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구입했지만 다른 일들 때문에 주말에 손도 못댄 책이 현대사학자이자 '현재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장물바구니>(돌아온산, 2012)다. '정수장학회의 진실'이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확연히 드러내준다. '정수장학회의 모든 것'이라고 붙여져도 좋았을 책이다. 지난주 한겨레21의 서평기사를 읽고 구입했는데, 주말 기사를 간추리면 이렇다.

 

  

이 책은 ‘정수장학회 통사’라고 불러도 좋다. 정수장학회의 뿌리 격인 부일장학회의 설립자 김지태의 출생(1908년)부터 오늘날의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운동까지 100년 넘는 세월을 다룬다. 핵심은 역시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부일장학회 강탈 과정이다. 법원은 최근 김지태 유족의 소송에서 “국가의 강압”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김지태와 주변인들이 당한 일을 보면 강압이란 말은 차라리 고상하다. “연행·유치된 첫날 중정(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 박용기가 군 야전복을 입고 권총을 차고 들어와 ‘우리 군이 목숨을 걸고 혁명을 하였는데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재산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겁을 주었다는 증언은 서부활극 같은 당시 분위기를 생생히 전한다. 지은이는 “인질강도 사건”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음으로 “한강 이남의 최고 부자”라는 김지태한테서 왜 하필 땅 10만평과 함께 그가 세운 <한국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부산일보>를 빼앗았는지다. 이 세 언론사들은 이승만 정권 말기의 1960년 3·15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생중계하고, 최루탄이 얼굴에 박힌 김주열군 주검 사진을 크게 싣는 등 당시에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용감한 보도 활동으로 “세계적 특종”을 했다. 4·19 혁명 뒤 장면 총리는 부산문화방송이 “혁명의 선봉”이었다며 표창했다. 언론의 위력과 이용 가치에 주목한 박정희는 이 3개 언론사를 빼앗아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에 담은 셈이다. 책 제목 <장물 바구니>는 그래서 나온 표현이다.(한겨레)

'장물바구니'의 의미도 '정수장학회의 진실'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박근헤 후보부터가 일독해볼 책이겠다. 21세기 대선에서도 여전히 '죽은 박정희' 혹은 유신의 망령과 싸워야 한다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김재홍의 '박정희 시리즈'도 읽어보면 좋겠다.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책보세, 2012)와 <박정희의 후예들>(책보세, 2012)에 이어서 <박정희 유전자>(개마고원, 2012)가 출간됐다. 박정희에 관한 누군가의 상식을 교정해주고, 또 누군가의 상식은 보강해주는 책들이다. 월요일 아침에 생각이 나서 간단히 적었다...

 

1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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