달해야하기에 뛰어다니며 물건을 현관문 앞에 던져 놓는다.

 

언젠가부터 잠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게  되었다. 현실의 고달픔과 육체적 아픔도 잠이 든 순간만큼은 잊고, 황당한 꿈이라도 한번 꾸고 싶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는 각박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환상은 우리에게 잠깐의 여유와 망각을 주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이 시대의 베스트셀러는 현실을 잊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중독성 강한 각성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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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5-31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그분 안오셔서 다행입니다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서모임도 힘드네요. 저는 남이 추천해도 안 땡기는 책은 읽기 싫어서 독서모임은 못할 것 같은데 가끔 너무 좋은 책 읽으면 진짜 누구 붙잡고 같이 얘기하고 싶잖아요?! 그럴때만 누가 저랑 독서모임 해줬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한 일 ㅠㅠ

독서괭 2023-05-31 19:27   좋아요 2 | URL
그래서 자꾸 육고집사님께 가려고 하시는 거군요!!

은오 2023-05-31 19:40   좋아요 2 | URL
게다가 육고집사님이랑 결혼하면 20년정도는 더이상 책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엄청난 서재가!! (속닥속닥)

페넬로페 2023-05-31 19:50   좋아요 2 | URL
네, 내년부터 책 선정 방식을 좀 달리 해보자는 결의도 했어요 ㅎㅎ

좋은 책 읽으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분들과 교감 나누고 싶더라고요~~

은오님!
육고집사님과의 결혼, 응원합니다!
빠샤^^

책읽는나무 2023-05-31 20:16   좋아요 3 | URL
아니..은오 님!
육고집사 님의 책장이 탐나서??
ㅋㅋㅋㅋ
CD장도 보셨나요?
음악도 무한 플레이 들을 수도 있겠던데요.^^

잠자냥 2023-05-31 21:12   좋아요 3 | URL

coolcat329 2023-05-31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알고 있어서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잠깐의 여유와 망각‘을 주는 데서 그쳤군요.
페넬로페님은 무슨 책을 선정하셨을지 궁금하네요~

페넬로페 2023-06-01 00:07   좋아요 0 | URL
저는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이 좋다고 한 책을 추천했어요.
읽었던 책보다 읽고 싶은 책을 추천했는데 혹시 제가 없을 때 한소리 들은 건 아니겠지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3-05-31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밀리의 서재 한 달 무료 듣기할 때 궁금해서 클릭했다가 성우의 목소리에 뿅!!!!
했었던 책이었네요.^^
한 달 무료 끝나기 전에 다 못들어서 뒤의 내용은 잘 모르겠네요. 근데 이 책도 2권까지 나오지 않았던가요?
성우의 목소리 연기는 참 좋던데....
엄청나게 팔릴만큼의 내용은 아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차라리 <불편한 편의점>이 더 나은 것도 같구요. 편의점 이야기는 인간미가 있잖아요.^^

페넬로페 2023-06-01 00:11   좋아요 1 | URL
저도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듣는데 성우분들 목소리와 딕션이 너무 좋더라고요.
이 책 엄청나게 팔렸다고 하더라고요.ㅠㅠ
더 잘 쓰고 좋은 책들은 잘 팔리지 않으니 안타까워요~~

저도 이 책보다는 불편한 편의점이 훨씬 좋았어요^^

독서괭 2023-05-31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이 책 읽었는데요, 그냥 가볍게 잘 읽히고 설정도 이해가 쉬워서 인기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독서모임 구성원들도 취향이 안 맞으면 힘들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06-01 00:13   좋아요 1 | URL
독서모임 회원들이 다들 착해 웬만하면 비판 잘 안하는 분들인데 이번에는 다들 이 책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설정은 괜찮았는데 그것을 연결시키고 확장시키지 못한 거 같아 별로였어요^^

새파랑 2023-06-01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만 보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느낌이 나네요 ㅋ 독서모임하다보면 안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하는 고충이 생기는군요 ㅎㅎ 저랑 이런 분위기의 책은 잘 안맞더라구요 ㅜㅜ

페넬로페 2023-06-01 22:21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독서모임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책 얘기도 나왔어요.
그 책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나미야가 극적 재미도 있었고 내용도 좋았다고요~~
이 책 좋다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요, ㅎㅎ

그레이스 2023-06-01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별로였어요
비슷한 이유로 읽었는데, 광고의 힘으로 잘 팔린듯요
이제는 내용도 기억 안나요 ㅋ

페넬로페 2023-06-01 22:27   좋아요 1 | URL
광고 마케팅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알겠네요.
설정은 좋았는데 더 이상 이끌 힘이 작가에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성공이 작가에게 도움이 됐을 것 같지 않아요^^

2023-06-01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0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3-06-02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벌써 상반기 마지막달이 시작되었네요 시간의 흐름을 새삼 또 느끼게 됩니다 이 달 건강하게 잘 보내시고 즐독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3-06-02 14:54   좋아요 1 | URL
네, 세월이 정말 빨리 가네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어요.
서곡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