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로써의 글쓰기>라는 책제목이 어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는 페이퍼를 적었는데 뜻밖에도 그 제목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분도 많은 것 같다. 편집자도 그랬을 터이다(그러나 책이 나오기까지 한두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게 아닌데 어떻게 무사통과될 수 있었을까. 미스터리다).
‘으로서‘나 ‘으로써‘는 경우에 맞게 쓸 수 있지만 ‘으로서의‘는 지위나 자격을 표시하기에 ‘으로써의‘는 무조건 불가하다. 당장 ‘으로써의‘가 들어간 제목이 더 있는지 확인해보시라, 며 내가 확인해보니 맙소사, 한권 더 있었다. 김종일의 <삶으로써의 읽기와 쓰기>(한국문화사)라는 놀라운(더불어 창피한) 선례가 있었던 것(워낙에 인지도가 낮아서 그간에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본적인 어문 규정을 혼동한다면 할말이 없을 수밖에.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는 그냥 무지와 무관심이 낳은 해프닝이되, 출판 편집의 한심한 수준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다만 젊은 학생들이 이런 표현이 어법에 맞는 걸로 오인할까봐(실제로 대학생들조차도 흔하게 범하는 오류다) 염려되어 단순한 사실을 적시했을 뿐이다. ‘으로서의‘가 들어간 책제목은 허다하게 있다. 아마도 하루키의 책이 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을 법하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문학동네). 이게 ‘밥벌이로서의 글쓰기‘와는 다른 사례라고 생각한다면 나로선 할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