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그게 아닌거 같다.

내가 아는 내가 나의 전부는 아닐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면 도데체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인지 왜 그동안 궁금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알고 있는 나 남이 알고 있는 나 나만 일고 있는 나 나도 남도 알지 못하는 나로 나눌 수 있다고 조하리의 창에서 배웠다.

남이 아는 나는 주로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 말 습관같은 거였다, 몸에 익숙해서 나는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이 남의 눈에는 쉽게 띄었다, 사소하게 잘 화를 내거나  대답하기 힘든 화제는 슬며시 도망가버리거나 하는 모습들이 나는 숨긴다고 그래서 없다고 믿고 싶었는데 그게 타인의 눈에는 기가막히게 잘 드러나는 모양이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하고 내가 정의내리는 나는 어쩌면 원래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롤모델이 있을 것이고 이러이렇게 되고 싶은 이상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정확하게 내가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고 내가 흉내를 내는 나의 모습이다 그것도 역시 나일까?

누군가가 넌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올 때 내가 생각하고 답하는 내 모습은

지금  이순간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바라고 간혹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 내 모습을 말하게 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는 ...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게 어떤 모습인지,,

나는 나를 바라볼 수 없다, 거울을 통해 보게 되지만 간혹 거울속의 내모습에 사진에 찍힌 내모습에 많이 놀랄 때가 있다, 나는 적어도 이 모습보다는 더 예쁘다고 믿었고 더 활기차다고 믿고 있었는데 내가 마주하는 나는 더 지치고 피로하고 늙어보이고 간혹 심술궅거나 약해보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바라보지 않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상상하는 나를 나 자신으로 생각했던 건가보다,

착각이 즐거운건 그래서구나 하고 꺠닫는다,

사람은 타인이나 다른 대상을 착각하는 것 보다 자신에 대해 하는 착각이 가장 크고 가장 심할 것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고 이러이러한 것들 좋아하고 저러저러한 것들은 싫어하며,, 어쩌구 저쩌구하는 다양한.. 내가 내리는 니의 정의는 얼마나 맞을까?

 

어쩌면 나란 사람이 어리석어서 나만 그렇게 착각을 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이들은 야무지게 자기를 알고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데 나만 착가과 망상에서 나를 규정하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오래전부터 우리형제들을 잘 알았던 어머니의 지인이 얼마전 오랜만에 만나서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자녀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이제 자녀들도 장성해서 그 자녀의 자녀들이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그 분께서  내 안부를 물었단다,

어릴적  똑똑하고 야무졋었는데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다는 건 너무 아깝지 않냐고...

헐.....

어릴적 똑똑하지 않은 계집아이가 있었을까 야무지지 않은 아이가 있었을까?

아마 그 분이 아들만 있어서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릴 땐 아무래도 아들보다는 딸들이 그것도 남의 딸들이 야무져보이는 법이니까,,,,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농담반 우울한 반으로 앞으로 그럴일 없겠지만 절대 그 아주머니는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만나는 순간 그 아줌마 환상이 깨질거야,,,ㅋㅋ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그 아주머니 말대로라면 그때 그렇게 똘망똘망 했던 아이는 지금 어디갔을까?

내가 정말 궁금하다,

한편 내가 기억하는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어딜 봐서 야무지다고 그 아주머니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냥 지나가는 인사라기엔 너무 콕 집어서 물어봤다고 엄마는 기가 막혀하며 전해줬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 아주머니 말고 다른 누군가가 나를 자주보는 가족이나 누군가가 나를 계속 똑똑하다고 야무지다고 말해줬더라면 지금 나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을까?

잘한다 잘한다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고 못났다 못났다고 하면 정말 못나지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잘한다고 야무지다고 하는 말들을 계속 들었다면 지금과 다를까?

그건 아닌거 같기도 ...

아버지가 가끔 내개 하신 말씀이 있다,

조금만 더 악바리같이 하면 될거같은데 왜 순간 먼저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넌 항상 그렇더라,, 조금 아니다 싶으면 안하는거...

하면 되는데...

그때 그말이 참 싫었다,

하면 다 되는 것도 아닌데... 왜 당신 혼자 수준을 높여서 자식에게 부담을 주나 하며 원망했고 무시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내가 남들 눈에는 참 아깝고 답답한 존재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잘 하다고 조금 힘들거나 지친다 싶으면 언제나 변명을 생각했던 거 같다,

내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포기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을 생각하며 그건 내것이 아니고내길이 아니라고 나를 가장 먼저 설득했다.

그래서 후회되는 점도 있지만 나는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야무지고 적극적이고 아버지 말대로 악바리같았다면 달라졌을까?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이나 인성에 비해 많은 인복이 있구나 하는 걸 에전에도 지금도 많이 감사하는 편이다,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어도 늘 친구들이 알아서 챙겨주고 그래서 모임도 지속되고 있고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이들이 늘 있었다, 나누어 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늘 곁에 있었고 나는 그렇게 나누어 받고 도웅받는 일을 자존심상한다거나 동정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주니까 고맙고 설령 이게 내개 꼭 필요한게 아니더라도 그저 상대의 지나친 오지랍이더라도 일단은 감사하다고 하고 받았다, 사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챙겨준다는 일은 참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일이다, 이게 동정이 될까 오지랍이 될까 어쩌면 저 사람은 이게 필요없는게 아닐까 나만의 착각이면 어쩌나 하는 오만가지 고민만 하다가 나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준 적이 없었다, 마음은 가득한데 손을 내미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핑계같지만) 누군가가 주는 도움이나  챙김을 받으며 그 사람이 이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감사하게 생각하자,, 하고 마음 먹었다, (쓰고보니 참 아전인수격이라는 생각만 ..)

그렇게 운 좋게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굳이 내가 아둥바둥 할 필요없이 삶을 이어왔었나보다,

 

그 지인 아주머니가 기억하는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그 아이가 몹시 궁금했다,

착한 언니랑 비교당하고 독자인 남동생에게는 양보해야하는 그래서 심술궅고 자기가 챙기지 않으면 손해볼까봐 전전긍긍하는 아이가 타인의 눈에는 야무져 보일 수도 있었겠다,

타인이 타인을 잘 볼 때도 있지만 결국은 보이는 것만 볼 수 밖에 없기도 한 법이다,

 

 

 

 

 

 

 

 

 

 

 

 

 

 

 

 

 

 

 

 

 

 

 

 

 

 

 

 

 

저자도 다르고 출판사도 다른데 두 책이 횽제처럼 닮았다,

표지의 다양한 표정 이모티콘때문인거 같기도 하고...

나를 안다는 건 내 감정을 아는 일이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인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가는 것 그건 쉽지 않다,

그냥 화가나. 우울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날아갈거같이 좋아,,

감정카드에 씌여진 감정은 60개나 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감정은 한손가락으로도 끝이다,

그냥 희노애락으로 뭉뚱그릴 뿐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귀 기울여보고 느껴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왜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 감정은 어디에서 왔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나를 아는 시작이다,

 

(책에서 알았는데 감정이란 어떤 자극에 대한  정서적인 반응이란다,

기분은 감정과 비슷한데 그건 어떤 외부적인 자극이 없이 그냥 느껴지는  정서라면

감정이란 어떤 외부의 (혹은 내부의)자극으로부터 반응하는 정서인것이다,

그래서 감정은 꼭 어떤  자극이 있고 그 자극을 원인과의 관계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다 아는 이야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그 단순하고 아는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감정은 하나도 슬모없는 것이 없다는 것

어떤 감정도 지금은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감정이나 뇌는 참 단순헤서 익숙한 것만 느끼려고 하고 익숙한 상황에만  있으려고 한다고 한다, 자꾸 나쁜 남자를 만나게 되는 것도 자꾸  아닌 줄 알면서도 하게 되는 건 운명이나 상황이 아니라 내 감정이 내 뇌가 그게 가장 익숙하다고 인지 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끌리는 것이다,

내가 첫눈에 반한다는 건 운명이 아니라 그저 가장 익숙한 것일 뿐이다,

참 낭만도 없지만 그게 옳다,

 

어쩌면 나도 어떤 익숙함에 끌려 여태 살아왔던 거같다,

내게 익숙하지 않고 낯선 것들에 반응하는 경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었다,

책을 읽는다고 얼마나 바뀔까 싶다만..... 이란 생각 역시 익숙함에 만족하려는 나의 뇌 혹은 감정 작용이겠지만... 그래도 알고 있다면 자꾸 걸릴 것이고 어딘가 불편할 거고 조금은 바뀌러하지 않을까

 

내겐 조금 낯선 야무지고 똘망한 어린 아이를 다시 찾아 봐야겠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딘가에서 누군가 자기를 알아봐 주길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하련다,

그 지인 아주머니가 나름 인텔리이시고 좋은 분이니까,, 뭐 틀린 식견은 아니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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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책을?

.......... 책을 읽으면 도망칠 수 있거든

 

 우라조메에게 아리사가 고백하듯 털어놓던 말

 순간 쿵했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책속으로 도망친다는 것

 누구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고 과도한 애정이나 관심이 담긴 조언을 들을 필요없이

그저 바라보고 바라봐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책읽기 말고는 없다.

 

책을 읽다가 일상을 잊어버리는 일은 어린 아이시절에나 가능한 일이고 이해받을 일이다,

공부가 업인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늘 내가 해야하는 어떤 의무 다음이다.

직업이 있고 해야할 역할이 있는 사람은 책을 손에 쥐고 있다고 이해받을 수 없고

오히려 게으르거나 자기 힐일을 미루는 사람일 뿐이다,

저런 시절 은밀한 도망은 나이를 먹게 되면 노골적인 도피이상 되지 않은 경우가 생기지만

그래도 그렇게 도망치고 숨을 곳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데 작은 쉼표정도는 될것이다,

 

.... 저기 말이야

어?

책을 좋아하는 여자아이 이야기 쓰지 않은 게 좋을 것같아

왜?

주인공이 겁쟁이니까

그런건 상관없어

주변이 너무 시끄러울 때는 귀를 막거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네 말대로 겁쟁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소음을 차단해야 떠오르는 것들도 있어

 

내가 하고싶은 변명 같은 말...

가끔 말도 안되는 책에서 중요하지도 않을 문구가 쿵 하고  칠때도 있는 법이다

 

 

*책에 대해 잔소리처럼 덧붙이자면

책은 그다지.....

그래도 살인사건이고 사람이 죽었는데

그 방법과 범인에만 골몰해서 추리를 푼다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사람이 죽었다고!!!!!

그것도 정말 대책없는 범인에게 어이없게

왜 죽였는지 왜 죽어야헸는지 이렇게 대충대충할거면... 그냥 트릭풀이집이나 만드는게 낫다

미스테리물의 하나의 매력이 사람에 대한 이해인데 이건 그게 전혀 없잖아

아무리 고딩이 풀어내는 미스테리지만... 그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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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2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나 지금이나 책 읽는 여자가 내성적 성격이고, 인간관계에 서툰 사람으로 오해하는 시선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  엄마 그건 무슨 맛이야?

   무슨 맛이긴 영진 구론산맛이지

   엥?

   저쪽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주인아주머니가 쿡 하고 웃으신다,

   하긴...  영진구론산은 영진구론산 맛이고 바나나 우유는 바나나 우유맛이고  자몽소다는 자몽

   소다 맛이고.. 감동란은 계란 맛이고 불닭면은 불닭면 맛일뿐이지

 

   동네 편의점이 가까이 있다보니 자주 가게 되었다.

   옆건물 지하에 수퍼가 있으니까 그곳이 가격이 더 싸긴 하지만 굳이 지하로 내려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싫다거나 늦은 밤이라면 가장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다,

  처음엔 간단한 음료나 버스카드 충전이 전부였지만

  아이가 밤늦게 독서실에서 오는 날이 길어지면서 자정 넘어 갈 수 있는 편의점은 아주 유혹적이었다,

작은 편의점안은 나에겐 신세계였다,

한면을 가득 채운 음료코너의 알록다록한 음료들은 언제든 선택장애를 일으키게 한다,

슈퍼에도 있는 음료도 여기서는 색다른 매력을 풍기고 편의점에만 있는 다양한 맛의 음료들은 더욱 유혹적이었다, 도깨비도 아니면서 여기서 저기까지 전부 골라보고 싶은 충동을 막는건 언제나 주머니사정이다,

편의점에만 있는 간편음식들이나 편의점용 과자들도 매력있고 계산하는 동안 계산대 아래칸에 있는 껌이나  젤리류도 괜히 손이 한 번 더 가게 한다,

이주간 거의 매일 딸이랑 드나들면서  죄책감도 느꼈다,

명색이 엄마인데 아이에게 홈메이드 간식을 먹이는게 아니라 편의점의 간편식을 사준다는게 괜히 혼자 찔리기도 했지만 그 죄책감보다는 편의점의 유혹이 더 컸다,

그렇게 2주를 드나들고 댜양한 맛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어느날

주인 아주머니가 아는 척 한다,

아! 이제 그만 올 때가 되었구나

나란 인간이 누군가와 안면을 트고 나면 더 편해지는게 아니라 더 불편해지는 편이라

앞으로 자정이후에 이 편의점은 왕래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한다,

다행히 아이 시험기간도 끝났다,

 

# 누군가는 편의점에서 몇백만원을 쓴다고 하지만

  나는 편의점에서 만원이상 쓰는 경우 굉장한 과소비를 하는 기분이다,

  명품관 핸드백들의 가죽냄새나 백화점 일층 다양한 코스메틱의 향기 혹은 유기농 판매점의 신선한 야채에 마음이 끌리는게 아니라 환한 불빛 아래 알록달록 조금은 산만한 편의점 빛깔 아래 나는 항상 유혹을 받는다,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사보고 싶고 맛보고 싶다,

삼각김밥은 맛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인스턴트 요리들도 종류가 점점 많아진다,

계란 종류도 훈제란뿐 아니라 요샌 감동란이 더 인기란다,

4대에 만원인 세계 맥주들도 가끔 종류가 바뀌어서 고를때마다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그만큼 서너개만 집어도 단가가 올라가 만원이 우스워지지만

그렇게 편의점에서 과소비를 하고 나면

명품관에서 쇼핑한 이상 허탈함과 죄책감과 뿌듯함이 뒤섞여서 짜릿하고 묘한 기분으로 문을 나선다,

 

# 늘 집앞 gs 25만 가다가 버스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진 cu에 처음 간 날

  아이는 촌년처럼 놀라고 어리둥절한다,

  늘 텔레비젼에만 나오는 편의점이 이렇게 우리집 근처에도 있었구나

  늘 가던 편의점의 두배이상의 크기에 한쪽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고 음료 코너도 늘 가던 곳의 2배 길이다,

더우기 편의점마다 특색있는 물품이 있는데 여기는 계산대 앞에 즉석식품까지 있다,

아이는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이것도 신기하고 저것도 신기하다

찬찬히 보면 우리집 앞 편의점과 구색이 다르지 않지만 다른 공간에서 만나면 늘 보던 것도 새로운 법이다, 온갖 촌티를 풀풀 날리면서 편의점을 몇바퀴를 돌아서 물건을 고른다,

고르는 건 늘 그게 그거지만 .. 아이에게 이곳은 또 다른 신세계일것이다,

나는 나만 알던 핫플레이스를 아이에게 소개한  뜬금없는 뿌듯함을 안고 편의점을 나왔다

 

# 슈퍼에서 사면 얼마를 더 아낄 수 있는데

  늘 집에 오면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라고 결심하진 않아도 조금 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만

  저녁 귀가시간  편의점의 환하고 밝은 불빛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내가 뭐 다른데 돈을 쓴다고 하면서 편의점에 들어가 새로운 음료를 사보기도 하고

  오늘 새로온 알바의 군기가 바짝 들어가 뻣뻣하게 계산하는 손길도 평가하듯 바라보기도 하는게  나름 하루의 즐거움이다,

 

# 어쩌면 편의점이 편한 이유는  익명성의 보장과 아무 말 없어도 모든 계산이 끝난다는 것도 있다. 요새야 대형 마트도 누구와 말하지 않고 계산까지 끝날 수 있지만 그래도 편의점이 주는 스쳐지나침과는 또 느낌이 디르다,

그리고 언제든 내가 가고자 하면 갈 수 있다는  시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도 매력이다,

늦은 밤 제각각 할일을 하고 나른하게  거실에  가족이 모였을 때

잠은 오지 않고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때

우리 편의점이나 다녀올까?

 이 말은 꽤 유용한 쉼표가 되기도 하다,

 

너무 편의점을 사랑해서 내가 주부로 엄마로 너무 마이너스가 아닌가 고민도 되지만

그래도 매일 가는 건 아니라고

안 갈 땐 몇주를 안가기도 하지 않냐고 스스로 위안하고

동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곳에서 구매를 해야하지 않냐는 거시적 의미도 부여하면서

아마 나는 또 편의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한명의 편의점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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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이 되면 떠들썩하고 사람들이 모이는게 싫었다,

   종가집이라 손님은 많았고 음식냄새는 내내 집안을 돌아다녔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무례했다, 와글거리며 모여든 친척은 꼼짝도 않고 티비를 보거나 떠들기만 하면서 음식이 나오면 입만 놀렸고 입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듯 굴었다,

이방저방 혼자 있을 공간이 없었다,

차례가 끝나고 밥상을 올렸다 물렸다가 몇번이 이어지면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졌다,

그리고 늘어진 엄마  쌓여진 설겆이들

그렇게 명절이 갔다,

 

# 일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보는 것도 오래되면 저절로 익혀지는 모양이다,

  해보진 않았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빤하다,

명절 음식 자체가 빤하기도 하니까

 조용한 명절이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또 걸렸다,

  꽤 좋은 며느리도 아내도 엄마도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목구멍 가시처럼 걸렸다,

어릴 적 엄마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이것저것 해보지만 하면서도 속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당연하게 받는 거랑 당연하게 준비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일일까?

세상에 이렇게 당연한 것들은 언제부터 당연한 것들이었을까

가족의 화목이나  일상의 평범한 즐거움이라지만 그게 전부일까

생각은 꼬리를 물지만 손은 습관처럼  움직이면서 음식은 하나둘씩 완성된다,

 

# 딱히 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명절이면 더 자주 딴짓을 하게 된다,

인터넷 세상도 더 궁금해지고 텔리비젼에서는 더 재미있는게 많아지는 거 같다,

평소 안먹던 믹스커피도 더 달게 느껴지고  미뤄놓은 팟케스트도 들어야 할게 너무 많다,

사이사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댓글을 단다,

평소 그냥 그랬던 것들이 더 재미있고 더 궁금해진다,

청개구리같대도 어쩔 수 없다,

 

#  집을 가출하면 가는 곳이 늘 서점이었다,

  음 가출을 한 게 몇번 되지 않지만 막상 집을 나오지만 갈 곳이 없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거나 보고 싶은 게 없거나

  누군가를 만나기엔 갑작스럽고

  혼자 시간을 잘 보내기에 서점만한 곳이 없다,

  작은 동네서점은 불가능하지만 대형서점은 그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

  시간을 죽일 수도 있고 뭔가를 먹거나 앉아서 쉴 수도 있다,

  서점에서는 누구나 혼자다,

  함께 오더라도 책을 보는 동안은 혼자다,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을 공간 오히려 더 편안한 공간

  혼자서 몸을 숨기기에 외롭다는 마음이 들키지 않기에 딱 좋은 장소

  그래서 항상 서점으로 도망쳤고 책을 보고  조금은 가볍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사를 와서 가까이 도서관이 있게 되면서 또다른  도피처는 도서관도 포함되었다,

  적어도 서점에 비해 돈을 쓸 기회도 적고 도서관 역시 혼자라도 상관없는 공간이었으니까

 

# 어릴적부터 상가집이나 병문안을 가는 일이 싫었다,

  싫다기 보다는 두려웠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초등학교 때 아는 선생님이 부상으로 입원을 해서 함께 배우던 학생들이랑 엄마들이 병문안를 함께 갔었는데 나만 병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는데 그냥 막연하게 환자랑 마주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아주 오래전이라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혼자 대기실에허 하염없이 기다리다 병문안을 마친 다른 일행과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냥 부끄러워서라고.. 엄마가 변명을 했던 기억도 난다,

부끄러움.. 뭐 그런 감정도 있었던 거 같지만 두려웠던 거 같다,

뭐가 두려웠을까

나이가 들면서 상가집에 가야할 일도 많이 생겼지만 늘 가기전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병환으로 오래 입원한 아버지 병문안을 가는 일도 힘들었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마주하는 일

가족이 죽어 남겨진 사람을 바라보고 위로하는 일

아픈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

좀 어떠냐고  상태를 묻고 괜찮아질거라고 위로하고 손을 잡아주고 하는 일들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가면  이런 말은 뭣하지만 잘 했다,

상심한 표정으로 위로를 하고 뭔가 도와주려고 몸을 가볍게 움직이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들 ... 아무렇지 않게 하고 편안하게 있다가 나온다,

나오면서 그 상황에서 행동하는 내가 참 낯설다는 생각을 한다,

죽음이나 병자를 마주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진짜 나인지  천연덕스럽고 편안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나인지 헷갈렸다, 내가 참 이중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게 살아가는 방편이라고 스스로 여기기도 했었던 거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주 가지는 않지만 산소에 가는 일도 참 어렵다,

막상 가면 음식을 차리거나 절을 올리고 풀을 뽑고 뭐든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오지만

막상 가는 동안은 기회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 닥치기 전까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는 곳까지 도망치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막상 닥치면 그렇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할수가 없다,

꼭 그렇게 기다려왔던 사람처럼

그리고 돌아오면서 중얼거린다,, 정말 싫었어..

정말 싫었던 것이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나 자신인지

그렇게 마주치기 싫었던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결국 이렇게 될 나 자신인지 모르겟지만

여전히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살고 있다,

 

#  황정은의 신작은 <아무도 아닌> 인데 자꾸 <아무것도 아닌>으로 인식된다,

    왜그럴까?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라는 말이 더 입에 익숙하다,

   <아무도 아닌>이라고 하면 왠지 그 대상이 나인거 같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서 자꾸 부정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하면 그건 대상이 나는 아니다, 물론 나일 수도 있지만 주로 내가 아닌 타인 혹은 타자에 대한 지칭으로도 쓰인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탓하기 좋은 말

그래서 어쩌면 내가 아닌 타인에게 무언가를 돌리고 싶어서 그냥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말해버리는게 아닐까 ,

<아무도 아닌>이라고 하면 내탓인거 같고 내가 모든 책임을 줘야 하는 기분

혼자만의 착각인지 모르겠고

아직 책을 읽지 않아 작가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다,

 

# 모든 것이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순간은 시험을 앞둔 순간이고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가는 순간이 일이 쌓여 있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관성처럼 해야할 일을 해내기도 한다,

  그 일이라는 것이 단순 노동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손으로는 일을 하면서 머리로는 잡다한 생각을 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의 짦은 글을 보면서 나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펼친다,

 내일이 명절인데

  이젠 닥치는대로 뻔뻔해지고 오면 오는거지 하는 마음이 커졌다,

 

# 큰 일이라면 큰 일을 앞두고 자꾸 딴짓하고 싶어서 쓰는 페이퍼

  그냥 그런 걸 끄적이며 하루를 마감한다,

  내일은 내일대로 잘 치뤄지겠지 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한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새해엔 떠날 사람은 떠나고 보이지 않아야 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쉬어야 할 사람은 그냥 푹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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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1-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 가독성 있는 글이어서 중독된듯 읽었네요. 저희집도 종가집이어서 어릴적엔 어떻게 그 코딱지만한 집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잘도 먹고 마시고 잤는지 돌이켜보면 불가사의하네요. 여성들에게 명절이란 참.
저희 세대부턴 없애야하지 않을까요?

푸른희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쭈니 2017-01-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참 맛있게 잘쓰십니다.
맛이 느껴지네요.

그저 건강이 최곱니다.
올해도 건강하십시오.^^
 

 

 

 

 

 

 

 

 

 

 

 

 

 

 

책을 읽고 눈물이 났다,

처음 읽었을 때는 울지 않았다,

그동안 나이를 먹었을까? 뭐가 변했을까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고싶어졌다,

누군가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를 다독여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편 <소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어쩌면 누구보다 나를 많이 생각했었다,

드러내지 않은 감정 그래서 나조차 알수 없었던 마음

유치하게 시기심을 느끼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던 순간들

그리고 또 다시  더 유치하게 내가 더 우월하다고 느꼈던 순간들

모두가 나에게 잘못하고 있다고믿었던 순간 그러면서 동시에 그 마음조차 미안하고  미안해서 더 엇나갔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괜찮다고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너무 초라하고 너무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만 했다,

더 노력해야하고 더 힘써야하는데 나는 게으르고 나태하고 나는 능력도 없다고

스스로를 자꾸 아래로 아래로 밀어버리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나라는게 너무 싫었고

주변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고 누구도 나를 몰라준다고 여기지만

그 깊은 마음속에는 주변 누군가 타인이 아니라 내가 제일 밉고 싫고 바꾸고 싶었던거였다,

그렇게 나는 무조건 못난 사람이고  더노력해야만 하는 사라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몰아붙이고 미워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가 나를 미워하면 누가 나를 예뻐해줄까

누군가 나를 예뻐해도 그 진심이 들어오질 않는다,

모두가 위선이고 겉치레고 그저 지나가는 말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아프고 못나고 힘들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또 아무도 모르는게 당연하다고

그래도 싸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소득도 없을 노력만 강요하던 때

 

다른 누구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해도 괜찮다

그건 이기저인게 아닐것이다,

나도 참 많이 노력했구나 나도 많이 애쓰고 있구나

그런데 몰라주고 있었구나

내가 나를 몰라주는데 누가 나를 알아줄까

나에게 제일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오래 모른 척 해서 미안하다고 자꾸 다그쳐서 미안하다고

자꾸 나를 미워하고  무시하고 조롱하는 좁고 못난 내가

과연 누구를 다독이고 이뻐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세상에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일이다,

만약 가장 어색하고 가장 어려운 상대가 나라면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라

미안하다고....

몰라서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여태 괜찮게 잘 살아온거라고...

그렇게 말해주라고

소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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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 자신에 향해 말걸고, 이해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