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는 자신에게 놀라고 있다. 폭력에 의한 죽음을 매일같이 목격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살해되어 강에, 숲에,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아이의 부러진 뼈가 상자 속에서, 배수구에서, 비닐봉지에서 발견된다. 날마다 나는 그것을 깨끗이 세정하고 검사하고 감정한다. 보고서를 작성한다. 법정에서 증언한다. 때로는 아무런 느낌도 없다. 프로의 초연함. 부검 현장에서의 무관심. 죽음을 가까이에서 너무 자주 보고 있기 때문에 죽음이 갖는 의미를 놓쳐 버릴까 두렵다. 부검용 사체 하나하나가 전에는 인간이었음에도 그 인간을 위해 슬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감정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다. 이 일을 해나가려면 프로로서의 냉정함도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감정을 모두 잃어버리는 단계까지 이르러서는 안 된다.

이번 여자들의 죽음이 내 안의 뭔가를 흔들어놓았다. 그녀들의 공포, 고통, 광기에 직면했을 때의 무력함에 가슴이 아팠다. 분노와 증오심을 느꼈고, 학살을 저지른 짐승 같은 놈들을 말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들의 죽음에 대한 그런 반응은 내 감정에게, 인간성에게, 인생에게 생명줄 같았다. 내 가슴에 인간다운 감정이 싹트면 그 감정에 감사했다. 

개인적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손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도원 부지, 숲, 메인의 술집과 뒷골목을 헤맸던 것이다. 라이언을 설득해 추적 조사를 하도록 하자. 줄리의 손님의 정체를 밝혀내야지. 가비를 찾아내자.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상관없다. 어느 쪽이 맞든, 여자의 피를 노리는 이 극악무도한 놈을 쫓아 파멸시킬 거야. 영원히. (p.441-442)

















이 책의 주인공인 '브레넌'은 법인류학자이며 법의관이다. 발굴물과 뼈에 관련된 사건을 담당한다. 최근에 발견된 뼈가 고고학으로 가야할 것인지 법의학으로 와야할 것인지 현장에 나갔다가 그녀는 그것이 살인사건임을 알게 된다. 그 뼈를 맡아 부검하면서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형사들에게 얘기해보지만 형사들은 그녀의 의견을 무시한다. 그녀는 홀로 수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형사들로부터 좋지 못한 대우를 받게 되는데, 막상 또다른 시체를 힘겹게 발견했을 때조차도 자신이 잘못 본건 아닐지, 괜히 경찰들을 부른 건 아닐지 스스로를 의심한다. 능력있고 그 분야에서는 신뢰가 강한 법의학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혹시 이것이 실수는 아닐지 걱정해야 한다.


네가 할 일은 뼈를 들여다보는 일이지 수사가 아니라고 형사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또 거친 대우도 받지만 결국 그녀가 제기한 가능성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녀를 유독 거칠게 대하던 형사 조차도 이제는 그녀 앞에서 시선을 내리깐다. 그녀는 이 연쇄살인범을 잡고 싶다. 강하게 잡고 싶다. 꼭 잡아야 한다. 휴일에도 나가서 일을 하면서, 밤에 잠을 못자고 일을 하면서 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다. 그 과정에서 힘들어서 술을 마시고 싶기도 하지만, 알콜중독에서 빠져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스스로를 자꾸 타일러야 한다.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 정도의 브레넌은 알콜중독자였고, 남편과 별거중이며, 열아홉에 결혼해 딸을 하나 두고 있고, 그 딸의 나이가 지금 열아홉이다.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부검한 뼈와 그 뼈의 특징들을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공통점은 무엇인지,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자신의 친구들에게 의견을 듣기도 하면서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는 자신이 유독 이 일에 왜그리도 열심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인간다움, 인간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위의 인용된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것은 연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피해자들에게 연대하고 있었다. 피해 앞에서 무력했을 피해자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그래서 이 일을 해결하고 싶어했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로 끌어모아 애쓰면서 그녀는 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게나 열심히 일하면서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자신이 선을 넘은건 아닌지,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한다. 이런 과정들을 지켜보며 나는 얼마전에 본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강간 피해자에게 '네가 한 행동에 대해 변명할 필요 없다'고 말했던 장면과 어떻게든 그 놈들을 잡고 싶어하던 여자 형사들의 모습. 여자가 죽어나가는 사건 앞에서 여자 형사들도 그렇고 여자 법의학자도 그것을 그저 사건으로만 대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 바로 그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연쇄 살인범을 잡아내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는 연쇄강간범을 잡아낸다. 그 놈들을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 그런 피해를 더이상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는 것이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이었다. 그것은 연대였다.



이 책은 시리즈이며 현재 절판이다. 2007년에 나온 책인데, 이 책이 그 당시에 얼마나 인기 있었던 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지만, 지금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여성들이 죽는 범죄에 대해 연대의 감정을 보인 주인공 브레넌 박사에 대해 읽는 것이 좋았지만, 이런 문장들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를 낮추고 평소의 예의는 내팽개친 채 인파를 밀어 헤치며 생 자크가 사라진 쪽으로 힘차게 나아갔다. 내 거친 행동을 변명해줄 경찰 배지가 없었기 때문에, 주위와 시선을 맞추는 것을 피하고 오직 인파를 헤쳐나가는 것에 전념했다. 밀다시피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기분 좋게 지나가도록 해주었지만, 멈춰서서 내 등에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욕설의 대다수는 여자라는 성을 매도하는 것이었다. (p.145)



캐나다라면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는 성을 매도하는 욕을 쓰고 있다니, 세상은 대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2007년에 나온 책이고 이 책의 배경은 그보다도 좀 더 전이지만, 그렇다고 뭔들 달라졌을까. 왜 부유한 나라도 땅덩이가 넓은 나라도 그렇게나 여셩혐오가 만연할까. 주인공 브레넌이 그런 것처럼 왜 여자들은 자꾸 자기를 의심하고 검열해야 할까. 왜 부유한 나라도 땅덩이가 넓은 나라도 그렇게 연쇄살인범이 판을 칠까. 세상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지는걸까. 이런 일에 대해 분석한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 가난한 나라도 부유한 나라도 어디서나 여성혐오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연쇄 살인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미성년자 성매매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그런 걸 다룬 책은 없을까.




법의학자 브레넌은 형사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 수사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또 연쇄살인범의 목표물이 되기도 했으므로 형사들과 자주 함께 마주치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라이언 형사가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한다. 라이언 형사는 매력적인 남성이지만, 그녀는 너무나 그걸 원하지만, 이 식사 제안을 거절한다. 혹여라도 자기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는 다른 형사에게 행실 나쁜 여자로 비춰질까봐,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범인도 잡히지 않았는데 내가 그래도 될까. 그러나 그는 재차 '당신도 밥은 먹어야죠' 라며 제안하고 결국 '이번 건에 대해 얘기하자'는 말에 브레넌은 응한다. 이것은 비즈니스 미팅이네요, 라면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은 내가 내겠소. 다음번에 사요."

그는 손을 뻗어 내 윗입술에 대는 것으로 내 항의를 막았다. 천천히 집게손가락을 입가까지 미끄러뜨린 다음, 내게 보이도록 그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염소 치즈가 묻었어요."

불개미에게 물렸다고 해도 내 얼굴은 이렇게까지 빨개지지 않았을 것이다. (p.399)



아 삶은 계속되는구나. 삶은 계속되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는 거야. 그래,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라고 이 장면을 보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고 범인을 잡고 싶고 그래서 끈질기게 일,일에 대해 생각하고 또 두려워하면서도 이렇게 누군가에 대한 호감이 싹트고 그 호감으로 인해 다른 감정들을 불러들이면서 우리는 살아가는구나. 이렇게 삶이 계속되는거야.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이 장면이 참 좋았다.

때아닌 하오체는 어색하지만 ㅋㅋㅋ 뭐랄까, 오늘 내가 사니까 다음에 네가 사, 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거 너무 좋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썸타는 남녀는 귀엽기 마련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친구들을 만나기까지 이 책을 읽다가 뒤에 몇장을 남겨두고 약속장소로 나가야 했다. 으윽, 너무 읽고싶다, 이제 곧 범인을 잡을텐데 어쩌지, 다 읽고 늦게갈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 나를 다독이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친구들과 즐겁에 이야기를 나누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술에 취한 채로 책을 읽으면 다음날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텐데... 하면서도 너무 궁금해 이 책을 펼쳐 읽었다. 범인을 잡는 걸 꼭 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술을 마신 탓일까, 나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울고말았다. ㅠㅠ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야 했어. ㅠㅠ  주인공이 범인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혼자여서 울었다. 얼마나 무서울까. 또한 그녀가 그 와중에도 딸에 대해 걱정을 하기 때문에 울었다.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이놈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야 하고. 나는 이런 외로움이 너무 힘들다. 결국 내 앞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런식으로 말하기에 지나치게 크고 무서운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혼자라니 그녀가 느꼈을 그 숱한 감정들이 손에 잡힐듯 해 울었다. 누군가 그녀를 도와주면 좋을텐데, 그러나 그녀는 지금 혼자이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피해자가 되지말고 도망치자고 하지만, 그러나 그런 일이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것이던가. 공포와 절망이 그녀를 가로채서 울었다. 공포와 절망 그리고 외로움. 공포와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피해자들에 대한 복수도 생각한다. 살아야 하고 그리고 이놈을 응징해야 한다. 그리고 딸을 걱정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을 다 읽고 참 좋아서 이 다음 시리즈를 보려는데 시리즈 역시도 절판이었다. 대체 왜 절판입니까. 개정판 내주십쇼. 다행스럽게도 알라딘중고로 있더라. 나는 오늘 잽싸게 주문을 넣었다.
















상태는 <최상>이라고 되어있던데 최상의 상품이 올까? 얼마전에 최상의 중고를 샀는데도 표지가 엉망인 게 왔었는데... 그래도 하는수없지, 절판인걸 어떡해. 중고 하나만 주문할 순 없으니까 읽고 싶은 신간도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다. 게다가 시사인 올해의 책꽂이도 읽어야 했다.
















남동생이랑 같이 읽으려고 가끔 추리,미스테리 소설을 사는데 이번에도 역시 한 권 넣었고, 그러다보니 5만원 구매시 2천점 마일리지를 조금만 더하면 얻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에밀 졸라의 책도 샀다. (네?) 결국 52,900 원어처의 책을 사버렸어..



















갑자기 이렇게 책을 사버려도 되는걸까, 망설였지만, 뭐, 크리스마스니까... 괜찮지 않나. 아하ㅏ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분책지름.....

원래 1월달에 월급 타면 한바탕 질러줄라고 했는데, 그건 그 때 되면 계획대로 지르고 이건 그냥 충동구매로 하자. 인생은 원래 충동구매... 킁킁.




몬트리올에 여름이 찾아오면 거리는 마치 룸파 댄서처럼 들뜬다. 어디를 보아도 프릴 달린 호사한 코튼과 윤기 나는 허벅지와 땀에 젖은 피부뿐, 그것은 6월에 시작되어 9월까지 계속되는 난잡한 축제이다.
사람들은 이 계절을 껴안고 애지중지한다. 삶은 집 밖으로 옮겨진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옥외 카페가 영업을 재개하고, 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 타는 사람들이 자전거 도로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며, 거리에서는 잇달아 축제가 열려 보도를 인파가 가득 메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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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019년 12월은 한 달 쉬어주고, 2020년 1월부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다시 시작합니다.



1월 도서는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입니다.

2019년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중에 한 명이 추천한 책입니다.

방법은 기존과 동일합니다. 한달 동안 이 책 읽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글을 써주시면 됩니다. 뭐, 이건 잘 안되겠지만.. 이 책 관련 페이퍼 써주실때는 말머리 붙여주시면 됩니다.


예시: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정말 왜그렇게 일하는걸까...


뭐 이런식으로다가...




2월 도서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실 수 있도록..
















2월 도서는 '낸시 폴브레'의 《보이지 않는 가슴》입니다. 이 책 읽으려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꾹, 참았다가 2월에 같이 읽읍시다!!



자, 여러분 우리는 1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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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2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다락방 2019-12-25 14:13   좋아요 1 | URL
ㅎㅎ 늘 연말에 인사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 이어!!

블랙겟타 2019-12-2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의 책은 집에 있구.. 2월의 책은 학교도서관에 있습니다.
남은 건.. 저의 글쓰기까지 이어지는 부지런함입니다.^^:;;
올해는 반만 따라간 것 같아요.ㅜㅜ
내년엔 완벽해질 수 있게 좀 더 부지런하게 참여하려고 합니다!

다락방 2019-12-27 08:58   좋아요 1 | URL
제가 3월의 책까지 정해두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조만간 3월의 책도 공지하겠습니다. 이러다 1년 스케쥴 다 나오는 거 아닌지 몰라요. 으하하하하.
네, 내년에는 우리 모두 좀 더 부지런히 읽고 쓰도록 해봅시다. 이왕 하는 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야지요!
화이팅!

2019-12-26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19-12-2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예! 두권다 읽고싶어요 목록에 있어서 반가웁니다😭

다락방 2019-12-30 00:05   좋아요 0 | URL
저 3월 도서까지 다 정해두었습니다. 또 페이퍼 쓸게요. 우후훗~

2020-01-04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1-05 22:26   좋아요 0 | URL
오, 환영합니다. 열심히 읽고 쓰는 걸 우리 함께해요! :)
 

올해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가는걸까. 시간은 왜, 어째서, 플랭크 할때만 느리게 흐르는가. 어째서 그런가, 어째서..

기다리던 달콤한 주말도 또 다 지나가고 있고, 어쨌든 남은 열흘 정도의 시간동안 내가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해도 올해 인상깊었던 책이나 작가에 변동이 생길 것 같진 않다. 그러므로 정리해보는 2019년의 책과 작가들. 그동안 잘 안했었는데 올해는 꼭 하고 싶었다. 꼭 이름을 알리고 싶은 작가들이 있어서. 올해의 책이라고 해서 올해 나온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올해 2019년' 에 읽은 책을 기준으로 한다.



2019년 올해의 작가: 샤론 볼턴

















샤론 볼턴의 소설들은 소설이 갖추어야 모든 것을 갖춘 그 이상이다.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결국 샤론 볼턴은 어떻게든 해야 할 이야기를 아주 세련되게 한다는 것. 나는 읽었던 세 편중에 [뱀이 깨어나는 마을]이 가장 좋고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에 읽었던 [피의 수확]도 여러가지 이유로 좋았고,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고 그 작가의 책을 전부 다 읽어 보고 싶어진다는 것은, 그 작가가 말하는 방식이나 그 작가가 바라보는 방향, 그 작가가 보여주는 가치관에 동의함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샤론 볼턴은 신비한 이야기들, 도무지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일단 툭, 던져놓고는, 이것봐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지? 있다니까? 해서 독자로 하여금 영문도 모르고 계속 따라가게끔 한 뒤에, '그게 사실은 이런거야' 라면서 현실을 드러내준다. 그 과정에서 항상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개인적 서사가 더해지고. 그 주인공들은 완벽함과는 어느모로든 거리가 멀지만,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 완전한 인간형이다. 각자의 부족함을 끌어 안고 각자의 고집을 끌어 안고 그들은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미스테리 소설로도, 성장 서사로도 손색이 없고, 게다가 그녀가 던지는 메세지는 언제나, 언제나 나를 움직인다. 이 모두를 조화롭게 녹여낼 수 있는 작가가 샤론 볼턴 말고 또 있을까? 게다가 독자와의 궁합이 있다면 나는 샤론 볼턴이란 작가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독자가 아닌가 싶다. 내가 소설을 얼마나 잘 읽어내는가와는 별개로, 샤론 볼턴의 소설을 읽을 때는 전체적으로도 부분적으로도 얼마나 짜임새있는지 완벽한지 다 알겠다니까? 다 보인다니까? 최고야 최고. 최고다 샤론 볼턴.




2019 올해의 책: 페이드 포

















올해의 책은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 이다. 사실 페이드 포를 읽기 전까지는 [여자는 인질이다]가 될 뻔했는데, 페이드 포를 읽은 지금은 페이드 포가 다 눌러버렸다. 레이첼 모랜은, 와, 정말 똑똑한 작가인데,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거리감을 두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며 또 생각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은 이런 책을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그저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슬퍼하거나 절망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찾아내는 것. 이것만해도 대단한데, 그렇게 찾아내고난 후에 그걸 책으로 써내기까지 했다. 그 안에 꾹꾹 눌러담긴 그 통찰과 깊은 생각들이 당연히 독자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레이첼 모랜이 앞으로도 다른 분야의 책을 계속 더 써주였으면 좋겠다. 그녀가 쓰는 책이라면 그게 뭐든, 허투루 쓰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다.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의 진정성이 담긴 책이다. 진정성이란 단어가 어쩐지 요즘엔 그 빛을 바랜것 같아 사용하기 저어되는 단어이지만, 그러나 이 책에 진정성 말고 무슨 단어를 넣어 표현할 수 있을까. 읽기 힘든만큼 책의 모든 부분에 밑줄 긋고 싶은 책. 고민없이 올해의 책이다.




2019년 올해이 발견: 문목하, [돌이킬 수 있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발견이라고 김초엽을 극찬하길래 읽어봤는데, 그 책을 읽고 내가 생각한 건, '사람들이 아직 문목하를 모르는구나' 였다. 나는 올해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을 읽고 SF 장르에 살짝 발을 담가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 '국내 여성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니' 하면서 뒤늦게 발견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한국의 한남문학은 스러져가지만, 여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어. 문목하의 이 책이 내게 그걸 얘기하고 있었다. 어느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가장 로맨틱한 소설'이라고 쓴 평을 봤는데, 정말 그렇다.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지만 사랑이 가장 절절하게 담겨 있는 책.





2019 올해의 빅엿: 악인, 풍선인간, 실종


















올해의 빅엿, 똥밟았다, 를 생각하자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달의 영휴] 였다. 아동성애를 변명하고 포장해둔 거지같은 책이라서 그거 올해의 빅엿이다, 쓰려고 찾아봤더니 크, 아쉽게도 2018년 12월에 읽은거더라. 운 좋은 줄 알아라, 그 당시에도 리뷰로 까줬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가열차게 까주려고 했었어. 그런데 2018년 12월에 읽은 거라 그냥 넘어간다. 얌전히... 다시는 그런 소설 쓰지마라. 그리고 일본 문단이여, 그딴 소설에 상주는 거면 니네도 좀 남자문학 죽여야 된다. 한국처럼...



위의 세 권에 대해서는 긴 말은 않고, 내가 썼던 백자평을 다시 한번 가져오는 걸로 대신하겠다.


악인: 딱 기다리고 있어라. 다 읽고나면 대차게 까줄테니까. (이러고 다 읽고 리뷰로 겁나 까버림)

풍선인간: 싫어... 세번째 단편은 쓰레기.

실종: 정의감 가득 차서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설쳐대는 민폐쟁이 멍청한 남주



[악인] 과 [풍선인간]이 여성혐오 가득한 쓰레기 소설이었다면 [실종]의 경우에는 뭐랄까, 캐릭터가 완전 엿같았다. 남자 작가들이 종종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본인이 정의롭다는 뽕에 가득차서 민폐 가득 끼치고 다니는 타입인 것이다. 제발 닥치고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거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성격의 남자들이랄까. 악인과 풍선인간과 나란히 놓기에는 초큼 미안하지만 그래도 민폐쟁이 남자는 너무 시러..........




몇 번이나 말했지만, 소설이라는 것은 허구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로 작가가 하려는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의 세상은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기도 하고 충분히 살아보았던 세상이기도 하다. 또한 그 안의 인물들도 각종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여성혐오도 마찬가지. 혐오가 가득한 세상에서 혐오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를 혐오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약자를 혐오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그 모든 소설들이 싫다거나 욕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는가가 중요한 거니까. 세상에 여자가 죽는 소설도 한두 권이 아니고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가 나오는 소설은 뭐 거의 대부분이 아니던가. 그러나 내가 유독 악인과 풍선인간을 싫어하는 이유는, 여성혐오를 하는 인물들을 드러내서 어떤 메세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여성혐오가 그 작가들에게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작가의 여성혐오가 드러나는 게 너무 싫다. [달의 영휴]를 다시 가져오자면, 작가는 이래저래 잘 꾸며서 자신이 상상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다시 태어나는 영원한 사랑이야기가 가능하다, 는 걸 보여주려 하고 그걸로 인해서 상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성인 남자 어른과 일곱살 여자 아이의 사랑이다. 참으로 좆같지 아니한가. 그러니까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세상을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사실 작가의 숨은 의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악인]은 '강간했다고 사람들에게 거짓말할거야' 라고 말하는 여자를 죽이는 남자가 나온다. [풍선인간]은 킬러가 배우출신 여성의뢰인에게 자신을 고용한 값을 '네 몸으로 지불해라' 라고 말한다. 그간 성접대로 살아온 몸이니 사실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그리고는 그 배우의 딸도 몸으로 감사를 표현하려고 한다고 나온다. 풍선인간에서는 성접대를 해서 성공하는 여성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 대한 비난이 있는 게 아니라, 성접대로 성공하는 여성만 보여준다. 그러니까 어떤 값을 몸으로 치를 수 있는 여성에 대해서. 


아 길게 쓰지 말아야지. 흥분해서 또 길어졌네. 나 빨리 페이퍼 다 쓰고 책도 읽고 그래야 되는데...





2019년 올해의 장소: 뉴욕 휘트니 뮤지엄


나는 올해 여름 휘트니 뮤지엄에 갔던 일을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얼마전에 [모리스] 읽고 '나의 펜지의 보트하우스는 사무실이다'는 얘길 한 적이 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가능하다면 나의 펜지의 보트하우스는 휘트니 뮤지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나의 로망이랄까. 어디 가면 다락방을 볼 수 있을까, 지금 다락방 연락이 안되는데 어디있을까 하고 생각한 뒤에 그래 거기야, 하고 달려오면 바로 내가 있는 그 곳, 휘트니 뮤지엄... 이었으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휘트니 뮤지엄에 그렇게 가려면 일단 비행기도 할부로 끊어야 해서, 정작 내가 가기가 힘들다는 것... 나여.........슬픔의 새드니스.


휘트니 뮤지엄은 그 장소 자체로도 완벽했지만, 그 장소에 이르기까지의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핸드폰 구글맵에 의지히 혼자 찾아갔던 길. 완전히 낯선 곳에서 온전히 혼자 걸었던 그 길과 시간. 그렇게 뮤지엄 앞에 다다를 무렵 비가 내렸고, 이를 어쩌나 우산도 없는데, 하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아흑 너무 좋은 거다. 특히나 뮤지엄에는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테라스가 있었고, 그 테라스에서 비가 오는 바깥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행복했던 것이다. 우산이 없어서 이따 어떻게 다시 돌아가나, 라는 걱정을 잠깐 하다가 층츰별로 가 그림들을 천천히 보고 다시 테라스가 있는 까페로 와서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정말이지 완벽한 시간이었고, 그 순간의 마법일까, 뮤지엄을 나왔을 때는 비가 멎어있었다. 크- 

사람이 소설을 좋아하면 삶을 소설처럼 살게되는 것 같아. 소설같은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마침 내가 올해를 정리하는 페이퍼를 쓰려고 내가 작성했던 백자평들을 둘러보다가,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에 작성한 이런 글을 보았다.


"뉴욕에 살며 미술관을 자주 찾는 공룡 볼리바르 덕에 뉴욕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천천히 다시 미술관을 향해 걷고싶고 미술관에서 걷고 싶다." 


이런 글을 2019년 4월 14일에 작성하고 나는 8월에 정말 뉴욕으로 떠나 휘트니 뮤지엄에 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만세!















2019년 올해의 도전: 비릿















비릿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들도 있지만 꼭같은 크기로 감추고 싶은 말들도 있다. 그렇지만 올해 비릿은 내게 특별했고 계속하자는 의지를 불사르게 해주었다. 어떤 점에서는 분명 내가 잘 살아오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고 또 어떤 점에서는 내가 아직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내 능력과 내 한계를 동시에 알게해준 문학잡지.





2019년 올해의 잘한 일: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한달 플랭크


2019년 올해의 인물: 더덕단 (더덕단 뽀에벌~)


2019년 올해의 반함, 올해의 사랑: 맥켄지 데이비스


2019년 올해의 영화: 5 to 7


2019년 올해의 화두: 공부. 아마도 공부는 앞으로도 내내 나의 인생 주제가 될 것 같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게 야속하다. 벌써 일요일 저녁 18:37이다. 이 시간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한다? 플랭크를 해야 한다. 이제 놋북을 접고 플랭크를 해야겠다. 1분만 해야지 그 1분은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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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2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3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9-12-22 2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더덕단 뽀에벌~
저도 이 해가 가기 전에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다락방 2019-12-23 09:12   좋아요 0 | URL
정리해주세요, 비연님!
비연님의 올해 정리에는 어쩐지 [제2의 성]이 꼭 들어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23 09: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미 그런 생각이 ㅎㅎㅎㅎㅎㅎ

hnine 2019-12-23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트니 뮤지엄 같은 경험을 앞으로도 많이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낯선 곳, 나 혼자, 오로시 나 혼자.

다락방 2019-12-23 09:13   좋아요 0 | URL
경험치가 쌓일수록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하노이에 갔을 때도 여성박물관에 그 더위에 혼자 찾아간 게 좋았거든요. 휘트니 미술관에 간것도 정말 좋았어요. 낯선 나라 낯선 도시의 미술관을 꼭 한 번씩 넣어야겠어요. 너무 좋아요!

낯선곳, 나혼자, 오롯이. 너무 좋지요!
우리 좋아하는 거 잔뜩 경험하면서 살아요, 나인님!

syo 2019-12-23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DDD뱃지 제작을 위한 디자인 공모전을 제안합니다!!

다락방 2019-12-23 09: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날 때도 뱃지 하고 만나지 않을 때도 뱃지 하고 다니고 그러는거에요? 그리고 뱃지 만들면 어쩐지 회원모집을 해야할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뱃지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방에 달고 다녀야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텀블벅 해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23 09:36   좋아요 0 | URL
쇼님의 이 제안에, 이 아침,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DDD 뱃지..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2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올해의 책 <페이프 포>에 흐뭇하려는 찰나, 문목하라니요. 처음 듣는 이름이에요, 저도 읽어볼래요.
진심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플랭크 하면 진짜 시간 천천히 가나요?
정말 그렇다면 말이지요. 저 오늘부터 플랭크 해볼려구요. 첨에 30초부터 도전하는 건가요? ㅎㅎ

다락방 2019-12-23 09: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제 말 믿고 플랭크 해보세요. 시간이 천천히 가다 못해 안갑니다. 시간을 붙잡을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음, 저는 한달플랭크 진행할 때 첫날 15초로 시작했어요. 숙련자들은 1분부터 시작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단발머리님 일단 30초 도전!! 저는 지금은 1분씩만 하고 있어요. 어떻게 2분까지 완성했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마법이 플랭크 안에서 펼쳐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12-23 09:17   좋아요 0 | URL
으흠.... 오늘밤부터 도전!! 저도 15초로 시작할께요.
하하하!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거죠? 이야호!!! 하루에 한 100분씩 하고 싶어요. 100분 동안 시간 안 가게 말이지요!!!

다락방 2019-12-23 09:21   좋아요 0 | URL
가능하다면 저도 하루에 100분씩 하고 싶지만, 100분을 했다가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빨리 지옥에 도착해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비연 2019-12-23 09:37   좋아요 0 | URL
어떻게 플랭크를 하는 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전 해보다가 며칠 지나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에 포기...
근력강화를 위해 해야 할까요...ㅜㅜㅜㅜㅜ
근데 플랭크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떤 자세?

다락방 2019-12-23 09:40   좋아요 2 | URL
https://blog.naver.com/tplc/221507056156

저는 위 링크의 첫번째 사진, 전신플랭크를 하고 있습니다. 팔꿈치 땅에 대지 않고 쭉 펴서 하는 거요. 팔꿈치를 땅에 대는 자세(포암 플랭크)는 저에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아마 등과 어깨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가에서 주로 하는 동작인 전신플랭크로 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19-12-23 09:43   좋아요 0 | URL
엎드려뻗쳐!로 보이는 거... 저 뿐인가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앗! 엉덩이랑 다리가 일자군요.

비연 2019-12-23 09:43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저도 한번 15초씩 시작해볼까요.
아예 전신플랭크 부터 시작하기엔 근력이... 근력이....
준비동작으로 무릎만 드는 걸 시작해봐야겠어요.
... 내년은 비연 운동 원년의 해로 정했기에. (이제 와서야 운동이라니. 끙)

다락방 2019-12-23 09:55   좋아요 0 | URL
여러분의 성원에 제가 더덕단 단톡방에 플랭크 앱과 자세 올려두었습니다. 여러분 플랭크 화이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갑자기 웬 플랭크 바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분플랭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12-23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DD라니 너뮤 이름 쌔끈한걸요~ㅋ
저 에게도 올해의 반함은 단연 맥켄지네요!
마지막으로 플랭크 =세상에서 제일긴 2분ㅋㅋㅋ 플랭크로라도 올해가 가는 것을 늦추고 싶도다!

다락방 2019-12-24 09:45   좋아요 0 | URL
올해가 가는 게 너무 빠르게 느껴진다면 우리모두 플랭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켄지는 굉장히 고마운 인물이기도 해요. 너무 빡치는 일이 가득할 때 맥켄지 사진 검색해 보고 그랬어요. 웃는 모습보고 그러면 너무 좋아가지고. 아 이사람은 뭘까, 존재자체로 이렇게나 희망이다.. 했어요. 올해의 반함은 맥켄지입니다!

더덕단 뽀에벌~

slobe00 2019-12-24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소설을 좋아하면 삶을 소설처럼 살게 되는 것 같다니, 추리 스릴러 즐겨 읽는데 급 오싹해집니다 ^^; 다락방님과 같은 소설적 순간을 2020년에는 저도 맛보고 싶네요~ 플랭크도 ㅎㅎ 내년에는 시작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9-12-24 12:17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연쇄살인범 나오는 소설 읽고 있어서 무서워요 ㅠㅠ 밤에 잠도 잘 못자겠어요. 빨리 읽어버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어제 늦은밤까지 읽었더니 오늘 피곤하고..그래도 다 못읽었고.. 우앙 ㅠㅠㅠ

플랭크를 내년부터 시작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화이팅!!

프레이야 2019-12-2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 단발머리 님과 약속하고 플랭크 하신 거에요? 저는 10개월 정도에 꾸준히 살이 붙어 7.5킬로 정도 몸이 불었어요. 엄청 먹어댔거든요. 옷을 한 치수 크게 입어야 하는 지경이 되었어요. 임신 중 외에 이 체중은 제 생애 처음이랍니다. 그런데 플랭크는커녕 걷기도 잘 안 하고 먹은 것 그대로 소화 시키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나잇살이란 게 있는지 이 체중이 저한테 어울리는 거 같아요. 유지할래요. 시간을 붙잡고 싶으면 플랭크를 ㅎㅎ 그렇군요. 공부는 평생 화두! 동감요. 늘 해피크리스마스 같은 날 보내시길~

앗참 그리고 뉴욕 휘트니뮤지엄까지 찾아간 그 길에서의 시간과 비 오는 뮤지엄에서의 커피 한잔을 상상하며 넘흐 좋았겠다 싶어요. 혼자 구글맵이 일러주는대로 따라가는 길 위에서 두 다리가 가는대로의 길이 참 좋더라구요. 뉴욕이라 더 멋지잖아욧. 소설 같은 시간을 딱 그 장소에서 보내신 락방님의 올해의 장소에 야호!

다락방 2019-12-26 11:10   좋아요 1 | URL
아뇨, 프레이야님. 플랭크는 제가 혼자서 한달챌린지로 도전한 거였어요. 어깨가 굽어서 너무 아팠거든요. 요가쌤이 플랭크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하고는 한달챌린지 앱 깔아서 했던 거에요. 그걸 페이퍼로 인증했더니 단발머리님과 비연님 모두 본인도 해보겠다고 하신거고요. 그래서 아마도 내년부터 단발머리님도 플랭크에 도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플랭크 너무 힘들어요 ㅠㅠ
저도 웬만하면 플랭크 안하고 살고 싶었는데 ㅠㅠ 어깨가 굽은 게 너무 불편해요. 어깨가 굽어서(라운드 숄더) 툭하면 어깨가 아파요 ㅠㅠ 이게 등에 힘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열심히 플랭크 하면서 어깨 좀 펼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재작년이었나, 하노이에서도 혼자 그 더위에 걸어서 여성박물관 찾아갔었거든요. 그런 시간들이 이상하게 짜릿해요. 그게 뭐라고. 낯선 도시에서 혼자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그 과정이 그렇게나 좋더라고요. 이제 낯선도시에서의 미술관 방문은 저에게 필수코스가 된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이번에 뉴욕에서 구겐하임도 갔었고 노이에 갤러리도 갔었는데 휘트니가 되게 강하게 남았어요.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인생에서 놓지 말아야겠어요!!

블랙겟타 2019-12-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드 포> 만큼은 조만간 읽어볼 예정입니다.
올 한해의 정리 페이퍼 잘 읽었어요. ^^
저도 올 해가 가기전에 비슷하게나마 정리글을 올려야겠어요.

다락방 2019-12-27 09:15   좋아요 1 | URL
페이드 포는 블랙겟타님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에요. 다 읽고난 후에 겟타님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얼른 올해 정리글 올려주세요. 읽고싶어요!! >.<

블랙겟타 2019-12-27 10:06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은 학교도서관에 아직 없어서 사서 읽으려구요.
다른 건 몰라도 정리는 올해가 가기전 올리겠습니다. ( •ᴗ•)

그렇게혜윰 2020-01-07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의 책을 읽는 데에 게으르지 않은 다락방님의 목록을 보며 문득 난 화석같은 삶을 사는 기분이 드네요^^;;

다락방 2020-01-08 08:25   좋아요 0 | URL
그렇게혜윰님의 댓글을 읽으니 역시나 전 게으르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현재의 책을 제가 읽고 있네요.
음 그렇지만 사실 제가 현재의 책이라 읽는다기 보다는, 지금의 제 관심사를 반영한 책읽기이겠지요. 그게 현재와 맞아 떨어졌을테고요. 저마다 다 관심분야의 책을 읽는거겠죠.
새해에도 독서 화이팅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왕국 2》를 조카와 함께 보러 가고 싶었다. 팝콘도 사주고 옆에 앉아서 함께 울고 웃고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1편을 봐두어야 하지 않을까. 1편을 봐두어야 조카랑 이래저래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다행스럽게도 넷플릭스에 겨울왕국 1편이 있었고, 그래서 나는 보기 시작했다. 시작했는데, 20분정도 봤을까, 줄줄...쳐울다가 꺼버리고 말았다. ㅠㅠ


아니, 그러니까, 엘사가 손을 대면 얼려버리는, 차갑게 만드는 그 능력이 너무 점점 커져서 안나랑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거다. 자신이 가진 어마어마한 능력을 혹여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될까봐 스스로 조절 가능해질때까지 혼자 갇혀 생활해야 하는 것. 그래서 그 큰 궁전에서 엘사는 자신만의 방에 갇히게 되고, 안나는 자신과 가장 친한 언니랑 놀지 못하게 된다. 엘사랑 안나는 그 누구보다 좋은 친구였는데, 그렇게나 다정했고 친했는데, 그랬는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계속 돌아서야 하는 것. 저기, 바로 저기에, 저기도 아니지 여기, 바로 여기에, 이렇게나 가까이에 가장 사랑하고 가장 다정하고 가장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가장 친한 사람이 있는데, 그런데 함께할 수가 없다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언제나 돌아서야 하다니. 너무 외롭잖아. 엘사는 엘사대로 문 하나만 열면 안나가 있는데 함께할 수 없다니, 그동안 둘이서 얼마나 즐거웠는데 그런데 함께할 수 없다니 너무 외롭잖아. 저녁을 먹으면서 가볍게 보려다가 너무 눈물이 나서 멈춰버리고 ㅠㅠ 아니 사람들 이걸 어떻게 본거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동생에게 전화하니 스피커폰으로 조카도 같이 받는다. 내가 겨울 왕국 보다말고 우느라 중단했다하니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왜 울었느냐 물어본다. 그래서 위와 같은 얘기를 해줬더니 조카가 그랬다.



"이모, 끝까지 봐야지. 슬펐다가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즐거웠다가 한단 말이야."


응 그래 그렇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근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러분 저거 눈물 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쓰면서 또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나는 겨울왕국 1편도 끝까지 못봤고 겨울왕국 2편은 보지도 못했다. 조카들은 제엄마랑 가서 즐거이 보고 왔다.




며칠전의 이 일이 생각난 건, 내가 이 책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독서들이 다 스트레스 빡빡인거라, 아, 뭐 즐거운 거 읽자, 하던 참에 퇴근길에 핸드폰에 다운 받아두었던 전자책들이 생각난 것. 리스트들을 죽 훑어보다가 옳지, 바로 이것이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ㅠㅠ 또 쳐울었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라라 진의 엄마는 라라가 열 살일 때 돌아가셨다. 라라의 언니는 열두살, 그리고 막내 키티는 세 살. 엄마와의 기억은 당연히 언니 마고에게 제일 많다. 그래봤자 고작 열두살이었지만, 그래도 엄마와의 기억이 가장 많아. 그런 언니가 엄마와 나눈 얘기라든가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라라 진은 여지없이 그 기억을 붙들어둬야 한다. 어떻게든 엄마에 관한 걸 들어야해. 자신이 어떤 상황이든 언니의 엄마에 대한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열두살도 어린나이인데 엄마가 쓰러졌을 때 119를 부른 마고도 너무 가여웠고, 언니가 꺼내놓을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라라 진도 너무 안타까웠다. 그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인걸까. 게다가 키티는 어떻고! 고작 세 살이어서 엄마와의 기억이 없다. 그저 엄마가 이랬다, 엄마는 저랬다 하는 언니들의 이야기가 자신이 갖게 될 엄마에 대한 모든것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나는 지하철 안에서 또 코끝이 찡해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부모님도 맞벌이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도 그래서, 내가 국민학생일 때부터 아빠 엄마는 나가서 돈을 버셨다. 우리가 어리니 가끔 친할아버지나 외할머니께 우리를 봐달라 하셨고, 그렇게 나가서 돈을 벌어 오셨다. 나도 여동생과 두 살차이고 남동생과는 다섯살 차이. 나는 동생들의 밥을 차려줬고, 여동생과 함께 남동생의 태권도차를 기다렸다가 태권도 학원에 같이 보냈다. 내가 6학년이 되고 남동생이 1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부모가 교실 청소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엄마 대신 내가 가 청소를 해주기도 했다. 삼남매가 부모님 안계실 때 싸우기도 엄청 싸웠고 그래서 각자 막 울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남동생을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남동생은 어렸는데,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이 아닌 누나들과만 있었던 거다. 그걸 생각하면 뭔가 짠한 마음도 들고..



언니가 엄마 얘기할 때 귀를 쫑긋거릴 라라 가 생각나고,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엄마 얘기할 때 눈을 반짝일 키티가 떠올라서 마음이 막 콕콕 찔렸다. 물론 세상 누구보다 더 다정한 아버지가 계시고 또 자매들끼리 너무 다정하지만, 순간순간 찾아오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시련은 어른들에게 찾아와도 너무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찾아오면 더 힘들다. 어른이 되어도 수시로 아픔이 찾아오는데 아이들일 때는 그런 걸 좀 모르고 지냈으면 좋겠다. 몸이 아프지도 말고 마음이 아프지도 말고. 아이들일 때는 그냥 마음껏 즐거워만 하면서, 행복하기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엘사와 안나가 느꼈을 그 외로움이 너무 안타깝고, 마고와 라라, 키티가 느낄 그리움이 너무 안타깝다. 미성년자가 주인공인 걸 읽지 말아야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얘들아 아프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이모가 울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마존에서 주문한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원서가 도착했다. 중고로 산거였는데 분명 상태가 '거의 새것같음'이었건만 왜 이렇게 낡은 ...




그래, 페이퍼백이니..뭐.. 표지 낡을 수 있지..그러나 나는 책 윗부분을 보고 기절하기 직전이 된다. 이 책, 미국에서 온건데.. 미국에서 김치찌개 끓이면서 읽었던건지 ㅠㅠ 이 주황색 점들은 대체 뭔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파게티 먹으면서 본건가 ㅠㅠ 너무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아마존이니 내가 환불을 할 수도 없고 씨부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휘리릭 넘겨본 책장에는 또 밑줄과 낙서들이...







하아- 그래.. 나라고 언제나 운이 좋기만 할 순 없지. 뭐, 이런 것도 걸려보는거지, 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며칠전에 알라딘중고로 '최상' 책을 샀는데 표지 다 구겨져있는 거 온 부분... 순간 빡이 빡하고 왔지만... 그래, 본문은 깨끗하니까, 괜찮아.. 라고 나를 다독였다.



어제 포르노그래피도 왔겠다, 자, 어디 한 번 지저분하지만 읽어볼까, 사실 표지 낡은 거, 김치국물 튄 게 무슨 상관이람, 그 안의 내용이 중요하지, 하고 똭- 펼쳤단 말야?



한줄도 읽지 못했다고 한다.

음..

노예가 탈출한 얘기 써있는 거 같은데..

음...

사실 내가 포르노그래피를 받고 못읽겠네..라는 생각을 하게된 건 사실, 영어로 써있기 때문은 아닌지... 제발 누가 이 책 좀 다시 내줘요 ㅠㅠ




오늘은 이래저래,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스트레스를 겁나 많이 받아서, 외근길에 스벅에 들렀다. 오랜만에 초코크로아상을 주문했다.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데 포크 하나 더 달라고 해서 찢는 순간 꾸덕한 초콜렛이 흘러나왔고, 나는 너무 기뻤다. 입 안에 넣고 씹으면서 흑흑 세상사 더럽게 굴러가도 괜찮아 달콤한 빵과 커피가 있으니까 ㅠㅠ 이러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나를 또 달랬다. 사실, 내가 나를 달래야지 누가 나를 달랜담?



엊그제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검정색 옷을 나는 매우 싫어하는데, 검정색은 옷도 외투도 신발도 싫어하는데, 그래서 가급적 다른 색깔의 옷을 고르곤 하는데, 이 옷은 어쩔 수가 없었어. 그런데 내가 검정색 옷을 싫어하는가 좋아하는가와는 별개로 검정석 옷이 내게 썩 잘어울린다. 얼굴이 살아. 검정색이 되게 잘 받는거다. 그러나!!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해주질 않아!! 그래서!!



다른 부서에 가서 동료 직원에게 "나 검정색 옷 되게 잘받지?"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이 '네, 잘어울려요." 했지만 진심이라고는 사실 생각되지 않는 부분. 그래서 직원에게 말했다.


"나 검정색 옷 되게 잘받는데 아무도 그 말을 안해줘서 .. 그래서 그거 들을라고 물어봤어."


직원과 나는 함께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찮아. 아무도 모르면 어때, 내가 안다. 내가 알면 되는거지, 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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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2-20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겨울왕국 1편은 훌륭합니다. 전체적으로요. 스토리, 노래 완벽하지요. 겨울왕국 2편은 보지 마시구요. 부탁입니다, 다락방님^^
2. 그래서 저는 더더욱... 그런 마고가 스코틀랜드의 대학으로 간 거, 동생들을 남겨두고 딴 나라의 대학으로 떠나버린게 아주 잘한 거 같아요. 열 두살 마고가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이제 열 아홉의 마고를 돌보기로 한 거요.
3. 포르노그라피는 저도 어느 사이트에서 10장 출력해 놓았다고 합니다. 하하하!
4. 저도 다음에 초코크루아상 먹을꺼예요. 근데 스벅의 아메리카노컵이 예쁘네요. 저희 동네는 다 하얀컵인데요.
5. 다락방님은 검정색이 어울려요. 혹시 모를까봐 내가 알려주려고 일부러 말하는 거예요~~

다락방 2019-12-20 15:53   좋아요 0 | URL
1. 겨울왕국 1편은 어떻게든 봐야 하는건가요? 크- 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ㅠㅠ
2. 네, 저도 마고를 응원했어요. 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야 당연히 여전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었던 그 마음도 너무 이해가 돼요. 응원합니다.
3. 저는 저게 영어로 써진 것도 답답하고(내가 샀지만 ㅠㅠ), 저렇게나 지저분한 것도 답답합니다. 밑에 헬라스님 말씀처럼 곰팡이일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요 ㅠㅠㅠ 아 다 갖다 버리고 싶어요 ㅠㅠ
4. 초코크루아상 맛있어요. 초콜렛 꾸덕꾸덕한 것도 좋고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저것은 스벅에서 제공한 머그컵이 아니라 제가 가져간 텀블러랍니다. 커피 많이 받을라고 제가 가진 큰 텀블러 가져갔어요. 빵 먹을 때 커피 많이 먹잖아요. 저만 그런 건 아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제가 검정색이 어울린다는 사실을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은 아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12-2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부럴...ㅎㅎㅎㅎㅎㅎ

외근길에 스벅에 들렀다. ... 이 대목에서 졌..;;;

다락방 2019-12-20 15:55   좋아요 0 | URL
제가 아무래도 서초에서 일하다보니 이쪽으로 가나 저쪽으로 가나 스벅이 있습니다? ㅋㅋ 리저브 매장도 있어요. 리저브 커피는 비싸서 안마시긴 하지만 여동생이 리저브 원두 부탁해서 가끔 사는데 그 때 리저브 커피 쿠폰 주거든요. 덕분에 7,500원짜리 아메리카노도 공짜로 마셔보고 그럽니다, 제가.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hellas 2019-12-20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상태는 종이 곰팡이 같은거 아닐까요

다락방 2019-12-20 15:55   좋아요 1 | URL
아?! 헬님 말씀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저게 저 위만 있는 게 아니라 옆에도 밑에도 다 있거든요. 아무리 뭘 먹어도 저렇게 사방에 다 튈 순 없을텐데. 곰팡이.. 갖다 버려야 할까요 ㅠㅠ

hellas 2019-12-20 16:31   좋아요 0 | URL
격리 수용 추천해요. 이미 곰팡이균사도 다 죽은거 같아 보이긴 해요 ;ㅅ;

잠자냥 2019-12-2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겨울왕국 1만 조카하고 봤는데 너무 졸려서 졸았..... ㅋㅋㅋㅋㅋ 정말 대체 어디서 그렇게 우셨어요! ㅋㅋㅋㅋ
저 중고원서는 아무래도 스파게티?
검정색 옷에서 빵 터지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2-20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중지하고 나니까 다시 보게 되지를 않아요, 겨울왕국.
아니 저는 처음부터 너무 슬프던데요? 엘사 외롭고 안나 외롭고. 아이들을 그렇게 외롭게 두고 막 그러면 안되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위에 헬님 댓글 읽고보니 저건 곰팡이인가 봅니다. 저는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곰팡이라면.. 갖다 버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ㅠㅠ

blanca 2019-12-20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카 너무 귀여워요. ㅋㅋ 저는 이번 주말에 봅니다. 그런데 저 책 상태--;; 정말 대체 뭡니까? 아마존 중고가 저런 경우가 많더라고요. 양심도 없지. 저도 줄 좍좍 그은 구린 책 한 달 만에 받아서 충격 받은 적 있어요. 와, 검정색 원피스 입은 다락방님 모습 기대되는데요.

참, 그리고 남동생 부분. 저도 되게 짠한 대목이 있어요. 그런데 남동생은 장가가면 끝이라 해서 각오 중이랍니다.

다락방 2019-12-20 15:58   좋아요 0 | URL
저 책 살 때 다른 중고상태도 많았지만 제가 주문한 저 상품은 분명 새것과 같음 이었거든요. 아 진짜 이것들이 너무 사기를 치네요. 저게 무슨.. ㅠㅠ 저거 곰팡이이면 어떡하죠 ㅠㅠㅠ 저거 지금 침대 헤드에 두고 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검정색 원피스 기대할 건 없습니다. 걍 펑퍼짐한 노멀한 원피스에요. 세상 편한.. ㅋㅋㅋㅋㅋㅋㅋ

제 남동생은 장가간지 일년 넘었고요, 물론 같이 살던 때랑은 다르지요, 분명. 그래서 가끔 서운하기도 하지만 ㅠㅠ 그래도 저희 삼남매는 정말 매일 수다떨거든요. 근데 남동생은 막내라 그런지 뭔가 애틋하고 그런게 있어요. ㅠㅠ

얄라알라 2019-12-20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엄청난 흡인력. 겨울왕국에서 시작해서 추억의 ˝국민학교˝ ˝태권도차˝ 그리고 다락방님 트레이드마크 커피와 디저트, 다시 동료와 빵터지는 블랙옷빨^^

넘 재미있게 신나서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19-12-20 15:59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북사랑님 신나게 읽으셨다니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ㅋㅋㅋㅋㅋ
저는 제 글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그게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글 쓰는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요. ㅋㅋ

앞으로도 열심히 커피와 디저트 먹으면서 사진 올리겠습니다. 빠샤!!

syo 2019-12-2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사진 나는 무서워요.... 레알 공포.

다락방 2019-12-22 17:19   좋아요 0 | URL
동네에 제본하는 곳에 가서 위에 옆에 다 잘라내고 왔어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망고 2019-12-2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색 잘 어울리실 거에요^^ 보진 못 했지만요ㅎㅎㅎ

다락방 2019-12-22 17: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합니다 망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기홀릭 2019-12-2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미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제목에 낚여서(?) 아주 재미지게 읽었네요^^

다락방 2019-12-22 17:20   좋아요 0 | URL
제 또래 사람들과는 저 노래 틀어두면 다들 씐나게! 따라 불러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그랬고 얼마전에 동생들과도 그랬어요. 노래 너무 좋아요. 명곡이에요! 히히.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으하하하

psyche 2019-12-2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존에 리뷰 남기세요. 진짜 나쁘네요! 우찌 저걸 거의 새거라고 파는지. 별점 팍팍 깍으셔야 다음에 안 그러죠.
<겨울 왕국>1편은 가족 모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이번 땡스기빙에 가족이 다 모였을때 패밀리 타임으로 <겨울 왕국 2> 를 보러가자 했는데 사춘기 아들놈이 완강히 버티더군요. 그러고보면 11학년(고2) 인 녀석은 안 가고 싶을 거 같기도... 가족이 우르르 영화보러가는 것도 별로인데 그것도 겨울왕국을. ㅎㅎ 그래서 못 봤습니다.ㅜㅜ


다락방 2019-12-22 17:22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한마디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제가 주문한 내역을 보는데 제가 보았던 ‘새것과 같음‘ 멘트가 안보이더라고요. 그걸 캡쳐 떠서 보내고 싶은데 ㅠㅠ 원래 새것과 같은 책이 있지만 제가 한국에 있는 줄 알고 반품 힘들겠지~ 이런 생각으로 보낸건 아닌가 싶어서 너무 화딱지가 나요 ㅠㅠ 그렇지만 어제 동네 제본해주는 문구점 가서 위에 잘라버렸어요. 백프로 깨끗해지진 않았지만 한결 나아졌답니다. 휴..

저는 오늘 조카들 집에서 같이 아침 먹으면서 [인사이드 아웃] 다시 보는데, 다시 보면서도 또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우엉 ㅠㅠ
한번 멈추고 나니 다시 보게 되질 않아서 아직도 겨울왕국1편을 못봣네요.. 하하

추풍오장원 2019-12-2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라딘 중고 ‘최상‘ 등급 표시는 믿지 못하겠더라구요...

다락방 2019-12-22 17:23   좋아요 0 | URL
저 책 포장 풀자마자 너무 화딱지가 나서 정말이지 ㅠㅠ 이걸 어떻게 최상으로 파나 싶고 ㅠㅠㅠ 전 부러 중고 최상만 사거든요. 낡은 거 싫어서.. 그런데 이렇게 표지가 구겨진 게 오다니.. 너무 빡쳤어요. 걍 몇천원 더 주고 새거 살걸..하는 후회를 했답니다 ㅠㅠ
 
















결국 '제마 하틀리'의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는 읽기를 포기했다. 읽는 동안 그리고 읽기를 포기하고나서도 감정 노동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골라든 책이 '민혜영'의 《여자-공부하는 여자》였는데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나는 이거 읽고 나서 공부 뿜뿜될줄 알았는데, 감정노동의 후유증이 이 책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거다.


민혜영의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같은 의문을 갖게 됐다.

대체 같은 집에 살고,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아내가 미칠 것 같고, 그래서 상담을 받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지쳐 나가 떨어질 때, 소리지를 때, 남편은 어디에 있나. 남편은 어디에 있었나. 왜 잘 유지되어 보이는 듯한 평범한(그렇게 보이는) 가정에서 아내는 미치기 직전이고 남편은 아내의 그런 상태를 짐작조차 못하는가. 왜죠?



물론 어떤 사람들은 유독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캐치해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유독 눈치가 없고. 나도 최근에 눈치 없는 사람 때문에 혼자 속으로 조용히 스트레스 받았었는데, 그런데 말이다, 한 집에서 같이 살잖아,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잖아, 그리고 오래 함께 했잖아, 그런데 왜 한 쪽이 미쳐버릴 때까지 내버려두는거지?



잘 모르겠다.

함께 산다는 건 과연 답일까?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 살기를 선택하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함께살기를 선택하고 난 뒤에 돌아버릴 것 같아지는거야? 왜 지치는거지? 왜죠?

후-

진짜 잘 모르겠다.

나의 좋았던 연애에서는 상대가 내 감정을 읽는 것에 매우 능숙했다. 목소리만으로도 내 상태를 충분히 짐작하고 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냐에 따라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았다. 그러니까 연애하는 거 아닌가? (물론 그러지 못한 남자들과도 연애했지만) 그런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결혼 후에도 그게 유지되는 거 아닌가. 나는 아무래도 이해도 안되고 상상도 안돼. 만약 내가 그 남자랑 결혼했다면, 그런 후 몇 년 있다가 나도 미쳐버릴것 같았을까? 상담 선생님을 알아보게 되었을까? 실제로 주변에 결혼한 지 일 년도 안됐는데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여자를 내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여자의 남편은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혼까지 결심하게 됐을 때는 우리가 서로의 감정을 잘 캐치한다는 암묵적 동의 같은 게 있는 거 아닌가? 수시로, 수시로 나는 내가 사랑했던 남자와 내가 함께 사는 걸 그려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가 내 감정을 눈치채지 못해서 나 혼자 미쳐버릴 것 같은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데, 다들 그럴거라 생각 못하고 결혼한거겠지?

한 명은 미칠 것 같고 한 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일상을 살아간다는 거, 너무 이상하잖아?



페미니즘 이론서를 읽을 때는 분노하게 되는데, 차라리 분노가 나은 것 같다. 에세이를 읽으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민혜영의 책을 끝으로 페미니즘 에세이는 당분간 읽기를 그만둬야겠다. 여자들 공부하고 책읽고 글쓰고 이 모든 과정을 응원하고 나 역시 계속 읽고 쓰기를 유지할테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겪어온 남자들과 함께한 삶을 읽노라면 스트레스가 너무 커져버려. 차라리 이런 스트레스보다는 분노를 감당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책 읽다 보면 민혜영의 글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또 이런 걸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깊다? 깊은데, 그러니까 같은 책을 읽었는데 풀어나가는 게 다르달까. 게다가 요약하는 것도 나와는 급이 다르다. 이것은 민혜영 개인의 능력이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대학원 여성학 수업이 끄집어내준 것인지 궁금했다. 대학원 다니고 공부하면 이렇게 깊이 있는 글쓰기가 가능한가요. 같은 책 읽고 이렇게 유려한 글쓰는 게 가능해지는가요. 같은 책 읽고 거기서 느낀 점 쓰는데 왜 민혜영은 이렇게 전문적이며 지적인 느낌의 글을 쓰고 나는 막글을 쓰는가.. 이것은 능력 차이인가 교육의 영향인가.... 쓰읍.

게다가  그렇게나 어려운《성의 변증법》에 대한 에세이는 정말이지 감탄을 자아낸다. 개인의 능력인가 교육의 힘인가.. 저는 성의 변증법이 너무 어려웠단 말이에요 ㅠㅠ




이 다음책으로 읽으려고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가지고 왔었는데, 당분간 보류해야겠다. 스트레스로 터져버릴 것 같아.


책 몇 권을 나도 읽어보고자 담는다.





능력 있고 일 잘하고 성실한 남자들은 결코 시간 부족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있는 남편들은 밤 열두 시에 집에 돌아와 몇 시간 후 뉴욕으로 출장을 갈 수도 있다. 업무 시간에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 것은 물론, 학원 선생님의 문자에 답을 할 일도 없다. 당연히 생일,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등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기념일에 맞추어 아이들 선물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아내가 있다는 건 경제적 특혜이기도 하다. 집안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것은 물론, 여러 통계에서는 ‘가정 있는 남자‘라는 사실이 승진과 CEO 최종 발탁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고 밝힌다. 지난 50년간 일을 하는 여자의 비율은 현격히 높아졌지만, 여성은 가정에서 여전히 무급 노동을 하고 있으며, 남성은 아내의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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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9-12-19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곳의 추기경님이 주최하신 성탄 파티에 갔는데, 미사 강론 중에 성서의 한 부인을 언급하면서 이 여자에게 이름이 없었다고 하는데 바로 뒤에 앉아있던 여성학의 대모같은 한 분이 “as usual”하고 외치셨어요...분노가 나은 것 같아요, 이름도 없는데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건 생각만해도 수뚜레수가!!팡팡입니다 ㅠ

다락방 2019-12-20 16:01   좋아요 1 | URL
침묵은 언제나 억압의 편을 든다는 아주 유명한 말이 있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는 침묵하지 말고 계속 떠듭시다. 외칩시다. 여성학의 대모님 같은 분이라니, 그 분도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분이신가 봐요. 그런 분들 덕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겠죠. 분노합시다, 클래비스님!

공쟝쟝 2019-12-20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 언어를 공부하면서, 설명되지않던 촘촘한 가부장제의 억압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전 좀 자유롭고 불편한게 많은 사람이 되었네요. 다락방님이 느낀 피곤함은 저도 백분 공감합니다. 동시에 어느 정도는 조율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엄마들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워지더라구요.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것을 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미네님과 같은 분들덕에 자라나는 세대는 조금 더 달라지지 않을까요? (단발머리님두) ㅎㅎㅎㅎ

다락방 2019-12-20 16:04   좋아요 2 | URL
저는 남자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인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남자가 극도로 싫어졌어요 ㅋㅋㅋㅋㅋ 너무 좋아했던 만큼 너무 질려버렸달까요. 그나마 처음에는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있다고 착하게(?)생각해왔지만, 그래봤자 어차피 침묵하거나 여자를 보호하려는 액션을 취함으로써 가부장적인 문화, 여성폭력 문화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밖에 가져다주지 못하고요.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저도 해보긴 하지만 그러나 이미 알아버린 이상 모르고 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해요. 모르는 채로 여성혐오를 하면서, 여성혐오에 일조하면서 사는 사람이긴 싫습니다. 우리 더덕단은 계속 앞으로 전진합시다. 다음 세대들에겐 더 나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애씁시다. 더덕단 뽀에벌!!

공쟝쟝 2019-12-20 17:17   좋아요 0 | URL
더덕더덕단단 🤣더욱더 단단해지는 더덕더덕 저도 남자 싫어욬ㅋㅋㅋㅋㅋ

Jeanne_Hebuterne 2019-12-22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짜로 밥해주고 애 낳아주고 시중들어주는 하인, 이라고 말한다면 제가 너무 과장한 걸까요? 그게 참 궁금해요, 다락방님.
하루키의 일큐팔사에서 덴고의 아버지가 덴고에게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뜻이야.’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요.
당시 무심하게 넘겼는데 그 책을 읽고나서 십 년도 지난 지금에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여러모로 맞는 말이어서요.

다락방 2019-12-22 17:26   좋아요 0 | URL
˝하느님이 아담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이브를 창조하신 것과 똑같이 자본은 남성노동자를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충족시키고, 그의 아이들을 키우며 그의 양말을 기우고 자본이 그를 위해 마련한 사회적 관계(고독의 관계)와 노동 때문에 그의 자아가 산산조각 났을 때 이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도록 주부를 창조해냈다. 바로 여성이 자본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관련된 바로 이 같은 육체적, 정신적, 성적 서비스의 독특한 결합 때문에 주부라는 이름의 하녀라는 독특한 집단이 만들어지고 주부의 노동이 힘겨우면서도 동시에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이다.˝


‘실비아 페데리치‘가 자신의 책 [혁명의 영점]에 쓴 내용입니다. 쟌님이 단 댓글과 같은 말이지요.
맞네요, 쟌님. 저도 역시 요즘 계속 그걸 실감하고 있어요.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은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뜻이야. 정말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