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쓴 시를 한편 더 옮겨놓는다. 이 또한 '코믹시'로 분류해야 할 듯싶은데, 사실 출전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으나 스피노자의 경구로 잘 알려진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내겐 언제나 유머로 들렸다. 시는 왜 그것이 유머인지를 나대로 '증명'하고자 한 시도였다...

한 그루의 사과나무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그런 농담으로!)
왜 사과나무뿐이겠니
감나무 배나무 살구나무
자작나무 미루나무 은행나무 은사시나무
왜 한 그루뿐이겠니
여기에 한 그루 저기에 두 그루
뒷집 마당에도 한 서너 그루
강 건너라고 가리겠니
한 열 그루 심자꾸나
너는 구덩이를 파고 또
너는 물주전자를 가져오려무나
내일이 종말이란다
어서들 심자꾸나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우리가 철인(哲人)이 되겠니
어차피 종말이란다
뭔들 못하겠니
나무나 심자꾸나
용되자꾸나
어서 어서들 모이거라

자, 사과나무에
이젠 목매달자꾸나
내일이 종말이라는데
아, 기분 한 번 내보자꾸나
자, 어서 어서들- 

07. 11. 07.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꾸때리다 2007-11-0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틴 루터가 한 말이래요. 그러면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우리가 기독인이 되겠니> 가 되나요?

로쟈 2007-11-08 12:29   좋아요 0 | URL
사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경구이기도 합니다. 경건해뵈는 그럴 듯한 누군가라면.^^

닉네임을뭐라하지 2007-11-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쟈님도 20대가 있었던 거군요 ㅎㅎ
20대의 느낌이 팍팍 묻어나네요 ^^

로쟈 2007-11-08 12:30   좋아요 0 | URL
10대도 있었던 걸요!^^

마늘빵 2007-11-0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쟈님의 20대라니. 상상이 안갑니다. 시도 쓰시고.

로쟈 2007-11-08 21:15   좋아요 1 | URL
문학 전공자들이 본래 시나 소설 습작들을 합니다.^^;

심술 2007-11-0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동화책 표진가요?

로쟈 2007-11-08 21:15   좋아요 0 | URL
그런 거 같습니다. 저는 그냥 적당한 이미지만 가져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