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곧 4월 26일은 지난 1986년 구소련(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 이맘때 이런저런 관련 자료들을 검색해본 일이 있는데, 어느 새 1년이 흘렀다. 따로 준비한 건 없고, 대신에 녹색연합의 블로그에서 '체르노빌, 잊지 못할 이름'이란 글을 옮겨온다. 열심히 준비한 글이며 필자는 김미영 활동가이다. 문단조절이나 원문에 첨부된 2장의 사진 외의 이미지 부가 등은 모두 나의 조작이다.

-며칠 전부터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기사가 드문드문 보이더니 사고 당일인 26일에 가까워오자 버스 안 라디오 뉴스에서도 그 원전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체르노빌에 관한 글 한편을 써보겠다고 다짐한 이후 체르노빌이란 글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고 그 글자가 들어간 잡지도 여느 때와 달리 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올해가 20주기 되는 해인지라 다른 때보다 기사가 더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사고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저는 올해가 그 사고가 일어난 지 20년 째 되는 해라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사고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진행되었고 후에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과 잡지 신문을 토대로 제가 나름대로 쌓은 내용을 지금부터 나누려고 합니다.

-체르노빌은 그 당시의 구소련, 지금의 우크라이나의 한 도시입니다. 1986년 4월 26일 이른 새벽 1시 경에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출력을 낮추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총 4개의 원자로 중 제 4호기에서 그 실험은 진행되었는데 사고 전까지는 가장 좋은 운전실적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이 원자로에 주게 될 부담과 안정성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운전 담당자와 안전 담당자가 충분히 정보를 교환하지 못한 관계로 실험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불행히도 운전원들이 자동정지 장치를 꺼버리는 실수로 인해 원자로 출력은 순간적으로 치솟았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열이 발생하여 핵연료는 녹아내렸습니다. 이어서 뜨거운 핵연료와 물이 만나 증기폭발이 발생하였고 추가적인 폭발로 인해 원자로 및 건물의 지붕까지 날아가 버리는 대형사고가 터지게 된 것입니다.



-그 폭발 당시 원전의 모습이 어떠할지는 상상할 수 있을까요? 기록에 따르면 방사성 파편, 흑연조각(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는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하게 설계되었습니다), 먼지 등이 거대한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저는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핵실험 시 생기는 거대한 버섯구름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진화작업으로 수천 톤의 납과 모래를 부었지만 거대한 불길은 열흘이 지나서야 잡혔습니다. 당시 발전소에 있던 연구원들이나 관리요원들이 사망하거나 방사능에 노출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요원들도 그대로 방사능을 뒤집어썼습니다.



-사고 후 소련의 대처방법은 사고만큼이나 끔찍합니다. 인근 다른 국가들은 물론 체르노빌 주변 지역의 주민들도 전혀 사고 소식을 몰랐다고 합니다. 방사선 물질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평소와 마찬가지로 밭을 일구고 야외파티를 하고 운동을 했겠지요. 스웨덴 과학자들이 평소보다 높은 농도의 방사능을 감지하고 바람방향을 이용해 역추적을 한 결과 사고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소련은 원전 사고를 시인했고, 상세한 내용을 발표한 것은 2주일이나 지나서였습니다.

-주변 지역 사람들은 공포에 빠졌고 되도록이면 사고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소련은 서둘러 사고를 수습, 오염을 제거하려고만 하였고, 이는 오히려 피폭 피해를 더욱 가속화하였습니다. 현장정리에 제대로 된 안전장비 없이 동원된 사람들이 모두 8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당시 소련의 사고 대처는 슬프기까지 합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한 현재 사람들의 관심사는 사고 피해가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지속될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입니다. 체르노빌 주변지역에는 유독 기형아출산율과 암 발생률이 높습니다. 기형적으로 머리가 큰 어린이 사진, 갑상선 수술 후 목에 난 수술자국을 보여주는 소녀 사진,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 사진을 보면 인간이 고안해낸 기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주변국인 영국, 스웨덴 등지에서도 고농도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습니다.

-피해 규모 통계 자료는 조사단체마다 너무나 다르게 내어 놓고 있습니다. 최근에 그린피스가 내 놓은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년 전의 이 사고로 인해서 앞으로 발생할 암이 27만 건이라고 합니다. 덧붙여서 그린피스는 그중에서 약 10만 건은 무척이나 치명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습니다.  유엔의 자료는 또 다릅니다. 4만 명이 암에 걸릴 것이고 그 중에서 1만 6천명은 갑상선암으로 고통 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암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방사선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바로 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라서 정확한 통계를 내기란 어렵겠지요. 하지만 사고 지역과 가까운 벨로루시에서 사고 이후에 갑상선 암 발생률이 30배나 높아졌다는 일례만 보더라도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 유출이 인체에 치명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암 뿐만 아니라 성장장애, 노화촉진, 정신질환, 기형아출산 등 그 피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아직도 그 곳 주민들에게 남아있습니다. 향후 30년간은 계속 추이를 지켜봐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리고 방사능을 피해서 고향을 떠나야했던 슬픔, 피폭된 자들이라고 낙인 찍혀야했던 삶의 고통은 수치화 할 수 없겠지요.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사고가 일어난 후 소련은 인근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습니다. 지금은 그곳에서 허가받은 사람들만이 외부로부터 오염되지 않는 식품과 정기건강검진을 제공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땅은 사고 당시 방사능 물질을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방사능의 양이 그대로 남아있는 지역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방사능의 반감기는 물질에 따라 평균 30년 정도) 이곳의 숲, 강에서 잡히는 동식물들의 방사성물질은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에게까지 충분히 올 수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로 반핵의 움직임이 크게 일었습니다. 그러나 유가는 계속 올라가고 기후변화 협약으로 이산화탄소를 절감해야하는 과제를 떠안자 너도나도 다시 핵에너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통계자료를 들이대며 서로의 입장을 정당화 시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도 연구실에서 좀 더 안전한 방식의 핵발전 방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는 가동 방식이 확연히 다르고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한 우리는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핵폐기물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핵폐기물을 아무리 꽁꽁 싸매어 깊이 묻어 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도 어떻게든 인간의 손을 거쳐 다시 처리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떠안기는 일입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 -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서 핵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핵 발전소의 사고와 처리 곤란한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영원히 물려주느니, 이제부터라도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안전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연구와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20주기 맞이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5일 화요일 오전 11시에는 종로에서 추모 퍼포먼스가 있고 오후 6시에는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추모 촛불 문화제가 열립니다. 이 때 사진 전시와 영상물 상영, 문화공연이 함께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지금도 www.enviroasia.info 및 각 환경단체 홈페이지에서 핵 확산 저지 한-일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는 체르노빌 핵사고 사진전이 27일에서 28일 양일간 열립니다.

-마지막으로 유엔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체르노빌 사고에 관해 언급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합니다. “체르노빌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이름이다. 체르노빌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적과 알 수 없는 근심걱정을 담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사건이다.”   



06. 04. 25.

 

 

 

 

P.S. 체르노빌 사고는 당시 한창 진행중이던 사회주의 재건(페레스트로이카) 운동을 '넌센스'로 만들어놓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5년후에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은 붕괴되었다. 어떠한 이념도 그러한 재난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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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2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가끔 와서 올려놓으신 귀한 자료 함부로 퍼갔습니다. 용서해주실거죠? 또 퍼갈게요.^^

로쟈 2006-04-2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온 자료인데요 뭐.^^

twoshot 2006-04-2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끔찍합니다.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

마노아 2006-04-2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체르노빌 이야기를 소재로 쓴 시미즈 레이코의 "달의 아이"가 떠오릅니다. 좋은 글 퍼갈게요.

여울 2006-04-2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을 남기는 사업이 (담수화와 친환경)이란 광고로 주입되고 있는 것은 아시죠.
중동에 설치해서 담수를 생산한다고 하면, 전쟁으로 피격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안전하다고, 돈 벌기위해 수출한다는 것을 아무리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아도 납득을 할 수 없군요.  갖은 돈을 들여 광고로 세뇌되는 현실... ...???
 

원자력硏-두산重, 해수 담수화 본격 추진

한국원자력연구소(소장 장인순)와 두산중공업(대표 김대중)이 원자력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 기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원자력연구소는 29일 연구소 대회의실에서 두산중공업과 이 분야 사업을 공동으로 본격 추진키 위한 상호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원자력연구소와 두산중공업은 이 협정에 따라 원자력연이 해수 담수화 등을 위해 지난 2002년 우리 고유 모델로 개발한 `일체형 원자로(SMART)'의 산업화와 해외시장 개척, 수주때 공동 또는 컨소시엄 형식으로 상호 협력해 나가게 된다.

일체형 원자로는 다목적 중소형 원자로로, 원전터빈에서 사용한 폐증기를 활용,바닷물을 증발시켜 높은 순도의 식수 및 공업용수를 1일 4만t씩 생산할 수 있을 뿐아니라 10만KW 정도의 전력도 생산할수 있는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최첨단 원자로다.

원자력연은 이 일체형 원자로의 기술검증을 위해 지난해 세계 해수 담수화 설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두산중공업 등과 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추진키로 했으며, 두산중공업 등은 2008년까지 총 2천500억원이 투입되는 이 플랜트 건설사업비의70%인 1천750억을 부담할 예정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두 산.연은 이를 통해 얻은 일체형원자로의 설계 및 건설기술을 바탕으로 공동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2011년께는 우리나라도 약 20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일체형 원자로를 이용한 해수 담수화 사업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미래식수원 확보와 함께 소규모 전력 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물이 부족한 중동,북부 아프리카 및 중남미 지역에 진출할 수 있는 국가 수출전략 품목으로도 부상할 전망이다.

< 출처 : 대전=연합뉴스, 2004. 1. 28 >

sayonara 2006-04-2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르노빌 사고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신문을 보니 방사능 오염으로 수박만해진 사과를 보고 마냥 좋아했던 기억이... -_-; 어린 시절이란 때론 철없이 잔인한가 봅니다.

로쟈 2006-04-2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rcus님/ 남의 일이 아닌 거 맞습니다.
마노아님/ 저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작년에야 기억해 냈습니다.
여울마당님/ 2004년 일이면 벌써 상당히 진행중일 수도 있을 거 같군요. 사실, 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투자할 비용이라면, 대체 에너지쪽이 더 '현실적'인 것도 같은데요...
sayonara님/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모스크바에 있을 때 유난한 싼 채소, 감자 따위는 먹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었죠. 체르노빌산이라고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