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라캉 입문서가 번역돼 나왔다. 숀 호머의 <라캉 읽기>(은행나무, 2006)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론 원서를 이미 작년에 구해서 몇 페이지을 읽어보았다. 물론 그 정도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이 포함된 시리즈 자체의 성격이 그렇다. 그 시리즈란 루틀리지에서 나오는 'Critical Thinkers'를 말하는데, 인문서 출간 동향에 까막눈이 아닌 독자라면 도서출판 앨피에서 나오는 이 시리즈의 책들을 기억할 것이다.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로 시작한 시리즈 말이다. 한데, <라캉 읽기>는 뭐냐고? 그게 아마도 앨피에서 시리즈의 판권을 다 확보하지는 못한 탓으로 보이는데, 클레어 콜브룩의 <질 들뢰즈>(태학사)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것과 같은 사정이 아닐까 싶다.

저자인 숀 호머는 이미 <프레드릭 제임슨>(문화과학사, 2002)이l란 입문서가 소개된 바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지젝의 맑스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을 이전에 페이퍼로 올린 적이 있다), 현재는 자리를 옮긴 것으로 돼 있지만 영국 셰필드 대학의 정신치료연구센터의 교수로 재직한 바 있고, 내가 알기에 역자인 김서영씨는 호머 교수의 지도하에 라캉에 관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러니까 역자로서는 최적임자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쉬운 라캉 입문서'에 대한 기대를 가져봄 직하지 않을까?

소개에 따르면, 책은 "우리 시대에 영향력을 미치는 한 사상가의 핵심적 이론과 논리를 대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이상적 개론서. 지난 30년간 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라캉의 중심개념들을 그 개념의 배경과 맥락을 따라 쉽게 기술했다. 지은이는 임상분석가가 아닌 문화이론가의 시각에서 그동안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형태인 정체성의 정치학에 의해 수없이 비판받아온 라캉의 정신분석을 프로이트와의 관계 속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라캉의 업적과 사상이 현재의 주체성에 관한 논쟁에 일조할 수 있는지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책 전반에 걸쳐 자크 알랭 밀레와 브루스 핑크 그리고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라캉주의자들의 다른 문헌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 그토록 어렵다는 '라캉 읽기',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보자. 읽다 보면 <라캉으로 쇠라 읽기>(애플트리태일즈, 2006) 같은 책도 더이상은 두렵지 않을 것이다. 누가 자크 라캉을 미워하는가?..

06. 11. 15.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인 2006-11-15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퍼갑니다. 읽고 읽고 또 읽어도, 한번 놓으면 왠지 다시 다가서기 애매한 그 이름. ^^;

로쟈 2006-11-15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이 공익의 교양은 다 책임지시는군요.^^

조선인 2006-11-15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아무리 쉬운 책이라고 해도 너무 어려워요. =3=3=3

로쟈 2006-11-1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라캉 입문서'들과 비교하셔야 합니다.^^

자꾸때리다 2006-11-1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하신 분 약력을 보니 생물교육 전공하신 후에 영국에서 정신분석 공부하셨네요.
저렇게 비 인문학 계열 전공하고서 바로 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을 수가 있나요?
저도 의대 나온 후에 정신 분석을 공부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해외에서 박사과정은 수료하고 싶거든요. (그 다음에 한국에서 공중보건의 하면서 공부한 후에 다시 외국에서 1년 정도 가서 학위 받고 국내 병원에서 인턴과정을....)

로쟈 2006-11-1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답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정신분석이 라캉 정신분석이신지요? 영미식 정신의학과는 계보가 다른지라...

수유 2006-11-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라캉으로 쇠라읽기>가 있네요^^
앗 그러고보니 책방에서 본 책이네요..^^

깽돌이 2006-11-16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가 만든) 국제정신분석학회에는 자아심리학,자기심리학,대상관계이론파 이렇게 세 파벌(?)이 동거하는 것 같습니다(미국은 자아심리학,영국은 대상관계학파,남미는 클라인 학파가 발달했다고 합니다).이 계보에서 융과 라캉이 벗어나는데 라캉 임상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영미분석철학, 대륙철학 식으로 분류되는것 같지는 않은 듯 해서.한국 라캉학회사이트 구경했었는데 거기 의사샘들이 라캉식으로 임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모 분은 오역의 쓰나미로 유명하고...그냥 연구스터디모임인 것 같네요.

2006-11-16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11-1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라캉 입문서에 따르면, 주류 정신분석학이 1만명, 라캉식 정신분석학(프랑스, 스페인, 남미 등)이 1만명 정도의 추종자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