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읽었다고 봤다고 착각하는 영화나 책이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책은 읽었고 영화도 어디선가 띄엄띄엄 본 건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는 지금이 처음이다,
알고 있다고 잘안다고 믿고 있던 작품을 다시 보면서 익숙한 장면들 사이사이에 낯선 장면들을 발견한다. 나의 짐작이 어긋나고 내 기억이 틀렸다는 건 결국 어쨌거나 지금 나는 처음 보는 것이다,
마작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는 그곳 손님들이 말하는 유모차를 끌고가는 노파를 우연히도 직접 목격한다,. 그리고 그 유모차 안에 마약도 보물도 돈다발도 아닌 예쁜 처녀 조제를 만난다, 무뚝뚝하고 함부로 말하는 조제는 불구라는 이유로 집안에 갇혀 살면서 주워온 책을 읽고 맛있게 요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연히 그녀의 삶에 끼어들게된 츠네오는 처음 조제를 알아봐 주었다,
그녀가 만든 달걀말이가 맛있다는 것 그녀가 지은 밥이 맛있고 오이절임이 맛있다는 것을 안다
산책을 하고싶고 꽃을 보고 싶고 고양이를 보고싶다는 그녀를 위해 유모차를 개조하고 스피드를 선물하고 세상을 선물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불구여서 더 상처받을거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는 조제가 조금이라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츠네오를 오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다시 만난 두사람의 연애가 시작된다,
동정이었을까?
영화내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내 못믿을 기억으로는 책도 그랬다,
늘 조제는 당당하게 요구하고 거침없이 말을 뱉는 성격이었으니까
다시 찾아온 츠네오와 밤을 보내고 둘은 함께 산다,
츠네오의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엉없고 자존심상하는 일이었고 누구나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는 끝이 있다. 둘도 안다.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일단은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다,
함께 밥을 먹고 밤을 보내고 사랑을 하면서 둘은 다른 연인과 다름 없지만
단 하나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걸 둘 다 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서 서로 각각 안다.
그리고 그 알고 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헤어진다,
츠네오의 고백처럼 도망친 것이지만 누가 츠네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조제 물고기 호랑이가 무슨 관계일까 싶었다,
조제와 츠네오가 함께 본 것들 함께 한 것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가장 무서운 것을 함께 보겠다고 결심했던 조제는 츠네오를 만나 함께 호랑이를 보고 그리고 둘 사이의 실금을 알아차리고 물고기를 보러간다,
그러나 호랑이는 실물이었지만 물고기는 실제가 아니다,
먼 길을 달려간 수족관은 하필 휴일이었고 그들은 바다를 보고 물고기의 성이라는 모텔에서 이미지로 떠다니는 환상의 물고기를 본다,
이제 츠네오와 헤어지면 조제는 다시 자기가 살던 바다 아래로 돌아가 데굴데굴데굴 굴러다닐거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왕자와 헤어지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깊은 바닷속에서 살던 퇴화된 다리를 가졌던 조제는 씩씩하게 땅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함께 가장 무서운 호랑이를 보았다는 기억이 조제에게 힘이 되었을 것이다,
츠네오는 조제를 세상밖으로 드러나게 해준 사람이다, 불구라는 이유로 언제나 집안에서만 살수 도 없고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퉁명스럽고 거칠게 말을 내뱈고 아무소리나 부끄럼 없이 쏟아내는 것이 방어벽이 될 수 없다, 평생 껍질 속에서 살것인가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일 것인가 그건 조제의 몫이지만 할머니는 주저했고 츠네오는 당당했다, 어쩌면 츠네오가 아무것도 몰라서 순수하다 못해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한 행동이 조제에게는 좋은 기회였고 해방구가 되어 준거 같기도 하다,
니가 나를 세상에 내어 놓았으니 평생을 책임지라고.... 조제는 하지 않는다,
츠네오도 그렇게 얽매이고 싶지 않다,
어쩌면 모든 관계라는 것이 유기적인 것이라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도 있어야 하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연인이다,
함께 세상으로 나왔고 세상을 보았고 당당할 수 있었고 그리고 힘을 얻었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고 홀로 선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보며 " 후회"라는 것을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순간적인 후회는 있을 것이다,
선택하자마자 후회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흐른후 돌이켜 보며 후회하기도 한다,
츠네오의 울음은 순간적인 선택에 대한 자신없음일 것이다, 아직 후회가 아니다,
후회는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각이고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후회이든 아니든 이미 지니간 시간이다,
후회도 내 속 어딘가 추억으로 분류된다,. 아름답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것이 아니라고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 때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후회를 해도 상관없다,
츠네오의 선택 조제의 선택에 언젠가 후회가 스며들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들의 기억이고 그들의 몫이다,
나도 오늘 아침 운동을 포기하고 영화를 보며 와구와구 군것질을 한 걸 후회하지만 이것역시 나의 선택이고... 그리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