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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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쁜 작가들이 많아졌지만 첫인상이 꼭 깍아놓은 밤톨같이 단단하고 야무져서 작가라기 보다는 깐깐하고 똘똘한 직장인같았다,

서울 토박이 어렵지 않게 자란 환경 예쁜 얼굴 그리고 적당한 필력

어쩌면 그런 외모때문에 많은 선입견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어찌 생겨야 한다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예쁜데다 책도 내고 그 책이 평가까지 좋은데다 환경도 불우하지 않다면 조금 밉살스럽다는 질투가 생긴것도 사실이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읽은 건

"너는 모른다'와 '안년 내 모든 것' 이었는데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딱 내가 생각하는 만큼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중산층 가정에서 잘 자란 작가가 쓰기 좋은 이야기들이라고 치부해버렸다,

그런데 팟케스트에서 삼풍 백화점을 들었다,

그 곳에서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은  곳에서 20대를 보낸 내게 그 글에서 나는 어떤 동질성을 느꼇다,

그녀의 환경이나 외모는 그녀의 선택이 아니다, 어쩌면 그 환경이나 성장과정이 주는 것들은 그녀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 더 많은 몫을 차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때 주제넘게 든든한 부모가 있다는 것이 부끄러움이었고 한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내가 가진 환경을 누리면서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고 그것이 정의라거나  어떤 경각심같은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뿐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작가를 잘 모른다,

그저 주워 들은 것이  강남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작가라는 것 어쩌면 그동안 없던 새로운 스타일이고 소재라는 것 그러나 이미 우리 주변에 익숙하고 흔한 것들을 기록하는 작가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오만해 보이고 잘난척 하는 것처럼 보일것이고 공감하기 힘든 정서라거나 깊이가 없다는 말을 쉽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고백한다,

우연히 그녀가 진행하는 팟방송을 들으면서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많이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딘가 편안하기도 했고 그녀가 하는 농담이나 말들이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는 그녀가  알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들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잘 써내는 작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속물스럽고 허영심이고 헛되다고 여기는 것들 그래서 모른 척하려고 했던 허위의식들 누구나 은밀하게 숨기고 있는 욕망을 그녀는 아주 천연덕스럽게 그녀가 할 수 있는  만큼 써내고 있었던걸까

 

위에 언급한 장편들은 그냥 그랬지만

이 단편들은 좋았다,

제목인 오늘의 거짓말처럼 모든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거짓말을 하고 짐짓 자기에게 일어난 미세한 균열을 모른 척 한다,

이혼한 부부는 함께 교통사고의 경험을 공유한 채 헤어지고 중산층 중년 부부는 아들의 사고를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리고 젊은 음악가는 자기의 처지를 모른 척하고 절은 아내는 남편의 범죄에 대한 추궁을 어영부영 덮어버렸다, 미제물건을 팔고 딸에게 비밀괴외를 시키던 엄마는 사라졌고 그 딸은 모르는 척 과외선생에게 밀린 과외비를 주어버리고 임상병리사는 남자친구의 추문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도와주리고 한다,

모든 사람은 모른척 하지만 이미 미세한 균열을 시작되었다,

그 균열이 그냥 하나의 실금으로 끝나버릴지 아니면 둑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사고의 원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냥 덮여진 것이다,

그런 외면의 뿌리에는 불안이 있다,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단단한 기반이 무너질까 두렵고 내 가족을 보호해야 하고 내 삶을 이렇게 어제처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런 균열쯤은 무시해버려야 했다,

우울한 한때를 보낸 옛 동창을 잊었던 주인공은 거대한 백화점이 무너지고 나서 마음이 무너져버리지만 그 뿐이다, 한때 방황하고 힘들어했던 주인공은 그 현장을 벗어나서 글을 쓴다,

어쩌면 삼풍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아직도 그 상태에 머물러 있기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꿩처럼 얼굴만 가린채 모르쇠로 일관한다,

뽑을수도 없고 그대로 둘 수도 없는 어금니같은 것들

침대의 양끝을 공유하는 평안함을 택하는 것

그러다 문득 88 그때처럼 닭벼슬 머리를 세우고 뽕이 심하게 들어간 재킷을 입으며 어쩌라고 하는 심정으로 폭주하기도 한다,

모두 불안하다,

불안을 직시하지 못해서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그 진실조차 알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 불안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자기의 맨얼굴보다 자기가 바라는 얼굴을 믿으며 그렇게 외면하고 거짓말을 하고 눈을 감는다,

그녀의 글들은 섬뜩하기도 하고 냉정하기도 하고 오만하기도 하다,

너희들도 다 이렇게 살면서 아닌척 하지? 하고 위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

읽고 나서 기분이 나빠지고 내 내면의 한부분이 들킨것도 같고 그래서 결국 작가를 잡는다,

잚은 사람이 뭘 안다고.... 편하게 살아온 니가 삶을 알아?

위악떨지말라고,.....

 

가만히 내 속을 들여다 본다, 나도 불안한가?

그래서 모른 척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까?

내 울타리는 무너지지 않기를 내 기반은 흔들리지 않기를

내 가족은 무사하기를...

다만 누군가 타인이 세상을 바로 세우기를 무언가 정의를 실현해주기를

세상이 바뀌어도 내 주변은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성  그것이 그녀의 단편을 통해 보인다,

감정적이지 않고 매말라보이는 문체가 그래서 더 쿡쿡 찔러대기도 했던거 같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픈 말을 뱉아내는 얄밉게 똘똘한 친구처럼 불편했던 거같다,

그럼에도 감정적이지 않아서 너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아니어서 좋았다, 나는

솔직히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알지 못하면서 가졌던 편견을 깨기에 그리고 꽤 괜찮은 단편들을  알게 된 것으로 충분히 좋은 독서였다,

 

어쩌면 내가 악랄한 구석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생기는 미세한 균열을 엿보고 좋아하는  변태적 성향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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