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를 조카와 함께 보러 가고 싶었다. 팝콘도 사주고 옆에 앉아서 함께 울고 웃고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1편을 봐두어야 하지 않을까. 1편을 봐두어야 조카랑 이래저래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다행스럽게도 넷플릭스에 겨울왕국 1편이 있었고, 그래서 나는 보기 시작했다. 시작했는데, 20분정도 봤을까, 줄줄...쳐울다가 꺼버리고 말았다. ㅠㅠ
아니, 그러니까, 엘사가 손을 대면 얼려버리는, 차갑게 만드는 그 능력이 너무 점점 커져서 안나랑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거다. 자신이 가진 어마어마한 능력을 혹여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될까봐 스스로 조절 가능해질때까지 혼자 갇혀 생활해야 하는 것. 그래서 그 큰 궁전에서 엘사는 자신만의 방에 갇히게 되고, 안나는 자신과 가장 친한 언니랑 놀지 못하게 된다. 엘사랑 안나는 그 누구보다 좋은 친구였는데, 그렇게나 다정했고 친했는데, 그랬는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계속 돌아서야 하는 것. 저기, 바로 저기에, 저기도 아니지 여기, 바로 여기에, 이렇게나 가까이에 가장 사랑하고 가장 다정하고 가장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가장 친한 사람이 있는데, 그런데 함께할 수가 없다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언제나 돌아서야 하다니. 너무 외롭잖아. 엘사는 엘사대로 문 하나만 열면 안나가 있는데 함께할 수 없다니, 그동안 둘이서 얼마나 즐거웠는데 그런데 함께할 수 없다니 너무 외롭잖아. 저녁을 먹으면서 가볍게 보려다가 너무 눈물이 나서 멈춰버리고 ㅠㅠ 아니 사람들 이걸 어떻게 본거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동생에게 전화하니 스피커폰으로 조카도 같이 받는다. 내가 겨울 왕국 보다말고 우느라 중단했다하니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왜 울었느냐 물어본다. 그래서 위와 같은 얘기를 해줬더니 조카가 그랬다.
"이모, 끝까지 봐야지. 슬펐다가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즐거웠다가 한단 말이야."
응 그래 그렇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근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러분 저거 눈물 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쓰면서 또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나는 겨울왕국 1편도 끝까지 못봤고 겨울왕국 2편은 보지도 못했다. 조카들은 제엄마랑 가서 즐거이 보고 왔다.
며칠전의 이 일이 생각난 건, 내가 이 책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독서들이 다 스트레스 빡빡인거라, 아, 뭐 즐거운 거 읽자, 하던 참에 퇴근길에 핸드폰에 다운 받아두었던 전자책들이 생각난 것. 리스트들을 죽 훑어보다가 옳지, 바로 이것이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ㅠㅠ 또 쳐울었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라라 진의 엄마는 라라가 열 살일 때 돌아가셨다. 라라의 언니는 열두살, 그리고 막내 키티는 세 살. 엄마와의 기억은 당연히 언니 마고에게 제일 많다. 그래봤자 고작 열두살이었지만, 그래도 엄마와의 기억이 가장 많아. 그런 언니가 엄마와 나눈 얘기라든가 엄마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라라 진은 여지없이 그 기억을 붙들어둬야 한다. 어떻게든 엄마에 관한 걸 들어야해. 자신이 어떤 상황이든 언니의 엄마에 대한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열두살도 어린나이인데 엄마가 쓰러졌을 때 119를 부른 마고도 너무 가여웠고, 언니가 꺼내놓을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라라 진도 너무 안타까웠다. 그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인걸까. 게다가 키티는 어떻고! 고작 세 살이어서 엄마와의 기억이 없다. 그저 엄마가 이랬다, 엄마는 저랬다 하는 언니들의 이야기가 자신이 갖게 될 엄마에 대한 모든것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나는 지하철 안에서 또 코끝이 찡해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부모님도 맞벌이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도 그래서, 내가 국민학생일 때부터 아빠 엄마는 나가서 돈을 버셨다. 우리가 어리니 가끔 친할아버지나 외할머니께 우리를 봐달라 하셨고, 그렇게 나가서 돈을 벌어 오셨다. 나도 여동생과 두 살차이고 남동생과는 다섯살 차이. 나는 동생들의 밥을 차려줬고, 여동생과 함께 남동생의 태권도차를 기다렸다가 태권도 학원에 같이 보냈다. 내가 6학년이 되고 남동생이 1학년이 되었을 때는, 학부모가 교실 청소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엄마 대신 내가 가 청소를 해주기도 했다. 삼남매가 부모님 안계실 때 싸우기도 엄청 싸웠고 그래서 각자 막 울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남동생을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남동생은 어렸는데,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이 아닌 누나들과만 있었던 거다. 그걸 생각하면 뭔가 짠한 마음도 들고..
언니가 엄마 얘기할 때 귀를 쫑긋거릴 라라 가 생각나고,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엄마 얘기할 때 눈을 반짝일 키티가 떠올라서 마음이 막 콕콕 찔렸다. 물론 세상 누구보다 더 다정한 아버지가 계시고 또 자매들끼리 너무 다정하지만, 순간순간 찾아오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시련은 어른들에게 찾아와도 너무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찾아오면 더 힘들다. 어른이 되어도 수시로 아픔이 찾아오는데 아이들일 때는 그런 걸 좀 모르고 지냈으면 좋겠다. 몸이 아프지도 말고 마음이 아프지도 말고. 아이들일 때는 그냥 마음껏 즐거워만 하면서, 행복하기만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엘사와 안나가 느꼈을 그 외로움이 너무 안타깝고, 마고와 라라, 키티가 느낄 그리움이 너무 안타깝다. 미성년자가 주인공인 걸 읽지 말아야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얘들아 아프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이모가 울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마존에서 주문한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원서가 도착했다. 중고로 산거였는데 분명 상태가 '거의 새것같음'이었건만 왜 이렇게 낡은 ...
그래, 페이퍼백이니..뭐.. 표지 낡을 수 있지..그러나 나는 책 윗부분을 보고 기절하기 직전이 된다. 이 책, 미국에서 온건데.. 미국에서 김치찌개 끓이면서 읽었던건지 ㅠㅠ 이 주황색 점들은 대체 뭔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파게티 먹으면서 본건가 ㅠㅠ 너무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아마존이니 내가 환불을 할 수도 없고 씨부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휘리릭 넘겨본 책장에는 또 밑줄과 낙서들이...
하아- 그래.. 나라고 언제나 운이 좋기만 할 순 없지. 뭐, 이런 것도 걸려보는거지, 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며칠전에 알라딘중고로 '최상' 책을 샀는데 표지 다 구겨져있는 거 온 부분... 순간 빡이 빡하고 왔지만... 그래, 본문은 깨끗하니까, 괜찮아.. 라고 나를 다독였다.
어제 포르노그래피도 왔겠다, 자, 어디 한 번 지저분하지만 읽어볼까, 사실 표지 낡은 거, 김치국물 튄 게 무슨 상관이람, 그 안의 내용이 중요하지, 하고 똭- 펼쳤단 말야?
한줄도 읽지 못했다고 한다.
음..
노예가 탈출한 얘기 써있는 거 같은데..
음...
사실 내가 포르노그래피를 받고 못읽겠네..라는 생각을 하게된 건 사실, 영어로 써있기 때문은 아닌지... 제발 누가 이 책 좀 다시 내줘요 ㅠㅠ
오늘은 이래저래,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스트레스를 겁나 많이 받아서, 외근길에 스벅에 들렀다. 오랜만에 초코크로아상을 주문했다.
따뜻하게 데워서 먹는데 포크 하나 더 달라고 해서 찢는 순간 꾸덕한 초콜렛이 흘러나왔고, 나는 너무 기뻤다. 입 안에 넣고 씹으면서 흑흑 세상사 더럽게 굴러가도 괜찮아 달콤한 빵과 커피가 있으니까 ㅠㅠ 이러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나를 또 달랬다. 사실, 내가 나를 달래야지 누가 나를 달랜담?
엊그제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검정색 옷을 나는 매우 싫어하는데, 검정색은 옷도 외투도 신발도 싫어하는데, 그래서 가급적 다른 색깔의 옷을 고르곤 하는데, 이 옷은 어쩔 수가 없었어. 그런데 내가 검정색 옷을 싫어하는가 좋아하는가와는 별개로 검정석 옷이 내게 썩 잘어울린다. 얼굴이 살아. 검정색이 되게 잘 받는거다. 그러나!!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해주질 않아!! 그래서!!
다른 부서에 가서 동료 직원에게 "나 검정색 옷 되게 잘받지?" 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이 '네, 잘어울려요." 했지만 진심이라고는 사실 생각되지 않는 부분. 그래서 직원에게 말했다.
"나 검정색 옷 되게 잘받는데 아무도 그 말을 안해줘서 .. 그래서 그거 들을라고 물어봤어."
직원과 나는 함께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찮아. 아무도 모르면 어때, 내가 안다. 내가 알면 되는거지, 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