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마술과 마법 - 고대 주술부터 현대 마법까지 오컬트 대백과사전
크리스토퍼 델 지음, 장성주 옮김 / 시공아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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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Occult)마법, 심령현상, 무속 신앙은 현실에서는 무시당하기 쉽다. 오컬트 마니아들이 믿는 영적인 힘은 우리 눈으로 확인이 안 된다는 점도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냐는 것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기이하게도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오히려 오컬트가 더욱 주목받는다. 다양한 초자연적 현상들이 과학의 원리로도 여전히 설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문화가 그런 ‘어두운 매력 덩어리’를 절대 놓칠 리가 없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소설, 영화야말로 오컬트와 환상의 궁합을 이룰 수 있다.

 

인간이 왜 유령에 호기심을 갖고, 과학이 부정하는 마법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두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오컬트의 보고(寶庫)’인 《오컬트, 마술과 마법》(시공아트, 2017)을 펼쳐보시라. 이 책을 읽으면 ‘오컬트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기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 ‘신기하고 이상한 것’들뿐만 아니라 그것에 푹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듯이 세상에는 꼭 한 가지가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천사의 반대편에 악마가 있었고, 과학과 함께 연금술이 존재했으며, 기도하는 성직자의 대척점에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묶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바로 오컬트다.

 

《오컬트, 마술과 마법》은 ‘연대기적 접근’을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오컬트의 영향력을 생생한 도판과 귀중한 유물 등과 함께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오컬트와 관련된 유물 및 그림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마법사, 점성술, 카발라(Kabbalah, 고대 유대교의 신비주의 사상), 연금술,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샤머니즘(Shamanism), 프리메이슨(Freemason, 비밀 단체), 심령술 등 미스터리, 음모론을 논할 때 반드시 나오는 필수 요소들이 《오컬트, 마술과 마법》에 요약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서구 오컬트 문화에만 치중하지 않는 구성 방식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일본의 무속 신앙, 아프리카 및 라틴아메리카의 민간 신앙까지 다룬다. 아주 적은 내용이지만, 저자는 ‘동아시아의 마법’을 소개한 장에 우리나라의 도깨비를 언급했다(282쪽).

 

오컬트는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실체를 밝혀내는 학문이었다. 현실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갈망, 불투명한 미래를 알고 싶은 호기심은 늘 인간의 마음속에 있었고, 그 속에서 오컬트는 자연스럽게 등장해 당시 사람들의 삶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지금도 성행하는 점술, 타로(Tarot)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오컬트를 배척하는 기독교의 힘이 유럽 전역에 확장될수록 마법과 신비주의의 관심도 커졌다. 기독교는 유일신의 영적인 힘을 믿지만, 민간신앙과 밀접한 마법은 인간인 마법사의 의지대로 신비로운 힘을 부리려고 한다. 그래서 마법과 신비주의 사상은 신을 거역하는 죄를 부추기는 ‘이단’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마법은 고대 로마 때부터 박해를 받아왔다. 로마 시대에 제정된 코르넬리우스(Cornelius) 법은 마법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중세 말기, 르네상스 초기에 있었던 마녀사냥의 참혹한 역사는 마법에 대한 서구문화의 적대감을 잘 보여준다.

 

세계에 드리운 미혹과 망상, 미신과 사이비를 거부하는 회의주의자들에겐 《오컬트, 마술과 마법》을 황당무계한 내용만 가득한 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회의주의자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을 ‘별점 네 개’를 주고 싶다. 《오컬트, 마술과 마법》을 쓴 저자는 ‘오컬트에 관심이 많은 예술사 전문가’이다. 그는 예술, 문학 분야에 새겨진 ‘오컬트의 희미한 흔적’을 보여준다. 《오컬트, 마술과 마법》을 읽는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지나쳤던 ‘시시콜콜한 오컬트 지식’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어느 정도 비과학적인 현상에 대해 회의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19세기 중반 미국 전역에 심령술 인기를 일으킨 폭스(Fox) 자매의 영매 능력과 유럽에 유행한 심령사진들이 ‘조작’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또 그는 “마법은 언제나 기술일 뿐이지 결코 과학이 아니다”라는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 《황금가지》를 쓴 종교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현대의 오컬트가 ‘개인의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 오컬트에 지나치게 심취하면 주변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위협하는 사이비 종교 하나 만들어낼 수 있다. 오컬트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명예와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오컬트 지식을 끌어들인다. 그건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오컬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사기술을 맹신하는 가엾은 사람들은 오컬트를 ‘과학’이라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오컬트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단어로 오해받는다.

 

건강한 오컬트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유익한 지식이다. 그래서 오컬트는 ‘어두운 매력 덩어리’다. 오컬트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시대를 상상할 수 없다.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단편 소설 『추방자들』에 환상, 공포, 불가사의한 요소가 있는 문학을 ‘금서’로 규정하여 불태우는 미래 사회가 나온다. 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상상력 충만한 책 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상상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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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31 17:47   좋아요 1 | URL
적당한 상상력은 좋죠. 상상력이 과하면 허무맹랑한 ‘음모론’이 생겨요. ^^

표맥(漂麥) 2018-02-0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실제론 그러지 못하면서 마음 속으로 아주 좋아하는 분야 입니다.^^

cyrus 2018-02-02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오컬트 좋아합니다. 현실성 떨어지는 정보를 지나치게 믿지 않는다면 즐길 수 있는 분야입니다. ^^

카스피 2018-02-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분야 넘 좋아하는데 의외로 국내에선 책이 많이 없더군요^^

cyrus 2018-02-02 13: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컬트 분야 책이 잘 안 팔리니까 절판되기 쉬워요. ^^;;
 

 

 

지난주 목요일(25일) 저녁에 ‘읽다 익다’ 책방에서 진행된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임 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문적 삶을 실천하는 독서 모임인 ‘우주지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 [읽다 익다] 홈페이지 https://ikdda.modoo.at/

* [읽다 익다] 블로그 http://ikdda.com/

* [읽다 익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kdda_books/

 

 

* [서재를 탐하다] 홈페이지 https://booklife.modoo.at/

* [서재를 탐하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kuki00

* [서재를 탐하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daegu/

 

 

* 문화공동체 ‘우주지감’ http://cafe.naver.com/ej2013

 

 

 

‘우주지감’은 ‘우주시 지구 감동’의 줄임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우주시’를 빅뱅 우주론에서 사용되는 시간(宇宙時)을 의미하는 단어인 줄 알았어요. ‘읽다 익다’ 책방지기님에게 ‘우주시’의 뜻이 뭔지 여쭈어봤습니다. 책방지기님의 답변을 듣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우주시(宇宙時)’가 아니었습니다. ‘우주시’의 ‘시’는 행정구역을 뜻하는 ‘시(市)’였습니다. ‘우주시 지구 감동’의 ‘지구’와 ‘감동’은 동음이의어입니다. ‘지구(地球)’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이름인 동시에 ‘따 지(地)’와 ‘구(區)’를 합친 단어입니다. 감정을 나타낼 때 쓰는 ‘감동(感動)’은 ‘느낄 감(感)’과 ‘동(洞)’을 합친 단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주시 지구 감동’의 ‘시’, ‘구’, ‘동’은 행정구역 단위 이름입니다.

 

‘우주지감’이 진행하는 독서모임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 작가의 책’, ‘영혼의 단편’,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등이 있습니다. ‘이 작가의 책’ 모임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영혼의 단편’ 모임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전에 진행되고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전, 목요일 저녁에 진행됩니다. 저는 오전에 일을 해서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저녁 모임에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독서 모임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와 ‘읽다 익다’ 책방입니다.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서재를 탐하다' 책방지기님이 가져온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혜원출판사, 2008)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1998)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 (범우사, 1998)

 

 

 

 

 

 

 

 

 

 

* [절판, No Image] ['우주지감' 회원님이 가져온 책]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고려원, 1996)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 선정도서는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멋진 신세계》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번역본은 문예출판사 판본입니다. 그런데 이 판본에는 추후 헉슬리가 추가한 서문이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발표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헉슬리는 이 책의 개정판을 낼 때 서문을 썼습니다. 헉슬리는 서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비평합니다. 그리고 그는 《멋진 신세계》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야만인 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결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올더스 헉슬리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소담출판사, 2015)

* 김효원 《올더스 헉슬리 : 오만한 문명과 멋진 신세계》 (살림, 2006)

 

 

 

 

헉슬리는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세상이 못마땅했던 것일까요? 그는 1958년에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라는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헉슬리는 이 글에서도 문명 비판적 견지를 유지합니다. 그는 과학기술의 부작용, 전체주의 체제의 위험성, 인간성 상실 등을 경고합니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헉슬리의 문명 비판적 입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파악하려면 1932년 작 《멋진 신세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개정판에 추가된 《멋진 신세계》 서문, 1958년 작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 순으로 읽으면 됩니다.

 

다행히 일찍 일을 마쳐서 ‘읽다 익다’ 책방에 도착하는 데 시간상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고산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저녁 식사로 중국 음식점에 가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독서모임 시작 20분 전인 7시에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책방 안에 ‘우주지감’ 회원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실명은 밝히지 않고, ‘손쌤’이라고 하겠습니다)은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Mary Du Pre)의 첼로 연주곡을 감상하면서 최진석《인간이 그리는 무늬》(소나무, 2013)를 읽고 있었습니다. 우린 만나자마자 대화의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손쌤은 여성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저와 대화가 통했고, 손쌤은 제게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소개했습니다.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소개하는 손쌤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syo님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 syo [171210Sun] http://blog.aladin.co.kr/syo8kirins/9765064

 

 

 

작년 12월에 syo님이 대구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을 글에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 ‘syo님이 말했던 그 모임이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제 생각이 맞았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손쌤은 페미니스트 독서모임에 참석하면서 실비아 페데리치《혁명의 영점》(갈무리, 2013)을 읽었다고 했습니다. syo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포의 책’ 중 한 권이죠. 저는 그 책 제목을 듣고선 syo님’과 댓글로 대화를 나눴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페미니즘 독서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재야의 고수들에게 배워야 할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도 연결되네요. 제가 ‘우주시의 기운’을 받은 걸까요?

 

 

 

 

 

7시 20분부터 슬슬 ‘우주지감’ 회원님들이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멋진 신세계’를 상징하는 표어 ‘공유, 균등, 안정’, 존과 ‘세계 총통’ 무스타파 몬드의 대화, 그리고 ‘우리 삶을 겨누는 세계 총통’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책’이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마약 소마(soma)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퇴근길에 타는 버스에서 책 읽을 때가 좋고, 집에 가서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좋거든요. 저는 그동안 책이라는 소마를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그러자 ‘신쌤’이라는 분이 제가 직장 생활에 너무 지쳐 있고, 그것을 풀기 위해 ‘독서’라는 안정적인 행위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 그분의 말씀을 듣자마자 무릎을 딱 쳤습니다. 책만 읽고 지내는 일이 무척 즐거운 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쌤의 말씀을 듣고 나니 제가 그동안 너무 책속에만 갇혀 지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올해부터 갑자기 독서모임에 관심을 끌게 된 이유가 그거였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한 행위는 ‘나를 보여주는 책읽기’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책에 대한 기록들은 내가 터득한 지식만 보여줬을 뿐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내 마음을 관통할 정도로 크게 감동한 적이 없었고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남은 지식은 ‘고인 물’처럼 남게 되었어요. 탁해진 머릿속 지식의 ‘고인 물’을 빼내려면 내 몸에 ‘구멍’을 내야 합니다. 그런 ‘구멍’이 있어야 잘 흡수한 타인의 마음과 의견이 내 몸과 머리, 마음을 통과하게 돼요. 그리고 머리와 마음속에 억눌려 쌓여 있던 부정적 감정과 썩어서 쓸모없는 지식을 배출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게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라고 생각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면 지식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밤 10시에 독서 모임이 종료되었고, 새벽 1시까지 회원님들과 수다를 떨고 왔습니다. 역시 독서 모임의 꽃은 커피와 과자를 맛 보면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뒤풀이’입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장 그르니에 《섬》 (민음사, 1993)

* [읽을 예정인 책]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 (민음사, 2001)

 

 

 

책방에 왔는데 책 한 권 안 살 수가 없어요. 장 그르니에(Jean Grenier)의 책 두 권을 샀습니다. 책방지기님이 책 윗면에 ‘ㄹㄱ:ㄱ’(읽다 익다)이라고 새겨진 작은 도장을 찍어줬어요. 그리고 나뭇잎 모양의 책갈피도 줬어요.

 

 

 

 

 

 

다음 달 2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도서는 장 그르니에의 《섬》입니다. 장소는 ‘서재를 탐하다’ 책방이고요, 일정은 2월 20일 화요일 오전 11시, 2월 22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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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30 17:10   좋아요 1 | URL
이제 좀 책 읽을 맛이 납니다. 혼자서 책 읽는 것보다 여럿이 책을 함께 읽는 것이 좋아요. ^^

syo 2018-01-30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대구는 좁은 고장이지요. 분명히 우리는 어떻게든 만났겠구만요 ㅎㅎㅎㅎ

cyrus 2018-01-31 10:19   좋아요 0 | URL
정말 신기해요. 책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런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을 거예요. ^^

나와같다면 2018-01-30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신세계‘를 상징하는 표어 ‘공유. 균등. 안정‘ 맘에 들어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독점적이고 불균등하며 안정적이지 못한지 생각합니다

내가 습득하는 이 지식이 나를 관통해서 흘러 넘치기를..

cyrus 2018-01-31 10:26   좋아요 1 | URL
공유, 균등,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수 권력층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것은 위험해요. 소련 공산당이 민중을 억압하는 전체주의로 변질돼서 실패했잖아요.

psyche 2018-01-31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모임 너무 부럽네요. 특히나 다음번 책이 그르니에라니!

cyrus 2018-01-31 10:29   좋아요 0 | URL
그르니에의 책을 읽는 게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르니에의 글이 마음에 들면 절판된 그르니에의 책을 수집하려고 해요. ^^

transient-guest 2018-01-3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나눔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2007년부터만 계산해도 10년이 넘도록 홀로독서를 하는 저는 늘 이런 것이 부럽습니다.

cyrus 2018-01-31 10:31   좋아요 2 | URL
책 좋아하는 사람 두 세 명만 모여도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된 독서모임도 생기고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8-01-31 11:51   좋아요 2 | URL
주변에 책을 보는 사람은 가족이 전부라서요 ㅎ 좀 stranger들이 많아야 합니다 ㅎ

cyrus 2018-01-31 12:39   좋아요 1 | URL
책 읽는 가족이 있어서 부럽습니다.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핏줄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우리 집안에는 저만 stranger입니다.. ^^

stella.K 2018-01-3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독서 모임 하나 정도는 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긴 해.
근데 마땅한 데가 없더군.
가장 좋은 건 저녁 먹고 설거지 해 놓고 산책 삼아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꿈 같은 얘기지.
그만큼 우리가 책을 좋아하는 민족은 아니잖아.

그런데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란 책도 있구나.
안정효가 번역했으면 괜찮을 것 같네.^^

cyrus 2018-01-31 17:50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독서모임 단체 2~3개 찾을 수 있어요. 3~4명 정도 모이는 소규모 독서모임도 괜찮아요. ^^

범우사판 번역본이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라서 문장이 올드(old)해요.

프레이야 2018-02-0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 대한 페이퍼와 정보가 요즘 유독 많이 눈에 띄어요. 알차고 좋은 정보들 얻어갑니다. ^^
 
선택 가능한 미래
비벡 와드와.알렉스 솔크에 지음, 차백만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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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낙관이 되든 비관이 되든, 분명한 사실은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침투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술의 발달로 영향받게 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황은 커다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초인공지능(super intelligence)이 금방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아직도 대부분 과학자, 철학자는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로봇에 인공지능을 부여하는 일은 인류 발전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잘만 이용한다면 우리 생활은 더 편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듯이, 인공지능 기술에도 그림자가 어려 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과 같은 미래 비관론자들은 기계 자동화의 확산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람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회사와 공장들이 속속 세워지리라 전망한다. 리프킨이 주장했듯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이 된다면, 그 이후의 혼란은 충분히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불만은 사회적 불안 요소로 남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공지능 연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심대한 사회적 불안과 위험한 결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개인정보가 더 혹은 덜 보호될 수 있고, 인간이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이 된 인간) 혹은 기계의 노예처럼 살게 될 수도 있다. 급격히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를 생각해볼 때 미래는 현재로서 상상 너머의 무엇일지 모른다.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Vivek Wadhwa)는 기술 변화를 중심으로 ‘영화 같은 미래’에 다가선다. 저자는 수년간 진행해온 미래기술세미나에서 논의된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미래를 전망한다. 미래예측은 단순하게 낙관론 또는 비관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열거하고 그에 대한 잠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미래를 분석하는 방식이 《선택 가능한 미래》의 특징이다.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꿔놓는 한편,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택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신기술이 사회와 인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이 기술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혜택을 가져다주는가? (형평성)

2. 이 기술에 내재된 위험과 보상은 무엇인가? (위험성)

3. 이 기술은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가? (자율성)

 

 

 

나는 이 세 가지 기준을 ‘와드와 테스트(Wadhwa test)’라고 부르고 싶다. 이 단어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별하는 시험인 ‘튜링 테스트(Turing test)’에서 따왔다. 와드와 테스트는 인공지능의 실용성과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쉽게도 인공지능, 로봇, 구글이 개발한 무인자동차, 드론, 맞춤형 의료 서비스 등은 와드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중대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그것을 통해 생산력을 극대화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우선 고임금과 저임금에 따른 노동시장 분리는 심화하며, 성 격차에 따른 불평등도 심화한다. 나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낙관적인 저자의 전망에 동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한 부의 편중을 대비해야 한다.

 

과거 의료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병이 발생한 이후에 이를 치료해주는 ‘사후적 서비스’였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맞춤형 관리를 통해 발병을 사전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선제적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환자가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공지능은 환자의 유전자 정보, 건강 상태 등 전문적이면서도 개인화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병에 걸리기 전에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고객에게 다가오는 시대가 온다. 하지만 우려되는 요소도 없지 않다. 개인의 신체 관련 정보가 자칫 오용되기라도 하면 ‘디지털 빅 브라더’로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도 없지 않다. 또 해커들이 의료 기록을 조작하는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면 인공지능의 오진(誤診)이 생길 수 있다. 저자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각종 보안 기술과 법적 제도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밖에도 그는 ‘유전자 기술 개발’, 드론의 무기 상용화 등의 사례를 들면서 신기술이 가져다 줄 위험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어떤 미래에서 살게 될지는 결국 우리 선택에 달렸다.”

 

(19쪽)

 

 

저자는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자신만의 미래 전망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대처해보라고 제안한다. 그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희망’과 ‘위험’이란 양면을 동시에 읽어낸다. 결국, 미래는 문제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가능하면 문제점은 피하고 가능성을 이용한다면 우리의 일상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느껴 기술 발전을 부정적으로만 보거나 불안에 떨면서 살아갈 수 없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의 수평선 너머에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발견, 새로운 사건들이 웅크리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영화 같은 미래’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찬란한 유토피아가 아닌 <매드맥스>의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지식, 즉 앞으로 등장하게 될 신기술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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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30 16:47   좋아요 1 | URL
신기하죠? 쥘 베른의 소설에 보면 거의 반쯤은 미래를 예견한 묘사들이 나와요. ^^

psyche 2018-01-31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인자동차는 와드와 테스트에서 어떤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는지 궁금해요. 미국은 차가 없으면 꼼짝도 할수없다보니 앞도 잘 안보이고, 반사반응도 너무 느리신 노인들도 운전을 하시거든요. 다른건 몰라도 무인 자동차는 내가 노인이 되기전에 상용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cyrus 2018-01-31 10:37   좋아요 0 | URL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일단 까다로운 법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됩니다. 무인 자동차가 사람보다 정확한 운전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고가 안 일어난다고 확신할 수 없어요. 무인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법적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무인 자동차에 장착된 시스템은 해커들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아요.

psyche 2018-02-02 14:00   좋아요 0 | URL
법적인 문제는 새롭게 법을 만들고 그렇게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커에 대해서는 생각못했네요. 그건 좀 무서운걸요.
 
전체를 보는 방법 - 박테리아의 행동부터 경제현상까지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
존 밀러 지음, 정형채.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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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무질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를 복잡계(complex system)라고 부른다. 주식시장은 복잡계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어느 때는 질서를 가진 듯하다, 또 어느 때는 무질서하면서도 용하게 제 갈 길을 찾아내곤 한다. 이런 행보가 지니는 특성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복잡계 이론은 복잡다단한 현상을 폭넓은 관점에서 관찰함으로써 그 현상 속에 숨겨진 문제점을 찾아낸다. 따라서 성공적 전략과 예측을 세우기 위해서는 복잡계 이론을 숙지해야 한다. 복잡계 과학은 생명공학, 기상학, 경제학, 사회학 등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체를 보는 방법》(에이도스, 2017)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복잡계 원리 10가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상호작용’, ‘피드백’, ‘네트워크’, ‘자기조직화 임계성’ 등은 자연 및 사회현상의 비밀을 하나씩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환원주의를 경계하고 복잡계 과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환원주의에 의존했다. 그들은 자연을 간단한 구성요소로 나누어 이해하면, 그것들을 종합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원주의는 자연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상호 관계와 외부 변수를 보지 못한다.

 

 

환원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스템을 이루는 구성요소에 대해 가능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라도 그 구성요소가 시스템을 이루었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24쪽)

 

 

복잡계 과학은 지난 세기까지 지배적 사고였던 환원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출발했다. 복잡계 과학은 자연을 ‘구성요소의 총합’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이해한다. 즉 자연은 매우 복잡한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결합,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계는 겉으로 보기에 무질서한 세계이지만 그 속에 일정의 규칙이 있다. 《전체를 보는 방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자연과 사회, 경제의 여러 현상에는 복잡성이 숨어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미국발 경제 불황은 일시적인 경제 침체가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 고금리로 대출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이 부실 징후를 보이면서 생긴 연쇄적인 문제이다. 부실 금융상품은 실제 담보의 가치를 무한대에 가깝게 뻥 튀겼다. 금융기관들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자격 기준에 못 미치는 고객들에게 대출자금을 풀어줬다. 거품은 언제든 빠질 준비가 돼 있었다. 주택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린 수백만 명의 서민들은 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됐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감소하였고 이런 연쇄 효과에 따라 세계 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했다. 미국발 경제 불황은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증폭시킨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의 대표적인 사례다. 복잡계는 조금만 방심하면 곧바로 다른 영역으로 전파되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다.

 

주위의 자연과 사회를 더 주의 깊게 관찰하면, 많은 현상이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며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촛불 집회는 복잡계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수많은 인파가 광화문에 모여든 촛불 집회를 누군가의 계획적인 참여를 통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촛불 집회는 ‘촛불 한 개’로 시작되었다.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촛불 한 개’는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었고, 광화문에 모인 군중들은 복잡계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전국으로 점점 확대되는 사회운동은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점점 커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복잡계 이론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이런 현상을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정보 공유, 전염병의 확산 과정, 새로운 유행의 전파 과정에 대한 이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받는다. 이게 바로 복잡계의 기본 원리이다. 우리는 이미 상호 작용하는 복잡계에 속해 있다. 복잡계 과학은 기존의 과학 방법론으로는 다루기 힘들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인식의 폭을 크게 넓혀주고 있다. 하지만 복잡성의 힘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촛불 집회와 미국발 경제 불황에서 보듯 우리는 복잡계가 두 얼굴을 함께 지녔다는 것을 이제 막 경험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복잡성의 힘은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효과를 주면서도 가끔은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잡계는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는 이 복잡계라는 동전을 잘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복잡계라는 동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새로운 삶을 제시하는 천사가 되거나 아니면 말썽을 일으키는 악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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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9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30 08:50   좋아요 0 | URL
생명-자연 간의 상호관계, 공생. 예전에는 이런 개념들은 종교에서 강조된 것이었는데 이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있어요.
 

 

 

 

 

 

 

 

마녀사냥은 무지와 군중심리, 광기를 본질로 한다. 전염병, 기근 등 갑작스러운 재앙의 원인에 대해 당시 지식의 수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국가는 흉흉해진 민심을 통제하기 위한 방책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황은 이단 심문관들에게 마녀재판을 주관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마녀재판으로 희생된 마녀들은 대개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재난이 닥쳐오면 마녀의 저주 때문이라 하여 무고한 여성들이 마녀의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어갔다.

 

 

 

 

 

 

 

 

 

 

 

 

 

 

 

 

 

 

 

 

 

 

 

 

 

 

 

 

 

 

 

 

* 주경철 《마녀 :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생각의 힘, 2016)

* 양태자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 (이랑, 2015)

* [절판] 이케가미 슈운이치[슌이치] 《마녀와 성녀》 (창해, 2005)

* 제프리 버튼 러셀 《마녀의 문화사》 (르네상스, 2004)

* [절판] 제프리 버튼 러셀 《악마의 문화사》 (황금가지, 1999)

* 장 미셸 살망 《사탄과 약혼한 마녀》 (시공사, 1995)

 

 

 

마녀재판의 희생자 가운데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적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 ‘마녀사냥’은 대중의 잘못된 믿음을 악용해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거나 여론몰이 등으로 희생시키는 상황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 쿠사노 다쿠미 《도해 마술의 역사》 (AK커뮤니케이션즈, 2016)

* 쿠사노 다쿠미 《도해 흑마술》 (AK커뮤니케이션즈, 2015)

* 하니 레이 《도해 근대마술》 (AK커뮤니케이션즈, 2012)

 

 

 

‘악마는 무엇인가?’, ‘마녀는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는 유럽 중세 및 르네상스의 오랜 종교적 질문이었다. 마녀재판이 절정기에 달했던 시기는 새로운 인문주의적 인간성이 성립된 르네상스 시대였다. 초기 기독교는 선과 악, 신과 악마를 구분 짓지 않았다.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다. 신의 신비로운 힘을 느끼는 영적 체험은 ‘신의 은총’이다. 기독교가 말하는 인간은 오직 신의 은총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 타락한 존재다. 즉 인간은 자신의 구원을 위해 어떤 능동적인 역할도 할 수 없다. 마술을 이용해 기적과 저주를 내리는 마법사들이 활동하게 되자 기독교는 마술을 이단이란 이름 아래 탄압하기 시작했다.

 

 

 

 

 

 

 

 

 

 

 

 

 

 

 

 

 

 

* 야콥 슈프랭거, 하인리히 크라머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우물이있는집, 2017)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으로 알려진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는 마녀가 존재하는 이유와 그들을 고문하고 심문하는 방법이 기술된 책이다. 이 책은 전 유럽에 마녀사냥의 광기가 번지도록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종교 재판소의 이단 심문관으로 활동한 성직자다. 야콥 슈프랭거(Jacob Sprenger)는 독일 출신, 하인리히 크라머(Heinrich Kramer)는 프랑스 출신이다. 어떤 학자는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크라머가 명망 있는 이단 심문관 야콥 슈프랭거의 이름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독일 가톨릭은 마법의 힘과 마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슈프랭거크라머는 마녀를 부정하는 성직자들의 입장에 반대했고, 마법은 ‘악마가 가진 초자연적인 힘’이며 마녀는 이 악마의 힘을 이용하는 사악한 존재로 규정했다. 자신들의 ‘마녀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같은 권위 있는 종교인들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전문가의 의견에 호소하는 ‘권위에 의거하는 논증’은 마법의 단죄를 정당한 것으로 보이게 했다. 그러나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는 이성적인 판단과 근거가 빈약한 책이다. 이케가미 슌이치(池上俊一)는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의 내용에 ‘여성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니시무라 유코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마녀의 약초상자》

(AK커뮤니케이션즈, 2017)

 

 

 

마녀재판이 유럽 전역을 휩쓸기 전까지 마녀는 마을 외진 곳에 혼자 살면서 민간 처방이나 주술을 행하던 여성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림과 사진으로 풀어보는 마녀의 약초상자》는 약을 제조하는 법, 약초의 효능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현명한 여인들’이 마녀로 오해받은 이유를 설명한다. 이단 심문관들은 ‘현명한 여인들’이 만든 약을 ‘마녀의 연고’라고 판단했고, 이 연고를 몸에 바르면 동물로 변신하거나 빗자루를 타면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단 심문관들은 무고한 여인들을 추궁했으나 끝내 ‘마녀의 연고’ 재료를 알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산파도 마녀사냥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성경 ‘창세기’ 편에 따르면 신은 낙원에서 추방당한 하와(Ḥawwāh)에게 ‘출산의 고통’을 주었다. 산파는 산모의 출산을 돕는 일을 하는데, 이단 심문관은 성경 구절을 근거로 산파를 ‘신이 내린 출산의 고통을 부정하는 자’로 규정했다.

 

 

 

 

 

 

 

 

 

 

 

 

 

 

 

 

 

 

 

* 시부사와 다쓰히코 《흑마술 수첩》 (어문학사, 2017)

* 쥘 미슐레 《마녀》 (봄아필, 2012)

 

 

 

 

 

 

 

 

 

 

 

 

 

 

 

 

* 폴 카루스 《악마의 탄생》 (청년정신, 2015)

* [구판, 절판] 폴 카루스 《악마의 역사》 (더불어책, 2003)

 

 

 

프랑스의 역사가 쥘 미슐레(Jules Michelet)와 독일의 과학철학자 폴 카루스(Paul Carus)는 '민중을 현혹하는 마녀(악마)'라는 인식에 반론을 제기한다. 쥘 미슐레는 마녀가 ‘민중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였다고 주장했고, 폴 카루스는 이단으로 규정 받아 종교로부터 탄압받은 지식인들이 세상을 진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마녀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민중의 목소리를 가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였다. 이단 심문관들은 마녀 집회를 ‘신과 교회를 부정하는 이단세력들의 모임’, ‘악마들의 문란한 축제’로 인식했다. 그러나 마녀 집회를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은 과도한 상상력이 덧붙여진 편견이다. 마녀 집회는 ‘민중의 축제’였으며 그것이 종교의 힘에 철저히 지키려는 지배계급의 눈에는 자신들의 권위를 위협하고 부정하는 행위로 보였다. 오컬트에 관심 많은 일본의 작가 시부사와 다쓰히코(澁澤龍彥)는 마녀 집회에 참여한 민중들이 중세 계급사회와 종교적 질서를 거부하고, 성(sex)의 자유를 외친 아나키스트라고 주장한다.

 

악마와 마녀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 반영돼 의인화한 것인가라는 주제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과학에 대한 믿음이 절정에 달한 지금도 사람들은 ‘마법’과 ‘악마의 존재’에 관심을 가진다. 마법은 암울한 현실에 얽매인 인간의 ‘현실 초월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반면 현실 지향적인 지식은 때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장 강력한 독이 되기도 한다. 그 독을 품은 지식인 및 종교인들은 ‘악마에 관한 지식’을 이용하여 마녀사냥을 주도했고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그들이야말로 민중을 못살게 군 진짜 악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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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9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29 17:19   좋아요 1 | URL
별 것도 아닌 이유 가지고 마녀로 몰아세우는 사례도 있습니다. 옛날에 우유나 치즈를 만드는 일은 여성이 맡은 일이었어요. 상한 우유나 치즈를 먹고 복통에 시달린 사람들은 우유와 치즈를 만든 여성이 ‘사악한 힘’을 가졌다고 비난했어요. 그때는 음식을 상하게 만드는 세균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고, 음식이 상하는 원인을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