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그램 (Ego Gram)   

이번 주 월요일에 이고그램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게 되었다. '이고그램'이란 개인의 성격을 알 수 있는지 심리학적인 검사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이고그램 검사를 하기 전에 먼저 이고그램의 탄생 및 배경부터 시작해서 이고그램 검사 내용을 뒷받참해주는 TA 성격이론까지 알고 있어야하는데 여기서 설명하기에는 서론이 너무 길 우려가 있다. 이고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고그램'이라고 쳐 볼 것. 한국이고그램연구소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데 이번에 필자가 한 검사도 그 연구소에서 만든 것이다.   

검사 과정은 간단하면서도 은근히(?) 까다로울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처음에는 지능검사르 하는 것처럼 수십 개의 문항을 읽고 그 문항에 맞는 답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문항은 이런 형식이다.  

   
 

1, 나는 항상 창의적인 발상을 잘 한다.        

(1) 매우 그렇다.  (2) 그렇다.  (3) 보통    (4) 그렇지 않은 편이다.    (5) 매우 그렇지 않다. 

 
   

이런 형식의 문항을 보고 체크한 다음, 체크한 문항에 매겨진 점수를 합산하여 자신의 성격 유형을 분석할 수 있다. (점수 합산 과정 역시 세부적으로 설명하기에는 길며, 계산하는 데 취약한 사람에게는 조금은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문항 점수를 합산한 수치를 여러가지 유형의 분석 결과 항목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먼저 구조에 따른 기능적 성격 유형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출처: 한국이고그램연구소

  

 

 분석 결과, cyrus의 성격 유형은...? 

그래서 점수 합산 결과, 필자가 나온 성격 유형은 다음과 같다.    

 

CP: 20점, NP: 41점, A: 44점, FC: 36점, AC: 33점  

 

CP : 적당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위치에 따라 경우에 맞게 행동하고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줄 아는 사람이다. 비판적, 통제적 성격이 한국인의 평균에 속하며 한국적인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평범한 위치에 있다.   

NP : 온정적이고 관용주의자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며 일방적이다. 타인이 무엇인가를 시도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주려 하기 때문에 자립심을 해치기 쉽다. 타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이용당하거나, 타인 중심적인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A : 현실적이며 철저한 합리주의자이다. 그러나 감정이나 감수성이 둔해 인간미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삶을 즐기지 못하고 정서가 결핍된 기계와 같은 사람으로 비춰 줄 있다.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일에 몰두하여 마음이 차갑고 사실에 입각한 대화로 재미가 없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FC :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재미와 재치로서 분위기를 주도하며 행동이 자유롭고 자발적이며 창조성이 풍부하다. 자신의 생각이나 바람을 곧잘 행동으로 옮기고 명랑하며 적극성이 있다. 그러나 순간적인 쾌락을 추구하고 현실을 고려하는 신중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AC :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해 민감하며,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고 따른다. 감정 조절력이 있고, 선한 이미지를 타인에게 심어준다. 순응적, 소극적, 비대결적인 성격이 한국인 평균에 속하는 위치에 있다.

 

이 검사에서는 TA 성격이론에 따라 인간의 마음 구조를 세 가지 자아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P, A, C로 구분하고 있다. 

P는 Parent의 역자로써 아버지의 자아상태, C는 Child, 어린이의 자아상태를 뜻한다. 필자는 A 구조결과가 나왔다.  

 

 A 구조편향  

 (여기서 A는 Adult, 즉 어른의 자아상태를 말함) 

 

일상생활에서 사실에 입각한 판단과 행동으로 논리적이며 이성적임.

원인과 결과를 예측하여 행동하며, 계획을 세운 후 실행에 옮김.

냉정하고 사실이나 상황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탁월하지만,고민이 있어도 감정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드뭄.

자타에 대한 엄격성이 부족하나,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목적지향적 사고를 지님.

합리적이긴 하나 지적편중으로 무미건조한 대화와 정감이 없는 대화 방식을 보임으로써 무감정적임.

기계적이어서 상대에게 차갑고 냉정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음.

어떠한 일이든 확실한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안심이 되지 않는 경향이 있음.

주위에는 이성적, 합리적, 논리적인 태도를 취하는 A 구조편향인 사람이 많음

 

자아 형성 결과 분석 내용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이성적', '논리적'이라는 말이 눈에 띄기는 하는데, 특히 '기계적', '무감정적'이라는 단어만큼은 눈에 거슬렸다. 자아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놀라웠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적인 면을 알게 되어서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검사를 하고난 뒤에 친구들과 함께 서로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대부분 친구들에게는 C 유형이 많이 나왔다. 나는 A 유형이 나왔다고 하자 C 유형, 즉 유아기 자아를 가진 자들은 나에게 부러운 눈치를 주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필자 혼자서 진지하게 검사 결과에 생각을 해봤다. '성격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고쳐나갈까?'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너무 합리적이며 기계적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았는지 그들의 입장도 생각해봤다.  

사실 필자는 군 입대 전만 해도 사람들 만나는 곳에 가면 대화가 별로 없었다.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는 외모에 비해 행동이나 성격이 성숙하다라는 핀잔을 들을 때가 많았다.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기 전부터 먼저 생각을 하는 편이고 상대방에게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 사람을 위해서 비판도 서슴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 이고그램 검사 결과를 본 후, 상대방에게는 나의 그런 모습이 피곤하고 까다롭게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런 모습이 오래 유지하게 되면 감정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무감정적이면서도 기계적이라는 점을 이고그램 검사하기 전부터 알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지 자아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지금도 그 성격이 유지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출신 남자에게는.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 만나보려고 하거나 모임에 참석하면 많이 웃어보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서 비판을 하되 좀 더 온화하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만의 감수성 훈련  

 

 

 

  

 

 

 

 

몽테뉴의 <수상록> 중에 '슬픔에 대하여'라는 에세이가 있다. 이 글의 말미에 테뉴는 자신의 자아를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이렇게 마무리 짓고 있다.  

나는 천성적으로 감수성이 둔하다. 그리고 날마다 생각으로 거적을 씌워 감수성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pp 24)

 

몽테뉴의 표현대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그리고 독서 습관이나 글을 쓰는 특성을 되돌아본다면 나 역시 어쩌면 천성적으로 감수성이 둔한 경상도 남자일 수 있으며 1년 365일 이성의 생각으로 거적을 씌워 감수성을 무디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몽테뉴는 본인 스스로 자아의 특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죽기 전까지 이성적인 감상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에세이를 남겼다.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그의 멋진 글을 읽을 수 있었지만 감수성 둔한 몽테뉴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소유한 성에서 평생 독신으로 독서와 명상 그리고 글쓰는 삶으로 선택해야했다. 

경영학, 특히 인사조직에 관한 분야에는 '감수성 훈련' 이라는 기법이 있다. 인간 관계의 개선이나 지도성을 양성하는 조직구성원을 위한 교육훈련 중의 하나이다. 이 훈련을 체험함으로써 자신들의 감정과 그 감정이 상대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집단 상호작용 과정의 역학을 보다 잘 이해하게 만들어 결국 인간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아직 감수성이 죽었다고 볼 수 없다. 아직은 젊기에 얼마든지 감수성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감수성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시집이나 에세이를 읽어보는 중이다.  그리고 평소에 좋아했던 많은 그림이 곁들인 예술 관련 책들도 읽고 있다. 

몽테뉴는 평생 독서와 명상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서 혼자서 '이성'이라는 성(城)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감수성'이라는 성은 세우지 못했다. 인간의 마음이 끝이 없는 광활한 영역의 지대라고 한다면 그 곳에는 '이성'이라는 성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감수성'이라는 성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날씨가 쌀쌀해진 지금, 우리륻 둘러싼 세상 역시 추운 날씨만큼 따뜻한 정이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각박해졌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감수성이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다.  이성이라는 적에 의해 감수성이 함락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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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2-0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상도 남자들은 두 갈래 길에 서 있습니다.무뚝뚝함을 남성다움으로 여겨 계속 밀고 나갈 것이냐, 아니면 소통의 시대를 맞이하여 여성이나 어린이들과도 다정다감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남자로 변모할 것이냐 하는 것이죠. 영남출신 연예인들도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과 마초 기질을 개성으로 내세우는 사람과, 이젠 경상도 남자도 바뀌어야 한다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더라고요.토크 쇼 같은 데 나와서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Cyrus 님은 어느 쪽인가요?

cyrus 2011-12-02 13:33   좋아요 0 | URL
저는 남성다움과 여성의 감수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성격으로 지니고
싶습니다. 그래서 경상도 남자도 너무 무뚝뚝한 것도 좋지 않다고 봐요.
시대 분위기의 흐름에 맞게 성격이나 행동에 대한 생각도 스스로
변화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과제 준비의 어려움  

항상 학기중은 언제나 바빴지만, 이번 주 같은 경우에는 조별 과제가 많아서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다. 조별 과제는 여러 명의 조원들과 함께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 과제보다는 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별 과제는 어떤 조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작업하는 데 편할 수도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힘들어 질 수 있다. 조원 중에는 전혀 친하지도 않는, 타 과 학생이 한 두 명 있는데 조별 과제를 준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면 본인뿐만 아나리 다른 조원들 입장에서는 피곤하고 기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그렇다면 친한 친구들이 나와 같은 조원이라면?  많은 학생들이 조별 편성할 때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다. 과제를 준비하는 데 서먹한 기분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도 믿을게 못 된다. 아무래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우정이라는 것이 있어서 나름 열심히 참여하려고 하지만, 꼭 한 명은 슬쩍 눈치를 보면서 참여하는 척만 하는 친구 녀석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학 과제는 혼자를 하든,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든...  결론은 쉬운 게 없다. -_-;;   

  

 

  상금에 눈이 멀다

과제 타령은 여기까지만 하고, 사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과제라는 것은 다른 이름으로는 '리포트'(Report)라고 부르기도 한다. 리포트를 쓰는 방법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리포트의 정의를 논문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논문'이라고 하면 자신이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 또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작성하는 글이다. 평소에 글쓰기에 대한 훈련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리포트 한 개 쓰는 데 고역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래도 필자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방법을 습득했으며 일상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리포트 쓰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올해 2학년 1학기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3학기를 수학(修學)했는데 단 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리포트 점수는 상위권에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리포트 작성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가진 상태라서 최근에 학교에서 주최한 리포트 공모전에 참가해보려고 했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작성한 리포트를 제출하여 가장 잘 쓴 리포트에 상장과 상금(!)을 수여하는 대회이다. 1등이 30만원이었다! 

며칠 전부터 리포트 공모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이번 학기 때 쓴 '진보와 보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한국정부의 역사'라는 주제로 쓴 리포트를 제출해보려고 했다. (리포트 속 내용의 일부는 지난 달에 페이퍼 형식으로 쓴 적이 있었다) 당시 리포트를 본 교수님도 좋은 평가를 주셨고, 내용의 일부를 쓴 페이퍼 역시 나름 반응이 좋아서(^^;;) 솔직히 공모전 수상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감이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기존에 쓴 리포트 내용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보완하면 좋았을 것을, 다른 과목 과제 준비하느라 소홀하게 준비를 했다. 준비할 수 있었던 많은 기간동안에 어영부영하다가 제출 마감날 3일 전이 되어서야 드디어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한 리포트의 내용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준비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태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작성한 과제를 보완하는 데 열중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과제의 내용이 어떻게 보완해야 되는지 염두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잘 써서 리포트 공모전에 상금을 타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결국에는 주말에는 잠을 제대로 하지 않을 정도로 좀 더 새로운 내용으로 다듬었다.  

이제 작성한 과제를 담당교수님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다 된 것이었다. 교수님은 필자가 쓴 과제를 보고 대회추천서에 과제 내용에 대한 평가를 기록해야만 했다. 리포트 대회에 교수 추천서도 같이 제출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교수님께서 추천서만 작성해주신다면 모든 게 끝인줄만 알았다.  

공모전 마감 기간이 전날에 교수님에게 교수 추천서를 받으려고 연구실에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하늘 높이 찌를 것만 같았던 공모전에 대한 자신감은 하루만에 한 풀 꺾이고 말았다.  

교수님은 리포트 내용이 예전보다 더 못했다고 제대로 된 지적을 하셨다. 문장 중에 간혹 주어가 빠져 있었고, 내용 결론과 느낀점이 너무 진보적인 관점으로 치우쳐서 균형적이지 않다는 등 하나하나 문제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교수님이 지적하신 부분을 들으면서 나름 표정 관리를 한답시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지만,,,  실상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리포트가 지적당한 사실이 부끄럽다기보다는 교수님이 지적하신 부분을 내일 제출 마감날까지 보완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그리고 막상 다시 해야한다는 생각에 무척 난감하였다. 교수님은 제출 마감날까지라도 꼭 다시 보완해서 제출하려고 당부하셨다.  

한 시간동안 교수님의 지적을 듣고 난 뒤에서야 연구실에 나오는 순간, 온 몸의 기운이 한꺼번에 쭉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정작 해야 될 과제는 많은 상황에 이미 작성한 과제를 또 수정해야 하는, 힘든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 혼자 감당하기가 무척 버겁게 느껴졌다.  

 

  

  '공모전 상금' 과 '학점' 사이에서의 갈등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면서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했다.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공모전 제출용 과제를 수정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학기 학점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이제 막 시작도 해보지 않은 수많은 과제들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공모전을 위한 과제를 포기하면 공모전 상금이 아깝게 느껴졌고, 반대로 공모전을 위한 과제에만 열심히 하다보면 정작 해야 할 과제들을 준비하는 데 지체할 수 있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공모전 과제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공모전은 내년에도 개최하기 때문에 그 때를 기약했다. 그리고 아직 제대로 된 구상도 하지 못한 다른 과제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11월이 끝나가기 전에 과제들을 마무리 짓게 되면 12월부터 기말고사 공부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꼭 다가올 상황, 즉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하는 목표를 위해서 공모전이라는 기회 비용을 포기한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던 리포트 공모전의 상금에 얽매였던 집착이 사라진 탓일까? 

그 이후로 다른 과목 과제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준비할 수 있고, 거의 완성이 다 되어가는 상태이다. 과제가 완전히 작성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다시 고쳐야하겠지만, 공모전 상금에 대한 욕심이 만들어 낸 집착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일이 수월하게 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크게 버릴수록 크게 얻을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無所有)는 난초에 대한 스님의 집착과 관련된 일화가 잘 알려진 너무나도 유명한 수필이다. 스님은 한 때 난초에 집착하다가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알고 친구에게 난초를 돌려주고 나면서부터 무소유의 역리를 깨닫게 되었다.  

스님은 난초가 없어진 이후부터 서운하고 허전함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셨고 그 이후로 하루 한 가지씩 버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필자는 스님과 같은 삶의 진리를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리포트 공모전 포기 이후로 리포트라는 글을 쓰는 나의 모습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내가 모르고 있었던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만약에 공모전에 교수님의 추천서 없이 개별적으로 제출했다고 상상해보자. 운이 좋게도 대회에 당선되면 좋겠지만 결과는 꼭 좋은 쪽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공모전에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한 상태에서 입선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실패에 대한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이 무척 컸을 것이다.   

마음 속에 생긴 소유욕과 집착을 버리면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스님은 '무소유'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비록 짧은 한 순간이었지만 며칠동안 나의 정신과 육체를 괴롭혔던 집착에서 스스로 벗어난 후 뒤의 느낌은 정말 '자유'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홀가분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소유'의 마지막 문장 중에는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라는 구절이 있다.  올해 리포트 공모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단지 대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학하면서 꼭 해야 될 과제, 리포트 작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장기적인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미래의 발전이라는 2보 전진을 위해 잠시 1보 후퇴한 것뿐이다. 크게 버린만큼 언젠가는 크게 얻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찾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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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1-2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 배워가는 거겠죠. 무슨 공모전이든 '순수한' 마음이어야 결과가 좋더라구요. 상금이 욕심나지만 열심히만으로 상금 보장이 없잖아요. 가만보면 시루스님은 되게 부지런하고 욕심도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쪽으로!^^

학기 끝나가요, 힘내요.

cyrus 2011-11-30 23: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기회는 또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부족한 것도
모른채 자만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내년이면 3힉년인데
논문 쓰는 방법이나 따로 공부해야겠어요.

몇 분 뒤면 곧 12월 1일이네요, 정말 이번 학기, 아니 2011년도
얼마 안 남았네요... ㅠ_ㅠ
 

 

  

  논술고사에 대한 일시적인 동경(?)

고등학생, 그러니까 수능시험을 준비하던 고3 수험생이었을 때, 잠시나마 논술고사에 대해서 호의적인 동경(?)을 가진 적이 있다.     

그 때 당시만해도 나에게 '논술'이란 독서를 통해서 습득한 지식을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글쓰기 행위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반이 방과 후 교육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논술고사 특별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교 10등 안에 들 수 있는 내신성적이 있어야하며 수능 모의고사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1, 2등급 정도 받을 수 있는, 명문대 SKY를 목표로 둔 성적 최상위권자들만이 배울 수 있었다.  필자는 그런 친구들이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살짝 열등감이 느꼈던 적도 있었다.  

그 때 필자의 내신성적은 전교 20등 안에도 들지 못하는 중위권만 맴도는 수준이었으며 수능 모의고사 시험 중에 가장 잘 나오는 등급이 언어영역 4등급뿐이었다.   

필자는 논술고사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전교 10등 안에 드는 친구가 항상 보는 EBS 논술고사 문제집을 본 적이 있었다.  살짝 훑어봤는데 몇 몇 출제문 중에는 내가 읽었던 책에서 인용된 것만 눈에 띄었을 뿐, 문제 유형은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논술고사는 정말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풀 수 있는 수준 높은 문제로만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논술고사에 대한 동경은 자기합리적인 위안 덕분에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공부를 잘 한다고 하는 성적 상위권자들은 학교 교과서와 문제집은 친할 수 있었지 책과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쉬지도 못한 채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는 생소한 내용의 지문을 반복해서 읽어대고 해답을 써내야하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 딱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비록 수능성적은 완전 '개판'이었지만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도 어려워하는 논술고사  

현재는 대학생이라서 요즘 수험생들의 학습 수준을 가늠해 볼 수는 없지만 예전과 다르게 중상위권 학생들도 얼마든지 논술고사를 통해서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 되어있지않나 생각해본다. 

안 그래도 수능시험의 난이도 수준이 점점 평이화되고 있는 마당에 대학 입시 관계자들은 수능성적의 동점자 처리에 대해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에서 출제되는 논술고사의 결과가 수험생들의 대입 전형에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원래 논술고사는 창의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시험 방식이지만 아무래도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 입장에서는 시험문제를 어렵게 낼 수 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수험생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논술 교사들마저도 대입 전형 논술 문제가 너무나 어려워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게 되었다. 


   

 

[논술 교사들 “솔직히 나도 문제 이해하기 어렵다”] 

경향신문  2011년 11월 18일

  

 

인용한 관련기사에 언급된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출제된 논술고사 인용문의 내용과 문제를 보면 수험생 그리고 교사들 입장에서는 생소할 수 밖에 없다. 

테일러리즘은 경영 조직 부문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며 복지 예산에 관한 내용은 사회복지학과라면 공부할 수 있는, 대학생이라면 배우는 것들이다.   그런데 평생 학교 교과서 속 내용만 암기해왔던 수험생들 그리고 자신의 담당 과목만 학생들에게 가르쳐왔던 교사에게는 논술고사에 출제되는 인용문들이 낯설어 하게 되며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일간지에는 특정 요일마다 소개되는 특별 기사, 일명 섹션이 부록으로 딸려 있다. 그 중에 대부분 일간지에는 수험생들을 위한 '입시교육'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섹션이 있다. 

간혹 신문을 보게 되면 그런 특별 기사까지도 보게 되는데 수험생들을 위해 가끔은 대학교에서 만든 모의 논술고사 문제와 출제문을 게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분석하여 설명하는 논술고사 교육 전문가의 답변도 같이 소개된다.      

 

 

 

 

 

 

 

 



한 번은 모 대학교에서 출제한 모의 논술고사 인용문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인용하고 있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심지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중의 문장을 인용하여 출제문으로 제시하였다.   비록 '모의' 논술고사 문제였지만 실제로 이런 내용들이 출제되었다면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출제문에서부터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논술고사를 대비하는 수험생들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푸코와 들뢰즈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논술고사, 이대로 유지한다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문제의 난이도는 어려워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 교육 체계와는 한참 괴리된 대학원생 수준의 문제를 낸다면 논술고사의 참된 교육 목적과 취지가 변질될 우려가 있다.  

수험생들은 논술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일선 학교의 논리고사를 가르치는 교사보다는 고액의 과외료를 기꺼이 지불해가면서 대치동 학원가의 논술강사에게 배울 것이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논술고사로 인한 사교육비에 대해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정여울의 지적대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논술고사는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소양을 배양시키기보다는 '해답'이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획일적인 방식의 시험이 되고 말았다.  

엄청난 양과 시간을 입시교육에 쏟아붓는 수험생들에게는 독서 행위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즉,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서 공신력이 있는 교육기관에서 필독도서를 선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험생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의 필독도서 목록이 청소년들의 지적 능력 수준에 맞지 않은 내용의 책이 대다수이며 그 수가 너무 과하다는 점 그리고 논술고사와 같은 단지 입시성적을 위한 부차적인 독서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서라는 기본적인 행위가 밑받침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난해하기만한 내용이 출제되는 논술고사 때문에 되려 청소년들의 독서 행위 장려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

대학생인 지금, 요즘 고등학생들의 논술고사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필자의 학창시절 때보다 더 많은 양에, 더 어려운 내용의 과목을 공부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이 든다.    

오늘날의 논술고사는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대학교 입학을 위한 기준으로만 남게 되었다.  '논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시험'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리게 된다.  자신이 관심 있어하는 지식을 얻기 위한 자율적인 독서를 통해서 거기에 대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된 '논술'이다.  요즘과 같이 매년 수험생들의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논술의 의미는 그렇게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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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1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 앞으로 인문계로 가고자 마음먹고있었는데 기사에 나온 논술문제를 보니 후덜덜하네요.. 교사들까지도 이해하기힘든 주제를어찌학생에게 쓰라는 건지요.. 쯔쯔.

cyrus 2011-11-22 00: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건 뭐,, 고등학생들에게 대학교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니
논술고사가 수험생들에게 공부를 멀리하게끔 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네요.

아이리시스 2011-11-19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는 건 이쪽저쪽 쓰면 되는데 이걸 점수화 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지 않아요? 논술이란 게 어찌보면 답이 없는건데.. 답을 요구하잖아요. 더 타당성 있는 논거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형화 된 답을 요구하는 건데.. 이걸 보니 소설보다 인문독서를 해야한다는 맨날 하는 다짐이 다시 불끈!

주말 잘 보내요, 시루스님.

cyrus 2011-11-22 00: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꾸준한 인문독서만이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책 읽을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지만요. ^^;;

BRINY 2011-11-1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니까 논술학원들이 성황을 이루고, 결국 뻔한 정형화된 답을 쓰게 되는 거겠죠.

cyrus 2011-11-22 00: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히려 논술학원 때문에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어요.

마늘빵 2011-11-1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 경향신문 일면에 '들뢰즈', '푸코'의 이름이 있어서 얼마나 놀랐던지. 이게 무슨 일이야. ^^ 평가를 논술로 하는 건 바람직한데, 현행 논술고사는 이해도 안 되는 사상과 철학을 암기하여 풀어내는 시험이죠. -_-

cyrus 2011-11-22 00: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학생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내용으로 논술시험을 친다는 점이 문제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암기하여 공부하는 것도 더욱 심각한 문제이고요. 철학과 인문학은
암기를 요구하는 과목이 아닌데 말이죠 ^^;;

노이에자이트 2011-11-1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르치는 사람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횡설수설하고, 듣는 사람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횡설수설하고 그렇죠.

논술답안지가 거의 똑같은 답안이 많이 나와서 알고 봤더니 같은 학원에서 논술강의 듣던 수험생들이라서 그랬다네요.

cyrus 2011-11-22 00:31   좋아요 0 | URL
논술학원을 다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정말로 정해진 답안을 쓰도록
그렇게 가르치는가보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2 16:41   좋아요 0 | URL
그럼요.유명한 사건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동감하는... ^^
이번에 제가 모학교 시험을 쳤잖아요. 그런데 문제가 너무 어려운거예요.
그래서 우리 교수님께 이런 문제가 나왔더라 했더니,
나도 못 풀겠다 하시더군요. 사람이 하두 몰리니 변별력을 위해서 점점 수준이 올라가는데
이 정도면, 중요한 핵심은 빼고, 세부 사항이나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전문 사항만
파고들어야겠더라구요..... 머가 뒤바뀐거 같죠? ㅋㅋ

cyrus 2011-11-22 00:32   좋아요 0 | URL
대학교 시험도 논술고사처럼 나오게 된다면,, 이거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요. ^^;;

루쉰P 2011-11-1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의 글을 읽으니 루쉰 선생을 글이 떠 오르네요. 예전에도 썼지만 중국의 과거시험을 빗대어 예전 중국에서는 집 대문을 두드릴 때 벽돌을 썼다고 해요. 근데 그 벽돌은 문 두드릴 때만 쓸모가 있어서 집에 들어가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죠. ㅋㅋ
중국의 과거시험이 그 벽돌과 같다고 루쉰 선생은 비유해 줬거든요. 지금의 논술고사가 그런 처지이지는 않는지란 생각을 하네요. ㅋㅋ

잘 지내시죠? 경외하는 대학생 시루스님 ㅋㅋㅋ

cyrus 2011-11-22 00:35   좋아요 0 | URL
루쉰님도 잘 지내시죠? 요즘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는데
경비 업무하시는데 몸조리 잘 하셨으면 해요. ^^

지금의 논술시험이나 옛날 과거시험이나 항상 시험이라는 것은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정형화된 답을 요구하는 형식인거 같아요. 물론 자신의 생각을
중점적으로 쓰도록 요구하는 시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시험은
객관식 아니면 주관식이잖아요. 주관식도 거의 문제 유형이
암기를 해야 풀 수 있는 것이고요. ^^
 

  

 

  인간의 욕구는 모두 '외투'에서 나왔다 

 

날씨가 무척 쌀쌀해졌다.  문득 겨울이 왔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겨울동안 입을 옷을 장만하게 된다.  필자는 이번 2011년의 겨울을 패딩으로 버틸 예정이다.  패딩 두 세벌 정도면 내년 봄까지는 따뜻하게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패딩 한 벌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품 의류 회사의 정품이라면 가격이 10만원 훌쩍 넘기기도 한다.  명품 의류 브랜드의 패딩은 착용감만 좋을뿐만 아니라 멋진 디자인에 착용할 때 드러나게 되는 옷 맵시가 살려져 있어서 가격이 높더라도 한 벌 정도는 구입하고 싶은 게 소비자의 마음이다. 

사실 옷이라는 물건은 입을 때 착용감만 좋으면 되지만 옷에 박혀 있는 조그만 제품 브랜드 로고까지도 고려하는 것이 우리나라 특유 소비 의식이다.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뿐만 아니라 손목시계, 가방 심지어 신발까지 명품 브랜드 회사의 로고가 박혀 있다면 상대방에게 과시하고 싶은 성향이 있다.  즉, 나라는 사람은 비싸면서도 품질 좋은 '명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타자에게 은연중에 알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명품을 구입하지 않는다거나 애용하지 않는 타자에게는 무시를 하거나 사회적 무리에서 은근히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욕구를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한 매슬로우욕구단계설의 내용을 살펴보면,,,   

 

 

 

1단계 욕구는 생리적 욕구로 먹고, 자고, 종족보존 등 최하위 단계의 욕구이다.  2단계 욕구는 안전의 욕구로 추위, 질병, 위험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욕구이다. 장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도 안전 욕구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3단계 욕구는 애정과 사회 소속에 대한 욕구로 가정을 이루거나 친구를 사귀는 등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애정을 주고받는 욕구이다.  4단계 욕구는 자기존중의 욕구로 소속단체의 구성원으로 명예나 권력을 누리려는 욕구이다.  5단계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자기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최고수준의 욕구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가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강도나 중요성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한 것이지 결코 행복 그 자체를 계층적으로 배열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결국 인간이 원한다는 것은 위의 5단계 중에서 애정과 사회 소속에 대한 욕구일 수도 있고, 또는 안전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추구할 때도 있다.  각기 다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잠재력 개발을 통해서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욕구 특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물이라면 바로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일 것이다.  

아까끼는 관청에 근무하는 하급 관리이다.  성실한 인품에도 불구하고 처세 능력이 부족하여 동료 관료들로부터 무시를 받는, 그야말로 존재감이 낮은 인물이다.   한 번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가 너무 낡아 새로 맞추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자 아까끼는 몇 년 동안 근검 절약하여 간신히 고급 외투를 마련하게 된다.   고급 외투를 입은 뒤로부터 아까끼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의기양양, 맵시를 뽐내며 출근하여 관료 동료들과 상관에게 축하를 받은 그는 날아갈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즐거운 기분도 잠시,  관료들이 한자리에 모인 화려한 연회를 참석하고 난 후 흥건히 취한 상태에 집으로 귀가하는 도중에 강도에게 고급 외투를 빼앗기고 만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외투를 도둑맞은 아까끼는 경찰과 관료 유력 인사들에게 찾아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게 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무시, 호통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까끼는 고급 외투를 입지 않은, 그저 존재감 없는 하급 관리일뿐이었다.  러시아 특유 차디찬 겨울 날씨만큼이나 주위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에다가 외투를 찾을 수 앖는 절망감에 실의에 빠진 아까끼는 결국 독감을 얻게 되고 한을 품은 채 쓸쓸히 죽어간다.  그리고 그는 유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외투를 찾아 달라고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소를 하면서 다니게 된다.  

아까끼에게 외투는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건 최소한의 품위유지를 위해서건 아카키의 삶에서는 절대로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면시도 사회적 인정의 상징물이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의 입장에서 본다면 외투는 아까끼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고급 외투를 구입하기 위해서 식사를 줄일 정도로 생리적 욕구를 자기 스스로 절제한 것을 제외한다면 아까끼는 외투를 통해서 러시아의 혹한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의 욕구에서 동료 관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랑과 사회 소속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만약에 아까끼가 외투를 도둑맞지 않았더라면 더 나아가 관료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경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 더 나아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성취하려는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은전 한 닢을 모은 거지의 사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은 중요성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한 것이지 결코 행복 그 자체를 계층적으로 배열한 것은 아니다.  욕구의 정도가 지나치게 되면 '집착'으로 변질되어 욕구를 통한 행복 추구는 커녕 오히려 고통과 번뇌만 따르게 된다.  외투에 집착하는 아까끼의 경우처럼 맹목적인 욕구는 때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파괴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하며 정작 자신의 삶에 중요한 또 다른 가치들을 무시하게 되는 처사를 행할 수 있다. 

피천득의 '은전 한 닢' 이라는 짤막한 수필에 등장하는 늙은 거지의 사연은 과연 인간의 소유하려는 욕구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수 있는지 독자들에게 판단을 부여하고 있다.

 '나'는 자신이 지닌 은전 한 닢이 진짜인지 거듭 확인하는 중국 상해의 늙은 거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이 은전 한 닢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쁘게 여기고 있다.    

 

"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 원짜릴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 

그의 빰에는 눈물이 흘렸다.  나는, 

"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 " 하고 물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 

(샘터, pp 221~222) 

 

수필은 은전 한 닢을 가져 보는 것이라는 대답으로 결말을 맺게 되는데 '나'는 어떠한 논평도 하지 않고 있다.  거지의 행동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독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거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는 은전 한 닢도 먹고 살아가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대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은전 한 닢만 가지고 하루 식사 세 끼를 할 수가 없다.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은전 한 닢을 얻기 위한 거지의 소박하고도 눈물겨운 노력은 가상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거지의 소망은 맹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렵게 모은 돈 마흔 여덟 닢만 가지고도 식사 한 끼라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실질적 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지는 그저 은전 한 닢이라는 교환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수단적인 대상으로만 인식했다.  은전 한 닢을 갖기 위해 여섯 달에 걸쳐 눈물겨운 노력을 한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손을 펴라  

 

 

 

 

 

 

 

  

 

법정 스님은 <무소유(無所有)>를 통해서 '무소유의 자세'를 갖춤으로써 인간은 욕구가 만들어 낸 소유욕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법정 스님의 결론은 스님이 입적하신 지금까지도 인생의 중요한 진리로써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음으로써 탐욕과 집착에 벗어나는 것은 이미 욕구의 소유욕에 갇혀 버린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외투>의 아까끼와 <은전 한 닢>의 늙은 거지의 사례처럼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생을 스스로 파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정작 중요한 삶의 가치를 얻지 못하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글의 결말을 박노해 시인의 짧은 우화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아무리 이성과 지혜를 가진 똑똑한 인간이라도 욕구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면 우화 속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될 수도 있다.

 

 

  손을 펴라  

 

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입니다.
토착민들은 이 영리한 원숭이를 생포할 때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쌀을 넣어 나뭇가지에 단단히 매달아 놓습니다.
가죽 자루의 입구는 좁아서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원숭이가 찾아와
맛있는 쌀이 담긴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쌀을 가득 움켜쥐고는 흐뭇해합니다.
그런데 쌀을 가득 움켜쥔 원숭이는 아무리 기를 써봐도
그 자루 속에는 손을 빼낼 수가 없었습니다.

놀란 원숭이는 몸부림치며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손을 펴고 쌀을 놓아버리기만 하면 쉽게 손을 빼내
저 푸른 숲 속을 다시 자유롭게 누비며 살 수 있으련만
원숭이는 한 줌의 쌀을 움켜쥔 손을 펴지 못한 채
울부짖다가 결국 토착민에게 생포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손을 펴라
움켜쥔 손을 펴라
놓아라 놓아버려라
한 번 크게 놓아버려라 

(pp 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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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7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1-17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설 도덕시간에 배웠습니다.. 외운다고 얼마나 힘들었던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ㅋㅋ

저는... 이번겨울에 날만한 외투가 없는걸요... 하나 장만해야하는데 돈이업습니다 ㅋㅋ

cyrus 2011-11-18 17:26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윤리 과목에서도 매슬로우 이론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배운 기억도 나고요. 그런데 심리학에 나올법한 이론이라서
외우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

이번 학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저도 그냥 작년에 구입한 패딩 몇 벌만
으로 올해 연말을 버틸려고요 ㅎㅎ 방학 때 알바를 해서 새로 장만해야겠어요 ^^

마녀고양이 2011-11-1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은전을 갖기 위해 6달이나 노력한 거지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남이 보기에는 무의미한 행위였을 수 있으나, 그것은 그만의 의미를 가진 행위였던거지요.
고급 외투의 경우도, 물론 맹목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인간에게 자신만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어요.

다 놓아버려야지요, 크게 한번 놓아버려야하지요,
하지만 진정 움켜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봅니다.

cyrus 2011-11-18 17: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나 욕구가 과연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지
꼼꼼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거 같아요. ^^

꽃도둑 2011-11-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리적 욕구나 안전의 욕구에서 허덕이고 있을 거 같은데요?
...그나저나 박노해의 시 '손을 펴라' 가 새롭게 읽힙니다.
그게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일 수도 있을 테니까 다른 건 보이지 않을 수도,,,
지금 저 손마자 풀어 버린다면 어쩌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수도,,
어쩌면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를거라는 아주 짧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cyrus 2011-11-18 2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람들마다 추구하는 욕구가 다르죠. ^^
저는 요즘 먹기 위한 생리적 욕구를 이기지 못해서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ㅎㅎ
 

  

 

  공군 전투비행단의 불온서적 리스트  

 

 

출처: 오마이뉴스 

      

군의 불온서적 리스트와 관련한 신문기사의 제목을 바로 보는 순간, 국방부가 이번에도 '또 한 번 한 건(?) 해주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읽어보니 국방부 내에서 새로운 불온도서를 추가해서 만든 리스트가 아니었다.  알고보니 문제의 리스트는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만든 것이었다.  리스트에 올라있는 서적은 모두 42권으로 2008년에 물의를 일으켰던 군대 내 불온서적 23권에 19권이 새로 추가되었다. 항목별로는 북한찬양 11권, 반정부·반미 10권, 반자본주의 21권 등이다.  2008년과 2011년 불온서적 리스트를 비교하면 이번에 추가된 19권은 모두 ‘반자본주의’ 항목에 속한다.  

불온서적 리스트가 언론에 공개되고 난 뒤, 국방부는 불온서적 리스트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관련 공문을 내려보낸 일은 없으며 2008년의 목록을 새로 추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시사IN이 입수한 공문에 의하면 9월 1일부터 13일까지 불온서적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는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했는데 아마도 불온서적 점검에 맞춰 문제의 공군 전투비행단 자체에서 불온서적 리스트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군의 불온서적   

군대에서 말하는 '불온서적'이란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절한 서적을 뜻한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장병의 정신전력'은 단순히 전투에서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전투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장병으로서 국가의 방위에 충성을 다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정신 역시 포함하고 있다.  대한민국 장병으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잘 표현하고 있는 내용의 예가 바로 장병이라면 암기하고 있어야 하는 '복무 신조'이다.   복무 신조의 첫 번째 내용은 이렇다.  

   "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  

 

그런데 국방부에서 선정한 불온서적들이 무조건 장병의 정신력에 반하는 내용,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반정부, 반자본주의, 북한 찬양 등과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이런 책들만 불온서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에 국방부에 의해서 불온서적 리스트로 공식화되었지만 리스트에 소개된 책 이외에도 군대에서는 암묵적으로(?) 장병들이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될 불온서적들이 많이 있다.   

비록 내 군 복무 시절의 경험에서 유추한 것이라 각기 부대의 특성마다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둔다.

 

 *** 

필자는 2008년에 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불온서적 리스트가 처음 공개된 시점이 이제 내가 훈련병이었을 때거나 혹은 이제 막 부대에 배치되어 이등병 생활 했을 무렵이라고 짐작된다. 

각 부대 안의 생활관(군 장병들이 생활하는 장소인 내무반을 말하는데 부대마다 다르지만 아무래도 '좋은 생활환경이 구축된' 군대의 이미지를 표방하기 위해서 요즘에는 '생활관'이라고 불리우는 군 부대도 있다) 안에는 작은 책꽂이가 하나씩 배치되어 있다.   

그 책꽂이에는 국방부에서 장병들의 문화 생활을 장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진 진중문고와 장병들이 휴가 및 출타를 하면서 각자가 구입한 책들이 꽂혀 있다.     

 

진중문고는 쉽게 비유하자면, 정말로 지식 함양을 위해 도움이 되면서도 정신적으로 좋은 내용이 있는 '착한 도서'들이다.  이 책들은 하얀 속표지에 국방부 마크에 '진중문고'라는 도장 마크가 찍여 있는 특징이다.   

내가 군 복무 시절, 생활관에 비치되었던 진중문고들은 다음과 같다. 

 

 

 

 

 

 

 

 

  

진중문고들은 대체로 소설, 에세이 장르가 많은 편이라 장병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책장에 과연 이런 책들만 꽂혀 있는 것이 아니다. 

 

 

 

 

 

  

 

  

 

장병들은 군 생활이 가져다주는 피로와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서 남성 잡지를 많이 보는 편인데 주로 출타할 때 잡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 생활관의 책장에는 1년 치 분량의 남성 잡지들이 즐비하게 꽂혀 있는 곳도 있을 정도다.   남성 잡지는 진중문고에 비해 헤지고 너덜너덜한 상태이다.    

2년 가까이 여성을 제대로 만나볼 수 없는 답답한(?) 생활을 해야하는 그야말로 남성들만 있는 군대에서는 어여쁘고 섹시한 여성들의 사진이 있는 남성 잡지를 안 쳐다볼 수가 없다!  

내가 복무한 부대에는 <에스콰이어><GQ코리아><MAXIM>을 많이 보는 편이었다.  하지만 <MAXIM> 같은 경우에는 다른 남성 잡지에 비해 수위가 살짝(?) 높아서 불온서적이라고 딱히 규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부대 내에서는 반입이 불가한 남성 잡지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장병들은 출타를 하고 나면 꼭 <MAXIM>을 구입했다.  으레 출타를 하고 난 뒤에 부대에 복귀하면 부대에 반입된 물품들을 검사하기 마련인데 안 걸리기만 하면 되었다.  얼마든지 불온서적을 읽어볼 수 있으며 또는 휴대폰, MP3까지 부대 반입 금지 물품까지도 몰래 사용할 수 있다.   

즉, 군의 불온서적은 장병들의 성적 욕구를 강하게 유발할 수 있는 서적 역시 될 수 있는 것이다.  군대 내에는 정말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데 장병들 간의 성추행 사건 역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원인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남성들과 오랫동안 생활해야 하는 군 부대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성추행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남성들의 자연스러운 성적 본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장병들은 주말을 통해 체력 단련 등으로 건전한 부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장병들의 성적 욕구를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장병들에게 널리 알려진 하루키의 명성(?) 

 

 

 

 

 

  

 

 

 

지금도 불온서적이라고 하면 항상 먼저 떠오르면서도 지금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은 책이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소설이 국방부 불온서적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부대 내에서 이 책 역시 장병들 사이에서는 불온서적으로 낙인 찍혔다는 점이다.   

<상실의 시대>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남녀 등장인물의 정사 장면과 여성 인물의 동성애적 장면 등 19세라면 읽기에는 아직 이른(?) 내용이 있다.   단지, 그 장면 탓이었을까?  <상실의 시대>를 완독해보지 않은 장병들까지도 이 책을 불온서적으로 생각하며 되도록이면 안 읽으려고 외면하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외면받고 있는 금서라고 해서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금서의 내용이 궁금해서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도 존재하는 법.    

부대 내에서 <상실의 시대>를 읽었던 선임병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소문처럼 퍼지게 되자 평소에 독서와 친하지 않았던 장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하루키라는 작가의 명성을 알고 싶어서 읽었다기보다는 소설 속 정사 장면이 얼마나 야한지 무척 궁금해서 읽은 것이었다.    참... 장병들의 성적 호기심이란...  ^^;;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점은 부대 내에서 하루키의 명성(?)이 알려지고 난 후부터 부대에 비치된 <상실의 시대> 속에 등장인물의 정사 장면이 있는 내용의 장들이 찢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복무한 부대 내에서 <상실의 시대>는 단 두 권만 있었는데 두 권 다 똑같이 야한 장면이 있는 장만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뒤늦게서야 하루키의 명성을 알게 되어서야 <상실의 시대>를 읽은 필자와 그 밖의 장병들은 유명한 그 부분이 자체적으로(?) 삭제되어서 무척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리고 장병들은 왜 하필 그 내용만 훼손되었는지, 그리고 누가 훼손했는지 궁금해했다.   

사실, 유독 그 책만 읽고 있었던 선임병이 있었는데,,,   장병들 사이에서는 혹시 그 선임병이 하루키의 소설 훼손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야릇한 상상(?)까지 덧붙여 지나친 추측을 할 정도였다.

어쨌든 사건의 진실은 지나간 시간의 기억 속으로 묻혀진 지금, 웃지 못할 불온서적에 대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  

 

  '붉은 색 표지'라서 불온서적? 

 

 

 

 

 

 

 

  

 

필자는 군 복무를 하면서 당시 국방부에서 내려진 불온서적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젇저 단순하게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부대에 반입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은 휴가 복귀를 하면서 <체 게바라 평전>을 구입해서 부대에 반입했었는데 마침 평소에 친한 선임병이 내가 구입한 <체 게바라 평전>을 보면서 부대에 반입하기에는 부적절한 도서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생각해보니 선임병이 했던 말이 수긍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체 게바라는 친미 성향의 바티스타 정부를 쓰러뜨린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가이다.  내가 책을 구입하면서 그 점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에게 귀띔을 해주었던 선임병이 나처럼 독서를 즐기는 편이라 다행이었지 선임병 그 누구도 나의 서적 반입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이 책 한 권의 반입 때문에 직속 분대장부터 소속 간부까지 면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부대가 시끄러웠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불순분자 장병으로 오해의 낙인이 찍혀 군 생활 제대로 꼬였을지도...

 

 

 

 

 

 

 

   

 

  

독서 습관을 형성하지 못한 장병들이 애매모호한 불온서적의 기준을 인식하고 있다면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처럼 과장으로 점칠된 서적으로 이해하거나 또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불온서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심리학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군 복무 중에 부대 내 설치된 도서실을 통해서 이 책을 처음 읽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억압되고 강제적인 생활을 해야하는 군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군대 동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 책에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다는데,, 알고 있었니?"  

나는 이 친구가 일부러 농담하는 줄 알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루고 있는 책인데 갑자기 왠 '북한 찬양' 드립?    그리고 이 책은 속표지에 '진중문고' 마크가 찍혀 있는 책이었다. 

동기의 말을 듣고는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동기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책표지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빨간색' 이라서 설마 '북한' 과 연관시켰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립' 이 존재하지 않는 불온서적의 기준 

 

 

 

 

 

 

 

 

  

지난 해 헌법재판소는 병영 내에 ‘불온서적’ 반입 소지를 금지한 군인복무규율 조항이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었다.  군의 불온서적 지정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는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지만  불온서적 반입 소지를 규정한 복무 규율이 합헌이라고 결정 난 이상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하지만 복무 규율이라는 방패만으로는 장병들의 의식, 정신 세계까지 모두 통제할 수는 없다.  역사의 선례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한 때 금서 명령을 받던 도서들이 은밀하게 대중들의 손에 통해서 보급되었던 것처럼 불온서적의 기준이 리스트라는 공식적인 목록으로 형식화되었다고 해서 장병의 정신전력 강화에 완전히 도움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불온서적 선정에 장병들 그리고 군대 외부의 시민들에게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필자의 군 복무 경험상으로 봐서는 현재의 불온서적 리스트들은 완전히 중립적이며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복무했던 부대의 중대장실 또는 장병들을 위해 설치된 작은 도서실에서는 뉴라이트계 역사학자들이 만든 <대안교과서>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입장의 내용으로 편향된 <대안교과서>의 역사적 중립성 결여에 대해서 학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남아 있는 지금,  국방부의 불온서적 리스트의 선정 기준에 대해서 의문점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군 부대에서는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종북세력의 활동으로 규정된 왜곡된 내용을 장병들에게 정신교육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불온서적 선정 그리고 장병들의 안보교육을 담당하는 국방부 및 군 부대의 신뢰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  굳건한 안보는 국민의 신뢰와 군인들의 균형잡힌 시각이 밑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실을 왜곡하는 우격다짐식 안보교육은 오히려 안보에 해가 될 뿐이다.  

지금까지도 종결되지 않은 채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는 불온서적 선정의 기준의 문제점은 이승만 정부 때 시작된 권위적인, 몰가치적 반공 사상의 영향이 지금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사회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관련 인용기사  

[군 '불온서적 리스트'... 19권 더 늘었다]  오마이뉴스,  2011년 11월 14일 

[민주화운동가가 종북세력이라는 ‘군’]  경향신문,  2011년 9월 22일   

[軍 '불온서적' 반입 금지 '합헌']  한국일보,  2010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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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1-1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이런, 올 가을엔 '불온'한 것들이 대유행하는군요.
'불온'에 구미가 당기는 건 때가 따로 없다는 걸 알겠습니다.
청년 때나 중년 때나, 오히려 중년 때 더 그런것 같기도!!

cyrus 2011-11-16 00:10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를 보니 어떤 내용인지
정말로 궁금한네요, 역시 사람이란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면
반대로 더 하려고 하는 성격이 있는거 같습니다. ^^

카스피 2011-11-1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찬양과 반정부까진 이해하겠는데(뭐 반정부와 반국가는 다르다고 모 진보인사가 주장하긴 했지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반정부를 하면 그렇겠죠^^),반미나 반 자본주의까지 불온서적으로 모는 것은 좀 거시기 하네요^^

cyrus 2011-11-16 00:12   좋아요 0 | URL
맞죠, 지금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군대 안보교육 같은 경우에는 반미, 반자본주의를 북한 사회주의식으로 동등한 의미로 생각하는거 같아요.

맥거핀 2011-11-1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군 모 부대에서 심지어 정신교육까지 꽤나 했던, 장교로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상당히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며, 까르르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군대내 비오큐 숙소에도 알고보면 이상한 책(?) 많았는데, 보안검열에 한 번도 안걸린 것 보면, 그 양반들이 잘 몰라서 그랬는지, 제가 읽어도 이해를 못할것이므로 괜찮다고 생각했는지..(하..그리고 알고보면 공군장교중에 불그스레한 분들 은근히 많은데..;; 끙)

MAXIM이라면 긴긴밤 당직과 함께했던 좋은 책이지요. 절대 내 돈주고 사지 말고, 애들꺼 뺏아봐야 진리라는..끙.

cyrus 2011-11-16 00:14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

그런데 댓글 내용이 놀라운데요. 맥거핀님이 장교로 복무하셨다니,,
정신교육을 담당하셨다면 혹시 정훈장교..? ^^

ㅎㅎㅎ 간부님들도 간혹 당직서면 잡지를 보시더군요 ^^

saint236 2011-11-1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온서적 맥심 ㅎㅎㅎ 추억의 잡지입니다.

cyrus 2011-11-16 00:16   좋아요 0 | URL
역시 맥심은 군 장병들을 위한 최고의 잡지였군요, ^^
저는 제 나이 또래 장병들 사이에서 유행한 줄 알았는데,,
역사가 오래되었군요 ㅎㅎ

stella.K 2011-11-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오래된 새책>에도 이걸 다뤄놓더군.
하지만 너의 글은 좀 더 포괄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보게 하려면 딱 두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곧 절판될 거라는 것과 불온서적이라면 될 거야.
불친절 마케팅처럼 확실한 건 없거든.ㅋ

cyrus 2011-11-16 00: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몇년 전에 불온서적 리스트 처음 나왔을 때 책이
불티나게 잘 팔렸다는 뉴스 본 적이 있어요, 특히 장하준 씨의 책 같은
경우에요 ^^ 그런데 너무 야한 내용의 책도 불온서적이
될 수있는데 리스트에서는 단 한 권도 없다는 점이 궁금하기도 해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토름의 소설이 불온서적이라는 건 이해가 안 갑니다.그거 60~70년대에도 번역된 19세기 소설인데...

cyrus 2011-11-16 00: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래서 그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아직 슈토름의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19세기 소설이
불온서적에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

이진 2011-11-1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엊그제 책에서 불온서적에 대해서 읽었는데 말입니다 ㅎㅎ
하루키 소설은.. 중3인 제가 읽기 너무 과합니다 ㅋㅋ 1Q84도 샀는데 진도가 안나가죠...
맥심 ㅋㅋㅋㅋ 어떤 군 이야기에서 읽었답니다 ㅋㅋㅋ

cyrus 2011-11-16 00:22   좋아요 0 | URL
아니, 이진님, 중3이셨습니까? ^^
저보다 나이 어린 동생이었군요. 중3이라..
간혹 알라딘 서재 말고도 독서 관련 온라인 카페를 자주 드나들고 있는데
그 카페에도 이진님 또래의 중2, 중3 회원분들을 온라인으로나마
친분을 맺은 적이 있었어요.

이진님이 남성분이시라면,, 음,, 맥심은,, 몰래 보시되 안 걸리면
됩니다. ^^;;

야무 2011-11-15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군 모 부대에서 불온서적을 선정하는 작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심히 궁금합니다. 뇌구조가 어떻길래 저런 책을 불온서적이라 분류해 놓는지, 어의가 없습니다..

요즘 군에는 남성잡지도 비치해 놓는군요~ 맥심과 비교해서 지큐나 에스콰이어는 교양잡지 수준이지요..ㅋㅋ 사실 제가 지큐팬이거든요~ 지큐 보면 훌렁 벗은 여자 화보 별로 없습니다. 그런 사진은 주로 맥심이 많지요..ㅋㅋ

cyrus 2011-11-16 00:23   좋아요 0 | URL
비치해 놓는다기보다는 장병들이 직접 구입해서 진중문고마냥 읽고 있는
거랍니다. ㅎㅎ 사실 저도 지큐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간혹 살면서 도움
되는 교양 정보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맥심은 섹시한 여자 화보가 있어서
좋고요.. ^^;; 어쨌든 남성 잡지는 다 좋습니다. ㅎㅎ

마녀고양이 2011-11-1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꽃나무나 나쁜 사마리아인도 들어있군요.
역시나... 군은 우리나라 지킴이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뇌 작업도 하는 듯한. ㅠㅠ

시루스님, 오랜만이예요, 바쁘죠?

cyrus 2011-11-16 00:25   좋아요 0 | URL
세뇌 작업,, 맞아요. 군 정신교육하면 먼저 떠오르는게 세뇌입니다. ^^;;

사실 시간적 여유는 있는데 과제 걱정, 학업 관리 걱정 때문인지
쉬어도 쉰거 같지가 않네요. 주말에는 대부분 과제 준비해야 되고요.

비로그인 2011-11-16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볼만하다는 책을 여기서 다시 소개를 받는군요. 감사합니다...주문넣고 잠시 비치라고 해야겠어요.ㅎ

cyrus 2011-11-17 09: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탁님 ^^
저도 불온도서가 불온한지 몇 권은 읽어보려고 합니다.

감은빛 2011-11-1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군생활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진중문고'라는 개념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원칙적으로 국방부에서 배포한 책 외에는 갖고 있을 수 없었다고 기억해요.
국방부에서 배포한 책은 책이 아닌 홍보물 수준이죠.(어떤건지 아시겠죠?)
각 개인이 가져온 책들은 반드시 정훈장교의 도장을 받아야 했습니다만,
원칙적으로 이것도 복무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1년에 한번씩 대대적으로 검열이 나오면 책을 모두 모아서 산속에 숨겨두곤 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잡지들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잡지를 가져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몰래 갖고 있는 사람이 혹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걸 공개적으로 책장에 비치하다니! 이건 정말 상상하기 어렵네요.
군대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시루스님의 부대가 상대적으로 열린 마인드로 운영되었을지도......)

어쨌거나 좋은 글 읽어서 반갑고 또 고맙습니다!^^

cyrus 2011-11-17 09:2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잘 지내고 계시죠? ^^

아마도 진중문고라는 개념이 들어선지 얼마 안 될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은빛님 말씀대로 검열 나오면 생활관 내에 있는 책장 역시
정리를 하곤 했습니다. 특히 남성 잡지나 불온서적 혹은 장병 개인이
반입한 도서들도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놓곤 했지요 ^^
그러다가 검열이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원상복귀하곤 했어요 ㅎㅎ

제가 다닌 부대가 열린 마운드에다가 말 그대로 군 생활이 좋아져서
감은빛님 시절의 군 생활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보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11-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중문고는 70년대 부터 있었죠.큰 도장으로 진중문고라고 찍혀 있고...우리 부대에 있던 대단히 낡은 삼성미술문고,박영문고 등을 보면 70년대에 배포된 것이더라고요.90년대 중반 이후 헌책방에 가보니 진중문고라고 찍혀진 삼성미술문고 박영문고가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아마 그 무렵부터 70년대 책들을 군대에서 정리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이거 좋은 책들이 많았어요.세계적인 명저도 꽤 있고...지금도 헌책방에 나온 것들 중 괜찮은 것은 사고 있습니다.

cyrus 2011-11-17 09:22   좋아요 0 | URL
저도 간혹 헌책방에 가면 옛날 진중문고 도장이 찍혀 있는 서적을
발견하곤 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11-17 17:15   좋아요 0 | URL
발견하면 구입해 놓으세요.진중문고에는 인문사회 명저 중 지금은 안 나오는 책들도 꽤 있으니까요.값도 싸고...

누리로 2011-11-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검색으로 우연히 들어와서 글 남깁니다.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2008년의 국방부에서 선정한 불온도서 말고는 반입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부대에서 간부가 불온도서라고 해버리면 그걸로 끝이죠.

저는 05년부터 07년까지 대대급 부대에서 복무했는데 거기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녀석이 그의 친구가 소포로 보내준 책을 보안성 검토 도장 안받고 읽다가 좀 싸이코스러운 간부한테 걸렸는데 그 책의 제목은 체게바라 평전... 만일 그 책이 흔한 소설이나 에세이였다면 별 문제 안 생겼겠죠. 결과는?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영창10일 나왔으나 대대장이 휴가삭감 5일로 감경해 주었습니다. 그나마 영창 안 간게 다행이었달까. 체게바라 평전은 오래전에 베스트셀러였고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은 그 책에 전혀 없는데 이런책도 읽어서는 안된다니 참...

누리로 2011-11-2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이루어지는 정신교육(정훈교육) 내용도 가관입니다. 조중동은 완전 저리가라 수준이죠. 가령 fta같은것에 대해서는 'fta는 좋은거다'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아래와 같은 식이죠. 국방일보 사이트에서 찾은 한미fta 협상당시의 기사입니다.

http://kookbang.dema.mil.kr/kdd/GisaView.jsp?writeDate=20061124&writeDateChk=20061124&menuCd=3001&menuSeq=3&kindSeq=2&menuC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