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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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연속살인이 벌어진다,

제각각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살인사건들이다,

그러나 현장에 남겨진 숫자가 쓰여진 쪽지로 인해 연속살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 다음 범행장소로 도쿄역 근처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이라  추측된다,

사건을 막기 위해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호텔속에 잠입한다,

 

모든 상황을 고객에 맞추고 고객이 룰이라고 여기는 호텔리어와

누구도 범인일 수 있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믿는 예리한 눈초리를 가진 형사가 함께 있다,

닛타 형사와 야마기시 나오미 콤비는 그렇게 탄생한다

사건이 발생했고 범인을 쫓아가는 상황은 미스테리 추리물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큰 흐름은 사건을 위해 흘러가지면 소소한 잔물결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향한다,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다른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나오미는 호텔에 오는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얼굴을 따로 가지고 있다. 호텔리어라면 그 가면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 아래 맨얼굴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도 아는 척 해서는 안된다. 또 그럴 필요가 없다,

가면을 쓴 가장 절박한 이유는 그것을 쓴 사람만 알고 있다,

우리는 그 가면조차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닛타는 다르다,

사람이 가면을 쓰는 것은 무언가 감추는 것이 있어서이고 그렇다면 그 원래의 얼굴을 알아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가면이란 거추장스럽고 불쾌한 것이다,

누구나 쓰고 있는 그 가면은 결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닛타와 나오미에게도 있다,

내마음이 드러나서는 안되는 상황이 생기고 내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황이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보여주고 싶은 양가 감정도 있다,

 

나오미는 대상의 그 마음을 존중한다.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은 마음을 존중하고 가면을 모른 척 하고 그리고 그대로 만족하는 대상에 다시 만족한다,

닛타는 그것이 마땅치 않고 가면 자체가 의문스럽지만 그래서 자기조차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모른다,

맨 낯이란 위험하다,

나 자신에게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 대상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기에 누구나 사회적 얼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가면이 없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도리어 부담스럽고  곤란한 경우도 있다.

가면은 나의 보호막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를 바라보는 대상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무엇일 수 있다,

햇살아래 드러나는 맨 얼굴이란 때로는 폭력이기도 하다,

예의라는 것 에티켓이라는 것 그리고 역할에 맞는 몸가짐이라거나 직업 또는 그 위치에 맞는 행동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사회에서는

사건때문에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닛타도 나오미도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고 서로의 가면을 인정하게 된다,

 

사실 사건이라는 건 머리를 쓴 것 치고는 내용은 허술하다,

누가 봐도 연관성을 이을 수 없는 두 사람을 죽이기 위해 범인은 너무 많은 트릭을 쓰며 동시에 그 트릭으로 누군가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을 야수성을 충동질 했다,

어리석고 부지런한 누군가가 사회를 망친다는 생각이 얼핏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 사건의 범이 누구냐는 긴장감보다는 호텔에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상황하나하나는 꽤 매력있고 긴장감 있다,

갑자기 호텔이라는 곳에 가고 싶어진다,

그곳에 나오미가 있다면 정말 근사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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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읽었다고 봤다고 착각하는 영화나 책이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책은 읽었고 영화도 어디선가 띄엄띄엄 본 건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는 지금이  처음이다,

알고 있다고 잘안다고 믿고 있던 작품을 다시 보면서 익숙한 장면들 사이사이에 낯선 장면들을 발견한다. 나의 짐작이 어긋나고 내 기억이 틀렸다는 건  결국 어쨌거나 지금 나는 처음 보는 것이다,

 

마작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는 그곳 손님들이 말하는 유모차를 끌고가는 노파를 우연히도 직접 목격한다,. 그리고 그 유모차 안에 마약도 보물도 돈다발도 아닌 예쁜 처녀 조제를 만난다, 무뚝뚝하고 함부로 말하는 조제는 불구라는 이유로 집안에 갇혀 살면서 주워온 책을 읽고 맛있게 요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연히 그녀의 삶에 끼어들게된 츠네오는 처음 조제를 알아봐 주었다,

그녀가 만든 달걀말이가 맛있다는 것 그녀가 지은 밥이 맛있고 오이절임이 맛있다는 것을 안다

산책을 하고싶고 꽃을 보고 싶고 고양이를 보고싶다는 그녀를 위해 유모차를 개조하고 스피드를 선물하고 세상을 선물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불구여서 더 상처받을거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는 조제가 조금이라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츠네오를 오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다시 만난 두사람의 연애가 시작된다,

동정이었을까?

영화내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내 못믿을 기억으로는 책도 그랬다,

늘 조제는 당당하게 요구하고 거침없이 말을 뱉는 성격이었으니까

다시 찾아온 츠네오와 밤을 보내고 둘은 함께 산다,

츠네오의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엉없고 자존심상하는 일이었고 누구나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는 끝이 있다. 둘도 안다.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일단은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다,

함께 밥을 먹고 밤을 보내고 사랑을 하면서  둘은 다른 연인과 다름 없지만

단 하나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걸 둘 다 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서 서로 각각 안다.

그리고 그 알고 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헤어진다,

츠네오의 고백처럼 도망친 것이지만 누가 츠네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조제 물고기 호랑이가 무슨 관계일까 싶었다,

조제와 츠네오가 함께  본 것들 함께 한 것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가장 무서운 것을 함께 보겠다고 결심했던 조제는 츠네오를 만나 함께 호랑이를 보고 그리고 둘 사이의 실금을 알아차리고 물고기를 보러간다,

그러나 호랑이는 실물이었지만 물고기는 실제가 아니다,

먼 길을 달려간 수족관은 하필 휴일이었고 그들은 바다를 보고 물고기의 성이라는 모텔에서 이미지로 떠다니는 환상의 물고기를 본다,

이제 츠네오와 헤어지면 조제는 다시 자기가 살던 바다 아래로 돌아가 데굴데굴데굴 굴러다닐거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왕자와 헤어지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깊은 바닷속에서 살던 퇴화된 다리를 가졌던 조제는 씩씩하게 땅에 적응하고 살아간다,

함께 가장 무서운 호랑이를 보았다는 기억이 조제에게 힘이 되었을 것이다,

 

츠네오는 조제를 세상밖으로 드러나게 해준 사람이다, 불구라는 이유로 언제나 집안에서만 살수 도 없고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퉁명스럽고 거칠게 말을 내뱈고 아무소리나 부끄럼 없이  쏟아내는 것이 방어벽이 될 수 없다, 평생 껍질 속에서 살것인가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일 것인가 그건 조제의 몫이지만 할머니는 주저했고 츠네오는  당당했다, 어쩌면 츠네오가 아무것도 몰라서  순수하다 못해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한 행동이 조제에게는 좋은 기회였고 해방구가 되어 준거 같기도 하다,

니가 나를 세상에 내어 놓았으니 평생을 책임지라고.... 조제는 하지 않는다,

츠네오도 그렇게 얽매이고 싶지 않다,

어쩌면 모든 관계라는 것이 유기적인 것이라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도 있어야 하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연인이다,

함께 세상으로 나왔고 세상을 보았고 당당할 수 있었고 그리고 힘을 얻었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고 홀로 선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보며 " 후회"라는 것을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순간적인 후회는 있을 것이다,

선택하자마자 후회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흐른후 돌이켜 보며 후회하기도 한다,

츠네오의 울음은 순간적인 선택에 대한 자신없음일 것이다, 아직 후회가 아니다,

후회는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각이고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후회이든 아니든 이미 지니간 시간이다,

후회도 내 속 어딘가 추억으로 분류된다,. 아름답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것이 아니라고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그 때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후회를 해도 상관없다,

 

츠네오의 선택 조제의 선택에 언젠가 후회가 스며들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들의 기억이고 그들의 몫이다,

 

나도 오늘 아침 운동을 포기하고 영화를 보며 와구와구 군것질을 한 걸 후회하지만 이것역시 나의 선택이고... 그리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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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은 그냥 무심코 읽기 시작한다,

대단한 사건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별 거 아닌 일들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그 사람의 마음이 큰 갈등 없이 그저 담담하게 흘러간다.

요즘 말로 이불 속의 하이킥 정도의 일을 꼼꼼히 되집어가며 이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감정의 결을 그려간다,

지루하기도 하고 별 걸 다 고민하고 결심하고 기운내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한다

별 거 아니잖아... 하는 순간 점점 묘하게 빠져든다,

 

이 책도 그랬다,

남편은 죽고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산 지가 8년이다,

보편적으로 이상하다.

어쩌면 책 속의 표현대로 삼각형의 한 축이 빠져버린  그래서 서로 남남으로 돌아서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뭐라고 할 수 없는 관계인데 계속 삼각형인것처럼 관계를 이어나간다,

둘 사이에 어떤 벽도 어려움도 없다,

소설적인 장치인지 일본 특유의 문화인지 모르겠다,

그냥 보면 아버지와 딸같기도 하다. 그보다 더 편해보일 때도 있다,

죽은  사람인 아즈키를 둘러싼 여러사람들의 이야기가 짧게 이어지면서 연결된다,

그의 아내 데스코 그리고 아버지인 렌타로 이웃친구 아키라 그리고 데스코의 남자친구 이와이

아즈키의 사촌 도라오까지 각각 아즈키와 연결되었다.

깊이 있는 관계라고까지 못하겠지만 그들은 아즈키와 연결되었고 그것은 그들의 삶에 죽음이 함께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쓰러질때 까지 살아야겠다는 것

슬픔속에서도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죽은 이를 잊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등등

각각의 사람들은 제 몫의 삶 앞에서 죽음을 함께 생각한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데스코와 렌타로 그리고 그들 곁의 사람들 모두 밝다

바보 같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한 사람들이 정답다.

 

별 일도 없고 별다른 갈등도 없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괜히 히죽거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밋밋해서 일본소설이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뭔가 소소한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내 삶은... 그리고 내곁에 있는 죽음에 대해..

즐겁게 열심히 삶을 살다가도 문득 슬퍼지는 순간 또 그 슬픔에 깊이 빠져 울어버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소설은 말한다,

 

무엇보다 유코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치지 않은 울음뒤에 꼭 죽음이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누군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울어주고 있다는 의미로 대치되는 순간

나는 눈물이 났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

누군가 나를 위해서도 울어줄 거라는 믿음이  좋았던 걸까...

나도 누군가를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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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에서 모든 이야기는 단 한가지 정말 전하고 싶은 단 한가지를 위해 앞의 모든 글자들을 채워나간다,

어마무시한 플롯이나 파란만장한 스토리 사연깊은 인물의 갈등이 아니라 단 하나의 하고 싶은 말을 숨겨놓기 위해 글자들을, 단어들을, 문장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사실 김중혁의 소설은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다. 나쁘다의 평가가 아니다. 그저 취향 문제일 뿐이다,

그의 어눌하고 어색어색하면서 수줍은 말투는 좋아했다,

그 속에 진정성 있는 말은 유려하진 않아도 늘 잘 전해졌고 내가 생각하던 것들이 그는 작가답게 문장으로 잘 만들어  전해주었다. 그러나 두서없고 주저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길 쑥스러워하는 그의 표현이 문장으로 글로 읽기는 조금 안 맞았다,

같은 의미라도 말은 좋았으나 글은 힘들었다,

그런데 이 단편집은... 읽을수록 점점 좋았다.

첫 인상은.. 이게 뭐야.. 하는 거였는데 읽어나가면서 어어... 하기 시작했고 결국 울컥했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감정의 충돌이다, 작품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이 짧은 작품 속에 잘 숨겨저 있어 한 편씩 읽을 때마다 그 숨은 문장을 찾는 일이 행복했다,

그렇다고 누구도 찾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둔 건 아니었다. 그냥 쓱 지나면 모를 수 있고 그 의미가 내게 와 닿지 않으면 그저 그런 문장일 뿐이지만 나의 감정과 기억과 충돌하면서 그것은 숨어있는 의미있는 문장이 되었고 그 문장이 내게 왔다,

그래서 짧은 소설 속의 많은 문장들은 단어들은 글자들은 그 하나의 문장을 내게 보여주기 위한 위장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말을 해주려고 이 수줍은 사내는 많이 많이 돌아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아주 큰 착각이지만 나를 위해 이 한마디를 해주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 했다,

그 문장은 나를 찾아보라고 ... 자꾸자꾸 눈에 쉽게 밟히도록 숨어 있었다.

독자마다 찾는 문장이 다를 수 있고 작가가 숨겨놓은 문장은 제각각의 독자들 만큼 다른 많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제각각 자기의 문장을 찾을 것이다,

책은 읽는 순간 그건 독자의 몫이므로

 

 

"요요" 에서 보여준 시간의 흐름은.. 울컥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토너"를 떠올렸고 묵묵하고 시간을 견디고 그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동시에 그 흐름을 읽어내려는 주인공에서 자꾸 스토너를 떠울린다,

견딘다는 것..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 드러내지 않은 속내들이 나를 울컥하게 했다,

이 작품은 올해 최고의 단편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다. 쌓여 있는 말이 많아서 그걸 꺼내 놓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하지 못한 말이 더 쌓이고 말았다. 높이 쌓아 올린 책더미에서 밑바닥과 가운데 책을 꺼내기 힘들 듯 오래전 얘기를 꺼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 애기들을 꺼내려면 한 줄로 쌓인 모든 이야기를 허물거나 위에 쌓인 이야기를 전부 걷어내야 한다.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남아 있을까 그 이야기를 꺼낼 만한 시간이 다시 올까

 

그래 나쁘지 않아......

 

"힘과 가속도'는 뭉클했다,

 

현수는 할 수 있다면 자신을 모조리 분리시키고 싶었다. 나사들을 하나씩 풀어서 모든 부품을 늘어놓고 처음부터 다시 짜맞추고 싶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다시 짜맞출 수 없대도 일단 해체하고 싶었다, 삐걱거리는 육체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진 심장을 부쉬버리고 싶었다. 고통이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아마 어마어마한 고통이 폭설처럼 다가와 누추한 모든 마음을 덮어줄 것 같았다. 모든 게 텅 비길 원했다. 현수는 끔찍한 고통을 바랐다.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이길 바랐다. 현수에게 자동차가 다가왔다.

 

'보트가 가는 곳'은 쨍한 각성을 준다

 

카메라가  얼음 아래에서 얼음 위를 올려다 보는데 사람들이 다 보여요. 사람들이 내지르는 소리들도 먹먹하게 들려요. 다 보이고 다 들리는데 그 사이를 엄청나게 두꺼운 얼음이 가로막고 있는 거 예요 끔찍하죠

끔찍하다기 보다 슬픈데요?

끔찍한 거예요. 슬픈게 아니예요. 

 

 

'종이위의 욕조'는 내가 받은 위로와 공감이었고

 

뭐가 없어졌기에 가방이 가벼워졌을까? 착각일지도 모른다. 가방 안은 그대로일 것이다. 용철은 가방을 들고 손목을 까딱거려 보았다. 가방속에 뭐가 들어 이썻는지 정확하게 잘 기억나지 않았다. 가방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었다.

 

'뱀들이 있어'는  내 기억과 맞닿고 있고 위로 받는 것이다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문장은 커녕 위로의 단어 하나조차도 찾아낼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아 본 적이 없어서 위로에 서툴 뿐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김우재를 위로할 만한 말을 찾지 못한 게 아니라 애당초 찾을 생각이 없었다는 걸 정민철은 몇 달 후에야 깨달았다. 김우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위로할 마음이 없는 자신을 들키게 될까봐 겁이 났던 것이다.

'

'상황과 비율'  '픽포켓'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이게 뭐야 했다가  다시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 진다.

여름에......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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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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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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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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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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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5 2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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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푸른도서관 6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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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제목을 얼음이 깨지는 순간... 이라고 말했다,

뭐가 깨고 싶은 욕구에서일까... 아니면 얼음은 깨져야 한다는 강박때문일까?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얼음이란,,,

깨어진 그 날카로운 단면이 가장 빛난다는 사실을....

깨어져서 날이 서고 무언가 위협적인  그 날들이 빛아래서 쨍하고 빛나는 것

어쩌면 최후의 몸짓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함에서 빛나는 것

봄이 오는 소리는 얼음이 깨지는 소리라고도 하는데

그 때  언제든 그대로 녹아버릴 수 밖에없는 순간

차라리 깨지고 말아버릴 그 순간 얼음은 빛난다,

 

지오와 석주..

누가 더 좋은지 유치하게 계속 생각한다,

전반부엔 자랑스러운 아들일 석주가 다가오다가

멋지고 분위기 있는 이름마저 어울리는 지오가 좋았다,

그러나 결국 선택을 책임질 줄 아는 석주의 성장이 뭉클하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탓하든 그건 상관없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자기를 망가뜨려도 상관없지만

결국 그 모든 최후의 선택은 바로 내가 하는 것이다,

누구탓이라는 건 그 누군가의 뒤에 내가 숨겠다는 비겁함이다,

 

 

청소년에 대해 생각한다,

중2병이라는 15세에 대해 생각한다,

지랄맞은 에너지의 과다 방출이라거나 호르몬의 문제 뇌의 문제라며 규정되는 그들도 결국

책 제목처럼 "다른 눈송이와 비슷하지만 다른 제각각의 눈송이들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른 모습이고 다른 얼굴이고 다른 이들인데 사람들은

어른들은 자꾸 묶어버리려고 한다,

그게 편하니까

아이들의 선택에도 자꾸 끼어든다,

해봐서 안다고 할것만 하라고.. 아닌건 아니지 않냐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안 아닌 것을 하는 동안 배운게 없을까? 얻은 게 없을까?

이건 아니구나 하고 몸으로 익힌 걸 우리는 몸으로 막는다,

해봐야 아니라고....

그 아닌 걸 결국 석주는 몸으로 해봐서 안다,

그리고 아닌게 꼭 아닌 것만은 아니라고 알게 되고 자란다,

지오보다 키가 더 커지진않아도 어깨가 더 벌어지고 지오가 올려다 봐야할 만큼 커졌다,

물론 지오도 그만큼 꾸준히 성장한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두가 제각각 다르다,

뭉뚱거리는 건 편리하지만  그들은 무시하는 일이다,

그들이 제각각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들어 주는 일

언제든 선택을  경험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그게 어른들의 몫이다,

 

좌절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초라하고 지워버리고 싶은 자신을 경험치로 축적할 수 있는 시간

그 순간 얼음이 깨어지고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들을 키우는 건 어떤 걸까도 생각한다...개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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