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을 강의하면서는 프랑스문학과 러시아문학의 ‘평행이론‘을 소개하곤 하는데(가령 발자크와 푸슈킨은 똑같이 1799년생이고, 플로베르와 도스토예프스키도 1821년생으로 생년이 같다), 미국문학과 러시아문학 사이에도 평행이론이 성립한다. 근거 가운데 하나가 러시아 농노제 폐지(1861)와 미국의 노예해방(1865)이다.

문학사에서 각각 농노제 폐지와 노예해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꼽히는 게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1852)와 스토 여사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이다. 이번 주에 <사냥꾼의 수기>에 대한 강의를 상당히 오랜만에 하게 되었고 내년 봄에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도 강의에서 처음 다룰 예정이다(물론 누구의 주문도 아니고 내가 일정을 그렇게 잡았다). 단편집과 장편소설이란 차이점이 있지만 문학의 사회적, 정치적 역할이란 면에서 많이 비교되는 작품들이기도 하다(강의에서도 그렇게 비교해볼 참이다).

아쉬운 것은 <사냥꾼의 수기> 번역본이 현재 한 종밖에 없다는 점. 25편을 모두 수록하고 있는 번역본은 동서문화사판이 유일하다. 얼마 전에 투르게네프의 장편들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아쉬움을 표했지만 사정은 단편에서도 마찬가지다. 투르게네프의 단편들은 미국의 저명한 비평가 해럴드 블룸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수일하다. 복수의 번역본을 음미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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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2023-04-2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문당 출판사에 투르게네프 단편집 김학수 선생님 역으로 나온 거 있습니다!
 

역시 강의 공지다.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올해의 마지막 강좌로 11월 7일부터 12월 26일까지 8주간 '로쟈와 함께 읽는 도스토예프스키' 강의를 진행한다.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제외한 후기 장편소설들을 읽어나가는 강좌이며, 개강일에는 후기 도스토예프스키의 정치관을 엿보게 해주는 <악어>를 읽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1강 11월 07일_ 도스토예프스키, <악어>



2강 11월 14일_ 도스토예프스키, <백치>(1)



3강 11월 21일_ 도스토예프스키, <백치>(2)



4강 11월 28일_ 도스토예프스키, <악령>(1)



5강 12월 05일_ 도스토예프스키, <악령>(2)



6강 12월 12일_ 도스토예프스키, <악령>(3)



7강 12월 19일_ 도스토예프스키, <미성년>(1)



8강 12월 26일_ 도스토예프스키, <미성년>(2)



1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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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에는 유난히 러시아문학 강의 일정이 많은데(저절로 그런 건 아니고 대부분은 내가 짠 일정이다), 이번주에도 19-20세기의 여러 작가(와 작품)를 읽는다. 주말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강의도 잡혀 있다.

이 방대한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회 강의라면(보통 2시간) 대략 <러시아문학 강의 19세기>(현암사)에서 다룬 내용을 한번 더 풀어주는 방식이 된다. 3회 이상(3주 이상) 강의가 되면 수준을 좀 올려야 하는데 작품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뜯어보면서 주요 장면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다.

그런데 욕심을 부려서 8주 강의로 진행한다면(작품은 8부로 구성돼 있다), 한번도 그렇게 진행한 적은 없지만 그럴 경우엔 나도 좀더 전문적인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학원 강의라면 대학원생들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이 있는데 미국의 저명한 러시아 문학자들의 저작이다.

한권은 게리 솔 모슨의 <우리시대의 안나 카레니나>이고, 다른 하나는 알렉산드로프의 <해석의 한계: 안나 카레니나의 의미>다. 둘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이고 나는 양장본으로 구입했다. 톨스토이에 대한 고전적인 연구서들이 많이 있지만 가장 최신의 연구서를 꼽는다면 이 두 권이라고 생각된다.

둘다 번역될 가능성은 희소하기에 러시아문학 전공 대학원생들에게나 효용이 있을 정보이지만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최고 수준의 논의가 궁금하다면 참고할 수 있겠다. 나부터가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는 처지인데 막상 읽을 여가가 없다(이런 책을 독파하려면 연휴가 아니라 방학이 필요하다. 혹은 안식년).

어제 이삿짐으로 버려진 책장 두 개를 서고(작업실이라기보다는 서고로 쓰는 공간)에 날라다 놓고서는 눈에 띄어서 들고 온 게 <해석의 한계>다. 손에 들고 있지니 이런 정보가 필요한 독자도 있을 듯싶어서 언급해둔다.

러시아문학에 대한 기본교양을 갖춘 독자들이 어느 정도 생기면 언젠가는 이런 수준의 ‘전문서‘도 소개될 수 있으리라(얼마전에 나온 하스미 시게히코의 <나쓰메 소세키론> 같은 전례도 있으니 무망한 건 아니다. 아, 게리 솔 모슨이 공저한 <바흐친의 산문학>도 어엿하게 번역되지 않았던가! 그런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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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 강의에서 투르게네프의 작품으론 보통 <아버지와 아들>을 강의한다. 1회 강의일 경우에 대표작을 다룰 수밖에 없어서인데, 두번째 선택은 대개 <첫사랑>. 이 두 작품에 관해서라며 아마도 수십 차례 강의한 듯싶다.

하지만 투르게네프를 좀더 깊이 다루려면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데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를 제외하면 <첫사랑>을 포함한 몇편의 중편과 <루진>에서 <처녀지>에 이르는 여섯 편의 장편을 꼽을 수 있다. 순서대로 하면 <루진>과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귀족의 둥지>와 <전날밤>(<전야>)가 있고 <아버지와 아들> 이후에 <연기>와 <처녀지>가 있다.

오늘도 <아버지와 아들>을 강의하고(사실은 강의하기 전에) 든 생각은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작품이 더 나오면 좋겠다는 것. 현재로선 <루진>(열린책들)과 <첫사랑>(민음사)에 같이 들어 있는 <귀족의 보금자리> 정도다(범우사판을 제외하면).

<전날밤>과 <귀족의 보금자리>도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드물고 오래 전이다. 강의에서 종종 언급하지만 나도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어졌다. 번역본이 새로 나온다면 <전야>와 <귀족의 둥지>라는 제목이면 좋겠다. ‘보금자리‘와 달리 ‘둥지‘는 사람에게 잘 쓰지않는데 작품에서 ‘둥지‘란 말은 좀 비꼬는 듯한 뉘앙스로 쓰이기 때문이다(보금자리파와 둥지파가 있다면 나는 둥지파에 속한다).

언젠가 투르게네프의 장편을 강의에서 모두 읽는 날이 올 것인가? 러시아문학 강사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다(아래는 영어판 <귀족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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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트로츠키의 <그들의 윤리, 우리의 윤리>(책갈피)가 번역돼 나왔길래 목차를 훑어보다가 부록에 ‘트로츠키와 빅토르 세르주의 논쟁‘이 들어 있어서 다시금 세르주의 책들을 떠올렸다. <러시아혁명의 진실>(책갈피)과 함께 회고록 <한 혁명가의 회고록>(오월의봄)이 번역돼 있다. <회고록>은 2014년 ‘빅토르 세르주 선집‘의 1권으로 나온 것인데 그 이후로 아직 추가된 목록이 없다.

세르주의 <러시아혁명의 진실>은 1917년 11월부터 이듬해 1918년 11월까지를 다룬 기록으로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 그리고 미국 기자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함께 ‘고전‘으로 꼽힌다고. 책은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으므로 점심을 먹고 찾아봐야겠다. 러시아혁명 관련서만 하더라도 서가 두칸은 채울 듯한데 연휴가 길어도 읽을 책을 다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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