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아침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은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에서 가져왔다. 저자가 1995년부터 예일대에서 진행해온 교양강좌 '죽음'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비슷한 성격의 책. 조락의 계절에 일독해볼만한 교양서일 듯싶다. 두번째 책은 하이데거의 <사유의 경험으로부터>(길, 2012). 하이데거 연구자이자 번역자였던 신상희 박사의 유작 가운데 하나다(다른 하나는 지난 여름에 나온 <언어로의 도상에서>(나남, 2012)다). 하이데거가 생전에 쓴 최초의 글(1910)에서 최후의 글(1979)까지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을 모았다. 가장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하이데거의 책이 아닌가 싶다.

 

 

세번째 책은 피터 브라운의 평전 <아우구스티누스>(새물결, 2012).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책이라면 에티엔느 질송의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이해>(성균관대출판부, 2010)과 함께 '이 두 권'이라 할 만하다(국내에 별다른 책이 소개돼 있지 않다). 분량과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리고 네번째 책은 코니 커닝햄의 <다윈의 경건한 생각>(새물결플러스, 2012)이다. 슬라보예 지젝이 적극 추천한 책. "도킨스와 그의 동료들은 종교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커닝햄의 이 책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다윈주의의 과학적 가치를 완전히 받아들이면서도, 다윈주의의 한계에도 빛을 던져준다. 이런 책이야말로 혼란스러운 우리 시대의 일용할 양식"이라는 것이 지젝의 주장. 경건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묵직한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안드레아스 바그너의 <생명을 읽는 코드, 패러독스>(와이즈북, 2012).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안드레아스 바그너는 이 책에서?모순과 패러독스로 가득 찬 우주와 자연에서 생명체들이 처한 운명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으며, 그것이 생명 현상의 원동력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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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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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경험으로부터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신상희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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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우구스티누스- 격변의 시대, 영혼의 치유와 참된 행복을 찾아 나선 영원한 구도자
피터 브라운 지음, 정기문 옮김 / 새물결 / 2012년 11월
48,000원 → 43,20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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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경건한 생각- 다윈은 정말 신을 죽였는가?
코너 커닝햄 지음, 배성민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2년 11월
36,000원 → 32,400원(10%할인) / 마일리지 1,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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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하워드 진의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일상이상, 2012)이다. '시민권력을 위한 불온한 정치사'가 부제.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올해 나온 원서(<이뤄지지 않은 역사의 약속>) 자체가 하워드 진의 유작이다.

 

 

번역본의 제목이 저자가 다루는 다양한 범위의 이슈들을 축소시킨 감이 있는데, 지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진보적 잡지 <프로그레시브>에 실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 진의 마지막 저작이자 유작이 이 칼럼집인 셈이다. 책상 가까이에 있길래 아침에 무심결에 집어서 몇 쪽 읽어봤는데, 이 걸출한 역사학자이자 진보적 지식인, 그리고 빼어난 교육자의 면모를 두루 확인할 수 있어서 '하워드 진 입문서'로도 아주 요긴하다 싶다. 자서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 2002) 옆에 나란히 꽂아둘 수 있을까. 한 인터뷰 꼭지에서 자서전의 제목을 왜 그렇게 붙였느냐고 물으니까 하워드 진의 대답은 이렇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서였다. 무슨 말이냐고? 강연장에서 나를 소개하는 사람들이 내 자서전의 제목을 뭐라고들 잘못 말하는지 아는가? "중립적인 현장에서는 자신을 훈련시킬 수 없다(You Can't be Training in a Neutral Place)"라고 한단 말이지. 그런 점을 노렸다고 할 수 있는데 '중립'과 '기차', '훈련'이란 말이 서로 엇갈려 이 제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한 것이었다.(53쪽)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워드 진의 가장 큰 미덕은 모든 이슈들에 자신의 관점을 아주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전달한다는 점인데, 가령 진보의 핵심 가치로서 평등주의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진보적 가치의 핵심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하지 않고 인간은 누구나 좋은 것과 필요한 것을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서 그 어디에서든 불평등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덧붙이기를, "그렇다고 내가 완벽한 평등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현실에서 성취하기엔 어렵다.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입고 있는 스웨터는 내가 입고 있는 스웨터보단 좋다. 그러나 우리가 둘 다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사실, 그게 중요하다."(11쪽)

이런 '스웨터론' 같은 언어가 우리에겐(더구나 요즘 같은 대선 국면에선) 더 많이, 그리고 절실하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진은 상당히 많은 분량을 반전에 대한 열정적 옹호에 할애하고 있는데, 번역본 제목의 빌미가 된 '2000년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거짓말'에서는 당시 미국 대선후보들의 대외 정책 공약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다.

 

 

대외 및 군사 정책에 대해서는 아예 무슨 변화에 대한 말 자체를 입밖에 내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 모두가 정당소속을 불문하고, 경쟁적으로 자신들이 국방부를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습게도 이건 무슨 육체미 과시하는 미스터 유니버스 대회에 나가 근력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보다 많은 바디 빌딩 기구를 사겠다면서 우리에게 그 돈을 다 내라고 하고, 대회에서 우승하겠다면서 동네 뒷골목에서 다른 애들을 죄다 괴롭히고 자기가 대장인데 지면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우기고 있는 식이다.

우리가 진정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전 세계 인구의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미국이 전 세계 부의 25퍼센트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수 있겠는가? (...) 미국인들을 뺀 나머지 전 세계 인구 96퍼센트 가운데 수많은 이들이 바로 우리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자존심이 있다면 이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대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대통령 후보들에게 어떻게 지지를 표명할 수 있겠는가? (94쪽)

에둘러 말하지 않으며 말에 군더더기가 없다. 2000년 대선이면 좀 지나간 시점의 얘기지만, 그렇다고 시의성이 만료된 것도 아니다. 최근의 미 대선과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대선에 적용해봐도 그렇다. 진의 말대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두루뭉술하게 '좋은 애기들'만 늘어놓기보다는 좀더 확실하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공표하는 후보가 앞장서 나왔으면 싶다. 어려운 가치도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좋은 것과 필요한 것을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이 있다"는 걸로도 충분하다. 미국의 양심, 하워드 진조차도 가져보지 못한 정부를 우리는 가질 수 있을까. 기대와 염려가 교차한다...

 

1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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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차 살만 루슈디를 읽는다. <악마의 시>가 처음 번역돼 나왔을 때부터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정작 맘먹고 읽게 되진 않았는데, 이번에 참고할 만한 연구서와 관련서들까지 구해서 대략적인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데뷔작 <그리머스>(1975)를 제외하면 주요 장편들이 대부분 소개돼 있다. <한밤의 아이들>(1981), <수치>(1983), <사탄의 시>(1988), <무어의 마지막 한숨>(1995), <분노>(2001), <광대 샬리마르>(2005), <피렌체의 여마법사>(2008) 등이다. 올해는 회고록 <조셉 안톤>을 펴냈는데, 마저 번역되면 좋겠다. 장편들만으로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나의 일차적인 관심작은 <한밤의 아이들>, <수치>, 그리고 <악마의 시> 세 편이다. <한밤의 아이들>은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국내에서도 곧 개봉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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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무선)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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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0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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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살만 루슈디 지음, 김선형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11,800원 → 10,62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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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악마의 시 - 상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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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재작년 '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작년에 우리에게도 반향을 전해주었던 <분노하라>(돌베개, 2011)의 저자 스테판 에셀의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주로 대담집 형식이 많은데, 이번주에는 <참여하라>(이루, 2012)까지 나왔다. 분노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그의 '분노 이후' 메시지들을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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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 청년 시민운동가와의 대담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이루 / 2012년 11월
5,600원 → 5,040원(10%할인) / 마일리지 28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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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사람들에게- 공감하라! 행동하라! 세상을 바꿔라!
스테판 에셀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2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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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달라이 라마와 스테판 에셀이 나눈 세기의 대화
달라이 라마 &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2년 10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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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문제는 정책이다
스테판 에셀 & 에드가 모랭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2년 4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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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구입했지만 다른 일들 때문에 주말에 손도 못댄 책이 현대사학자이자 '현재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장물바구니>(돌아온산, 2012)다. '정수장학회의 진실'이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확연히 드러내준다. '정수장학회의 모든 것'이라고 붙여져도 좋았을 책이다. 지난주 한겨레21의 서평기사를 읽고 구입했는데, 주말 기사를 간추리면 이렇다.

 

  

이 책은 ‘정수장학회 통사’라고 불러도 좋다. 정수장학회의 뿌리 격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김지태의 출생(1908년)부터 오늘날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운동까지 100년 넘는 세월을 다룬다. 핵심은 역시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부일장학회 강탈 과정이다. 법원은 최근 김지태 유족의 소송에서 “국가의 강압”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김지태와 주변인들이 당한 일을 보면 강압이란 말은 차라리 고상하다. “연행·유치된 첫날 중정(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 박용기가 군 야전복을 입고 권총을 차고 들어와 ‘우리 군이 목숨을 걸고 혁명을 하였는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재산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겁을 주었다는 증언은 서부활극 같은 당시 분위기를 생생히 전한다. 지은이는 “인질강도 사건”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음으로 “한강 이남의 최고 부자”라는 김지태한테서 왜 하필 땅 10만평과 함께 그가 세운 <한국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부산일보>를 빼앗았는지다. 이 세 언론사들은 이승만 정권 말기의 1960년 3·15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생중계하고,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김주열군 주검 사진을 크게 싣는 등 당시에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용감한 보도 활동으로 “세계적 특종”을 했다. 4·19 혁명 뒤 장면 총리는 부산문화방송이 “혁명의 선봉”이었다며 표창했다. 언론의 위력과 이용 가치에 주목한 박정희는 이 3개 언론사를 빼앗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에 담은 셈이다. 책 제목 <장물 바구니>는 그래서 나온 표현이다.(한겨레)

'장물바구니'의 의미도 '정수장학회의 진실'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박근헤 후보부터가 일독해볼 책이겠다. 21세기 대선에서도 여전히 '죽은 박정희' 혹은 유신의 망령과 싸워야 한다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김재홍의 '박정희 시리즈'도 읽어보면 좋겠다.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책보세, 2012)와 <박정희의 후예들>(책보세, 2012)에 이어서 <박정희 유전자>(개마고원, 2012)가 출간됐다. 박정희에 관한 누군가의 상식을 교정해주고, 또 누군가의 상식은 보강해주는 책들이다. 월요일 아침에 생각이 나서 간단히 적었다...

 

1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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