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안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책은 해피북님과의 인연으로 읽게 되었다. 책을 본 순간,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책을 사랑하는 가난한 작가와 영국의 중고서점상 직원, 둘 사이에 오고가는 편지는 처음엔 책을 구해달라는 사무적인 편지에 불과했지만 점점 그들과 그들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감동을 전한다.
전쟁이 휩쓸고간 직후인 1949년도에 시작되는 편지는 그 후 20년동안 지속되는데, 편지를 읽는 동안 전쟁의 상흔에도 고고한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영국의 자존심과 배급을 받아야만 하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헬렌이 보내던 맞춤한 선물들이 내겐 의외의 감동이 되었다. 책이 왜 이따위냐고 호통을 치기도 하지만 더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헬렌과 무심한듯 우직하고 성실한 프랭크. 그들을 중심으로 녹아나는 사람의 향기!
그렇다. 별 스토리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눈물이 쏟아졌던 건 책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의 향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음을 알았다. 안소니 홉킨스 주연 영화라는데 아니 왜 내가 여태 몰랐지?
부랴부랴 영화를 찾아 보았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채링크로스 84번지와 마크스 서점을 볼 수 있단 생각에 두근두근하며.
영화는 책 내용을 너무나도 충실히 재연해 놓았다. 내가 좋았던 문장들 모두를 주인공들의 독백 대사로 들을 수 있었다. 다만 한국에서 번역된 제목이 <84번가의 연인>이란 점이 맘에 안들었다. 그래도 젠틀한 안소니 홉킨스와 프랭크의 부인 노라 역으로 출연한 주디 덴치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