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하던 러시아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최근 러시아발 기사에는 푸틴이 내년 총선 이후 집권당의 총리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포함돼 있다. 내년 대선과 총선의 향방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점차 분명해지는 것은 그가 쉽게 권좌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해서 문제는 이 '불곰 파워' 러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우리의 '푸틴 대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러시아가 구 소련시절만큼의 초강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미국과 유럽으로서는 러시아의 이러한 팽창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독재'와 '반민주'는 그것을 견제하는 '유일한' 명분이자 수단으로 보인다). 우리도 그러한가?..

한국일보(07. 10. 05) '불곰 파워' 유럽 흔든다

발트해에서 발칸까지’ 러시아의 부활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곳이다. 동유럽으로 경계를 확장하려는 서유럽은 구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러시아의 야심에 막혀 진땀을 흘리고 있다. ‘러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유럽연합(EU)에서는 신구 회원국 간, 진보_보수 세력 간 논쟁을 넘어 분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발칸의 코소보를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7년여에 걸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유엔과 EU 덕분에 세르비아 정부도 ‘독립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백기투항 직전까지 몰렸다. 중재를 맡은 마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총리는 노벨평화상 유력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예상외로 강력히 반대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이 유엔 바깥에서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하는 실력 행사를 강행한다면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그루지야,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권 국가 내 친러시아 세력을 독립시킨다는 강력한 대응책을 천명했다(*친러시아 성향의 동부 우크라이나를 말하겠다). 코소보 독립의 대가로 동유럽이 친서방_친러시아로 찢어지는 것은 서방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코소보 독립문제는 러시아가 일으키고 있는 파장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거침없이 진행되던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코카서스에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2005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EU의 동진과 나토의 동진을 명확히 구분했다. 나토는 군사적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유럽의 확장은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과 통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럽의 동진도 이제 러시아에는 매력적인 사과가 아니다.

유럽의 경제에 기대기보다는 러시아의 경제력을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국익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매장량이 각각 세계 1, 2위인 천연가스와 원유는 러시아 경제의 파워하우스이다.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설치하려는 미사일방어(MB) 기지 설치를 러시아가 완강히 반대하는 것도 유럽은 이해할 수 없다. 안보 위협을 내세우고 있지만 러시아 스스로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란 것이 유럽의 생각이다.

프랑스의 싱크탱크인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토머스 고마트는 “다음 10년간 러시아가 유럽의 최대 현안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러시아를 파트너로 볼 것인지, 위협으로 볼 것인지 대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에 대한 사이버 테러,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럼의 유럽 가스시장 통제 야욕, 영국과의 스파이 논란, 러시아 폭격기의 노르웨이 영공 침범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최근의 유럽과의 갈등은 동유럽을 무대로 벌어질 러시아와 유럽의 다음 전쟁의 예고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3일 “공식적으로 미국과 입장을 같이 하지만, 내부적으로 내 동료의 절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분열을 상징하는 독일의 고민이다.(황유석기자)

뉴시스(07. 10. 05) "푸틴, 스탈린 능가하는 독재자 될 것"…前측근 푸틴 '맹비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전 러시아 고관이 "푸틴 대통령이 소비에트 시대가 무색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5년 가을 해고된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후보로 총선에 출마, 총리로 집권할 의지를 시사한 푸틴 대통령이 막강한 국민 지지도를 이용해 총선을 국민투표로 전환시키는 '기현상'을 야기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일라리오노프는 "이는 결국 한 사람의 손에 절대 권력을 몰아넣는 새로운 정치체제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리오노프는 이어 푸틴 대통령이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힌 지난 1일의 통합러시아당 당대회가 지난 1934년 공산당의 집회를 연상시킨다며 "당시 스탈린을 추대한 공산당의 당원들은 후에 하나 둘씩 독재자가 된 그의 숙청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헌법은 현재 대통령의 삼선 연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푸틴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연임을 추진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밝혔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올해 말 총선 출마와 함께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뜻을 표명함으로써 '허수아비 대통령'을 내세운 뒤 총리로 활동하며 실질적 통치를 계속한다는 야심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일라리오노프는 현재의 형태로 총선이 진행될 경우 "푸틴은 소비에트 사상 어떤 공산 지도자보다도 더 많은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며 이는 소비에트 붕괴 이후의 지난 16년뿐 아니라 독재가 최고조에 올랐던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마지막 수십년을 모두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권력 집중은 결국 푸틴 대통령의 폭정으로 이어져 남아 있는 정치경제적 자유마저도 짓밟고 국가의 핵심 경제 자산을 독점하게 된 국영기업들은 부정부패로 나라의 경제를 병들게 할 것이라고 일라리오노프는 경고했다(*푸틴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그는 또 크렘린 당파 간 내분으로 '궁정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외교적으로는 러시아 인권 문제에 대한 서방 세계의 개입에 대한 푸틴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은 이같은 전직 대통령 측근의 비판해 즉각적 논평을 내 놓지 않았다.(정진하기자)

서울경제신문(07. 10. 05) 푸틴 대제(월스트리트 저널 10월4일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에 총리로서 러시아 정계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아무도 이 소식에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에 오른 지 8년째인 푸틴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일련의 테러 폭발 사고를 구실로 체첸을 상대해 2번 전쟁을 일으키며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한때 푸틴 정권의 스파이로 활동한 적이 있는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러시아에서 폭발 사고는 러시아의 비밀부대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폭로했다.

하지만 서방 지도자들은 푸틴을 도리어 ‘결점 없는 민주주의자’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칭송했다. 푸틴은 석유 가격 상승과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정책에 도움을 받아왔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러시아의 대외부채를 상환하고 보유 외환을 늘리는 데 원천이 됐다.

푸틴의 지지도가 70%에 이르는 것도 이 덕분이다. 특히 석유 수입은 코카서스 지역에서의 탄압, 독립적인 미디어ㆍ인권단체에 대한 공격 등과 같은 행위를 희석시키고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오랜 벗들을 권력 요직에 앉히는 데도 기여했다. 서방세계로서는 푸틴이 석유와 가스 등 자원의 공급을 조절하며 우크라이나 선거에 개입하는 것을 감시하기도 어렵다.

이런 러시아의 공격적인 외교정책 기조는 종종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 일례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유엔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푸틴 비판에 미온적이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푸틴은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 것을 알면서도 헌법의 3연임 금지조항을 피해 계속 권좌에 머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총리에 측근인 빅토르 주브코프를 임명한 것은 푸틴이 의회를 통해 권력을 휘두르거나 헌법의 빈틈을 이용해 다음 번에 대통령직에 도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서방세계는 ‘체스왕’ 카스파로프 등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푸틴의 장기집권을 위한 조치들은 러시아의 민주주의가 깨져버렸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의 권위주의를 회복시켰지만 전세계는 그 결과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07. 10. 05.

P.S. 가장 최근에 나온 러시아관련서는 연합신문의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매일경제 김병호 기자의 <푸틴을 위한 변명>(매일경제신문사, 2007)이다. 러시아 내부에서 들여다본 '푸틴시대'라 할 만하다. 러시아 정국 및 '푸틴 vs 카스파로프'와 관련된 페이퍼로는 '러시아 중산층의 정치 무관심'(http://blog.aladin.co.kr/mramor/1029678),  '러시아에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필요한가'(http://blog.aladin.co.kr/mramor/814509) 등을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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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시아 푸틴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07-31 18:10 
       '러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 2007-10-05 09:01 로쟈님의 페이퍼 에 달린 로쟈님의  2007-10-05 09:57 댓글    그건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명박의 경우도 마찬가지요. 경제적 토대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허상 아닐까요?..
 
 
자꾸때리다 2007-10-0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내 푸틴의 지지도가 높은 건 결국 경제 성장 때문인가요? 전두환 지지자 논리하고 비슷하네요.

로쟈 2007-10-0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명박의 경우도 마찬가지요. 경제적 토대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허상 아닐까요?..

eEe 2007-10-0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 우스울 정도의 양극화, 빈곤화가 러시아에서 심화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러시아 소외계층의 불만이 푸틴에 대한 막연한 기대-후분배 효과?-로 전도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러한 굴곡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고는 생각은 안듭니다. 러시아 민중의 사회주의적(?) 정치적 자산이 대안세력과 결합되어 급진적 정치가 재출현하리라는 믿음이 별 근거 없이 불어나네요.
희망과 예측의 뒤범벅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겠지만...

로쟈 2007-10-05 22:44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믿음은 별 근거가 없는 듯합니다. 실상 소련 시절에도 지배계급(특권계급)은 있었고, 그건 제정 러시아때와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러시아에서 별로 대두되지 않는 건 역사상 한번도 그런 걸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qualia 2007-10-0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국민들이 경제, 경제 하는데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 한국 경제의 나쁜 점들이 조금씩 개선된 것이 아닐까요? 최근 노무현 정권 끝에 들어서는 그러한 점진적 개선 효과가 경기 회복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추석 대목 때 재래 시장에 가보았는데요, 노무현 정권 들어서고 나서 맨날 죽는 소리하던 재래 시장이 이번엔 완연하게 살아나 엄청난 활기를 띠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재래 시장이 손님들로 터져나 발 디딜 틈도 없더군요. 상인들은 싱글벙글하고요. 걸핏하면 조중동이 경제 위기니 파탄이니 나라가 거덜났느니 하면서 부화뇌동하는 대중을 들쑤셔대고, 한나라당은 그동안 나라가 금방이라도 거꾸러질 것처럼 얼마나 난리법석을 쳐댔습니까? 그렇게 현실 왜곡을 하고 대중을 오도하던 조중동은 실상은 노무현 정권 들어서 얼마나 세를 확장하고 호황을 구가했느냐 이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의 경제나 정치적 실태,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역학 구도 실태는 그 실상이 가려진 채,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 원하는 왜곡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한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이미지들이 지금의 남한 땅에 일종의 시대적 분위기처럼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명박 씨는 제가 생각하기에,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나 많은 결격 사항이 있고, 그 결격 사항들이 자잘한 것들이 아니라 너무나 치명적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씨가 당원 투표에서 실질적으로 이겨 놓고, (현실 판단에 얼마쯤은 몽매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의사가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간발의 차이로 밀려 대선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한나라당 세력이 (일종의) 이명박 씨의 중도 낙마에 대한 공포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느냐 하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박근혜 씨는 사실상 합류를 거부한 채 의미심장하게 뭔가를 기다리고 있고, 한나라당 세력은 지금 속으로 엄청 떨고 있는 것이죠.

아무튼 이명박 씨의 50% 이상 지지는 허상에 가까운 것이라 봅니다. 그 허상조차 부풀려지고 왜곡된 노무현 정권의 경제 실정(이는 거의 사실이 아니라고 보는데요) 이미지에 대한 반대급부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죠. 집요하디 집요한 조중동과 수구세력들의 난리법석이 그런 허상을 키운 측면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2007-10-05 13:25)

로쟈 2007-10-05 22:42   좋아요 0 | URL
두 달쯤 뒤면 다 알게 되겠지요.^^

eEe 2007-10-0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련은 정말 미지의 시간-공간이네요.

똑같이 소련에 체제하다 왔어도 어떤 사람은 러시아인에게서 성숙한 문화적 역량을 느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환멸을 보고...
똑같이 소련을 연구하더라도 어떤 이는 위대했지만 빛바랜 초유의 실험을 보고, 어떤 이는 자본주의, 계급사회를 보고...
누구는 인류 역사 정점의 소비에트 직접 민주주의를 발굴하고, 누구는 최악의 전체주의를 폭로하고...

무엇에 의지해서 판단해야 될지 갈수록 혼란스러워 집니다.

로쟈 2007-10-07 00:12   좋아요 0 | URL
그 정도의 혼란이나 시차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현재의 남한 현실에 대한 평가를 질문하더라도 계층이나 세대별로 상당히 상이한 답변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게다가 러시아는 워낙에 덩치가 큰 나라에다가 내내 격변기였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