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명한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드디어 읽었다!
역시나 인생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였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을 읽으니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모두는 곰스크로 가고 싶다. 왜? 그건 자세히 모른다. 그냥 절실한 꿈일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곰스크로 가는 여정에는 제동이 걸린다.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딸린 식구들도 늘어간다. 가장 큰 방해자는 아내다. 곰스크로 가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을 뿐더러 쓸데없는 안락의자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느라 어렵게 구한 차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만다. 아이들까지 생겨나니 이제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일상이 안정될수록 나의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나는 읽다보니 주인공 `나`도 물론이지만 `나`의 방해자로 여겨지는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내는 애초에 곰스크로 가는 게 꿈은 아니었을것이다. 남편의 꿈에 동승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나`처럼 간절할 리가 없다. `꿈`에 간절하지 않은 아내는 `현실`을 본다. 잠깐 내린 기차에서 주인공 `나`의 손을 붙잡고 경치를 감상한다. 그러다 기차를 놓치더라도 `나`처럼 아쉽지는 않다. 지금 머물고 있는 이 곳을 좀 더 살기 좋게 꾸미고 싶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웃들과 잘 지내고 싶다. 그렇게 곰스크로 가겠다는 꿈을 잊고 `현실`에 충실한 아내가 못마땅하여 `나`는 자주 화를 내고 점점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에 기꺼이 곰스크로 가려는 남편을 이해한다. 다만 남편이 지금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 댓가로 `안락의자`를 받아온다. 안락의자는 아내의 노력의 결실이다. 비록 남편이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렇기때문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탈 때 그것을 꼭 가지고 가겠다고 고집했던 것이다.
결국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고는 기차에서 내려야 했던 내가 ˝정말 아이를 가진거야?˝ 하고 물었을때 아내의 대답이 너무 슬펐다.
˝당신은 곰스크 외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잖아요. 언제나 철길만 바라보았고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러지 않았다면 벌써 알아차렸을 거예요.˝


우리는 현실에 발목잡혀서 꿈을 잊고 살기도 하고, 꿈만 쫓다가 현실을 돌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은 꿈을 향해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내내 비관하기도 한다. 나도 인생을 살면서 내가 곰스크로 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내내 남탓을 해온 것 같다. ㅇㅇ때문에... ㅇㅇ때문에...
그런 내게 `아내`가 아프게 말했다.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거죠?˝

그렇다. 그 모든 순간마다 내가 내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곰스크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건 나쁘고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다.˝

주인공 `나`는 아직도 다락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꿈에 대해 생각해본다.
남편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어떤지 얘기해보았다. 나는 비록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인생이란 살만한 것이었다, 그러니 행복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더니 남편은 어쩔수 없이 현실에 안주하긴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서 끝까지 아쉬웠다는 이야기로 읽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자주 `아내`의 입장에 빙의해서 주인공 `나`에게 분개했던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현실주의자`에 가까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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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3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맛있는 저녁 드시고요.^^

살리미 2016-01-03 18:51   좋아요 1 | URL
네.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2016-01-03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1-04 22:38   좋아요 1 | URL
네^^ 새 해 첫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라 또 마음가짐이 새로웠던 하루였어요. 서니데이님도 알차게 잘 보내셨죠?? 오늘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또 편안한 날 맞으시길 바래요^^
 

이 책을 구입한 건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장강명 작가가 4.3평화문학상까지 받았단 말이야? 작가는 제주도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같았는데? 이런 의문때문에, 그리고 사실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닥치고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 4.3평화문학상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던 나는 1회와 2회에는 어떤 작품이 수상했는지 알아보았다.
1회 수상작은 구소은 작가의 <검은 모래>, 2회 수상작은 양영수 작가의 <불타는 섬>이 수상했단다. 전혀 몰랐다.
심사평들을 살펴보니 4.3을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4.3을 직접적으로 다룬 소설이 아닌 작품이 상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불타는 섬>만이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고 제 3회 수상작 <댓글부대> 또한 4.3과는 관련이 없지만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하게 한다`는 4.3 평화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당선작이 되었다 한다. 그래도 나는 소설 속에서 한 줄 언급이라도 4.3과 관련한 부분이 있겠지 했는데 그건 나의 편협한 생각이었나보다. 그래도 장강명 작가에게 고마워해야할 부분은 있다. 작가가 올해 부단한 노력으로 유명작가가 되어주었기에 4.3평화문학상도 더 많이 알려진 면이 있을테니까.

4.3을 직접 겪었거나 직접 겪지는 않았더라도 가족 중 4.3 피해자가 있는 대부분의 제주도민의 입장으로선 4.3에 대한 작품이 수상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진상규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부터는 외면 일색이고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역사가 아닌가. 권력은 외면하지만 문학적으로라도 제대로 자리잡아서 그 정신이 잘 계승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직은 4.3문학상에 4.3이 배경이 된 소설들이 많이 응모되고 수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능력이 된다면 멋진 소설을 하나 써보고 싶었지만 그런 능력은 없고, 들을때마다 그냥 묵히긴 아깝다는 이야기가 우리 가족들에게 전해져온다. 어른들도 말씀하실때마다 ˝소설로 쓰면 소설 몇 개는 나오지......˝ 하시는 이야기다.
나는 제사상에 올라오는 사진으로만 뵌 외삼촌. 우리 가족은 그 외삼촌을 4.3의 회오리 속에 잃었다. 중산간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학살하거나 토벌대에 의해 빨갱이라는 이유로 붙잡혀 구덩이에 파묻힌 것은 아니었다. 그런 억울한 죽음도 제주엔 부지기수였지만 당시 삼촌은 제주 시내 한 중학교 선생님이셨다는데 사상적으로 의심스럽다고하여 경찰서에 붙잡혀 갔고 제대로된 재판도 없이 처형을 당했다 한다. 억울했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었던, 그래서 입을 다물고 살아야 했던 가족들.
우리 엄마가 열두 살이던 때,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잘 생겨서 동네 처녀들 가슴을 휘저어놓던 듬직한 오빠, `오빠 생각` 노래에 나오는 오빠처럼 정말로 서울 갔다오면서 예쁜 구두를 사오겠다던 오빠는 어느날 인사도 없이 행방불명이 되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감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면회를 다니고 감옥에서 빼내보려고 뒷돈도 쓰고 여러 노력을 하던 중에 어느날 면회를 갔더니 면회가 안된다 해서 이상했는데 알고보니 소리소문없이 이미 처형되었다더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그 후에 삼촌의 아이라며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참한 처자가 있었고 아들은 이미 죽고 없는데 그의 자식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여자를 인정할 수 없어서 끝내 외면하다가 마침내 받아들여 함께 살기로 한지 얼마 안된 어느날 친정다녀오는 길에 급체로 저세상으로 가버린 여자. 원혼을 풀어줘야겠다며 굿을 하는데 무당의 입을 빌려 나타난 삼촌의 이야기...
소설로 써도 한권으론 모자랄 이야기라 여기에 다 쓸 순 없지만 당시의 이야기를 어른들께 들을 때면 정말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그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해서 이야기 속에 쏘옥 빠져들곤 했다.

조금 더 자라서야 이런 이야기가 우리집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왠만한 제주 사람들의 집에는 다 이런 사연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고, 심지어는 한날 한시에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아직까지도 사상을 의심받을까봐 서로 쉬쉬하고 선거만 하면 유난히 무소속 의원들이 당선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엔 더 좁은 사회였던 제주라 왠만하면 다들 괸당(친척)이나 삼촌(이웃 어른)으로 연결되던 곳이다보니 우리 집안 어른들 기억 속에 `수줍은 청년`으로 기억되던 현기영 작가가 어른이 되어 쓴 <순이삼촌>을 읽으며 어른들 이야기가, 그 슬픈 역사가 문학으로 어떻게 승화되는지를 알았던 나는 그런 문학이 좀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런데 막상 소설이 되어 나온 이야기들은 너무 비참한 사건들만의 나열이다보니 문학성을 놓친다거나 제주도 사투리를 잘못 사용하거나 4.3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앞으론 좋은 작품들이 더 많이 응모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전에 나부터도 제주의 역사나 4.3관련 책들을 더 많이 읽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부대>를 읽은 내 느낌을 쓰려고 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어졌다. 이 책은 처음부터 4.3이 배경이 아닌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로도 불편했지만, 읽는 내내 더욱 불편해졌다. 기자 출신의 작가라서 그런지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르타주로 읽힌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인물이나 단체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마치 기획 연재 기사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읽어내려니 더욱 불편하다.
각 장의 제목을 괴벨스의 어록으로 붙여놓음으로써 나치독재의 대중조작과 현대의 SNS를 통한 댓글조작이 같은 맥락임을 암시한다.
멘탈이 없어서 멘탈싸움에 강한 팀 알렙 소속의 댓글부대원들은 정치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대중조작에 소모품처럼 사용되다가 용도폐기된다. 그동안 어렴풋하게 느꼈던 조작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걸 보며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지배했다. (물론 그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인터넷 댓글에 예민한 몇몇 친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무나 직설적으로 말해주니까 힘들다고 할까. 소설은 좀 소설다운 분위기가 나야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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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1-02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르뽀 같아서 소설로서의 감동이 적었어요.

살리미 2016-01-02 21:43   좋아요 2 | URL
저도 내내 아 이사람이 전직이 기자였지? 하는 생각만..... ㅎㅎ

서니데이 2016-01-0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주 이야기가 아닌데도, 다른 여러 가지 수상기준에 맞았던 모양이네요.
오로라님도 언젠가 좋은 글 쓰셔서 이 대회에 보내시면 어떨까요. ^^
오로라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살리미 2016-01-02 21:55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만 능력이 된다면 그러고 싶으나..... 능력이 너무 없어서요....
어른들께 들은 이야기들 어느 누가 소설로 멋지게 써주었으면 좋겠는데 점점 세월이 가니 아쉽기만 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마지막 남은 연휴까지 알차게 보내시길!!

2016-01-02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1-0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제가 미리 말씀 안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제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리뷰라서 그런 건데요 흑흑. 죄송하고요, 너그러이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말 신기하게도 저도 얼마전 댓글부대 읽었어요. 전 다른 건 다 좋았는데 남성들의 질펀한 문화, 그런 게 아주 싫거든요. 그래서 좀 불편했답니다. 암튼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살리미 2016-01-02 22:26   좋아요 0 | URL
죄송하긴요!! 전 사실 얼마나 놀랐는지 ㅎㅎ 동네방네 자랑했답니다^^ 거기 나오는 오로라가 바로 저라고요 ㅎㅎ
댓글부대에선 저도 마태우스님이 싫다고 하신 그 부분들때문에 이 소설에 대한 평점이 확! 낮아졌어요. 굳이 그걸 묘사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거든요. 정말 짜증나서 덮어버리고 싶었어요!!

마태우스 2016-01-02 23:02   좋아요 1 | URL
오옷 저랑 님이랑 감수성이 비슷하군요 반갑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묘사가 너무 자세해서 실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역겨움을 느꼈답니다. 암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6-01-0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1-0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을 읽다가 다시 떠올랐어요. 오로라님의 고향이 제주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저는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 제주편에서 4.3 사건을 듣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자식이 태어나면 평범한 이름으로 지을 수 없었대요. 반동분자를 색출한다고 `김철수`나와. 라고 하면 김철수란 이름의 청년들이 다 끌려나가서 몰살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책을 통해 4ᆞ3사건을 알게되고 현기영님의 ˝순이 삼촌˝을 구입했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이 기회에 함 펼쳐봐야겠어요. 그리고 오로라님의 실력이시라면 책 쓰실 수 있으실거 같은걸요. 힘을 내주세요 ㅎㅎ

살리미 2016-01-03 01:20   좋아요 0 | URL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 제주편을 제가 너무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교수님이 4.3 평화공원과 4.3 관련 유적지를 소개하시기 때문이에요. 순이삼촌 소설 속에 배경이 되었던 북촌마을이 시댁 바로 옆마을이거든요. 그래서 고향에 갈 때마다 자주 들르는 곳이에요. 그리고 4.3 평화공원도 정말 좋은데 찾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아쉬웠는데 답사기에 실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정말 제가 능력이 있어서 좋은 소설 한편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ㅎㅎ 몇년 전 영화 <지슬>을 보면서 엄청 뿌듯했는데 문학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hellas 2016-01-03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 싫어서로 장강명 작가를 접했는데 확실히 세밀한 취재로 구축한 르뽀르따주 스타일이긴 해요. 그믐은 조금 다르지만. 댓글부대 는 안읽으려다 4.3수상작이라 사긴했는데... 역시 같은 지점에서 걸릴것 같네요:)

살리미 2016-01-03 09:25   좋아요 0 | URL
르뽀르타주 형식의 소설이라해서 다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는 마태우스님께서 지적하신 부분... 남자들의 술과 접대문화같이 소설적으로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부분들까지 너무 상세히 묘사되어 있는 부분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지만 너무 현실같아서 불편해진달까....

hellas 2016-01-03 09:30   좋아요 0 | URL
아 그 같은 지점이 두분이 대화하시던 그 부분을 말하는 거였어요. 남자 접대 술... 그건 구지 글로 읽고 싶은 내용도 아니니;;;

살리미 2016-01-03 09:44   좋아요 0 | URL
아.. 네 ㅎㅎ 정말 굳이 알고 싶지 않았지요. 왜 이렇게까지 묘사하려 했을까... 팀 알렙 삼인방이 쓰레기같은 애들이라는 걸 묘사하고 싶어서일까... 사실 소설을 읽다보면 더 한 묘사를 읽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왜 이건 유독 불편할까.... 내내 생각했답니다.

hellas 2016-01-03 09:52   좋아요 0 | URL
생리적 거부감아닐까요. ㅡㅡ
 

2015년이 저물어 가네요. 종무식을 하고 일찍 들어온 남편이랑 방학이라 집에 있었던 애들때문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어떤 식으로라도 한 해를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짧은 글을 올려봅니다.

제가 책을 읽는 걸 보면 남편이 늘 하는 말이 있었어요.
이제 그만 읽고 글을 쓸 때도 되지 않았어?
아니 이 사람이!! 글쓰기가 뭐 그리 쉬운 일인가요? 김영하 작가도 그랬습니다. 소설가도 수천권의 책을 읽고 스무권 정도의 책을 냈다고요. 이 비대칭성에 늘 압도된다고요.
소설가도 그런데 하물며 저는 어떻겠어요. 남들이 워낙 책을 안 읽는 시대라 그렇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독서를 하는 사람일 뿐인데..

그런데 2015년에는 북플을 하고 이웃들이 생기고 서재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달라졌어요. 전에도 책을 읽고나면 노트에 메모를 남기긴 했지만 이젠 이웃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제 글에 책임감이 더 생기더라고요. sns는 잘 안했었는데 이건 책에 관한 얘기니까 집중 할 수도 있었고요, 마음에 맞는 분들과 이야기 나누는게 즐거웠고,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듣는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에 한번씩은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을 했죠. 가끔씩 제 글이 부끄럽기도 하고 좀 자중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웃님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 정말 잘하는 줄 알고 마냥 신나기도 했어요.
사실 올해 초반엔 운동을 새로 시작하면서 그 재미에 빠져 책읽기에 집중이 안되기도 했는데 서재에 글을 꼬박 꼬박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었어요. 확실히 새로운 목표와 재미가 생기니까 책읽기에 속도도 붙고 재미도 나더군요.

소심한 제가 한 해동안 이렇게 재미있게 책에 관해 수다떨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 이웃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알라딘에서 통계를 내 준 걸 보니까 제가 올해 쓴 글이 책으로 내면 두권이 넘는 양이었대요. 신나서 남편에게 자랑했답니다. ˝나 올해 책 두권 쓴 여자야!! 그리고 이젠 나를 달인님 혹은 마니아님이라고 불러!!!˝ 하고요 ㅋㅋㅋ
재미삼아 남편한테 큰소리 치긴 했지만 올 한해 제가 목표했던 것들 이룰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뻤고, 알라딘에서 올 한해 수고했다고 알아주는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주신 이웃님들께 서재를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예의지만 혹 빠뜨릴 수 있을까봐 이렇게 짧은 글로 대신합니다.

이웃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는 일 마다 잘 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내년에도 여기서 자주 뵙겠습니다^^



* 읽던 책 마무리하고 리뷰 올리려고 했는데 오늘 바빠서 다 읽지를 못했네요. <댓글부대>읽고 있었는데.... 자세한 리뷰는 내년에 올려야겠네요. 어쨌든 이 책이 올해 제 마지막 책이 되었군요...;;


*남편 회사 도서쿠폰이 소멸예정이라 해서 부랴부랴 주문한 책이 오늘 딱! 도착했어요. 남편의 도서쿠폰으로 비싼 책들은 지르곤 했는데 (연차를 쓸때마다 도서 쿠폰이 하나씩 생기는데 가격 상관없이 쿠폰 한장당 한권이더라고요) 워낙 경황이 없이 주문하는 바람에 비교적 저렴한 책을 사고 말았다는....
그래도 오늘 도착한 이 책이 올해 제가 구입한 마지막 책들이 되었어요. ㅎㅎ

*잉크를 묻혀서 쓰던 펜촉 만년필을 선물 받은 기념으로 엽서를 한 장 써보았는데, 필기감이 너무 새로워서 글씨체가 이상해졌어요. 그래도 사각거리는 느낌이 너무 기분 좋더라고요.
담엔 <문구의 모험> 표지에 나온것 같은 흑청색 잉크를 사볼까봐요^^ 엽서의 인사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새해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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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2-31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한 해 오로라님과 인연을 맺을 수있어 좋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어요^^

살리미 2015-12-31 20:38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합니다. 내년엔 더 많은 얘기 나눠요!

지금행복하자 2015-12-3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만년필~ 멋진 손편지까지~
좋은 인연 감사합니다~^^
내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살리미 2015-12-31 20:43   좋아요 1 | URL
정말 오랜만에 잉크묻혀 쓰는 만년필을 봐서 갑자기 써보았답니다 ㅎㅎ 내년에도 우리 택이 같이 응원하자고요 ㅎㅎ (뜬금없이 이런말 하고 싶은 나에요 ㅋㅋ)

달팽이개미 2015-12-31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손편지가 너무나 따스해요...^^ 정말 올 해가 몇 시간 남지 않았어요~~시원섭섭..해요 ㅎㅎ 그럼 내년에 뵈요 ^^

살리미 2015-12-31 20:48   좋아요 3 | URL
네^^ 정말 갑자기 아쉬워지네요. 시간을 붙잡고 싶지만... 내년엔 더 멋진 시간이 오길 기대해봐요^^

고양이라디오 2015-12-31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 너무 이쁘게 잘 쓰시네요^^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ㅎ

살리미 2015-12-31 21:18   좋아요 2 | URL
ㅎㅎ 왜 갑자기 시간 가는게 이리 아쉬운지요. 평소에 안하던 오글거리는 짓 좀 해보았어요 ㅋ

붉은돼지 2015-12-31 21: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달인님이자 마니아님이자 올해 책 두권 쓰신 오로라님 내년에도 건필하시고 또 자주 뵈어요^^
로또도 꼭 당첨되시길 빌께요 ㅋ

살리미 2015-12-31 21:1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창피함이 물밀듯이 밀려오는군요. 역시 이런건 제게 어울리지 않네요 ㅋㅋ
로또 당첨! 꼭 되고싶습니다^^

꽃보다금동 2015-12-31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글과 손글씨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12-31 21:30   좋아요 1 | URL
꽃보다금동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엔 더 자주 얘기나눠요^^

유부만두 2015-12-3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같은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한 한 해였어요.

택이 눈물 또르르~ 장면이 생각나는 밤이에요.^^

살리미 2015-12-31 21:49   좋아요 0 | URL
같은 공감대가 있어서 더욱 소중한 인연이었지요. 근데 유부만두님도 어남택? ㅎㅎ 택이 눈에 눈물흐르면 너무 가슴아파요^^

2015-12-31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5-12-31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로라 님도 좋은 책과 더불어 멋진 나날들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제 글씨는 저만 알아볼 수 있는데ㅋ, 오로라 님은 글씨도 서글서글하고 보기 좋게 쓰시네요ㅎ 내년에도 좋은 리뷰 기대할게요^^ (택이는 사랑입니다 ♡)

살리미 2015-12-31 22:44   좋아요 1 | URL
우왕~~~ 역시 우리는 취향공동체 ㅎㅎㅎ
물고기자리님 멋진 글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한 해였어요^^ 남은 시간 뜻깊게 보내시고 멋진 한 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비로그인 2015-12-3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참고할 부분이 많은..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12-31 22:47   좋아요 0 | URL
흔적님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황송합니다 ㅎㅎ
흔적님 글은 열심히 읽고 있었어요. 더 많이 공부해야겠구나 느끼기도 하고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서니데이 2015-12-31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도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의 두 가지 모두 되셨군요. 조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올해 좋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기뻤습니다. 저녁에 인사 나누는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조금 남은 올해도 잘 보내시고, 내년엔 더 좋은 일들로 기억되는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살리미 2016-01-01 00:08   좋아요 4 | URL
올한해 서니데이님 정성에 제가 정말 감동했습니다. 저녁마다 나누었던 안부인사 덕분에 가족처럼 느껴졌어요. 내년엔 더욱 더 건강 챙기시고요!

에이바 2015-12-31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진초 포토카드에 새해 안부를 물어봐주신 오로라님. 제가 알라딘 서재 이웃분들께 느끼는 마음과 비슷해요.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살리미 2016-01-01 00:06   좋아요 1 | URL
성진초 포토카드를 알아봐주신 에이바님^^ 종소리 들으셨나요? 역시나 알라디너분들은 열심히 책읽고 글쓰고 계셨나봐요^^

yureka01 2016-01-01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좋은 책 많이 소개 부탁드립니다.^^..감사드리구요 .^^..

살리미 2016-01-01 00:52   좋아요 3 | URL
열심히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유레카님 글도 포함해서요^^
새해에도 좋은 사진, 좋은 글 얻으시길 바랄게요^^

초딩 2016-01-0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살리미 2016-01-01 00:55   좋아요 0 | URL
네! 초딩님도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마노아 2016-01-01 0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인 연하장이에요. 뭉클~ 오로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용^^

살리미 2016-01-01 02:24   좋아요 1 | URL
늦게까지 안자고 있었더니 마노아님이 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16-01-0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어제는 저 사진을 못 봤던 것 같아요,
잉크가 병에 들어 있어서 쓸 때마다 펜을 담갔다고 쓰는 방식인가요,
글씨를 잘 쓰셔서 참 부럽습니다,
새해가 되었어요,
좋은 첫날 보내세요^^

살리미 2016-01-01 15:13   좋아요 1 | URL
네, 만년필도 비싸던 시절에는 저렇게 썼던 기억이 나요. 문구점에 가서 펜촉을 사고 잉크에 담갔다 쓰는 거예요. 고전 영화에서 보면 깃털에 잉크 묻혀서 쓰듯이요^^ 제가 학생때만 해도 저런게 있었는데 저도 정말 오랜만에 봤거든요. 기념으로 글씨 한번 써 본거예요^^
새해 첫날 가족들이 모두 모여 떡국이랑 만두 해먹고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복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북다이제스터 2016-01-0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캐스트 벙커원의 서민 작가 특강에서 오로라님 얘기가 나와 반가워 지나가다 글 남깁니다.
때때 제 리뷰에 좋아요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살리미 2016-01-01 20:59   좋아요 1 | URL
오오~~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마노아님께서 알려주셔서 들어보았어요 ㅎㅎ 엄청 쑥스럽지만 기분은 좋더라고요^^ 이렇게 말걸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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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일종의 트집을 잡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올해 대박난 그를 보며 배가 아파서 그러는 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언제부턴가 팟캐스트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방송이 있어서 한번 들어보았는데,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좋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심심할 때면 가끔씩 들었다. 듣다보니 은근 재밌기도 하고 가끔은 `아니 이런것도 몰라?` 할 정도로 소박한 네 진행자가 나도 모르는 심오한 얘기들을 막 털어놓는 매력에 빠져서 거의 매회 듣던 즈음 책이 나왔다.
<지대넓얕>
뭘 또 책까지 썼어? 했는데 연일 베스트셀러를 달렸다. 65만 독자가 열광했단다. 헐... 65만 이라면 전국의 수험생 숫자...
페북에서도 그들의 팬이 늘어갔고 자기들끼리 공부하는 소모임도 꾸려져갔다.
대단하네? 생각했지만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고, 아니 오히려 인문학에 목마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어서 거기에 적절히 불을 지른 채사장이 새삼 대단해보였다.
채사장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그룰 험담하는 말들도 들려왔다. 얇지만 하지 전혀 넓지 않다는 둥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둥...
그러나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어려운 말만 하는 당신들은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나 해 보았나요? 이땅의 젊은이들이 이 정도라도 관심을 가지는게 대단한 것 아닌가요? 깊이도 없는 사람들이 안다고 떠드는게 불편한건 아닌가요? 다시 자기들만의 학문이 되어야 속이 시원한가요?

말하다보니 또 살짝 격해졌지만 뭐 그렇게까지 열혈팬은 아니고 그저 관심있는 에피소드가 올라오면 들어보는 정도였는데 어느날 채사장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물론 첫 책이 대박났으니 옆에서 다음 책을 내놓으라고 얼마나 부추겼을까만 뭘 또? 싶었다.
그래서 까칠한 마음으로 예약구매를 눌렀다.(...혹시 열성팬 아님?)

책이 도착하고 첫 장을 펴자마자 조금 실망. 그럼그렇지. 이게 뭐야.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도 아니고. 사회 교과서는 참고자료라도 많지. 이건 그림이나 도표 하나 없이 엉성한 메모뿐.... 게다가 이해를 돕겠다고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쓴 에피소드는 좀 오그라든다. 아... 우리 채사장... 또 욕먹겠는걸. (아니 내가 왜 채사장 걱정을...다시 강조하지만 절대 팬은 아닙니다.)

프롤로그에 보면 이 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되어있다. (팟캐스트 방송 중에 <티벳 사자의 서> 방송을 아주 재밌게 들어서 한번 읽어 볼까 싶었었는데) 채사장은 죽은 사람을 위한 안내서도 있는데, 산 사람에 대한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공부를 하다 보면 처음에 그 도식을 단순화하고 구조화 해서 이해하는 게 전체를 파악하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 특히 학교다닐때 사회과목은 맹목적으로 암기하는 걸로만 생각해서 벼락치기 공부하며 지겨워 죽을뻔하다가 고3때가 되어서야 전체적인 틀을 잡아주신 선생님을 만나서 한순간에 눈을 뜬 사람처럼 신세계를 맛보았던 경험이 있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어, 채사장이 사회선생님을 하면 잘하겠네` 싶었다. 이를테면 그런 선생님의 마음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사회의 현안을 합리적이고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세상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는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을 기준으로 삼아 세계를 구조화 했다. 그리고 현실의 다양한 분야들이 이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혀나간다.
[세금]이야기로 시작해서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의 예측까지 그 두가지의 기준으로 설명해나가기때문에 독자들은 그를 따라가면 우리가 신문에서 늘 보던 개념들이나 현실 문제들에 대해 어느정도는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해 기준을 한정하고 간단히 도식화 한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내가 잘 아는 부분에서는 좀 유치하다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구조를 토대로 살을 붙여 나가면서 공부한다면 전체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처음엔 의혹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지만(미안하지만 충동적으로 구매버튼을 누른 나를 원망하면서 얼른 읽고 좋은 값에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읽다보니 우리 애들에게 읽어보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궁금한 것도 많은 아이들이 세계를 이해하는데 기본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채사장이 마치 학원 강사처럼 쉽게 설명하고 그때 그때 요약 정리도 해주며 심지어 계속 반복해준다. 적어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남들 하는대로 따라서 휩쓸리지 않고 내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시달려 책읽고 공부하기 버거운 사람들, 입시에 몰두해 진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취업과 노동에 숨가쁜 사람들을 위한 단순하고 친절한 가이드북을 쓰겠다는 채사장의 의도는 어느정도 성공적인 듯 하다. (잘했어, 채사장^^)

세금을 계산하는 방법을 모르고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부지런하게 노동하고 성실하게 납세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는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나의 세금이나 타인의 세금에 대해서 대다수가 무관심한 가운데 세금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형성된다는 데 있다. (34)

하지만 노동자에 의한 혁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그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마르크스의 견해에 회의를 느꼈다. 노동자가 피해의 당사자인 건 사실이지만, 그들은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끝내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착취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강력한 의지로 자본가에게 맞서야 하는데, 노동자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왜 그런지에 대한 답변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베블런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했던 그는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난한 이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변한다." (132)

현실의 구체적인 쟁점들은 하나하나가 치열하게 논쟁되고 있으며 복잡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를 이해하고 자기 나름의 해결방안을 도출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한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 써야하는 바쁜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다채로운 사회적 쟁점에 자연스럽게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159)

그래서 최근의 노동시장 유연화가 문제가 된다. 임금노동자가 그나마 다른 직업군에 비해서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것은 오직 리스크의 회피 때문이다. 성취와 보람 그리고 수익으로부터 배제되는 대신 안정을 선택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박탈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노동시장의 유연화라고 할 수 있다.(182)

현재 한국의 교육 평가는 등급제로, 총 아홉개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이때 구준의 기준은 학생수다. 최고 등급인 1등급과 최저등급인 9등급은 각각 전체 학생 대비 4%의 학생들이고, 중간인 5등급은 가장 많은 인원으로, 전체의 대략 20%에 해당한다.
즉, 수능과 내신에서 평균 5등급응 받았다면 전체 인원 중에서 중간에 위치한 것이고, 이것은 이 학생이 해당 평가에서 매우 평균적이고 평범한 점수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이 학생은 칭찬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5등급을 받은 학생이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208)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000대 1에 육박하고 매년 공기업과 대기업의 취업경쟁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정하게 시험이 치러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정당하다고 믿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한 경쟁률을 발생시킨 사회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른 우선적인 책임은 사회에 있다. 중간 성적에 속한 학생들이 칭찬받고, 중간 정도 노력하는 사람이 취업할 수 있고, 중위 소득에 속하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이루어진 경쟁이라고 할 때에만, 우리는 그 결과의 책임을 비로소 개인에게 물을 수 있다. (212)

나의 세계관과 타인의 세계관이 다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결코 소통하지 못할 것임을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다. 반대로 소통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소통의 시작은 내가 타인의 세계관을 논박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시 말해서 타인이 나와는 정말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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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5-12-2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읽어보고 싶네요.ㅎㅎ이렇게 채사장은 부자가 되시겠군요.아이고 배아파 ㅎㅎ

살리미 2015-12-29 08:50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습니다 ㅋㅋ 아주 초보 입문서로 적당할 듯.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그들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도 능력아니겠어요? ㅎ 책 잘 안 읽는 시대에 열심히 책 읽고 결국 그걸로 먹고 사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워낙 팬들이 많아서 예약구매만도 상당한 듯 하던데......배아파용 ㅋㅋ

고양이라디오 2015-12-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 너무 좋네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요ㅎ
살 책들이 많아서 이 책은 도서관에 얼른 비치되길 기다리고있습니다ㅋ

채사장씨는 정리를 잘해줘서 참 좋은 것 같아요ㅎ
그리고 이번 책은 왠지 채사장 본인의 의견도 많이 들어간것같네요ㅎ

살리미 2015-12-29 13:02   좋아요 0 | URL
엄청 정리 잘하는 채사장입니다 ㅎㅎ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는 하는데 방향성을 어느쪽으로 취하는지 살짝 드러나기도 해요. 왠지 깡선생이 옆에서 죽창을 들자! 이럴거 같은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2-29 15:1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ㅎ <지대넓얕>읽을때도 그래서 좋았는데. 팟캐스트에서 신자유주의를 좋아한다고 해서 살짝 헷갈렸었어요ㅎ

해피북 2015-12-29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지대넓얕>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이후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책들이 대거 등장하는 추세 같아요. <가난을 팝니다> <전문가들의 사회><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사회학의 쓸모>등등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주제들이 떠오르고 그래서 관심도 생기고 참 바람직한(?)현상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솔직히 <지대넓얕>은 손이 잘 안가더라고요. 안그래도 하루 아침이면 쏟아지는 신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는 시사잡지로 봐야 할것도 많은데 마치 얕게라도 알아야 한다는 강요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ㅋ 그런데 오로라님이 매력을 콕 찝어주시니까 막 읽고싶어진다는 ㅡㅡ;;;내년 계획세울때 는 꼭 `줏대 갖기`를 꼭 넣어야겠어요. 하지만 아직 올 해니까 오로라님 나비효과를 경험해볼랍니다 꺄~~~

살리미 2015-12-29 13:40   좋아요 2 | URL
저는 예전에 사회학을 배우기도 했었지만 책을 열심히 읽게 되면서 사회학 책들이 특히 재밌더라고요. 사회학을 알고나면 확실히 세상 보는 눈이 좀 달라진달까.. 저도 독학으로 이 책 저 책에서 줏어 읽은거라 체계적인 지식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회학을 조금만 알면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책은 그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지대넓얕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아마 그 책보다도 훨씬 더 쉬운 책이 아닐까 해요.
저도 위에 해피북님 말씀 하신 책들 다 관심가는 책인데 북플하면서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다보니 아직 못읽고 있어요 ㅎㅎ 내년엔 좀 체계적인 독서를 해보자 맘먹고는 있지만 아마 또 흔들릴겁니다 ㅋ
그리고 슬쩍 책 한권을 권해본다면 노명우 교수의 <세상 물정의 사회학>을 추천해봐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2-29 15:15   좋아요 1 | URL
저는 조심스레 <지대넓얕>을 추천드립니다ㅎ
저는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는 듯해서 좋았어요.
정치,사회,경제 뿐만아니라 미술,철학,종교,과학 등까지 총망라하는 책이예요~^^

2015-12-29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9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지대넓얕 채사장의 신간이어서, 신간도 많이 소개되고 있던데, 나중에 괜찮으면 저도 한 번 읽어봐야 할까요.
오로라님,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2-30 13:40   좋아요 1 | URL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서 정치 경제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기본 틀을 세우기에 좋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답변이 너무 늦어버려서 죄송해요. 오늘은 햇볕이 좋네요.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5-12-3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많이 추워요.
오로라님,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살리미 2015-12-30 22:54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조선마술사> 보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춥지만 롯데월드타워 구경도 하고 재밌게 보내다 가요. 서니데이님도 굿밤 되세요^^

후애(厚愛) 2015-12-3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날씨가 풀렷다 하는데도 여전히 많이 춥네요.
늘 건강조심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5-12-31 19:26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 올한해 좋은 인연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 조심하시고요~ 좋은 책도 많이 많이 소개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뵈뵈 2016-01-05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살리미 2016-02-05 20:46   좋아요 0 | URL
제가 미처 댓글 확인을 못하고 이제서야 봤네요^^ 반갑습니다 뵈뵈님^^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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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우리 가족은 몽골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월드비전을 통해서 한 아이를 후원하게 된 것이다. 우연히도 그 아이는 우리 막내딸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우리가족을 닮아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간 몽골에 한번 가보자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배수아 작가의 알타이 체류기를 읽다보니 그녀의 알타이 경험이 굉장히 부러움에도 불구하고 내 몽골여행에 대한 의지는 점점 옅어져갔다. 아마도 내가 몽골에 간다면 그녀가 책에서 언급했던 `관광객`의 모습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프 차를 타고 알록달록 텐트와 플라스틱 야외 테이블을 놓고 요리사가 요리한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말이다. 아니 몽골 서북쪽 국경지대에 있는 알타이는 가보지도 못할 것이고 기껏해야 울란바토르 근처의 관광지나 돌아보고 말타기 체험이나 한 후 돌아오게 되겠지.

아 ㅠㅠ 그런 여행이라면 안가는게 좋겠어. 그보다 이 여행기를 읽는 게 훨씬 그곳을 잘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정기 후원금외에는 달리 마음 써주지 못한 아이에게 연말 선물금을 보냈다. 후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동이체로 경비가 빠져나가니 거의 잊고 지내다가 아이가 사진이나 그림을 보내 올때마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오히려 죄의식에 빠지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갑자기 그 아이가 떠올랐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여행경비에 비해서는 터무니 없이 작은 금액이지만 아이에게는 큰 선물이 될 테니까. Oyunerdene가 몽골의 자존심과 자연을 지키는 수호자로 자라길 바라며!


그러나 그렇게 마음을 접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상 속에서 자꾸만 허허벌판인 알타이-투바를 델(몽골 방한복)을 입고 거닐고, 말의 해골이 나뒹굴고 맹금류가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돌투성이 초원을 하염없이 걷는다. 아침에 자던 모습 그대로 부시시 일어나 씻지도 않고 밀크티를 마시고 하루종일 야크똥을 주우러 다닌다. 유목민의 양고기요리를 실컷 먹고 (작가는 채식주의자라 고기만 먹는 식단에 체하기도 하던데...) 내장과 정체불명의 부속물을 익혀 나눠 먹는다.(......고백하자면 이부분을 읽다가 저녁으로 양곱창을 먹으러 갔다. 먹으러 가면서도 나의 식성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긴 했지만 양곱창은.... 맛있었다 .... ㅠㅠ)
마테차를 한 그릇에 담아 하나의 스트롱으로 돌려 마시고, 말머리장식호궁을 연주하는 친구의 음악을 듣는다. 알타이의 냄새에 적응을 하고 유르테의 문지방은 절대로 밟지 않으며 초원의 적당한 장소를 찾아 볼일을 봐도 부끄럽지 않고 밤마다 하이트 맥주를 홀짝일 것이다. (놀랍게도 그곳에 파는 단 하나의 맥주가 하이트 맥주란다. 여행자들이 매일 매일 마시지만 어느 누구도 맛있다고는 하지 않는 맥주! 하이트 맥주의 영업력에 새삼 놀랐다. 하지만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 알타이-투바 여행을 누가 모집한다면 얼른 손들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ㅋ)
검은 호수 아일과 독수리 협곡을 내눈으로 직접 보고 싶고 마치 원령공주를 보는 것 같았던 `야크의 정령`을 몸소 느껴보고 싶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눈에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같았던 작가처럼...... 마치 거기 오래 살았던 유목민여인처럼, 스텝 초원의 혹독한 삶에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누르하치의 아내처럼 나도 그곳에 동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나를 지배했다.



#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이외에는 거의 가지지 않은 유목민의 특징은 비교하지 않는 가난이었다. 나는 그것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 유목민의 삶은 내가 이제까지 잘 알고 있던, 내가 내 이웃보다 돈이 없으므로, 그래서 내가 가난하다는 도시의 공식을 새처럼 훨훨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는 자연의 혹독함과 기후 변동이 유목민들의 삶을 너무나 피폐하게 만들어서 그들이 모두 어쩔수 없이 이러한 도시 변두리로 몰려와 구멍난 옷을 의식하며 살게 되는 날이 결코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 소망이 헛된 것임을 잘 알고는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상태란 없을 것이며, 또한 그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는 시대를 우리는 직접 체험하면서 살고 있다. 알타이에서 갈잔은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했다.
˝투바 유목민은 오늘 존재할 뿐이다. 다음 세대에 우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평선 아래로 저물어가는 민족이다. 보아라, 저기 태양이 진다.˝ (211쪽)


헬조선이라 불리는, 약자에게 너무나 불리한 저성장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유목민적인 마인드가 필요할 것이다. 소유하지 않고 정착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에 의지해 사는 삶.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들이 오래 오래 그들의 삶을 영위하길 바라지만 이미 문명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래서 갈잔의 말은 가슴아프다.


˝그리움만으로 나는 거의 알타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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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12-27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몽골요! 별에 압사당하는 느낌 받고 싶어요.

살리미 2015-12-27 01:37   좋아요 0 | URL
저도 위험할정도로 거친 자연속에 파묻혀보고 싶더라고요~ 실제로는 불편하고 무서울지도 모르겠지만요... 몽골은 어쩐지 친숙한 이미지도 많고.. 특히 책을 읽다보니까 예전에 할머니가 해주시던 말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거든요. 예를 들어 `문지방 밟지마라` 같은 거요. 제주도는 아무래도 몽골과 인연이 더 깊고, 그래서 금기사항에도 몽골의 영향이 깃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고기자리 2015-12-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골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허르헉을 먹어보고 싶고, 달궈진 돌을 만져보고 싶어지더라고요ㅎ 저도 채식 위주이긴 하지만 소화를 못 시키더라도 문화의 경험은 해보고 싶어요ㅎ 수태차도 마셔보고 싶은데 인도 영화를 볼 땐 짜이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었어요ㅋ 저는 왜 이런 게 궁금한지 모르겠지만요^^

때론 유목민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책 세계를 헤매며 정신적으로 정착하지 못 하는 사람으로 살듯이, 대지를 잠시 빌려 쓰는 사람으로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어서요.. 힘듦이나 수고로움 앞에선 사치스러운 말일지도 모르지만 지극히 겸손해짐과 동시에 정신적으로 충만한 느낌을 받을 것 같거든요. 작가의 경험도 부럽고,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오로라 님 좋은 일하시네요^^)

살리미 2015-12-27 11:11   좋아요 0 | URL
몽골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셨다면 물고기자리님도 분명 이 책 좋아하실거예요. 저도 유목민적인 삶을 꿈꾸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꿈이고... 현실은 거친 자연속에 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기도 했답니다. 근데 또 작가의 경험은 너무나 부러웠어요. 분명 알타이에 다녀온 이후의 작가는 많이 달라졌을거라고 생각해요. 첫 삼주간의 경험을 통해 이 책을 썼는데 그 후에도 두번이나 더 갔다오셨더라고요.

2015-12-27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별에 한번 압사당하고 싶네요... 배수아 님, 이제 월드 유목민이시네요.... 한 나라에서 1년씩 살기.. 이런 목표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부럽네요...

저 옛날에 지리산인가 그쪽 팬션에 한번 머문 적 있느느데 별이 참.... 많더군요. 그것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던... 반딧불이도 보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봅.. 그것 보고도 감동...

저는 인도보다는 몽골 가보고 싶습니다....

살리미 2015-12-27 16:2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월드유목민 배수아님이 제대로 찾아간거죠 ㅎㅎ
가야지! 하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실행력... 이게 유목민의 기본 조건인데 말이죠...저같이 이런 저런 끈들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이 땅에 묶여 살아야... 힝... ㅠㅠ

비로그인 2015-12-27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어항 밖을 동경했지만 어항 밖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커지네요.
그래도 늘 어항 밖이 궁금한 붕어랍니다.

살리미 2015-12-27 17:29   좋아요 1 | URL
누구나 자기가 있던 곳을 훌쩍 벗어나기는 쉬운 일은 아닌듯 해요. 하지만 용감하게 훌쩍 뛰어 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 의해 그곳의 이야기도 듣고 또 나도 나가볼까 하는 꿈을 꾸게 되는 거겠죠. 저도 늘 모험보다는 안정을 꿈꿔왔지만 어항밖이 항상 궁금해요^^

서니데이 2015-12-2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후원이라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해오셨군요, 잘 모르는 먼 나라의 누군가를 위한 나눔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좋아 보였습니다,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5-12-28 20:09   좋아요 1 | URL
더 좋은 일 하시는 분들 많은데 쑥스럽습니다. 딸아이가 원해서 하게 되었는데 가끔씩 후원아동에게서 편지나 사진이 오면 반갑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커요.
그래도 몽골이라고 하면 내 인연이 거기에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추위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고양이라디오 2015-12-3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에 뵈요~^^

살리미 2015-12-31 11:09   좋아요 0 | URL
벌써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날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ㅎ
올 한해 고양이라디오님 알게 되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내년에도 좋은 책 얘기 많이 들려주세요. 행복한 새해 맞으시고요^^

고양이라디오 2015-12-31 19:3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로라님을 알게 되서 좋았고 여러모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글을 읽고 오로라님이 참 글을 잘 쓰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네요ㅠ
요새 글 잘쓰시는 분 보면 참 부럽기만 하네요ㅠㅎㅎ

내년에도 함께 좋은 책 많이 읽어요^^

살리미 2015-12-31 19:45   좋아요 1 | URL
아니!! 연말에 이런 사이다같은 멘트를 날려주시다니!! 너무 좋아요 ㅎㅎㅎ
저는 올해 처음 이렇게 많은 글을 써본 것 같아요. 부족하지만 좋다고 칭찬해 주시는 이웃님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죠.
오래오래 책 얘기 함께 할 수 있도록 우리 같이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