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문화사와 고양이 문화사는 무슨 관련이 있나? 나도 궁금한데, 독일의 출판인 데틀레프 블룸에게 물어볼 일이다. <책의 문화사>(생각비행, 2015)와 <고양이 문화사>(들녘, 2008)의 저자이기 때문이다(그의 책은 국내에 그렇게 딱 두 권이 소개돼 있다).

 

 

<책의 문화사>는 '우리는 어떻게 책을 쓰고 읽고 소비하는가?'가 부제인데, 책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여러 종 있었고 이 책 역시 내용상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싶다.

책은 네 번의 매체혁명을 거쳤다. 육체의 기억에서 문자 기억으로,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코덱스 도서 형태로, 필사본에서 인쇄본으로, 인쇄본에서 디지털 도서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은 인쇄된 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인쇄된 책이 예술, 건축 혹은 사진을 담은 화려한 화보집으로, 사랑스럽게 만들어진 아동 및 청소년 도서로, 대중문학과 질적으로 가치가 높은 전문도서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 주제의 책들은 모두 모아두는 편이라 생각할 것도 없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사실 더 흥미로운 건 <고양이 문화사>인데, 고양이에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고 표지에도 큼지막하게 고양이가 들어앉아 있어서 뭔가 대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양이로선 끔찍한 일이겠지만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같은 제목이 주는 유혹과 비슷하다).  

 

 

책의 문화사와 관련해서는 근간인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책공장 베네치아>(책세상, 2015)도 관심도서다. 다른 정보는 뜨지 않고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이란 부제만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르네상스와 17세기 과학혁명 사이에 낀 16세기 문화혁명의 전모와 의의에 대해선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탁월한 책 <16세기 문화혁명>(동아시아,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후카이 도모아키의 <사상으로서의 편집자>(한울, 2015)도 눈길을 끄는데, 제목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 독일 프로테스탄티즘과 출판의 역사'가 부제다. 그래서 '문화사 책'인가 싶지만 소개를 보면, 심지어 '사상사 책'이다. 소개는 이렇다.

주로 빌헬름 제정기 말 이후 바이마르 시기에 걸친 독일 사상사이다. 한마디로 사상의 격변기에서 당대 새롭게 위상을 얻은 편집자들을, 사상의 텍스트를 사회화하는 존재로서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한 시대의 편집자는 텍스트라는 구체적 대상과 역동적으로 대화하면서 하나의 ‘사상 그 자체가 되어’ 생산적인 지적 운동을 촉진한다.

'독일철학사'나 통상의 '독일사상사'보다도 흥미를 끄는 주제다. <책의 문화사>에서 <사상으로서의 편집자>까지 내달에도 읽을 책이, 읽고 싶은 책이 줄줄이로군...

 

15.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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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꼽은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들'이란 부제에 끌리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존 코널리와 디클런 버크가 엮은 <죽이는 책>(책세상, 2015)은 기대감만으로도 '죽이는 책'이다. "영미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19세기 작가들부터 최근 주목받는 미스터리 작가들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를 빛낸 작가들의 걸작 미스터리 121편을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20개국 119명의 장르작가들이 엄선하여 비평한 미스터리 비평 선집." 소개를 좀더 읽어보면,

 

미스터리의 망망대해에 처음으로 발끝을 적시려는 이들에게는 물론, 익숙한 항해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미스터리 가이드북의 결정판으로,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조르주 심농, 마이 셰발 & 페르 발뢰, 트루먼 커포티를 거쳐 페터 회, 기리노 나쓰오, 이언 랜킨에 이르기까지, 고전은 물론 풍문으로만 접해본 '전설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골고루 다루고 있다. 누구라도 동의할 법하지만 지루한 필독서 목록이 아니라, 오직 '한 권'에 대한 사랑의 고백들이 모여 빚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목록이다.

작품 사전도 겸할 수 있기에(나는 이런 유형의 '사전'을 선호한다) 장서용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떤 책들이 시대별 걸작인지 알려주고, 또 무얼 읽는 게 좋을지 길잡이가 돼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역도 적임자가 맡았다.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유문화사, 2013)을 옮기고, <범죄소설>(강, 2012)을 쓴 김용언 전 프레시안 기자가 역자다. 연휴에 읽을 만한 책으로 손에 꼽을 만한데, 흠, 다음주에나 출고가 가능하단다...

 

15. 02. 18.

 

 

P.S. <죽이는 책>이 현역 장르작가들의 비평선집이라고 했는데, 공편자인 존 코널리의 책은 여럿 소개돼 있다. 공저로는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위대한 탐정 탄생기', <라인업>(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이 있고, 대표작으로 <잃어버린 것들의 책>(폴라북스, 2008)과 <언더베리의 마녀들>(오픈하우스, 2010) 등이 있다. '찰리 파커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한데, 이 시리즈는 재미를 못본 탓인지 <모든 죽은 것>(오픈하우스, 2011) 한 권만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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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주문해도 다음주에나 배송되기에 이번주에는 '그림의 책'일 뿐이지만, 그래도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로베르 앙텔므의 <인류>(그린비, 2015)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어떤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데, 프랑스 '수용소 문학'의 대표작이라 한다. 저자 소개는 이렇다.

 

1917년 코르시카에서 태어나 1990년 파리에서 사망하였다. 1944년 6월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부헨발트수용소에 수감된다. 1945년 4월 다하우로 이송되어 해방되기까지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류>를 집필하였다. <인류>는 현대 프랑스 문학.철학.사회정치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서, 앙텔므는 이 한 권의 책으로 프랑스 지성사에 이름을 남겼다.

영어본도 나와 있고, 주석과 리뷰도 한권으로 묶일 정도면 '고전'으로서 확실한 위상을 갖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블랑쇼와 데리다, 낭시 등의 철학에 영향을 주었고, 아감벤도 프리모 레비와 함께 수용소 삶의 중요한 증언자로 꼽았다고 하므로 기대가 된다.

 

 

최근에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새물결, 2012)을 다시 구입해서(갖고 있는 책을 못 찾아서다)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앙텔므와 관련한 부분을 시간을 내서 찾아봐야겠다. 블랑쇼와 낭시의 책은 또 어디에서 찾는담...

 

15.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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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늦잠을 자고(늦게 잔 걸 고려하면 그리 늦잠도 아니지만) 아침도 먹기 전에(내과에 가보기 위해 일부러 안 먹는 거지만)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식전의 발견'이다.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김영사, 2015).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가 부제. 원제가 정말로 '신성한 경제학'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인류학 책이거나 바타유에 관한 책이 아닐까 했다. 선물(증여) 경제를 다룬 책이니 짐작이 틀리진 않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예일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재 고다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어 통번역가, 비즈니스 컨설턴트, 대학 강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본, 경제, 사회, 문명, 의식, 인류의 문화적 진화에 관해 글을 써왔다." 출세작이 <인류의 도약>(2007)이고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2011) 이후에는 <우리 가슴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더 아름다운 세상>(2013)을 펴냈다. 학자와 지식전도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싶다. 어떤 발상을 갖고 있는 것인가.

자본, 경제, 사회, 문명 등을 망라한 통합사상가이자 세계 지성계가 주목하는 젊은 학자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책. 이 책에서 고대 선물경제부터 자본주의 이후까지의 화폐의 역사를 추적해 인류의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교환방식은 선물이었음을 밝혀낸다. 그럼으로써 화폐시스템이 어떻게 인류에게 소외, 경쟁, 결핍, 공동체의 파괴 그리고 끝없는 성장을 갈구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명확히 증명해낸다.

 

대안 경제에 대한 모색이란 점에서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도 떠올리게 되는데,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 2009)와 <부채, 그 첫 5,000년>(부글북스, 2011)의 저자다. 찾아보니 <민주주의 프로젝트>(2013)과 <규칙의 유토피아>(2015)가 신작이다. 같이 읽어보면 좋겠고, 더 소개되면 좋겠다...

 

15.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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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히틀러와 독일 제3제국의 발흥과 몰락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모으고 있는데(짐작할 수 있지만 굉장히 많은 책이 나와 있다. 영어본까지 포함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 군국주의의 몰락과정에 대한 책도 출간되었기에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쿠로노 타에루의 <참모본부와 육군대학>(논형, 2015). 근년에 나온 책으로는 위톈런의 <대본영의 참모들>(나남, 2014), 가타야마 모리히데의 <미완의 파시즘>(가람기획, 2013)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제국육군의 영광과 종언'이 부제.

 

대일본제국이 파멸로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는 책이다. 시대의 정치적 상황과 개인의 야망이 통수권 독립이라는 명목으로 참모본부를 정부에서 독립시켰고, 조직의 에고이즘은 이를 다시 육군의 참모본부와 해군의 군령부로 분리시켰다. 정치가 군사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고, 수레의 양 바퀴인 육군과 해군은 대립했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인 지도자들은 각자의 개성과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제도의 흠결을 해결해나가며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들의 사후 국가와 군의 지도자가 된 사람들을 양성한 육군대학교에서는 군의 참모로서의 전문적 능력만을 육성했을 뿐,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식견이나 대국적 시야를 키울 수 있는 교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 결과 세계 정세가 급변하던 시기 일본의 지도자들은 승산이나 전쟁종결의 전망도 없으면서 미국과의 전면전쟁에 돌입했다. 결함 있는 조직과 잘못된 교육이 국가를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이 책은 그 실상을 분석하여 실패의 본질을 밝히고 있다. 

 

한편 히틀러의 몰락에 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밀도가 가장 높은 책을 한권만 고르라면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돌베개, 2014)을 꼽고 싶다. 분량으로는 요아힘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푸른숲, 1998)과 이언 커쇼의 <히틀러>(교양인, 2010)가 압도적이지만 하프너는 짧은 분량으로도 전체적 진행과정에 대한 탁월한 조감도를 제시한다. 아직 보지 않았지만 한편의 영화로는 브루노 간츠가 히틀러로 나오는 <다운폴>(2004)이 볼 만할 듯싶다('다운폴'은 영어 제목이고 '몰락'이라고도 출시됐었다). 그밖에 최근에 나온 관련서로 독일 기갑사단 창설의 주역 하인츠 구데리아의 회고록 <구데리안>(이미지프레임, 2014)도 필독해볼만한 책이다. 2차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 참모본부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당사자의 시각으로 엿볼 수 있겠다.

'구데리안'은 1차 대전의 승전국이자 육군대국 프랑스가 마지노선을 만들며 승리를 자신하던 그 때에 아예 관점을 뒤집어 보병의 지원병기로 여겨지던 전차를 전장의 주역으로 만들고 보병을 그 지원역할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전쟁이 시작한지 6주 만에 대국 프랑스는 독일의 최신예 기갑부대 앞에 무릎을 꿇었고, 세계는 크게 놀라게 된다. 회고록 속에서 구데리안이 시행한 작전과 그 경로를 표시한 지도는 물론, 현장에서 찍은 여러 사진들을 통해 독자들을 유럽 전선의 상황과 그 안에서 활약한 여러 장병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듯, 함께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15.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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