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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 친구가 많다 보니 때로는 의외의 책에도 눈길을 주게 된다. 아킬 모저의 <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더숲)도 그런 책이다. 연휴에 하지 못한 일들에 마음이 무거워져서 반성문이라도 쓸 태세였는데, 책제목이 마치 그에 대한 ‘처방‘으로 읽혔다. 실제로 저자가 전세계 사막 25곳을 홀로 횡단하며 겪은 일과 갖게 된 생각을 담은 여행서라고.

사막 한 곳만 지나가보아도 책 한 권은 나올 법한데(죽을 고비도 한번쯤은 넘길 테니) 25개의 사막은 좀 심했다 싶다(징벌이거나 중독 아닐까?). 저자가 겪은 일인데 나까지도 벌을 받은(혹은 버림 받은) 느낌이다. 사막의 연상 효과 때문일 터이다. 사막은 이미지상으로 우리에게 삶의 공간이 아니라 시험과 시련의 공간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근신‘의 효과가 있겠다 싶다. 얼차려 여행 같은 것.

문학기행에 대한 궁리를 하면서 연휴에 여행 팟캐스트를 듣다가 관심을 갖게 된 곳은 지중해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스와 스페인. 그밖에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나라는 많으니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겠다. 당장 카잔차키스의 <지중해기행>(열린책들)도 진지한 자세로 읽어보고 클라우스 헬트의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도 마저 읽어보면 좋겠다(어디에 둔 건지?).

그런 생각을 하니 무거웠던 마음이 좀 풀리는 듯싶다. 소화제를 먹고 막힌 속이 뚫리는 것처럼. 사막은 이런 처방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가슴 답답한 분들께 사막을 권한다. 사진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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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서야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중인데 할일을 생각하니 다시 고개를 묻고 싶다. 강의준비도 일이지만 교정볼 원고와 써야 할 원고가 잔뜩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페이퍼를 적는 서재일까지!

PC 앞에 있다가 일단 물러나와서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원더박스)를 펴든다. 일주일에 이틀이라도 쉬었으면 하는 게 대다수 직장인의 소망이란 걸 겨냥한 제목이겠다.

저자는 1985년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도쿄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했다 한다. ‘칩거‘가 키워드로군. 좀더 알기쉽게 풀면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서 버는 연 수입 900만원으로 도쿄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프리터족이다. 그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

라이프스타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인생관과 세계관에 있어서도 결단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가령 가족을 가질 것이냐는 문제를 포함하여) 이건 미니멀리스트들의 주거실험 이야기, <3평 집도 괜찮아>(즐거운상상)에도 적용된다. 이웃은 있지만 이들 미니멀리스트들은 각자 혼자 산다. 종이박스 2개가 가진 짐의 전부인 삶은 그런 조건에서야 가능할 터이다.

잠시 유유자적 라이프에 대해 몽상해 보았지만 내가 넘볼 수 없는 삶인 것만 확인한다. 몇만 권의 책을 끼고 살면서 미니멀라이프를 꿈꾼다는 것은 난센스다. 하다못해 이젠 미니멀라이프 책들까지도 머리에 이고 있으니. 그런 처지에서 다만 부러워한다. 일주일에 이틀만 강의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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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자갈치시장에서 거나한 저녁식사까지 한 후에 귀경중이다. 이글턴의 <문학 이벤트>를 읽다가 노곤하여 책을 덮고 눈을 붙이려다가 몇자 적는다. 니체 얘기다.

어제 주문해서 아마도 집에 도착해 있을 책의 하나는 박홍규 교수의 <니체는 틀렸다>(푸른들녘)인데, 문득 이전에 나왔던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필맥)과 같은 내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초인사상은 반민주주의적이며 위험한 사상이란 게 요지라면 상당 부분 중복일 듯하다. 따로 개정판이란 언급이 없기에 뭔가 달라지거나 추가된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게다가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도 아직 절판되지 않은 상태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돈키호테와 루쉰에 관한 책들처럼 개정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니체와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서는 김진석 교수가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개마고원)에서 검토한 바 있다. 제목에서 시사하듯 니체의 반민주주의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양면적 의미를 짚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나대로의 견해를 강의시간에 밝히곤 하는데 박홍규 교수의 니체 비판이 한번 더 제기된 김에 나도 한번 더 따져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잠이 깨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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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이라는 말은 없으니 부산 동부라고 해야 할 듯싶은데 해운대 지나 기장 쪽에(가다 보니 지난 5월에 가보았던 용궁사도 지나서) 아난티 코브라는 휴양타운이 있고 이터널저니라는 전시형 서점이 있다. 전시형이라고 한 건 전시공간적 성격을 겸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20세기 러시아문학을 소개하는 강연행사차 들렀다.

뉴스는 듣지 못했는데 태풍이 온다고 하여 흐리고 바람이 좀 부는 날씨에 파도도 높아지고 있었다. 자주 보는 건 아니므로 부산 바다도 인증샷으로 남긴다. 이터널저니의 러시아문학 코너도 같이 찍었다. 행사가 끝나고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와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를 들고 오신 분들께 사인.

내달에는 인디고의 청소년들과 만날 예정인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를 읽은 소감도 듣고 질문도 받는다. 꼽아보니 매년 한 두번씩 강연차 부산에 내려가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자갈치 시장에도 들러봐야겠다...

PS. 자갈치시장에서 기억에는 30년만에 회를 먹었다(그간에 다른 곳에서 먹거나 다른 걸 먹었기에). 기념으로 찍은 부산항 사진도 추가한다. 자갈치시장 앞바다 야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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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급행버스를 타고 가는데 문득 차창으로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알라딘 중고서점. 버스정류장과 마찬가지로 ‘경성대부경대역점‘이다. 경성대와 부경대가 부근에 있어서 이름이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버스를 타면서 손에 든 토마스 만 작품집에서는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펼쳤는데, 쉰의 작가 아셴바하가 아직 뮌헨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서 전차를 기다리다가 쳐다본 한 사내의 인상 때문에 갑작스레 여행의 충동을 느끼는 대목을 읽는 중. 내가 해운대를 지날 무렵이면 아셴바하도 베니스에 도착해 있겠다. 나와 달리 아무런 목적 없이 떠나는 아셴바하의 처지가 좀 낫군. 그래도 덕분에 베니스에 도착하는 기분으로 해운대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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