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늦잠을 자고(늦게 잔 걸 고려하면 그리 늦잠도 아니지만) 아침도 먹기 전에(내과에 가보기 위해 일부러 안 먹는 거지만)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 '식전의 발견'이다.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김영사, 2015).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가 부제. 원제가 정말로 '신성한 경제학'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인류학 책이거나 바타유에 관한 책이 아닐까 했다. 선물(증여) 경제를 다룬 책이니 짐작이 틀리진 않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예일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현재 고다드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어 통번역가, 비즈니스 컨설턴트, 대학 강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본, 경제, 사회, 문명, 의식, 인류의 문화적 진화에 관해 글을 써왔다." 출세작이 <인류의 도약>(2007)이고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2011) 이후에는 <우리 가슴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더 아름다운 세상>(2013)을 펴냈다. 학자와 지식전도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싶다. 어떤 발상을 갖고 있는 것인가.

자본, 경제, 사회, 문명 등을 망라한 통합사상가이자 세계 지성계가 주목하는 젊은 학자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책. 이 책에서 고대 선물경제부터 자본주의 이후까지의 화폐의 역사를 추적해 인류의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교환방식은 선물이었음을 밝혀낸다. 그럼으로써 화폐시스템이 어떻게 인류에게 소외, 경쟁, 결핍, 공동체의 파괴 그리고 끝없는 성장을 갈구하게끔 만들었는지도 명확히 증명해낸다.

 

대안 경제에 대한 모색이란 점에서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도 떠올리게 되는데,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 2009)와 <부채, 그 첫 5,000년>(부글북스, 2011)의 저자다. 찾아보니 <민주주의 프로젝트>(2013)과 <규칙의 유토피아>(2015)가 신작이다. 같이 읽어보면 좋겠고, 더 소개되면 좋겠다...

 

15.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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