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 2006 제38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 당선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1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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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살인 딸아이는 사춘기의 절정을 맞고 있다. 나와 딸의 대화는 각자 얼굴을 붉히는 걸로 끝이 난다. 이른바 세대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틈이 생긴 듯 하다. 화가 나 붉으락푸르락했지만 돌이켜보면, 나 역시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모와의 갈등,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조바심 등으로 엄마와 갈등을 겪었었다. 15살이었던 때의 나는 부모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갖고 있었던 터라, 엄마와의 갈등이 많았을 때였다. '딱 너같은 딸만 낳아서 키워봐라' 하시던 엄마의 말씀을 요즘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딸의 나이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17세>>를 읽기 전까지는.

 

'저, 가출합니다.'

딸이 집을 나갔다. 30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본문 11p)

 

30년 차이가 나는 이들 모녀는 생일이 같은 날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17세에 가출을 했다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딸 다혜는 엄마 무경과 함께 맞는 여섯 번째 생일을 닷새 앞두고 집을 나갔다. 29세에 엄마의 성화에 마지못해 결혼을 했지만,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남편은 변했고,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 항변할 사이도 없이 쫓겨난 무경은 3년이 세월이 기억하기 싫은 악몽과 같았고, 겨우 두 돌이 지난 아기였던 다혜와도 헤어졌다. 이후 알콜중독인 아빠와 살던 다혜는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10년 만에 고모의 손에 이끌려 무경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5년을 함께 살게 되었지만, 몇 년 만에 합께 살게 된 사춘기 딸과 간극을 좁히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다혜의 가출로 무경은 아무 계획 없이 다시 만난 이후 딸을 위해 노력한 게 너무 없다는 걸 아프게 되새겨야 했다. '저, 가출합니다.'를 컴퓨터 화면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계속 넘어가게 만들어 놓은 글자를 무렴히 바라보고 있을 때, 무경은 다혜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엄마는 m0707, 나는 d0707로 메일을 만들었어요. m은 마더, d는 도러의 첫 글자고 0707은 엄마랑 내 생일이에요. m은 엄마 이름의 무경의 첫 글자도 되고 d는 내 이름 다혜의 첫 글자도 돼요. 신기해. 생일에 7가자 두 개나 들어 있으니 우리에게 분명 행운이 올 거예요." (본문 15p)

 

인터넷을 연결하던 날, 생전처럼 화사하게 웃으면 자신에게 말을 건네던 다혜를 떠올리며 무경은 자신이 가출 했던 얘기를 다혜에게 진솔하게 들려줌으로써 가출한 다혜와 소녀 무경이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제 이야기는 m0707이 d0707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를 통해 액자소설형식을 취하게 된다. 편지는 30년 전 17세였던 무경의 중학교 3학년부터 진학문제로 고민하고 가출하게 된 경위를 시작으로 총 열 번의 편지를 다혜하게 보내게 된다.

우수반으로 부산여고에 진학을 꿈꾸었던 무경은 여상을 가야하는 집안 형편에 좌절하고 했고 결국 고등학교에 지원하지 못 한채 1년을 보낸 후 가출하게 된다. 꿈조차 꿀 수 없게 된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깨달은 그 순간, 무경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성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중졸이력으로도 입사가 가능한 화섬회사에 성희와 나란히 취직하게 된다.

어엿한 사회인이 된 무경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사회생활을 통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또한 청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법한 첫사랑도 양념처럼 곁들여져 있다.

 

무경의 편지를 읽은 다혜 대신 로그아웃하지 않은 다혜의 메일을 읽게 된 17세 진구로부터 편지가 도착한다. 세 번째 가출을 한 진구는 전국의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단찮은 도시의 학교를 다니는 자신이 경쟁력을 기를 여건이 되지 않음에 가출을 했음을 밝히며, 자신의 꿈은 작가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진구의 편지를 통해서 현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지 되었으며, 가출청소년에 대한 뿌리깊은 우리들의 편견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도 조금은 깨닫게 되었다. 소통을 원하는 계속되는 무경의 편지에 드디어 다혜의 답장이 도착한다.

 

도대체 왜 떠났니, 라고 다시 물으신다면 죄송하지만 늘 떠나고 싶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사실 우린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그런데 제가 갑자기 엄마 삶에 끼어들어 부담을 주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중략)

전 사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우리 형편에 가당치도 않은 꿈이라는 걸 깨닫고 포기했어요. 그래서 한 번도 그림 얘기를 꺼내지 않은 거예요. 좀 여유가 생기면 검정고시 봐서 2년제 대학에 가려구요. 산업디자인 쪽에 아주 강한 학교가 있어요. 들어가긴 힘들지만 졸업하면 취업률이 100%예요. 거기 나와서 취직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까 해요. (중략)  (본문233, 236p)

 

무경의 편지를 계속 되었고, 자신이 열망하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을 다혜에게 들려준다. 어린 무경의 계획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함을 상기시킨다.

다혜와의 재회가 펼쳐질 결말을 기대했지만, 결말은 예상을 빗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해피엔딩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소통했으며, 세대간의 간극을 확실히 좁혔으므로.

 

'미래는 아무도 몰라. 우리가 계획한 대로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건 우리의 몫이야.' (본문 388p)

 

어디에서건 끊임없이 계획을 세웠고 그중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계획을 세웠건 내 인생이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과 어느 날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일이 나의 계확과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걸 10대에 겪었기 때문이다.......중요한 건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에 서는 것이다. 이강우 씨가 말했던 그 정상. 내가 좋아하고 마음 편한 그곳이 정상인 것을. (본문 342p)

 

사춘기 딸과의 대화는 자꾸만 엇나간다. 가끔 미니홈피, 휴대폰 문자를 통해서 소통의 끈을 놓지않고 있지만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부모의 입장에서만 딸을 바라보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던 15세의 나로 돌아가 딸을 마주대했다면 우리는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었으리라. 다양한 책을 읽으며 소통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했지만, 진정한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다. <<17세>>를 통해서 그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나만의 입장이 아닌 딸과의 눈높이를 맞추어 이야기해보자. 그 세대간의 간극은 좁혀질 것이다. 왠지 가슴이 뛴다.

15세의 나로 돌아가는 일, 그리고 그 눈높이로 딸과 마주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느낌이다.

 

<<17세>>는 어린 나이에 꿈을 접고 사회생활을 하게 된 무경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꿈, 우정, 사랑 그리고 소통과 가족의 해체 등을 다룬다. 가출을 딸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전단지를 배포해서 찾으려하기보다는 메일을 통해 딸과 소통하려했던 무경은 이제 전단비를 만들려고 한다. 이제 비로소 그들은 가족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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