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명한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드디어 읽었다!
역시나 인생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였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을 읽으니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모두는 곰스크로 가고 싶다. 왜? 그건 자세히 모른다. 그냥 절실한 꿈일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곰스크로 가는 여정에는 제동이 걸린다.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딸린 식구들도 늘어간다. 가장 큰 방해자는 아내다. 곰스크로 가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을 뿐더러 쓸데없는 안락의자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느라 어렵게 구한 차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만다. 아이들까지 생겨나니 이제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일상이 안정될수록 나의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나는 읽다보니 주인공 `나`도 물론이지만 `나`의 방해자로 여겨지는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내는 애초에 곰스크로 가는 게 꿈은 아니었을것이다. 남편의 꿈에 동승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나`처럼 간절할 리가 없다. `꿈`에 간절하지 않은 아내는 `현실`을 본다. 잠깐 내린 기차에서 주인공 `나`의 손을 붙잡고 경치를 감상한다. 그러다 기차를 놓치더라도 `나`처럼 아쉽지는 않다. 지금 머물고 있는 이 곳을 좀 더 살기 좋게 꾸미고 싶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웃들과 잘 지내고 싶다. 그렇게 곰스크로 가겠다는 꿈을 잊고 `현실`에 충실한 아내가 못마땅하여 `나`는 자주 화를 내고 점점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에 기꺼이 곰스크로 가려는 남편을 이해한다. 다만 남편이 지금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 댓가로 `안락의자`를 받아온다. 안락의자는 아내의 노력의 결실이다. 비록 남편이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렇기때문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탈 때 그것을 꼭 가지고 가겠다고 고집했던 것이다.
결국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고는 기차에서 내려야 했던 내가 ˝정말 아이를 가진거야?˝ 하고 물었을때 아내의 대답이 너무 슬펐다.
˝당신은 곰스크 외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잖아요. 언제나 철길만 바라보았고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러지 않았다면 벌써 알아차렸을 거예요.˝


우리는 현실에 발목잡혀서 꿈을 잊고 살기도 하고, 꿈만 쫓다가 현실을 돌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은 꿈을 향해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내내 비관하기도 한다. 나도 인생을 살면서 내가 곰스크로 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내내 남탓을 해온 것 같다. ㅇㅇ때문에... ㅇㅇ때문에...
그런 내게 `아내`가 아프게 말했다.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거죠?˝

그렇다. 그 모든 순간마다 내가 내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곰스크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건 나쁘고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다.˝

주인공 `나`는 아직도 다락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꿈에 대해 생각해본다.
남편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어떤지 얘기해보았다. 나는 비록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인생이란 살만한 것이었다, 그러니 행복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더니 남편은 어쩔수 없이 현실에 안주하긴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서 끝까지 아쉬웠다는 이야기로 읽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자주 `아내`의 입장에 빙의해서 주인공 `나`에게 분개했던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현실주의자`에 가까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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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3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맛있는 저녁 드시고요.^^

살리미 2016-01-03 18:51   좋아요 1 | URL
네.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2016-01-03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1-04 22:38   좋아요 1 | URL
네^^ 새 해 첫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라 또 마음가짐이 새로웠던 하루였어요. 서니데이님도 알차게 잘 보내셨죠?? 오늘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또 편안한 날 맞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