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는 유난히 러시아문학 강의 일정이 많은데(저절로 그런 건 아니고 대부분은 내가 짠 일정이다), 이번주에도 19-20세기의 여러 작가(와 작품)를 읽는다. 주말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강의도 잡혀 있다.
이 방대한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1회 강의라면(보통 2시간) 대략 <러시아문학 강의 19세기>(현암사)에서 다룬 내용을 한번 더 풀어주는 방식이 된다. 3회 이상(3주 이상) 강의가 되면 수준을 좀 올려야 하는데 작품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뜯어보면서 주요 장면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다.
그런데 욕심을 부려서 8주 강의로 진행한다면(작품은 8부로 구성돼 있다), 한번도 그렇게 진행한 적은 없지만 그럴 경우엔 나도 좀더 전문적인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학원 강의라면 대학원생들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이 있는데 미국의 저명한 러시아 문학자들의 저작이다.
한권은 게리 솔 모슨의 <우리시대의 안나 카레니나>이고, 다른 하나는 알렉산드로프의 <해석의 한계: 안나 카레니나의 의미>다. 둘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이고 나는 양장본으로 구입했다. 톨스토이에 대한 고전적인 연구서들이 많이 있지만 가장 최신의 연구서를 꼽는다면 이 두 권이라고 생각된다.
둘다 번역될 가능성은 희소하기에 러시아문학 전공 대학원생들에게나 효용이 있을 정보이지만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최고 수준의 논의가 궁금하다면 참고할 수 있겠다. 나부터가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는 처지인데 막상 읽을 여가가 없다(이런 책을 독파하려면 연휴가 아니라 방학이 필요하다. 혹은 안식년).
어제 이삿짐으로 버려진 책장 두 개를 서고(작업실이라기보다는 서고로 쓰는 공간)에 날라다 놓고서는 눈에 띄어서 들고 온 게 <해석의 한계>다. 손에 들고 있지니 이런 정보가 필요한 독자도 있을 듯싶어서 언급해둔다.
러시아문학에 대한 기본교양을 갖춘 독자들이 어느 정도 생기면 언젠가는 이런 수준의 ‘전문서‘도 소개될 수 있으리라(얼마전에 나온 하스미 시게히코의 <나쓰메 소세키론> 같은 전례도 있으니 무망한 건 아니다. 아, 게리 솔 모슨이 공저한 <바흐친의 산문학>도 어엿하게 번역되지 않았던가! 그런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언젠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