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부쩍 날씨가 좋아진 만큼 책 읽기 좋은 달이기도 하다(금새 무더워지려나?). 이제 막 중간고사를 치른 아이들에게도 맘 놓고 독서할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그런 여유가 없다면 우린 아직 독서 후진국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폴 오스터의 신작 <선셋 파크>(열린책들, 2013).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게 되는, 그런 작가가 있다. 폴 오스터가 그렇다."는 고백이고 보면 사심도 담은 추천이지만 이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국내에서 폴 오스터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거느린 힘센 작가니까. 그런 독자들에게 <선셋 파크>는 오랜만에 나온 책이다. <보이지 않는>(열린책들, 2011) 이후 2년만이니까.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오스터의 애독자들을 따라 이 참에 오스터를 읽어봐도 좋겠다. 선셋 파크에서 만나면 되는 건가?

 

 

 

같이 읽어볼 만한 한국 작가로는 신작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자음과모음, 2013)를 펴낸 배수아를 꼽아도 좋겠다. 폴 오스터보다는 훨씬 적은 수의, 하지만 그 이상의 충성도 놓은 독자를 갖고 있는 작가. 아마도 가장 이질적인 한국어를 구사하는 한국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 작가의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한국어를 외국어로 쓰는 작가가 배수아이다. 작가 자신이 번역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나는 그녀의 소설이 모두 '번역소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나 '올빼미의 없음' 같은 제목을 보라. 그러한 희소성이 연륜을 갖게 되자 이젠 개성이자 존재감이 됐다. 올해로써 작가가 등단한 지 20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덜 알려진 작가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최종현, 김창희의 <오래된 서울>(동하, 2013)이다. "그동안 역사도시 서울을 조명하는 답사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까지의 답사기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역사학과 지리학, 그리고 도시사를 결합하여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서울을 추적하고 있다"는 소개다. 서울을 다룬 책으론 지리학 전공자들이 쓴 <서울 스토리>(청어람미디어, 2013)도 있다.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을 다룬 황교익, 정은숙의 <서울을 먹다>(따비, 2013)도 식욕을 돋구는 책인데, 책과 음식을 모두 좋아하는 독자에겐 더없는 책일 듯싶다.

 

 

 

좀 묵직한 책들도 골르자면 독일 학자 라인하르트 쉬메켈의 <인도유럽인, 세상을 바꾼 쿠르간 유목민>(푸른역사, 2013)을 통해서 오래전 선사시대로 떠나볼 수도 있겠다. B.C4500년부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시나 독일 학자 크누트 슐츠의 <중세 유럽의 코뮌운동과 시민의 형성>(길, 2013)은 제목부터 학술서의 인상을 물씬 풍긴다(독일 학자들의 고집이 느껴진다). 소개에 따르면 "밀라노에서부터 13세기 전반 마르세유에 이르기까지 아홉 개 도시 지역에서 두 세기 이상에 걸쳐 진행된 코뮌 운동을 다루고 있다. 성격이나 시기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했으나, 저자는 코뮌 운동이 유럽 전역을 포괄했으며, 13세기 이후에도 그와 같은 동력이 소진되지 않고 상이한 양상으로 계속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에서 나온 책도 한권 덧붙인다. 고단샤의 창사 100주년 기획시리즈 '흥망의 세계사' 1권으로 나온 <유럽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다른세상, 2013). 일본의 명망있는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인 만큼 기대가 되는 책이다(물론 일본 출판계의 실력도 가늠해볼 수 있겠고).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왕멍의 쾌활한 장자 읽기>(들녘, 2013)다.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는 장자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이론적인 틀을 갖고 분석하기보다는, 소박한 시각에서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여기서 소박하다는 것은 일상적, 상식적,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쉽고 명쾌하게 쓰여 있다." 왕멍의 장자 책은 <장자의 거침없는 질주>(자음과모음, 2013), <나는 장자다>(들녘, 2011)까지 세 권이 출간돼 있다.  

 

 

 

일종의 '예술가 철학'이란 인상 때문에 장자는 내게 니체를 떠올려주는데, 니체에 관한 책들도 이달에는 읽어봄직하다. 알렉산더 네하마스의 <니체: 문학으로서 삶>(연암서가, 2013), 하인츠 슐라퍼의 <니체의 문체>(책세상, 2013), 그리고 편역서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연암서가, 2013) 등이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 니체의 문체/문장론으로 독서의 토픽으로 삼아볼 수도 있겠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일본의 교육학자 사토 마나부의 <교사의 도전>(우리교육, 2013)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노동인구의 2%로 격감하는 21세기의 학교에는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탐구적인 배움이 요구되며 그 배움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존엄성에 마음을 다하여 아이와 아이, 아이와 교사가 서로 배우는 수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가 '일본의 교육개혁 전도사'의 문제의식이다. 

 

 

교육 관련서로는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한문화, 2013), 가와카미 케이지로의 <방과후 3시간>(시대의창, 2013), 살만 칸의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알에이치코리아, 2013) 등도 관심도서로 챙겨둘 만하다. 살만 칸의 책은 테크놀로지가 교육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펴낸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웅진지식하우스, 2013)이다. 오천만을 위한 일종의 '생활경제학'. 이미 많이 읽히는 책이기에 군더더기 설명은 필요 없겠다.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경제의 현주소, 한계가족>(더팩트,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한국 경제의 미래,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가 부제이자 문제의식. 세계적 차원에서는 남녀 성비의 문제도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가 될 듯한데, 마라 비슨달의 <남성 과잉 사회>(현암사, 2013)는 성비 불균형이 초래한 재앙적 미래를 경고한다(당연히 한국도 주요 사례국에 포함된다). 반면에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민음인, 2012)은 2009년 미국 전체 노동 인구 중 최초로 여성 비율이 남성을 넘어선 걸 계기로 쓰인 책으로 "현대 후기 산업사회는 여성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고 전망한다. 종합하면 남성은 점점 더 많이 태어나지만 점점 더 쓸모 없는 성이 되어간다는 것일까?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강신익의 <불량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페이퍼로드, 2013)다.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가 생명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면, 불량 유전자는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환자들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불량 유전자가 기나긴 진화의 과정 중에 왜 없어지지 않고 계속 우리를 괴롭히는지를 파헤친다." 사실 건강은 한국인의 지대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데, 정작 의학과 의료 현실을 다룬 책은 많이 읽히지 않는 듯싶다. 인문의학서 범주의 책으로 황상익, 강신익 교수의 대담집 <의대담>(메디치미디어, 2012)도 같이 묶어서 읽어봄직하다. 서울대 의대에서 의학사를 강의하는 황상익 교수의 <근대 의료의 풍경>(푸른역사, 2013)은 "우리나라에서 서양 근대의학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시점인 1876년 개항 즈음부터 1910년의 경술국치 무렵까지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를 다룬 책"이다. 의학사의 기본 자료집도 겸할 수 있겠다.

 

 

혹 가까이 있는 생명보다는 멀리, 그것도 아주 머얼리 있는 생명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추어 천문학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겠다. 티모시 페리스의 <우주를 느끼는 시간>(문학동네, 2013). "세계 최고의 과학 저술가가 그려낸 우주의 경이로움과 밤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천문학에 한창 관심이 있던 중학생 때였다면 밤새 읽었을 만한 책이다. '지구 너머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기', 마크 코프먼의 <퍼스트 콘택트>(한길사, 2013)은 우주생물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엿보게 해주는 책. '우주생물학 완정정복 가이드' 제프리 베넷의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현암사, 2012)와 같이 읽으면 우주생물학과의 콘택트 미션은 성공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음악여행자의 책>(봄아필, 2013)이다. '낭만음악의 거장 베를리오즈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이 부제. 베를리오즈에 관한 책이 아니라 베를리오즈가 쓴 책이어서 놀라운데, "영원한 음악 여행자,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음악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회상한 기록들과 여행길에 음악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된 책"이다(편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비슷한 책으로 전수연의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책세상, 2013)도 꼽아볼 수 있겠다. 물론 이건 베르디가 쓴 책이 아니라 서양사학자이자 베르디 애호가가 쓴 책이다. 작곡가들을 다룬 책으론 양기승의 <작곡가의 집>(한길사, 2013)도 있다. "30여 년간 빈에서 작곡가로 활동한 저자 양기승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작곡가들을 대신해 독자들을 그들의 집과 음악과 삶 속으로 안내한다."

 

 

 

빈(비엔나)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일 만한 책은 <비엔나 1900년>(예경, 2013)이다. 흔히 '음악의 도시'라고 불리지만 "비엔나는 미술과 공예, 건축과 디자인의 도시이자, 문학과 철학 그리고 심리학의 도시였다." 놀랍게도 그 모든 성취가 1900년을 전후로 한 세기말에 이루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궁금한 독자라면 110여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해봐도 좋겠다. 스티븐 툴민과 앨런 재닉의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이제이북스, 2005)도 같은 시기를 다룬 책인데(원제는 '비트겐슈타인의 비엔나')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절판됐다. 빈의 현재의 모습을 알려주는 책으론 노시내의 <빈을 소개합니다>(마티, 2013)가 있다. '모던하고 빈티지한 도시' 빈에 대한 사려 깊은 안내서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천종호의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 2013). 현직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인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렇게 적었다.

소년재판은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과하는 소년형사재판과 사회봉사를 명하거나 소년원에 보내는 소년보호재판으로 나뉘는데,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소년재판 이야기는 모두 소년보호재판 사례다. 또한 수년간 소년재판을 담당하며 소년법정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 소개된 소년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처지에 공감하면서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제목대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는 시인과 반성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사회적 관심사가 되기 어려웠던 소년법정의 실화들을 읽으면서 우리의 공감과 소통지수를 조금 높여보는 것도 좋겠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높여줄 만한 책으론 박종철의 <교실 평화 프로젝트>(양철북, 2013), 그리고 나이토 아사오의 <이지메의 구조>(한얼미디어, 2013)도 참고할 만하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펴낸 <일주일에 끝내는 사이버보안>(글과생각, 2013)이다. "이제 사이버 보안은 일반 개인에게도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사이버 공간에서 안전한 생활을 보장할 책임은 1차적으로 국가에 있지만 일반인들도 사이버 보안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추천의 이유다. 전문분야의 일인지라 일반인이 얼마나 알고 대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끝낼 수 있다니까 귀가 솔깃하긴 하다. 금융보안연구원에서 펴낸 <사이버경제 보안 없이 금융 없다>(해피스토리, 2011)도 비슷한 성격의 책인 듯싶고, 윌리엄 스톨링스의 <컴퓨터 보안과 암호>(그린, 2011)은 이 분야의 교과서로 보인다(800쪽 가까운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읽을 일은 없겠지만 이런 책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둔다.

 

 

10. 불교

 

이달의 주제로는 '불교'를 골랐다. 몇권의 책 때문인데, 먼저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의 <불교 파시즘>(교양인, 2013). "미국인 승려이자 불교학자인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의 책으로, 일본 파시즘과 불교가 맺은 은밀한 유착을 파헤친다." 전작인 <전쟁과 선>(인간사랑, 2009)에 대해선 지젝의 책에서 읽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속편 격의 책이 나와 챙겨두게 됐다. 더불어 정일권의 <붓다와 희생양>(SFC출판부, 2013)도 주문해놓은 책이다. '르네 지라르와 불교문화의 기원'이 부제. 저자가 미리 펴낸 독어본 <세계를 건설하는 불교적 세계포기의 역설>(2010)의 한국어판이 아닌가 싶다.

 

 

13. 05. 04.    

 

 

 

P.S. '5월에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고른다. 개인적으로는 헤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번역본은 계속 출간되고 있고, 아직 안 갖고 있는 것도 몇 종 된다(네댓 종을 갖고 있는 듯하다).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책인데, 어느덧 아이가 중학생이 됐다. "아빠는 이런 책을 읽었단다."고 말을 꺼냈다가 공연히 핀잔만 들을까 싶어 그냥 포스팅만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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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하루 반나절을 앓고 일어났더니 이래저래 밀린 일이 많다. 서재 일도 마찬가지인데, 손에 잡히는 대로 처리해놓도록 한다. 먼저 '이주의 책'을 고른다. 이번 주도 사실 중구남방인 주이다. 갈래를 잡기 어렵다는 말인데(생각하면 갈래가 잡힌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만) 타이틀북으로 강신주의 인터뷰집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 2013)을 잡은 김에 국내 철학서로만 골랐다.

 

 

 

강신주의 책은 <김수영을 위하여>(천년의상상, 2012) 이후에 소식이 뜸하던 차여서 뭔가 나올 줄은 알았다.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는 인터뷰 형식도 예상밖은 아니고, 600쪽 분량이라는 것도 놀랍지 않다. 그간에 대중과 가장 잘 소통해온 인문학자 '강신주의 모든 것'이라고 할까. 두번째 책은 철학자 박이문 선생의 <둥지의 철학>(소나무, 2013)이다. '박이문 철학의 결정판'이라고 소개된다. 2010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고 분량이 60여쪽 늘었다(이런 경우는 다시 구입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다). 요즘 젊음 독자들이 강신주의 애독자인 것처럼 20대의 나는 박이문의 애독자였다. 그리고 한 세월이 지난 거로군...

 

 

세번째 책은 <철학, 물음이 답이다>(간디서원, 2013). 부제는 '인간이 피하지 못하는 10가지 물음'. 소크라테스 이래로 철학자들이 던진 대표적인 질문들과 대답을 소개한다. '작은 철학사'로도 읽을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연암서가, 2012)의 역자이기도 한 김성한의 <어느 철학자의 농활과 나누는 삶 이야기>(연암서가, 2013). "학생들과 농활을 다니고 ‘사유와 실천’이라는 봉사 모임을 만들어 16년째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철학 교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농활은 여름방학 때 가므로 아직 시즌이 아니지만 농활 지침서로도 유익해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서광 비평가 장석주의 <철학자의 사물들>(동녘, 2013). 철학책들도 애독해온 저자가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서른 개의 사물을 각기 서른 명의 철학자의 ‘생각’과 절묘하게 연결시킨 철학에세이"다. "세탁기-헤겔, 진공청소기-스피노자, 담배-프로이트, 선글라스-니체, 비누-장 보드리야르, 가죽소파-사르트르, 거울-라캉, 책-움베르토 에코, 냉장고-질 들뢰즈, 시계-발터 벤야민, 추(錘)-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과 중요한 현대철학자들이 다수 등장한다." 철학자 활용법의 한 가지 사례로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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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5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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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철학- 존재와 세계의 위기에 대한 전면적인 철학적 응전
박이문 지음 / 소나무 / 2013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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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물음이 답이다- 인간이 피하지 못하는 10가지 물음
최용철 지음 / 간디서원 / 2013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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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농활과 나누는 삶 이야기
김성한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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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소설 <레이디L>(마음산책, 2013)이 번역돼 나왔다. '로맹 가리 혹은 에밀 아자르' 시리즈의 한권인데, 근간 목록이 아직도 아홉 권이나 더 된다(로맹 가리의 책은 마음산책 외에도 문학동네와 문학과지성사, 책세상 등에서 펴내고 있다). 마저 다 소개된다면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의 여주인공처럼 우리도 굉장한 근심에 휩싸일지 모르겠다. 로맹 가리의 책을 다 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근심 말이다(나로선 '다시 읽으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려나 그런 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2008년초애 '로맹 가리 읽기' 리스트를 한번 만든 적이 있는데, 중간 단계의 리스트를 한번 더 만들어놓는다(나중에 최종 리스트를 한번 더 만들면 되겠다). 주로 2010년 이후에 번역된 작품들로 <유럽의 교육>(책세상, 2013)은 다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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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L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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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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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흰 개
로맹 가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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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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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 독자들에겐 아주 반가운 책이 출간됐다. '러시아문학의 아버지' 푸슈킨(푸시킨)의 전기로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러시아의 대표적 인문학자 유리 로트만의 <푸시킨: 작가의 생애>(고려대출판부, 2013)가 나온 것.

 

 

 

 

 

 

 

 

 

 

 

 

 

 

 

 

 

 

로트만의 전기는 단행본으로도 있지만 그의 전집 중의 한 권인 <푸슈킨>에도 포함돼 있다(푸슈킨에 관해 쓴 그의 글들을 모두 모은 것이다). 아래가 각각 단행본과 전집판이다.

 

 

 

연구자들에겐 필독서이지만 어려운 학술서가 아니어서 중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러시아에선 그렇다). 푸슈킨의 전기가 여러 종 있지만 가장 먼저 소개될 만한 책이 번역돼 기쁘기도 하다. 간략한 책소개는 이렇다.

구조주의자 특유의 통일된 이론적 관점에 근거해 푸시킨의 작품과 삶을 조명한 책. 1981년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도 푸시킨 연구가들에게서 기본서로 인정받고 있다. 저자는 풍부하고 정확한 전기적, 역사적 사료로써 세계 문학 발전에 한 획을 그은 푸시킨의 삶과 작품 세계를 그가 살았던 시대적, 역사적 상황과 연관을 맺으면서 일관성 있게 분석해 나간다. 푸시킨을 둘러싸고 있던 가족, 친척, 친구, 여인들은 물론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 당시 문학, 예술계에서 유행했던 흐름 등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간에 나왔던 푸슈킨 전기로는 생애와 문학을 간추려준 쯔베또바의 <푸슈킨>(건국대출판부, 1997)과 독일의 '로로로 시리즈'를 옮긴 구드룬 치글러의 <푸슈킨>(한길사, 1999)이 있었다. 내가 쓴 <애도와 우울증>(그린비, 2011)에도 논문을 쓰면서 참고했던 로트만의 <푸시킨>이 인용돼 있다. 논문을 쓴 것도 벌써 10년 전 일이군...

 

13.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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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주간경향(1024호)의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지난주에 부산에 내려가기 전에 급하게 써보낸 원고인데,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어크로스, 2013)를 다뤘다. 언젠가 <뉴라이트 사용후기>(개마고원, 2009)도 다룬 적이 있기에 나로선 구면이다(<안티조선 운동사>(텍스트, 2010)는 읽지 않았지만 데뷔작인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 2000-2009>(텍스트, 2009)를 읽은지라 왠지 친숙하다). 20대 담론이 이슈가 되면서 호명된 논객/필자군(한윤형을 비롯해 노정태, 김현진, 김민하, 조연호, 박가분 등)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듯싶다.

 

 

 

주간경향(13. 05. 07) 잉여세대의 문제는 시대의 문제다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자칭 ‘청년논객 한윤형의 잉여탐구생활’이다.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는 세대의 자화상과 세대의식, 사회적 열패감과 무기력을 넘어서고자 하는 정치의식과 사회비평을 두루 담았다. 저자는 “군대를 다소 늦게 다녀온 25살 청년이 31살이 되는 동안 사적인 공간과 담론의 영역에서 어떻게 분투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야심도 털어놓았다. “또래에게는 위안을 주고, 다른 세대에겐 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봐야 하는 책이 되면 좋겠다”는 야심이다. 어떤 위안을 건네고, 어떤 이해를 돕고자 하는가.

전체적인 골자는 세대 문제가 결국은 시대의 문제라는 점이다. 잉여세대 문제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어떤 세대의 문제’일 뿐이다. 특정 세대가 뒤집어쓸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우석훈·박권일의 <88만원 세대>(2007)가 세대간 착취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켰지만, 한윤형이 보기에 “세대 담론은 계급문제가 철저하게 정치에서 배제된 결과로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담론이다. 게다가 <88만원 세대>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건 ‘원래부터 88만원 정도를 벌었던 젊은이들’의 관심이 아니라 그런 빈곤층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중간계급의 불안감이었다. 그래서 88만원 세대 담론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쪽은 명문대생들이었다(루저들의 정서를 잘 표현한 노래 ‘싸구려 커피’를 부른 가수 장기하가 명문대 출신인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말하자면 ‘계급 불평등의 세대 전이’가 ‘88만원 세대 담론’의 성공 요인이었다.

중산층의 불안심리 내지는 중간계급의 욕망과 결부돼 있는 세대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재생산 문제와 직결된다. 저자가 간추린 바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은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통해서 자산을 축적했고, 그와 함께 정치적으로 보수화됐다. 기업 활동에 투자돼야 할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레 기업 경쟁력은 떨어졌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한 젊은 세대의 임금을 낮추는 것이었다. ‘집값’은 높이고 ‘사람값’은 낮춘 것이 한국식 자본주의의 운용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 중산층 자신의 자녀가 월급으론 독립을 꿈꿀 수 없는 사회다. 이 ‘멋진 신세계’에선 부모가 몇억원 보태주지 않으면 전셋집 하나 장만하기도 어려워 어지간한 청춘들은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로 전락한다.

이러한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멘토 담론은 아무리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어낸다 하더라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 공허는 잉여세대를 근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386세대의 위선과도 맞닿아 있다. 가령 교육문제를 보더라도 386세대에게선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급진적 비판과 자기 아이를 외국이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일이 양립 가능하다. 우파가 자식을 미국으로 보낼 때 소위 좌파는 독일이나 핀란드로 보내는 것 정도의 차이다. ‘결국 다 똑같다’는 냉소는 그래서 나온다.

물론 냉소가 우리를 구제해주지는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창의성을 말살하는 값싸고 질 나쁜 공교육’을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오히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일은 아닐까라는 저자의 반문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의 제안은 진보담론이나 개혁정책이 실효적 의미를 갖기 위해선 한국 사회의 제도와 문화라는 맥락에서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에 대한 매우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학생의 85%가 비정규직이 되는 세상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동류의식을 가능하게 한다. 이건 계급간 연대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 문제다. ‘루저’와 ‘잉여’를 양산해내는 사회체제와 경제구조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우리’를 발견하고 눈짓을 교환할 때 균열은 시작된다.

 

13.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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