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을 이용해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처음 소개된 저자의 책 가운데 매주 한 권을 고르는 것인데, 이번주엔 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의 <설계된 망각>(리더스북, 2013)을 골랐다.

 

 

'낙관 편향' 혹은 '낙관주의적 편향'이라는 원제에 비추어 <설계된 망각>이란 제목은 다소 협소한 감이 있다. 전반적인 내용은 '살기 위해, 뇌는 낙관주의를 선택한다'는 부제에 집약돼 있다. 소개는 이렇다('낙관주의적 편향'을 검색하면 저자의 TED 강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TED 강연서'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도 될 만큼 요즘 강연 관련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 왜 그토록 긍정적인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프리즘으로 밝혀낸 불합리할 만큼 낙관적인 뇌의 생존 본능. 낙관 편향은 미래에 틀림없이 닥쳐올 고통과 고난을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보호하고, 인생의 선택권을 제한된 것으로 보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이런 낙관 편향을 유지하기 위해 뇌는 무의식적인 망각을 설계해두었다.
이 책은 인간 두뇌의 가장 위대한 기만 능력들 가운데 하나인 낙관 편향을 탐구한다. 그리고 낙관편향을 지속하기 위해 뇌가 어떻게 낙관의 훼방꾼들을 퇴색시키거나 망각하게 하는지 설명할 것이다. 아울러 이 편향이 적응에 도움이 될 때는 언제이며 파괴적일 때는 언제인지 살펴보고, 적당히 낙관적인 착각은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일독해볼 만하다. 저자는 이스라엘 태생의 신경과학자인데, <설계된 망각>(2012)은 <기호와 선택의 신경과학>(2011)란 책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후에 연이어 펴낸 책이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세일러)는 이렇게 평했다. "융숭한 한턱. 이야기의 노하우를 아는 과학자가 쓴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쉬운 책.”

 

 

 

낙관 편향에 대해서는 행동경제학 책에서도 종종 언급이 되는데,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 2012)이 대표적이다. 행동경제학은 카너먼과 리처드 탈러의 책이 기본서인데,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참조하고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에는 합리적 동기 못지 않게 비합리적 동기가 작용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낙관 편향'은 흥미로운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설계된 망각'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의 숙제로 남는다...

 

13.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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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내달 7월 3일부터 8월 21일까지 8주에 걸쳐 매주 수요일 저녁 7:30-9:30에 아트앤스터디에서 '로쟈, 8가지 질문에 답하다'란 강좌를 진행한다(http://www.artnstudy.com/inmoonsoop/Lecture/default1307.asp?lessonidx=off_hwlee20). 아트앤스터디에서의 연속강의는 네 번째인 듯한데, 인문교양 입문 성격의 강의를 제안 받고, 다룸 직한 주제 몇 가지를 추렸더니 그런 강좌명이 나왔다. 강좌 소개는 이렇다.

 

'로쟈, 8가지 질문에 답하다'는 인문교양을 위한 워밍업 강좌입니다. 이 강좌에서 다루려고 하는 8가지 질문이 세상의 모든 질문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사유를 자극하는 질문 목록에는 분명 포함될 것입니다. 매주 한 가지씩의 질문을 다루면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할 수 있고 어떤 방향으로 그 생각을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탐색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자유인의 필수조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갖고서 태어나진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그 능력은 많은 책에 대한 독서와 비판적 사고를 통해서 얻어집니다. 이 강좌는 그러한 독서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됐습니다. 인문교양이 생소하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다. 곧, 강의에서 다루게 될 8가지 질문이다.

1주_ 교양이란 무엇인가

 

2주_ 고전이란 무엇인가

 

3주_ 예술이란 무엇인가

 

4주_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5주_ 국가란 무엇인가

 

6주_ 폭력이란 무엇인가

 

7주_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8주_ 세계공화국이란 무엇인가

13.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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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먼저 프랑스의 역사가 미셸 페로. 특히 여성사의 권위자인데(조르주 뒤비와 함께 <여성의 역사>의 책임편집자였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09년에 펴낸 신작 <방의 역사>(글항아리, 2013)다. 소개는 이렇다.

 

 

조르주 뒤비와 함께 <사생활의 역사>(1985~1987) 총서 작업을 주도한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 페로의 기념비적 역작이자 2009년 프랑스 페미나상을 수상한 <방의 역사>.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거처로서 방(침실)이 변모해온 역사와 다채로운 이야기와 이미지를 아우른 최초의 역사서다. 

눈길을 끄는 표지와 함께(공공장소에서 손에 들기는 쉽지 않겠다) 독서욕을 자극하는데, 반 고흐의 방 그림을 쓴 원서의 표지는 점잖은 편이다(이 정도면 물론 길거리에서도 들고 다닐 수 있을 터이다).

 

 

아무려나 묵직하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가 출간돼 반갑다. 같이 나온 책은 미셸 페로 외 세 명의 여성 학자가 같이 쓴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이숲, 2013)이다. 정확하게는 니콜 바샤랑(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이 프랑수아즈 에리티에(인류학자이자 민속학자), 실비안 아가생스키(철학자), 미셸 페로와 나눈 대담집이다. 아래가 원서의 표지.

 

 

미셸 페로 외에 눈길을 끄는 대담자는 실비안 아가생스키인데, 폴란드 이민 2세로 자크 데리다와 한때 연인관계였으며(둘 사이엔 아들이 있던가 그렇다) 나중에 정치인 리오넬 조스팽과 재혼한 철학자다.

 

 

여담 삼아 덧붙이자면, 최근에 프랑스 철학이나 문화 관련서가 한꺼번에 여럿 출간됐는데, 대표적으론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철학은 전쟁이다>(사람의무니, 2013), 올리비아 가잘레의 <철학적으로 널 사랑해>(레디셋고, 2013), 그리고 일레인 사이올리노의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웅진지식하우스, 2013)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 책의 원제는 <유혹>이고, 아래가 그 표지다.

 

 

두번째 저자는 중국계 프랑스 작가로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오싱젠. 그의 창작론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가 출간됐다. 부제는 '가오싱젠의 미학과 예술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곤 하지만 대표작 <영혼의 산>(북폴리오, 2005; 현대문학북스, 2001)이 이미 절판됐을 정도로 국내에선 별로 존재감이 없는 작가인데, 이번에 나온 창작론은 과대평가된 작가라는 평판을 재고하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가오싱젠의 책으론 <피안>(연극과인간, 2008), <버스 정류장>(민음사, 2002) 등의 희곡집도 소개돼 있다.

 

 

끝으로 베스트셀러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 적잖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이번주에도 한 권 더해졌다. <마음의 눈>(알마, 2013). 색스의 책은 다방면에 걸쳐 있고 중복출간된 것도 몇 권 되기 때문에, 누가 깔끔히 정리를 해줬으면 싶은 저자 가운데 하나다(핵심 저작이 무엇이고, 어떤 순서로 읽을 수 있다든가 하는 안내 말이다). 아래는 <마음의 눈>의 원서 표지.

 

 

<마음의 눈>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말하는 능력, 읽는 능력, 시력, 얼굴과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 이것들이 없는 삶을 우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올리버 색스는 이 필수적인 감각들을 잃고도 세계를 항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놀라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환자들의 특별한 사례와 함께 올리버 색스 자신의 경험 또한 소개한다." 색스의 독자들에겐 아무려나 반가울 법하다...

 

13.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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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로 인해 엊그제부터 15층까지를 걸어서 오르내리고 있다. 외출을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오늘도 일정이 있어서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야 귀가했다. 앞으로도 일주일이나 더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데, 택배 박스들을 잔뜩 들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만만찮다. 미친 듯한 주문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에 두세 개는 된다. 책의 무게를 여실히 쳬감하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여하튼 주말 일정 때문에 이주의 책을 꼽는 일도 늦어졌다. 이주의 책은 단연 미셸 페로의 <방의 역사>(글항아리, 2013)이지만, 페로의 책이 공저로 한 권 더 나왔기 때문에 '이주의 저자'로 돌리고 대신에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를 타이틀북으로 고른다.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후마니타스, 2009)의 저자. 제목에서 이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책은 '끝없는 욕구'에 대한 반론이다.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우리의 가치관에 대한 체계적이고 역사적인 고찰인 동시에 우리가 꿈꾸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모습에 대한 매력적인 청사진이다." 독서토론의 주제로도 널리 권장할 만하다. 두번째 책은 제프 패럴의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시대의창, 2013).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이 부제다. 매일같이 집안의 쓰레기를 내다 버리지만, 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풍요의 뒷모습'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토론거리가 될 만한 책이고, 특히 젊은 세대의 학생들이 많이 읽어보면 좋겠다.

 

 

 

나머지 세 권은 모두 서평집 종류로 골랐다. 지난 2011년에 세상을 떠난 출판평론가 최성일의 아내 신순옥의 <남편의 서가>(북바이북, 2013)이 세번째 책이다. 남편의 유고집 <한 권의 책>(연암서가, 2013)의 붙인 서문이 감동적이어서 기억하게 된 저자인데, 이후에 <기획회의>에 연재한 서평들을 모아 단행본으로 묶었다. 애도와 독서가 어떻게 한 몸이 되는지 보여주는 글들이다.

 

 

네번째 책은 <장석준의 적록서재>(뿌리와이파리, 2013).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프레시안 books'에 연재된 동명의 서평들을 묶어 펴낸 책이다. 진보정당 운동에 몸담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석준은 이 서평집에서 서른일곱 권의 책을 읽어나가며 자본주의를 왜 극복해야 하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 모색을 시도한다." 제목대로 '적색'(전통적 좌파)과 '녹색'(생태주의) 책들에 대한 리뷰들이 주종을 이룬다. 마지막 책은 전문번역가 김남주의 <나의 프랑스식 서재>(이봄, 2013)다. "<오후 네시(반박)>를 통해 아멜리 노통브를 <나를 보내지 마>를 통해 영국의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처음 국내에 소개한 번역가, 김남주. 장 그르니에, 알베르 카뮈, 로맹 가리, 생텍쥐페리 등 프랑스 현대고전 역시 함께 번역해왔다. 이 책은 김남주의 번역 에세이이다." 옮긴이의 말을 모은 점에서 김석희의 <번역가의 서재>(한길사, 2008)의 뒤를 잇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로버트 스키델스키 &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박종현 감수 / 부키 / 2013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3년 06월 15일에 저장
절판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제프 페럴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013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6월 15일에 저장

남편의 서가
신순옥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6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6월 15일에 저장

장석준의 적록서재
장석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3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3년 06월 1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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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에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미디어 이론가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가 방한 강연과 토론회를 갖는다('비포'가 닉네임이다). '대학의 지식공장화와 POST-U 프로젝트'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도서출판 난장과 연구공간 L 등의 주최로 다음주 금요일(21일) 저녁에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개최된다(26일 저녁애는 다중지성의 정원에서 강연회가 열린다). 개인적으로는 지방 강의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비포'의 책은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난장, 2013), <미래 이후>(난장, 2013), <봉기>(갈무리, 2012), <노동하는 영혼>(갈무리, 2012) 등이 번역돼 있다...

 

 

 

 

13.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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