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스 - 인종 혐오에 맞서 싸우는 행동주의자의 시원한 한 방!
이일하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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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누굴까? 그들의 몸에 문신이 가득하다. 문신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엄연한 몸의 자유이지만, 이 사회에서 문신은 강렬한 폭력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면 조직폭력배는 항상 문신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과시나 결속력, 충성심의 표현으로 문신을 새긴다. 사진 속 남자들 모두 일본인이다. 큰 덩치로 봐서는 야쿠자 조직원들 같다. 이들이 문신을 보여주면서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사진은 길거리 시위에 나선 일본인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서양식 양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시위대원에 눈길이 간다. 시위 현장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지만, 평범한 시민처럼 보인다. 사실 문신에 새긴 남자들은 야쿠자가 아니라 시위대원이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온몸 가득 문신한 네오나치 시위대를 연상한다. 두 번째 사진에 나온 푸근한 모습의 시위대원과 대조된다. 첫 번째 사진 속 남자들이 과격한 몸싸움을 벌이는 시위대로 보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일본에서 격한 반한(反韓) 감정을 드러내면서 가두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품은 극우주의 세력이다. 대부분이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와 관련되어 있다. 이 단체 조직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시위 시간과 장소 등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시위 관련 비디오 등을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일명 넷우익이라 불리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과 일본인뿐이다. 넷우익 활동을 하는 이들은 가히 조직적이며 공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한국인인 척 가장하며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대해 공격적인 말을 해대는가 하면, 역사를 왜곡한다. 일본뿐 아니라 여타의 다른 나라에서도 반한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두 장의 사진 중 하나는 재특회 시위와 관련되었다. 일본의 반한 시위 풍경을 본 적이 없는 한국인들은 문신을 새긴 남자들이 재특회 회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짜 재특회 시위대원은 두 번째 사진 속 남자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 양복 입은 남자가 바로 재특회 설립자이자 회장으로 활동했던 사쿠라이 마코토다. 사쿠라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으로 생활하던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었지만 ‘혐한류’로 장사하는 출판사와 일부 방송국으로 인해 한순간에 떠오른 ‘관심종자’다. 그는 위안부에 대해 “매춘부였던 사람들이 70년 지난 뒤에서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떼를 쓰고 있다”고 망언을 했다. 강제 징용된 이들에 대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지원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재특회의 과격한 행동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그들 자신은 폭력과 폭언으로 점철된 자신들의 행동에 자부심을 느낀다.

 

 

 

 

 

 

반한 극우 시위에 맞서는 반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 사진 속 남자들의 정체는 혐한 시위에 반대하는 ‘오토코구미(男組)’라는 단체 소속 시위대원이다. 이들은 누구이고 왜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일까. 재특회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인터넷상에서 만나 혐한반대 맞불 시위를 준비한다. 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혐오 발언을 반대하는 이들을 가리켜 ‘카운터스(counters)’라고 한다. 카운터스의 활동은 혐한 반대 시위에 그치지 않고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개정과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맞서는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15년 전 유학을 떠난 후 줄곧 일본에서 지내온 이일하 씨는 오토코구미의 활동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영상에 담지 못한 기록들을 책으로 정리했다.

 

《카운터스》는 시위라는 어두운 주제만 다루지 않는다. 시위 현장 밖에 있는 오토코구미 대원들의 진솔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오토코구미의 혐한 반대 시위 선봉장에 나서는 다카하시는 전직 야쿠자 출신이다. 무력으로 시위를 저지하는 집단인 오토코구미가 특이할뿐더러, 대장인 다카하시도 범상치 않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 상황이 이채롭다. 혐한 시위가 공권력 보호를 받고 카운터스 움직임이 오히려 경찰로부터 제지받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오토코구미는 ‘조용한 운동’이었던 일본 시민운동의 역사를 바꿨다. 오토코구미는 혐한 시위 목소리가 거리를 뒤덮지 않게 하려고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또 혐한 데모 행진을 저지하고자 온몸으로 도로를 점거한다. 재특회가 먼저 오토코구미 시위대에 폭력을 가하는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카하시 같은 덩치 큰 조직원들이 나서야 한다. 이들이 있어야 조직원들을 보호하고, 재특회의 과격한 진압을 막을 수 있다. 폭력을 미화할 수 없지만, 혐오 발언을 일삼는 자들을 응징하는 오토코구미 조직원들은 정의의 카운터펀치(counterpunch)다.

 

 

 

 

재특회의 도를 넘어선 과격한 혐오 발언과 행동은 외려 자기네 주장에 근거도 확신도 없다는 점만을 부각할 뿐이다. 폭력은 거짓을 감추려는 행동일 뿐 자신들의 주장이 확실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도 우익이다. 그는 극우세력의 반한 시위가 인간으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지적한다. 오토코구미는 일본 사회가 보편적 이성과 인간성으로부터 일탈하려는 상황을 막고 있는 셈이다. 만약 그들이 행동으로 나서지 않았으면 일본 시민들은 반한 시위를 방조했을 것이다.

 

재특회는 민족주의도 우익도 아니다. 오토코구미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 서로 다른 두 단체에 속한 사람들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재특회는 일본의 오랜 경기 침체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퇴조가 초래한 산물이다. 회사 여직원이거나 호감이 가는 청년, 집 안에서는 좋은 아빠인 이들이 시위 현장에선 과격한 말을 쏟아낸다. 반면 일상화된 혐오 발언과 폭력 시위가 방치되는 최악의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시민들은 오토코구미 시위에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이들은 이념의 차이를 떠나 반한 시위의 부당함에 공감하고, 행동으로 연대한다. 평화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토코구미의 모습은 혐오 발언에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흔히 사람들은 혐오 발언 및 사회적 약자 차별 문제를 ‘놔두면 해결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일본처럼 간과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혐오 발언은 자유의 선을 넘은 비인간적인 표현이다.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조금쯤 옆으로 비켜선 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며 옹졸하게 반항한다.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글쓴이 주)  결단력이 없으면 행동주의자가 되는 일이 어렵다. 이 책 마지막에 나오는 오토코구미 일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처음 재특회가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닐 때 나섰어야 했어. 코리아타운에 오기 5년 전부터 알았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한국도 미리미리 막아야 할걸?” (231쪽)

 

 


※ 글쓴이 주 :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구절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 흑백 사진은 21세기북스 출판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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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6-0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이상한 짓을 할때 나섰어야 했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0

cyrus 2016-06-07 19:29   좋아요 1 | URL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단식 시위를 하고 있을 때 방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들도 언젠가는 어버이연합처럼 단체 시위로 나설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좀 걱정됩니다. 일베 회원들의 몰상식한 행동과 혐오 발언을 심각하게 바라보기만 할뿐 확실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ㅠㅠ

2016-06-07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7 20:10   좋아요 0 | URL
아마도 정신 못 차리는 일베 회원들이 나이가 들어서 어버이연합 비슷한 단체를 만들 것 같습니다.

박람강기 2016-06-0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모습이 멋지네요..

cyrus 2016-06-08 18:37   좋아요 0 | URL
혐한 시위 반대하는 사람들이 처음에 자발적으로 모여서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직적으로 시위를 하는 단체가 생겼습니다. 정말 대단한 시민들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08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인용하신 부분이 맘이 닿습니다. 이곳에서는 힐러리 vs 트럼프의 구도로 갈 것 같습니다. 트럼프 같은 놈이 나오기 시작할 때 잡았어야 하는데 무능하고 무력한 공화당 지도부는 초반에 주도권을 빼앗긴 후 다시 찾지 못했지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으면 그런 놈은 계속 나올 것 같습니다. 일베나 어버이연합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더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대항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cyrus 2016-06-08 18:46   좋아요 0 | URL
극우세력 시위, 일베의 혐오발언 문제 등의 심각성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제재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담론이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달으면 자발적으로 대항할 겁니다. 그러지 못하고 `시위 대 시위` 양상으로 가면 물리적 충돌만 일어날 뿐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08 23:09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일베나 어버이연합 사람들은 좀 맞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폭력 vs 폭력의 구도로 물타기 되는 건 막아야겠죠..ㅎ
 
증오하는 입 - 혐오발언이란 무엇인가 질문의 책 2
모로오카 야스코 지음, 조승미.이혜진 옮김 / 오월의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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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의 거리에 “조선인들을 떠나라” “조선인은 기생충이다”라고 무시무시한 구호를 외치는 일본 우익단체의 시위가 부쩍 늘어났다.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이하 재특회)’ 회원들은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 역 주변 한인 타운에 모여 매주 혐한 시위를 벌인다. 파리채로 태극기를 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도 있다. 재특회는 2007년 설립돼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한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등록 회원이 1만여 명에 이르고 연 1,000만 엔에 이르는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전통적인 우익단체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시위 현장 동영상을 전파하고 온라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으로 세력을 급속하게 확장했다. 그래서 ‘넷우익(Net 우익)’으로 불리기도 한다. 5.18 민주항쟁을 폭동으로 폄훼한 ‘일베’와 흡사하다.

 

재특회가 반한 시위를 하는 일차적 명분은 ‘재일 한국인이 일본 내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어서 그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특별 영주 자격을 철폐하라고 외친다. 재일 한국인은 특별 영주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범죄를 저질러도 모국으로 추방당하지 않는다. 재특회는 이 법이 다른 불법 체류 외국인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인을 비롯해 재일조선인, 외국인 등 특정 민족에게 증오 섞인 표현을 쏟아낸다. ‘혐오 발언(hate speech)’은 인종, 민족, 종교, 국적, 직업 등으로 나뉘는 특정한 집단에 대해 사회적 편견과 폭력을 부추긴다. 단순히 구호만 외치는 것도 아니다. 조총련계 학교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은 혐오 발언이 부른 참극이었다. 흉흉해진 민심을 잡기 위해 일본은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지목했다. 일본 언론은 한술 더 떠 조선인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겼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혐오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재특회의 혐한 시위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오히려 한국 언론보다 미국, 유럽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나치가 자행한 인종차별 경험 때문인지, 혐한시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혐오 발언이 횡행함에 따라 우려스러운 것은 재일조선인들의 처지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일본 내에서는 혐오 발언 규제 법률을 제정하라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UN 사회권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혐오 발언 규제에 나설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일본은 차별금지를 법률로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인종차별철폐협약(제4조)에 가입했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제21조)를 이유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은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남의 일인 것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기에는 우리 사정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이나 외신 언론을 받아 쓴 기사는 간혹 찾아볼 수 있지만, 직접 시위 현장이나 재일조선인 피해를 심층 취재한 기사는 보기 어렵다. 해외 현장이라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슈의 당사국 언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나 유럽 언론, 특히 중국 언론에 비해서도 혐오 발언에 대한 관심이 이례적으로 적다.

 

일본의 우익 정치가는 재특회와 손잡아 혐오 발언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재일조선인과 좌익은 일본의 명예를 해친다고 보고 있다. 물론, 혐오 발언을 반대하는 우익도 있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일본의 불명예로 왜곡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라 광적인 배타주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1970년대부터 유신정권은 반한과 친북을 양산했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이후에도 색깔론이 반복되고 있다. 진보 진영에 대해 마구잡이로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는 어버이연합, 동성애와 다문화제도에 반대하는 일베의 모습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일과 좌익 낙인찍기와 비슷하다. 또 미래를 위해 과거의 국가 폭력과 인권침해의 역사를 비판하는 것조차도 종북으로 매도하는 것은 일본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일, 좌익 낙인찍기와 유사하다. 일본은 혐오 발언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소수자 및 개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혐오 발언을 그저 가벼운 농담으로만 인식한다. 김치녀, 홍어(광주를 비하하는 은어), 통구이(대구를 비하하는 은어) 그리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조롱하는 혐오 발언이 인터넷상에서 쉽게 남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시민사회가 그나마 조금은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긴 하나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 혐오 발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공감 여론이 깊게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2012~2013년 일베 논란이 숱한 화제를 뿌렸을 때, MBC <100분 토론>에서 일베를 유해매체물로 지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주제로 토론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 이때 토론 패널로 참여한 변희재는 일베를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접속차단 등의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베 회원들을 극우주의자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혐오 발언 규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표현의 자유’는 혐오 발언 규제에 반대하는 우익들이 불리할 때 사용하는 유일한 보루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침해’.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두 가지 자유 중에서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혐오 발언 문제의 현황을 고발한 《증오하는 입》의 저자이자 변호사인 모로오카 야스코는 혐오 발언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입장에 찬성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혐오 발언의 용례를 정리한 가이드라인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베 회원 일부는 표현의 자유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민주적인 보편 가치다. 그런데 일베와 재특회,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이런 보편 가치를 자신들만의 특권처럼 사용한다. 그것도 소수의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언어 폭행의 무기로 사용한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무기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 아래서 표현의 자유 의미가 왜곡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시민사회 구성원이라면 시비를 가리고, 정도를 구분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서 대항하는 이성적인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소심한 독자 입장에서는 이념 진영을 떠나서 혐오 발언에 관한 더욱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되길 바랄 뿐이지만 그것마저 쉽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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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6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7 07:11   좋아요 0 | URL
일본의 시민운동이 어느 수준 단계에 올라섰으며 역사가 어떤지는 잘 모릅니다. 님 말씀처럼 일본의 시민운동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혐한 시위를 반대하는 자발적 시민단체가 등장하니까 일본 언론들은 ‘돌연변이’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혐한 시위를 반대하고, 거기에 행동으로 맞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습니다. <혐오하는 입>을 읽은 뒤에 이일하 씨의 <카운터스>를 읽었는데, 제가 일본을 선입견으로 바라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거세당하다
저메인 그리어 지음, 이미선 옮김 / 텍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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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만 겪는 고통 중의 하나가 포경 수술이다. 흔히 고래를 잡는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래의 친구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 손에 끌려가 ‘어른이 되는’ 수술을 받고 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뒤로 아이들은 1, 2주 동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질 못해 뒤뚱뒤뚱 잰걸음 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도 태어나자마자 포경 수술을 시키는 것이 유행이었다. 다행히 부모님은 나에게 ‘아들아, 고래 잡자’는 얘길 꺼내시지 않아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있었다. 수술을 받지 않은 친구들은 또래 친구들한테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유년의 통과의례처럼 치러지는 수술을 받지 않아서 수치심에 괴로운 적이 있었다. 귀두의 포피를 떼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우스꽝스러운 자기 검열에 사로잡혔다.

 

포경 수술의 원조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할례 의식이다. 유대인들은 선택받은 민족의 상징으로 생후 8일째 되는 날, 지금의 포경 수술이라 할 수 있는 할례 의식을 시행했다. 민족별, 지역별로 할례의식의 방식, 문화적 배경이 제각각이다. 남성 유대인은 할례 의식을 ‘신과의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부족사회에서는 부족의 결속, 결혼 준비, 성기의 성화(聖化)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할례를 한다. 아프리카 여성의 경우는 남자들과 같은 이유에다가 성감대를 둔화시킨다는 특별한 의미를 추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 의식은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억눌러 처녀성을 지키고 결혼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행해져 왔다.

 

여성의 성욕은 병적인 것으로 치부됐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성을 ‘어두운 대륙’이라 불렀다. 여성 할례 폐습이나 프로이트의 음핵 무시에서 드러나듯 클리토리스는 남성성을 위협하는 사악한 부위로 지목돼 왔다. 모든 악과 질병이 비롯됐다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상자’라는 단어가 여성의 질을 가리키는 속어라는 점도 여성 성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음핵이 여성 쾌락의 중심으로 우뚝 서면 성적 파트너로서의 남성은 불필요해진다.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여성 할례 의식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도 오랫동안 할례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클리토리스가 아니더라도 몸과 정신에 할례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거세당한 여성(female eunuch)’이 너무 많다. 거세(去勢)는 생식 기능을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 당연히 여성의 생식기도 거세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 단어를 남성과 연관 지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거세’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환관(宦官)이다. 프로이트는 아동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는 커서도 성기가 잘리지 않을까 불안을 느끼게 된다며 이를 ‘거세 공포’라 불렀다.

 

여자들만 느끼는 ‘거세 공포’가 있다. 일단 프로이트식 거세 공포는 잊어버리자. 급진 페미니스트 저메인 그리어는 ‘거세당한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남성적인 욕망 속에 억압받으면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여성으로서 자유와 욕망을 자기 검열하고 스스로 배제한다. 여자는 착하고 얌전해야 한다, 똑똑한 여자는 팔자가 세다, 여자는 무엇보다 예뻐야 한다. 이런 사회적 통념들은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의 몸과 정신을 거세한다. 여성은 남성들이 만든 고정관념에 얽매여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늘 의식한다. 남성의 의견에 따르고 남자 앞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도록 조심한다. 인내와 희생은 여성의 미덕이라 여기고 여자운명은 남자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줄곧 자신의 욕망과 개성을 희생하는 여성은 이타주의와 사랑을 혼동한다. 그녀의 희생은 ‘거짓된 이타주의’에 불과하다.

 

여성은 성적으로 정숙해야 한다는 규범에 얽매여 성적 욕망과 표현을 억제(거세)한다. 여성이 남자에게 먼저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성적으로 적극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성에 대한 장벽을 쌓고 억제한다. 남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자의 영혼까지 지배하고 구속하며 착취하고자 하는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곤 한다. 남성 위주의 억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는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은 제대로 설 자리가 없다. 가부장적 질서 세계 아래 억눌려 있는 여성은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저메인 그리어의 ‘거세당한 여성’은 1970년 영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워낙 파격적이고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급진적 페미니즘은 여성 문제를 더욱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함으로써 새롭게 급부상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고 나서 페미니스트가 ‘남성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가진 여성’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래도 40여 년 전 그녀의 담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녀는 남성의 편견적인 시선에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 특히 남성의 욕망 앞에서 꿈과 자유를 스스로 파기하는 여성의 현실을 지적한다. ‘거세당한 여성’은 사회적, 제도적 억압을 스스로 뚫고 일어서는 여성이 아니다. 저메인 그리어는 남성의 기분을 맞추는 여장 배우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은 거세당한 사람이 아니라 ‘여자’라고 남자들을 향해 외친다.

 

‘남성들이 생각하는 여성, 남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남성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남성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재현되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들의 구별되는 특징 등을 한데 묶어 여성들의 다양한 능력들을 보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건강하고 완전한 성(The Whole Woman)이란 없었다. 우리는 규범적 남성성과 여성성이 강요하는 할례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저메인 그리어는 이미 문화적 할례를 거부했다. 《여성, 거세당하다》를 읽음으로써 완전한 성으로 거듭나는 독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현실문화)의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정희진 편) 99쪽 정희진의 주석에 보면 그녀가 권하는 페미니즘 입문서가 소개되어 있다. <거세된 여성>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바로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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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4 17:59   좋아요 0 | URL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힘들여 기른 장발을 생명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 시절에 귀족들이 수염을 길게 길러서 뽐내는 게 유행이었는데, 대제가 구 제도를 타파하려고 수염을 강제로 깎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귀족들이 반대하자 면도 안 하면 세금을 징수했습니다. 아무튼 남자들은 어느 신체 부위가 갑자기 없어지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6-04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진지한 글을 보면서도 제 머릿속에는 그 언젠가의 겨울이 떠오르네요. 방학을 하면 유행처럼 어디에선가 방학특가로 D/C를 때리고, 이게 아줌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고...동네형과 함께...-_-: 일주일간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던 기억이...특히 수술한 다음날엔가, 소변을 보다가 실밥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는 유비통신을 듣고 온 동네형 때문에..둘이 벌벌 떨면서..소변을 참던.....-_-:

cyrus 2016-06-04 18:02   좋아요 0 | URL
포경 수술을 안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놀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포경 수술 받고 나서 집에만 있는 거죠. 밖에 나가면 수술한 사실이 들키니까요. ㅋㅋㅋㅋ

alummii 2016-06-04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좀 일찍 일어났는데 갑자기 잠이 확 깨네요 ㅋㅋㅋㅋ 그래도 세상이 많이 변한 듯 해요 이 책 꼭 읽고싶네요

cyrus 2016-06-04 18:0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30년 전에 나온 것이라서 지금 실정과 많이 차이 나는 내용이 있어요.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긴 합니다. ^^;;

나비종 2016-06-0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고 얌전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순종적이고 바보스러운 느낌이 들어 거부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쓰신 글을 읽고 보니, 자기 검열을 하며 스스로의 욕망을 거세시키며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남성과 여성. 생물학적인 이분법으로 성의 구별이 있지만, 결국 완전한 성으로 거듭난다는 건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으로 동등한 존재임을 인지하는 일인가 봅니다.

cyrus 2016-06-05 20:14   좋아요 0 | URL
여자가 남자보다 주변 시선 눈치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상황 대처가 빠르죠. 여자가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걸 본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자 연예인들은 루머와 악성 댓글 공격이 많이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조금 튄 행동을 했다하면 악플러들이 달려 듭니다.

빨강앙마 2016-06-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어디선가 이런 여성 의식이 있다는 걸 봤는데.. 거참..--;; 아직도 없어진건 아닌거 같더라구요.. 제목 자체에서부터 호기심이 동하긴 하네요. 그러고보면... 남자들도 굳이 그 포경수술...^^;;;; 암튼..흠흠.. 읽어보면 할 말은 많을거 같은데 제대로 글로 표현이 안될거 같아요 저는..ㅋㅋ

cyrus 2016-06-06 21:40   좋아요 0 | URL
사실 남자들도 포경수술을 원치 않은데도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강제로 하는 경우가 많죠. 두려운 반응을 보이면, 포경수술을 먼저 한 또래 남자들에게 놀림감 받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포경수술을 해도 친구들이 놀린다는 사실입니다. ㅎㅎㅎ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15푼 키에 2촌이 부족한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하기 어려워한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생략)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자 삼켜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 삼 온스의 살만 더 있어도 무척 생색나게 내 얼굴에 쓸 데가 있는 것을 잘 알건만 무디지 못한 성격과는 타협하기가 어렵다.

 

부얼부얼 : 살이 찌거나 털이 복슬복슬하여 탐스럽고 복스러운 모양

    

 

(노천명 자화상중에서)

 

 

시는 시인의 얼굴을 비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시 속에 시인의 억압된 욕망, 진짜 얼굴이 있다. 노천명은 얼굴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전부를 시에 노출한다. 시인은 살진 얼굴과 병약한 신체를 형상화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고백한다. 인용문에서는 생략되었지만, 시 마지막 줄에 시인은 자신의 성격을 구리처럼 휘어지며 구부러지기가 어려운 성격이라고 단정한다. 열등감에서 비롯한 괴로움을 꾹 참고 견디려는 의지를 보인다.

 

외모 콤플렉스는 자라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형성되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좌우한다. 외모가 외모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모에서 열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다른 능력부문에서도 남보다 못하다고 느낀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데도, 자신보다 나은 몇 안 되는 사람들하고만 비교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더 잘 받고, 자기 비하와 우울증에 쉽게 빠지게 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불필요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어떤 성형외과 의사가 모 일간지에 외모 콤플렉스를 소재로 한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 필자는 성형외과에 찾은 수많은 사람과 상담하면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외모가 멀쩡한 사람들조차도 쓸데없이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비하하는 증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증세를 고치려면 자신의 외모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존감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의사는 외모 콤플렉스를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남에게 자신의 치부를 일부러 드러내 놓으라고 주장했다. 노천명이 자화상을 쓰면서 외모 결함을 인정하는 자세와 비슷하다. 두 의사가 제시한 외모 콤플렉스 해결 방식에 공통점이 있다. 외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인정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라고 말한다.

 

 

 

     

두 의사의 주장은 외모 콤플렉스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왜곡된 열등감으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개인에게 정신적 문제의 책임을 전가한다. 외모 콤플렉스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다. 외모 콤플렉스는 뷰티 이데올로기(beauty ideology)’의 시대가 낳은 심리 반응이다. 발트라우트 포슈는 뷰티 이데올로기란 거대 자본과 미디어의 지나친 관심,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의 힘이 척척 맞물려 돌아가는 집단적 의식 형태라고 말한다. ‘젊고 예쁜 것만이 최고라는 뷰티 이데올로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주입한다.

 

뷰티 이데올로기가 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려는 호모소셜(homosocial)’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부장제의 흔적은 남아 있어도 과거에 비하면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사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부장제의 빈자리를 채운 새로운 개념이 바로 호모소셜이다. 호모소셜은 미국의 페미니즘 비평가 이브 세지윅(Eve Sedgwick)이 처음 사용한 단어다. 우리말로 옮기면 동성사회성이다. 호모소셜을 소개한 세지윅의 책은 번역되지 않았다. 다행히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하다에 호모소셜에 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뤘다.

 

호모소셜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면 남자들끼리 공유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돈독한 우애를 말한다. 남성 간 성애를 뜻하는 호모섹슈얼(homosexual)과 다르다. 남자는 태어나자마자 호모소셜의 세계에 진입한다. 한 남자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고 싶어도 대장부가 그까짓 일로 울면 안 되지라는 시선 때문에 감정을 수축시키며 살아간다. 만약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주변 남자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넌 여자처럼 바보같이 울기만 하느냐. 고추 달릴 자격이 없어!’ 호모소셜 세계에 사는 남자들은 강한 남자가 돼야 한다는 경쟁심리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들은 강한 남자로 동성에게 인정받으려면 여자를 전리품처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연애 한 번 못하는 남자는 놀림 받는다. 동성으로부터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차돌처럼 강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남성적인 힘을 과시하여 여자를 정복하고 싶어 한다. 호모소셜 세계 속에서 산 남자는 여자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단 여자 외모를 평가한다.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외모가 성괴인지 자연산인지 의심한다. 여자가 성형 의술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성괴로 단정 지어 버린다. 이때부터 남자들의 여성 혐오가 시작된다. 여자 연예인의 가슴이 작아서 볼품없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동시에 가슴 큰 여자 연예인에게는 의느님(성형외과 의사를 가리키는 은어)의 힘을 얻었다고 비난한다. 여자들은 호모소셜 남자들의 은밀한 눈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여자는 호모소셜 남자들의 여성 혐오 대상자가 된다. 뚱뚱한 여자에게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오크녀라고 놀린다. 외모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에 맞춰서 외모를 가꾼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외모에 신경 쓰는 여자들은 ‘외모 가꾸기에 돈 낭비하고, 다른 여자의 외모에 질투심 많은 김치녀가 된다.

 

남자들도 외모 콤플렉스를 부추기게 한 책임이 있다. 그들에게 성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을 통한 친밀감의 교류가 아니라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입증하기 위한 통로가 되곤 한다. 따라서 성은 즐김의 언어가 아니라 봉사나 과시의 언어가 돼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려 한다. 그리고 여성끼리도 비교한다. 여성을 선택할 때의 기준도 외모를 중시하는 왜곡된 편견을 갖는다. 이처럼 호모소셜에 익숙한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멸시한다. 이러한 태도가 바로 여성 혐오다. 모든 남성은 사내라는 무거운 갑옷이 짓누르고 있음을 늘 의식한다. 성공을 추구하는 사다리 위에 여성이 있으면 분노를 느낀다. 오늘날 페미니스트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가부장제가 아니다. 오래된 집단의식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 남아있지만, 가부장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요즘 호모소셜이 기세등등한 새끼 호랑이가 되어 남자들로부터 귀여움받고 있다. 새끼 호랑이를 내버려두면 다 자란 큰 호랑이가 되어서 여자를 공격한다. 외모 콤플렉스 그리고 개인을 괴롭히도록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호모소셜을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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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6-0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호모소셜을 호모소설로 잘못 보았네요^^;;;;

cyrus 2016-06-02 16:23   좋아요 0 | URL
글을 쓰면서 ‘호모소셜’를 잘못 보는 사람이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진짜였군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6-0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천명의 외모는 모르지만 영혼은 혐오스
럽죠ㆍ 일제강점기때 노천명
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구토가 치밀어올라
의느님이 그런 뜻이었군요
한수 또배우고갑니갑니다 ^^

cyrus 2016-06-02 16:2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예전에 노천명 시집 초판본이 복간되었을 때 악평이 엄청 많았었죠. ^^

여성 혐오, 차별적인 의미를 담은 인터넷 은어, 유행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어서 쓰려고 하지,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릅니다.

2016-06-0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2 16:26   좋아요 1 | URL
외모의 자본화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루쉰P 2016-06-02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남자들만의 정신 세계가 그렇게 여성들에게 투사되는군요. 뭔가 정신분석학적인 글 입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외모 콤플렉스가 심합니다. 지금은 뭐 어느 정도 차분하게 대처를 하지만 ㅋ

`호모소셜`이라는 거 무섭습니다. 뭔가 세뇌당하며 살아온 느낌이에요. 여성에 대한 시선이 저 역시도 폭력적이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합니다.

어찌보면 여성혐오라고 해도 인간을 인간으로 소중하게 보지 못하는 그런 것에서 오는 차별이라 생각이 들어요. 왜이리 인간은 차별을 좋아하는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ㅎ

cyrus 2016-06-02 16:31   좋아요 0 | URL
남자는 태어나자마자 동성사회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가부장제 규범의 영향력보다 더 무섭습니다. 우에노 치즈코의 책을 읽지 않았으면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생각과 언어를 드러냈을 겁니다. 여성 차별, 혐오의 거시적인 배경을 남자들도 알아야 합니다.


표맥(漂麥) 2016-06-0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류에 맞는 이런 글, 참 좋습니다. 공감하게 되네요...^^

cyrus 2016-06-02 16:32   좋아요 0 | URL
하루 글 한 편 쓸 때마다 여성혐오자들, 일베들이 시비를 걸까봐 무섭습니다. ^^;;
 

 

 

 

통풍 진단을 받은 이후로 한 달째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고기를 안 먹고 사니까 정신적으로 괴로운 점은 없다. 나는 집밥을 거르지 않고 챙겨 먹는데 반찬 대부분이 채소류가 많다. 집에서 소시지 반찬을 마지막으로 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군인으로 복무했을 시기에 소시지 반찬을 많이 먹었다. 어머니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채소 반찬을 선호한다. 게다가 일부러 음식을 싱겁게 만든다. 덜 짜게 먹는 게 건강이 좋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반찬 투정을 부렸을 법한데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소시지 반찬 안 먹은 지 진짜 오래됐어요라고 말하면서 소심하게 투정을 부린 적은 있어도 밥상을 뒤엎어버리면서 꼬장부리는(상대방이 일이나 행동 등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행위를 의미하는 은어) 패륜적인 짓은 하지 않았다. 그냥 군말 없이 먹기만 했다.

 

그렇다고 고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밖에 나가서 고기를 먹게 되면 순순히 집밥을 먹던 그 모습이 아니다. 당연히 고기 먹는 날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고기를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조금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에게는 부러운 체질이지만, 정작 많이 먹어도 몸이 마른 사람들은 괴롭다. 덩치가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몸이 마른 사람들이 비실비실하게 보인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괴롭히고 싶어 한다. 이런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지금도 마초 맨(macho man)를 싫어한다. 마초 기질이 있는 동성을 만나면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내가 만난 마초들을 보면 일단 남자다움을 과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남성성을 동성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주변 남자들이 마초 맨을 좋게 보기 시작하면, 마초 맨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대학교 선배 중에 성격이 쾌활한 마초 맨 한 사람 있었다. 그는 덩치가 컸는데, 술 마시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선배들은 대학교 행사에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후배들과 같이 어울려서 잘 논다. 그런데 이 선배의 문제점은 술에 취하면 마초 기질을 드러낸다. 술을 못 마시는 후배가 있으면 모임 분위기를 흐리게 한다고 농담을 한다. 그런데 그 농담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마초 선배를 오랫동안 잘 아는 과 학생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마초 선배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암시하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초 선배가 오는 날이면 평소 술자리보다 더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마초 선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꼰대스러운 잔소리+단체 얼차려콤보를 받는다. 심하면 후배에게 손찌검까지도 한다. 마초 선배는 자신보다 아래인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줌으로써 남자다움을 한껏 뽐내려고 했다. 한 번은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대학 축제 주막에 들린 적이 있는데,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도 후배들에게 얼차려를 줬다. 후배들은 얼차려 받을 만한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선배는 여자친구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말 한 마디하면 후배들이 잘 따른다고.” 이건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동이다. 그는 졸업할 때까지 선배라는 지위를 마음껏 누렸다.

 

마초 선배가 술자리가 있는 날에는 누구나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피할 수가 없다. 그 당시 마초 선배 학번이 최고 학번이었기 때문이다. 마초 선배는 졸업을 코앞에 둔 사람인데도 학과 생활에 관심이 많았다. 마치 자신이 특별하고도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려서 남들로부터 관심받고 싶은 사람처럼 말이다. 딱히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은 성격인데도 지금도 그와 연락하는 학교 동기들이 있다. 평소에 성격이 좋아서 어울릴만한데, 문제는 같이 술 마실 때는 되도록 피한다고 하더라.

 

 

 

 

 

 

 

 

 

 

 

 

 

 

 

    

 

남자들이 여러 명 모이면 동성사회성이 높아진다. 쉽게 말하자면 남자들 간의 우애를 의미하는데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니다. 동성사회성이 강화되면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특권적 지위에 위치하는 존재로 여긴다. 자신들만의(편향된) 기준으로 타인과 세상을을 바라본다. 이렇다 보니 동성사회성이 차별과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와 여성 혐오가 어쟀다구?》의 '다른 목소리로: 남성 피해자론 및 역차별 주장 분석하기' 편에 소개되어 있다.

 

사실 이야기가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새고 말았다. 원래는 채식에 관한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불편했던 과거가 불쑥 생각나는 바람에 그동안 묵혀 놓은 감정들을 드러냈다. 나는 그 마초 선배가 고맙다. 군대 가기 전에 미리 군기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진짜 군대에 가서는 선임 병들의 단체 얼차려를 받지 않았다. 아니, 그런 상황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딱 내가 입대를 한 시기부터 강압적인 군기 문화를 탈피하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임 병으로부터 구타나 폭언을 받은 적이 없다. 제대하면서 알았다. 마초 선배는 군대 똥군기의 향수를 잊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부아르의 명언을 빌리자면, 마초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누가 만드느냐?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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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01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그런 습관(?)이 몸에 밴 사람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 행동을 해요. 제가 너무 불편해하는 게, 남자 상사들이 신입 직원들의 군기를 잡는 걸 보는건데요, 회식 자리에서 싫어하는데도 뻔히 무언가를 명령한다던가 하는거죠. 으.. 질색. `야, 신입이 그것도 안해?`, `야, 막내가 그것도 안해?` 이러는데 진짜 꼴보기 싫어요. 그때마다 번번이 `싫다는데 왜 자꾸 시키냐, 그러지마라` 고 말해도 통 고쳐지질 않더라고요. 뭐랄까, 그게 선배(?)의 당연한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윽. 저는 군기를 잡는다는 그 말부터 너무 싫어요 진짜.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38   좋아요 0 | URL
캐공감.. 제발 그런 짓 좀 하지 말았으면.... 나이 쳐먹고 무슨 나이 유세인지..

cyrus 2016-06-01 20:16   좋아요 0 | URL
마초 선배도 그랬습니다. 후배들 만나면 일단 명령을 합니다. 만약에 노래 잘 부르는 후배가 있다고 하면 갑자기 노래를 불러보라고 시켜요. 대선배가 시키는 걸 거절하면 선배한테 찍힐 수 있으니까 부르기 싫어도 불러야 합니다. 노래방 가서 흥을 못 살린다고 해서 개지랄을 떱니다. 그래서 신입 후배들은 미친 척하면서 놀아야 합니다. 이건 뭐 선배 기분 맞춰주는 노리개 신세가 되는 거죠. 진짜 이상한 선배 몇 사람 때문에 희한한 경험 다 해봤습니다. 다락방님 말씀대로 이런 사람들은 군대에 가서도 후임 병 괴롭히고,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보다 서열 낮은 사람들 괴롭혀요.

2016-06-0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1 20:20   좋아요 0 | URL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성격이 난폭해진다는 실험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문제의 마초 선배는 졸업해서도 학교 축제나 졸업생들 모임이 있으면 빠짐없이 출석합니다. 그리고 후배들 모이면 자신이 학생 시절 영웅담을 늘어놓습니다. 그 다음에 후배들 노는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즐겁지 않으면 학과 최고참 선배를 갈굽니다. 학과 분위기가 자신이 학부생 시절 때 같지 않다고요. ㅎㅎㅎ ㅅㅂ 진짜 자기가 뭐 되는 줄 알고 설쳐요. 마초선배가 몸집이 크고, 힘이 센 편이라 아무도 쉽게 못 건들여요.

2016-06-01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6-01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엉뚱한 전개, 너무도 잼나요..ㅎㅎ

그런 마초 선배 쉬키들이 많이 있었지요. 이상하게 그런 넘들은 술을 그렇게도 좋아하더이다. 개인플레이하는 걸 지럴겉이 싫어하고.

여튼 저도 그런 인간들, 사회에서도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그냥 싫다는...근데, 이 사람들의 한 가지 장점은 대개 뒤끝이 없다는 거.. 10에 7-8은 그런 경향이 있는 거 같다는..

뭐, 이런 사람 좋아하는 여자들이 꽤 있는 걸로 아는데...어쨌거나 마초는 양날의 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요~ㅎ

cyrus 2016-06-01 20:23   좋아요 0 | URL
야무님 말씀이 정확합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격이 괜찮다고 합니다. 인기도 많아요. 솔직히 그 선배가 부러워서 험담을 하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ㅎㅎㅎ 저만 삐뚤게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선배는 자신과 성격이 안 맞는 사람 보면 그냥 못 지나칩니다. 은근히 무시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좀 엉뚱한 말을 하자면 : 저는 야구 때문에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습니다. 야구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틀어놓고 있는데.. 야구를 보면 이상하게 술이 땡긴단 말이죠.. 맥주를 마시든 소주를 마시든... 한국프로야구연맹을 상대로 재판을 걸야애겠습니다.

cyrus 2016-06-01 20: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크보 의문의 1패! 아, 진짜 댓글 보고 웃었습니다. 야구를 혼자서 보면 심심해요. 뭘 먹으면서 보면 포만감이 느껴지고, 음식, 맥주 맛이 좋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 실화.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사건..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형님이 있었죠. 술 안 마시면 선비,천사, 가브리엘 대천사이십니다.
근데 술만 먹으면 박근혜가 됨...

한번은 영등포 8차선 도로 한복판에 나가서 빤스 벗고 난동 부리다가 경찰서 갔죠.
술만 먹으면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서... 내가 물어준 돈만 해도 돈 천은 될 겁니다.
이새끼 지금 생각해 보면 술값을 낸 적이 없어요. 만날 난동을 부리면 밖으로 쫒아내니..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의도적이었던 것 같기도 함..

cyrus 2016-06-01 20:30   좋아요 0 | URL
술 먹으면 같은 말 무한 반복하고, 꼰대짓하고, 난동 부리고, 길바닥에 퍼지는 사람 진짜 싫어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이런 놈들, 선배들 뒤치다꺼리 한 적 많았거든요. 게다가 아버지도 술을 먹고 나면 말 많아지는 분이라서 좋지 않은 경험 많습니다. 저도 술 좋아하는데, 많이 마시면 그냥 조용히 있거나 집에 오자마자 잠듭니다. 괜히 옆 사람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 생각인데 술 마시고 나서 말 많아지거나 행동이 과격해지는 사람들은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술 마시면 성격이 달라지잖아요. 그래놓고선 술 깨면 기억 안 나는 척하고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01 21:25   좋아요 0 | URL
그 인간 항상 다음날 아침이면 저에게 이런 말을 하죠 ?

어제 무슨 일 있었어 ?

죽습니다.. 아주...

cyrus 2016-06-02 16:34   좋아요 0 | URL
진짜 저렇게 말하는 사람, 재수 없습니다. ㅡ,ㅡ

감은빛 2016-06-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남들 앞에서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다른 남자들(혹은 여자들) 무시하는 인간들 싫어하지만,
가끔 술에 취하면 제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네요.

채식을 위주로 하려면 집에서 밥을 해먹어야 하는데,
요즘 집에서 밥 먹는 횟수가 점점 줄어드네요.
또 저녁에는 술을 먹는 날이 많은데,
술을 마시려면 채식만으로는 어렵죠.
안주는 대부분 육식이니까요.

cyrus 2016-06-01 20:32   좋아요 0 | URL
뇌가 술에 취하면 판단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말할 때도 주의하는 편입니다. 필터 없이 말을 막 내뱉으면 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거든요. ㅎㅎㅎ

술자리 있을 때도 밥 조금 먹어야 합니다. 빈속으로 술 마시면 장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감은빛 2016-06-01 22:18   좋아요 0 | URL
제가 저번에 그 현상을 정확하게 느꼈지요.
젊은 여성들과 술을 마시는 흔치 않은 경우였는데,
평소 제가 말 많은 꼰대를 싫어하기 때문에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말이 많으면 불필요한 말이 섞일 확률이 높고,
되도록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앉아 있었는데,
술을 마시면서 조금씩 그들과 친해지고,
친해지다보니 조금씩 더 말이 많아졌고,
그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다 보니 어느새 긴장이 풀어졌을 거예요.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 무렵 문득 정신이 들었는데,
제가 느끼기에도 혀가 살짝 풀린 상태로,
뭔가 설명을 하고 있더라구요.
저를 보는 여성들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분명 욕을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 진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신경썼건만,
결국 그렇게 되어서 저 자신이 무척 한심하다고 여겼던 기억이 납니다.

마립간 2016-06-02 07:53   좋아요 0 | URL
제가 얼마 전, 녹색당원인 학교 선배에게 `육식`과 `해외여행`에 관해 녹색당의 입장 또는 교육자료를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현 사회에서 육식과 해외 여행은 Anti-생태적이지만, 처음부터 (신석기 농업 혁명 때부터) 그렇게 판단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배님으로부터 자료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댓글 읽으면서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글을 남깁니다.

transient-guest 2016-06-04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른 사람이 술꼬장부리는걸 못 받아주는 성격이라서 대학교 때 고생을 좀 했지요. 술만 먹으면 맨날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구성으로 여자꼬신 얘기만 하던 개고긴데, 이곳에서도 한국인들의 문화라는게 어떻게 하다보니 제가 버릇없는 사람이 되더라구요.ㅎ 뭐 그렇다는 건데, 위에 말씀하신 마초맨은 글쎄요...좀 맞아야할 듯...근데, 어릴 땐, 그런 꼬장이 무섭기도 하고, 그런 문화속에서 자라면 이걸 부당하다고 덤비지도 못하는 그런 분위기랄까...좀 안타깝기도 하구요..점심 겨우 넘긴 시간인데, 갑자기 확 올라오네요..

cyrus 2016-06-04 18:08   좋아요 0 | URL
우정 때문에 술고래 친구들을 끝까지 챙겨줬는데, 정작 이 친구들은 제 속을 많이 태웠습니다. ㅋㅋㅋㅋ 이 녀석들이 제가 챙겨주는 줄 아니까 마음 놓고 술을 마십니다. 그래도 좋은 추억거리가 생겨서 지금은 웃으면서 넘깁니다. 지금쯤이면 미국 시간은 토요일 새벽이겠네요. 오늘 아침 메이저리그 경기에다가 오후에 축구 친선경기, 야구 경기까지 보느라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