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교토라는 이름에 끌려 읽게 되었다.
어딘가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한달은 살아보아야 가능하리라는 생각때문인지 요즘 `ㅇㅇ에서 한달 살기`가 유행처럼 된 듯한데 이 책도 출판기획편집자로서의 삶에 지친 서른살의 어느 날, 한달간의 휴가를 받고 교토로 건너간 저자의 책이었다.
나도 요즘 강하게 교토에서 한 한달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2008년도에 나온 책이라 유홍준 교수님의 일본답사기보다 먼저 나왔는데, 저자는 교수님의 답사기가 일본편이 없음을 아쉬워 한다 ㅎㅎ
총 열네편의 편지로 교토에서의 일상을 전해주는데,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가 전문가와 함께 떠나는 답사공부처럼 읽힌다면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일반 여행자의 시선이라서 둘의 비교가 너무 재밌었다.
예를 들면 덴류지 거기 정원은 한국의 갈빗집 정원 같아. 킨카쿠지는 금색 지붕 빼고 뭐 볼게 없어. 단체 관광 온 중국인들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대나무 숲엔 모기가 엄청 많아. 사진이랑 달라.... 일본의 인공적인 정원은 보다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어. ㅎㅎ 얄짤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말고 일본인들의 생활터전인 가모강변에서의 사색이나 한적한 `철학자의 길`을 맘껏 걸어보는 여유는 한달 체류자만이 가능한 일이라 읽는 내내 부러움이 밀려든다.
더구나 답사기엔 빠져 있는 맛있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원두의 향까지 느껴지는 듯 향기로웠다. 그러고보면 대학 다닐때 호텔 커피숍에서 잠깐 알바를 했었는데 그때 주로 일본인들이 이용하던 호텔이라 아침 일찍 다들 커피마시러 내려와 하루를 커피숍에서 시작하던 게 참 신기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원두는 상상도 못하고 맥스웰 커피에 설탕과 프리마를 적절히 배합하여 마셨는데 말이다 ㅎㅎ 그 쓴 커피를 아침이라고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내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네. 원두커피 없는 아침은 상상도 못하겠으니 말이다. 암튼 일본인들의 커피 사랑이란!
그리고 이 책에서의 또 하나의 수확은 우동집이다. 긴카쿠지에 있는 오멘이라는 우동집의 나다이오멘에 대한 저자의 칭찬이 인상적이라 한번 먹어보고 싶다. 가히 면요리의 통합챔피언이라 할만 하다니! 인터넷을 뒤져보니 지금도 성황리에 영업중이던데(주로 관광객이 많더라) 그렇게까지 맛있진 않았다는 평도 있었다. 과한 기대가 낳은 결과인가?
암튼 이 책은 나보다 먼저 여행한 친구가 보내주는 편지같은 느낌이라서 가볍게 읽을만하지만 여느 여행서적처럼 가벼운 정보만을 다룬 책은 아니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