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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푸른숲주니어 <마음이 자라는 나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인데다 독특한 제목과 표지로 몇해전 이 작품을 눈여겨 보았던 터라,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는 묘한 행복감,만족감을 느꼈다.
120여 페이지의 짧은 이야기, 페이지마다 가득한 삽화와 짧은 글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구성이었는데, 이 짧은 글 속에 '사랑'에 대한 많은 것을 함축시켜 놓았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이 작품은 사랑을 신비감을 주는 듯한 삽화와 이야기로 담아냈는데, 내전과 종교적 갈등 등의 시련과 고통,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난 작품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더욱 크게 와닿는 듯 하다.
어느 날 저녁, 작은 별 하나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거대한 우주 속에서 길을 잃고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라는 도시에 떨어졌다. 너도나도 별을 가지려했지만, 그 별은 베오그라드의 한 병원 분만실에 자정 무렵 태어난 싸냐라는 여자아이의 왼쪽 무릎에 살포시 내려앉아 이내 작고 귀여운 점으로 변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바냐라는 사내아이도 태어났다.
바냐는 눈같이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싸냐에게 첫눈에 반했다. 이들은 병원을 나와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우연히 시소를 타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늘 함께했고, 바냐는 싸나에게 아내가 되어달라는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내 아내가 되어 주겠어?"
"응!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니?"
"그럼! 맹세하고말고!"
"그건 매우 중요한 거야. 왜냐하면 말이지, 네가 만약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면 난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난 네가 사랑하는 그때까지만 살 수 있을 것 같아." (본문 45p)
하지만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의 결혼 생활은 바냐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른 여자에 대해 은밀한 생각을 가질때마다 싸냐의 키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작아지고 작아져 결국 싸냐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바냐는 싸냐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를 애타게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 다닙니다. (본문 111, 117p)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땅바닥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잃은 버린 후에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살아간다. 사랑없이는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서 자라고, 사랑을 통해서 행복함을 느낀다. 헌데 요즘 이 사랑에 진정성이 사라져버렸다.
쉽게 만나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방식이나, 사랑보다는 조건을 내세운 결혼, 쾌락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에 관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랑이 너무 퇴색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태어나서는 오랜 시간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았고, 자라서는 친구와의 우정으로 사랑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랑으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아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오랜시간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있지만 사랑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싸냐를 통해 미약하나마 사랑의 정의를 내려볼 수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냐를 원망하지 않고,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였던 싸냐의 모습은 바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기에.
괴롭힘으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 가족의 해체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이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었지만 천륜을 거스르는 자식들, 아이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르는 부모들...사랑이 사라져가는 세상의 각박함이 너무도 무섭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땅바닥만 바라보며 찾고 또 찾기보다는,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행복하지 않을까? 옮긴이의 말을 빌어 말해본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사랑할 때라고.
(사진출처: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