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서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문득 바람결님의 서재에 구경갔다가 서재에 대한 페이퍼를 보고, 저 또한 많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책을 컬렉션화 한다는 것..음반을 컬렉션화 하는 것만큼이나 사치스런 일 중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사치스럽다는 것은 부유함 또는 돈벌이로부터의 자유를 포괄하는 이중적인 의미입니다. 뭐, 지극히 개인적인 평소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컬렉션을 하려면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공간이 없는 떠돌이 인생에겐 거의 꿈이나 마찬가지죠. (물론 극소수의 예외적 사안은 있겠지만서도..)
네이버 유명인들의 서재나, 여타 타 카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올려주는 서재들을 보면, 나...이런 공간에 이런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아 서재 자랑질 사진을 보면 탐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사실 그 이면은 부러움반 시기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ㅎ)
헌데, 바람결님의 서재 페이퍼를 보면서 예외적인 사안이 극소수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로, 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저는 사실 먹는 것을 아끼고, 사고 싶은 것을 유보하면서 책을 샀는지라 자랑질 할 대상이 못됩니다. 무엇인가를 컬렉션화하는 것에 취미를 갖고 있지만 책은 그런 취미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사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아갈 때 쯤해서 한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온 방을 책으로 도배하는 꿈이요. 이런 날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와도 할아버지가 된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습니다. (왜냐면 대학생때까지 모았던 3천권의 책이 몽땅 사촌 누나네 창고에 쳐박혀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저는 책에 둘러싸인 곳에서 자고 일어나며 생활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꿈이 이뤄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어제 했더랬습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그래도 제가 지향하는 공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드나드는 문과 창문을 제외하고 모든 벽을 책으로 채웠습니다.
아~ 서재에 대한 작은 꿈을 이룬 이후 한동안 정신 없이 지내다가 드디어 어제 바람결님의 서재에서 보았던 물음이 제게 답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난 뭐때문에 서재 가지기를 강렬히 원했을까? 지금 나에게 있어 서재란 무엇일까? 하는 것을요.
생각해 보니, 저에게 있어 서재는 '내 언어의 한계'이고, '내 정체성의 확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순간 순간의 관심과 내 고민들을 책 속에서 찾으려 했던 시간의 흐름. 그것이 서재라는 틀에 집약되어 보존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서재는 알리기 부끄러운 공간입니다. 자랑질 할 것도 못되구요.
그냥 이제는 저 물음에 답해야 할 때라는 의무감 때문에 생각을 정리해서 답을 해 봅니다.
(사진을 안 올릴 수가 없어 일부를 살짝 공개합니다. 바람결님이 용기를 주셔서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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