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 강의에서 투르게네프의 작품으론 보통 <아버지와 아들>을 강의한다. 1회 강의일 경우에 대표작을 다룰 수밖에 없어서인데, 두번째 선택은 대개 <첫사랑>. 이 두 작품에 관해서라며 아마도 수십 차례 강의한 듯싶다.

하지만 투르게네프를 좀더 깊이 다루려면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데 단편집 <사냥꾼의 수기>를 제외하면 <첫사랑>을 포함한 몇편의 중편과 <루진>에서 <처녀지>에 이르는 여섯 편의 장편을 꼽을 수 있다. 순서대로 하면 <루진>과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귀족의 둥지>와 <전날밤>(<전야>)가 있고 <아버지와 아들> 이후에 <연기>와 <처녀지>가 있다.

오늘도 <아버지와 아들>을 강의하고(사실은 강의하기 전에) 든 생각은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작품이 더 나오면 좋겠다는 것. 현재로선 <루진>(열린책들)과 <첫사랑>(민음사)에 같이 들어 있는 <귀족의 보금자리> 정도다(범우사판을 제외하면).

<전날밤>과 <귀족의 보금자리>도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드물고 오래 전이다. 강의에서 종종 언급하지만 나도 오랜만에 다시 읽고 싶어졌다. 번역본이 새로 나온다면 <전야>와 <귀족의 둥지>라는 제목이면 좋겠다. ‘보금자리‘와 달리 ‘둥지‘는 사람에게 잘 쓰지않는데 작품에서 ‘둥지‘란 말은 좀 비꼬는 듯한 뉘앙스로 쓰이기 때문이다(보금자리파와 둥지파가 있다면 나는 둥지파에 속한다).

언젠가 투르게네프의 장편을 강의에서 모두 읽는 날이 올 것인가? 러시아문학 강사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다(아래는 영어판 <귀족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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