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김영하의 산문집 삼부작 시리즈 <보다> <말하다>에 이어 나온 <읽다>는 읽는 행위에 대한 내 궁금증에 많은 답을 해주었다. 세 작품 중 이 책이 가장 재밌었는데 아마도 그건 내가 보고 말하고 읽는 행위 중에 읽는 행위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인 듯 하다.

독서는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어 놓기 때문에. 비평가 해럴드 블룸이 그랬다듯,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나도 독서를 통해 이런 경험들을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다`고 말하기가 두려워졌다. 그리고 주변의 `확신`에 찬 친구들을 보며 의아해졌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저렇게 확신하는가. 리어왕은 말했다.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자 누구냐?˝


독자는 소설의 첫 장을 펼치면서 `길`을 찾는다. 이 소설은 어떤 소설이고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는것인가. 오르한 파묵은 이런 과정을 `중심부 찾기`로 표현했다고 한다. 소설에 감춰진 중심부가 있고, 바로 그것 때문에 독자는 소설 속의 모든 요소들을 마치 주의깊은 사냥꾼처럼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독서를 시작하면서 ˝나는 왜 중심부를 찾는 능력이 없는가˝를 심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평론가들은 제외하더라도 알라딘 리뷰만 읽어보아도 멋지게 해석한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나는 그저 읽을 따름이지 그 속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그런 척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메모하면서 구조를 파악하려고도 해봤고, 평론가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김영하는 플로베르를 인용한다. 플로베르는 `거의 아무런 주제도 없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스타일의 내적인 힘만으로` 우뚝 선 한권의 책. 사람들이 스타일에 집중하도록 이야기는 단순하게. 그렇게 마담 보바리를 썼다는 것이다. 오히려 독자들이 `감춰진 중심부`에 도달할 수 없도록 엉뚱한 방향으로 유인한다. 시점을 자주 이동시키고, 과감한 생략을 하고, 로맨스에 꼭 필요하지 않을 여러 인물을 등장시킨다. 중심부를 찾던 독자는 헤매다가 ˝뭐야, 이게 끝이야?˝ 하고 허탈하게 끝나게 된다. 플로베르는 중심부가 아니라 독자가 중심부에 다다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좋은 독서란 한편의 소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게 아니란다. 오히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좋게 헤매는 경험을 하라! ˝아 왠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어. 인물들은 생생하고, 사건들은 흥미롭고, 읽는 내내 정말 흥분되더군. 주인공은 지난밤 꿈에도 나왔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이 대목에서 정말 위안을 얻었다!
헤매는게 정답이란다. 아니 정답일 것까지는 없지만 그렇게 그냥 헤매도 된단다. 중심부따위 못찾으면 어떤가? 애초에 똑똑한 체 하려고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책을 읽고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고 그런 경험이 내 속에 한겹 한겹 쌓인 것으로 이미 충분한데. 괜히 이런 저런 의미를 찾지말자. 아~ 왠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아^^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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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12-25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올려주신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12-25 14:43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도 메리 크리스마스요~~~

서니데이 2015-12-2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살리미 2015-12-25 15:31   좋아요 0 | URL
네~^^ 서니데이님도 잘 보내고 계시죠? ㅎㅎ

림스네 2015-12-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김영하 작가를 좋아해서 세번째 시리즈 이 책을 예약본으로 받았어요. 예약본은 저자 친필 사인이 있어서 의미가 있네요. 밀린 책 읽느라 아직 못읽고 있는데 조만간 읽으려구요. 새해 첫책으로 읽어볼까 싶습니다.

살리미 2015-12-25 21:52   좋아요 0 | URL
저도 사인본 소장입니다^^ 김영하 작가 쿨하게 다른 멘트도 없이 사인만 떠억 ㅋㅋㅋ
저도 다른 책들 읽느라 계속 미뤄두다가 문득 생각나 펼쳤답니다.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새해 첫 책으로 읽기 좋을 것 같네요.

린다 2015-12-2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의미를 꼭 정확히 파악하는것보다 그걸 찾으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게 마음에 와닿네요ㅎㅎ 오늘도 좋은 하누 되세요~~^^

살리미 2015-12-25 22:05   좋아요 1 | URL
린다짱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린다짱님도 책을 읽는 그 자체로 즐거움을 찾으셨음 좋겠어요. 저도 많이 위로가 되었답니다^^

cyrus 2015-12-25 2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해석하려고 시도하면 독서의 흥미가 떨어질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감상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로라님은 그 감정을 진솔하게, 꾸밈없이 글로 표현해요. 저는 이런 글이 좋고, 이런 방식으로 쓰고 싶어요. 말이야 쉽지 막상 써보면 어려워요. ^^

살리미 2015-12-26 10:23   좋아요 0 | URL
우왕~~~~힘이 나는 말씀 감사합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일년 보내다보니까 책을 읽으면서 막 해석하고 분석하려는 저를 가끔 보게되더라고요. 글을 쓰려고 하면 아무래도 생각도 정리를 좀 해야하고요. 근데 그러면 더 글이 잘 안써지고 이상한 글이 되요 ㅠㅠ 점차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신경이 쓰여서 그랬나봅니다.
그런 경험도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도 맞는거 같은데 말씀하신 것처럼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글을 쓰다가 아? 이게 아닌데? 한 적이 있었거든요.
앞으로 제 스타일?? ㅋㅋ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책 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독서를 할게요^^ 비록 출구를 못찾는다 하더라도요 ~~ ㅎㅎ

물고기자리 2015-12-26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기와 쓰기는 자신을 위할 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싶어요. 어떤 책에선 기분 좋게 헤매는 경험을 하고, 또 다른 책에선 찾고 싶었던 것을 발견하는(그렇다고 착각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전문적인 서평가나 비평가의 글이 아닌 다음엔 자신에게 충실한 글일수록 잘 읽히고 좋더라고요.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카메라 너머의 시청자를 의식할수록 공감하기 어렵듯이 인정받기 위해 쓴 글보단 자신밖에 볼 수 없는, 고유한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 글들이 좋아요. 책과 어느 한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글이요.. 요즘은 서평이나 비평을 흉내 낸 글들이 많아 되려 식상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오로라 님의 글은 오로라 님만의 개성이 있어서 좋아요^^ 이성적인 사고를 하시면서도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내면을 지니신 분 같거든요ㅎ

살리미 2015-12-26 12:55   좋아요 1 | URL
하아....ㅎㅎ 제가 너무 옆구리찔러 절받는 느낌이.... 그래도 칭찬은 사람을 춤추게 합니다^^
알라딘 이웃님들도 다들 글의 개성이 강하시죠. 읽어만 봐도 누가 쓴 글인지 한눈에 알아볼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글들 읽다보면 고유한 그 사람만의 개성이 부럽고 닮고 싶었나봐요. 뭐... 그리 심각했던 건 아니고... 가끔씩 자존감이 낮아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ㅎㅎ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쓰다가 어라? 이건 내 스탈이 아닌데? 하고 지워버린 것들이 있었어요. ㅎㅎㅎ
아직 생짜 초보가 이런 소리 배부른거 같아요. 좀 더 많이 읽고 재밌게 읽고 넓게 두리번거릴랍니다 ㅎㅎ 책이란게 읽을수록 어렵고 심오하고 깊고 넓어서 말이지요 ㅋ

물고기자리 2015-12-26 13:21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런 면이 있죠. 그래서 전 리뷰 쓰기 전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지 않게 돼요. 특히 제가 쓰려는 책의 리뷰는요^^ 내 생각이 아닌데 내 생각처럼 착각하게 될까 봐서요ㅎ

그리고 아무리 매끄럽고 좋은 글이라도(많이 써본 글이라도) 인생을 글로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깊은 인상이 남질 않더라고요. 경험이 쌓인 사람들의 글은 소박해도 잔상이 남는 게 있어요. 그래서 읽기와 쓰기엔 무엇보다도 경험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책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실제 삶의 경험요. 오로라 님의 글에도 (표현하진 않으시더라도) 삶의 다양한 경험이 묻어 나오니 개성 있는, 좋은 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옆구리를 찌르셔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ㅋ

살리미 2015-12-26 13:34   좋아요 2 | URL
아, 물고기자리님만의 개성은 그런 노력에서 나온 것이었군요. (저는 물고기자리님의 문학적 감수성도 대단히 부럽답니다^^ 지난번 순수박물관 리뷰를 읽고서도 질투와 흠모의 감정이 ㅎㅎㅎㅎ) 저는 책을 읽고 나면 북플에서 어떤 리뷰들이 올라왔나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나 궁금하기도 하고 마치 독서토론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괜히 소심병에 빠지기나 하면서 말이지요 ㅎㅎ 말씀처럼 내 생각이 아닌데 내 생각처럼 착각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명심하겠습니다!!

물고기자리 2015-12-26 13:48   좋아요 2 | URL
저는 숲을 보는 능력, 이성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제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거든요.. / 설마 저야말로 오로라 님의 옆구리를 찌른 건 아니겠지요?ㅎ 즐독하시며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해피북 2015-12-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빨리 읽어야 할 것 같아요 ㅋ. 저도 책 읽을때면 어떤 의미와 의도를 찾아내려 무지 노력하고 궁금해하고 또 내 생각이 틀린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고 했는데...그런 과정 자체를 의도한 것이었다니. 알게 모르게 위안이 되네요 ㅎㅎ 그러고보면..학교에서 권장독서라고 내주고 핵심이나 사건 등장인물 관계도를 알아오라던 숙제들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 느끼게되요. 그런 시스템에 길들여져 중심부 찾지 못하면 잘 읽지 못한거 마냥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ㅎㅎ

살리미 2015-12-26 14:22   좋아요 0 | URL
정말 맞아요, 해피북님. 저도 오랫동안 독서가 수단이 되는 생활을 했거든요. 학교 공부를 위해서라거나 인생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거나 하는 불손한 시선으로 책을 대한거죠. 그래서 순수하게 즐기지 못한 면도 많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만 제대로 읽은 것이라 느끼는 강박도 생겨났나봐요. 돌아보니 제가 독서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낀 시간이 길지 않더라고요 ㅎㅎ 이젠 좀 즐기는 독서를 해야겠어요.

고양이라디오 2015-12-31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심부 찾기` 라는 말 참 와닿네요ㅎ 저도 소설을 읽다보면 `중심부`를 찾고 싶은 욕망때문에 오히려 소설 감상이 저하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소설을 읽을 때는 그런 부담없이 즐겁게 읽는데, 간혹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는 작가의 의도나 주제를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ㅎ

제겐 <이방인>과 <좀머씨 이야기>가 `중심부` 를 찾지 못하고 헤맸던 책들이었습니다. 해석하려는 시도, 이해하려는 시도없이 읽으면 더 잘 감상할 수 있을까요ㅎ?

사실 전 그 작품에 몰입이 안될 때는 보통 작가나 감독 탓을 하지 제 탓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ㅠㅋ 작품 그 자체로 재미있으면 해석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순수하게 감상하게 되는 것 같고, 재미가 없으면 자꾸 해석하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요ㅎ


살리미 2015-12-31 11:18   좋아요 1 | URL
김영하 작가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라는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었어요. 김영하 작가의 글에서는 짧게 인용된 부분만 봤는데 다른 알라딘 이웃님 글에서 중심부 찾기에 대한 파묵의 생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중심부라는 것을 모든 소설가들이 자기 작품속에 배치하긴 하겠지만 그것을 찾는 것보다 그걸 찾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랜 습관때문에 아직은 문학작품을 순수하게 즐기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앞으로는 무얼 찾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좀 더 다양하게 즐겨보려고 해요^^

고양이라디오 2015-12-31 19:33   좋아요 0 | URL
네~^^ 찾는 것 자체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라는 말 참 좋은 말이네요ㅎ

미리 새해 인사 드리고 갑니다.
해피 뉴 이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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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의 첫 기억은 대학 일학년때 지리학 교수님과 함께 했던 것이다. 우리는 사회교육과여서 전공수업으로 지리도 들어야 했는데 지리학강의 끝에 답사여행이 있었던 거다. 당시엔 여행이란 경험도 별로 없었던 때고 더군다나 답사여행이란 것은 처음이라 그때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 인생에 여행이란 것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깊이 새기게 된 경험이었다.

전라남도 순천의 낙안읍성으로 답사를 갔는데 지금은 낙안읍성 민속마을이라고 조성이 잘 되어있지만 그 당시는 그저 초가집 기와집들이 있는 시골 마을이었다. 아마도 민속마을을 조성하려고 곳곳에 공사중이었던 듯 하다. 여행이란 관광지로 잘 개발된 곳을 다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배낭하나 달랑 메고 시골길을 누비며 한국의 가옥형태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경험이 너무 뿌듯했다. 그저 그런 골목길, 그저 그런 돌장식, 그저 그런 가옥의 배치속에 다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역사가 있다니. 그때 처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건 예전과 다르다`라는 말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내가 본격적으로 답사여행을 다니기 시작한것은 결혼을 하고 대전으로 이사를 하고서부터다. 사회 시간에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라고 배우고 외웠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몸소 느낀 것이다. 일단 생소했던 충청도 지방 이곳 저곳을 둘러보러 다녔고 국토의 중앙에 있는 탓에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까지 맘만 먹으면 당일 여행도 가능했다. 그러니 주말마다 어린 아기들을 끌고 남편이랑 둘이서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다행히 남편도 답사여행 마니아 ㅎㅎ)
1993년 유홍준 교수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세상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불지른 답사여행의 한을 그때 다 푼 것이다. 책에 나오는 곳도 가보고 무작정 길을 가다가 문화재 안내판이 있으면 들러보기도 했다. 그땐 네비도 없던 때라 지도를 열심히 읽어가며 돌아다녀서 전국의 도로망을 속속들이 꽤뚫게 된것이 부수적으로 얻은 수확이다ㅎㅎ. 길이 아직 없어서 고생한 적도 있고, 힘들게 갔는데 아직 공개를 안하고 공사중인 곳이어서 실망한 적도 있지만 그땐 목적지가 따로 있었던 여행길에서도 가는 길에 나타나는 문화유적 표지판만 보면 자꾸만 샛길로 빠지곤 했고 그 유적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마치 내가 발견하기라도 한 것 같은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땐 아이들도 어릴 때라 데리고 다니는게 심히 고생스럽기도 했고 무슨 정신에 그렇게 애들을 끌고 다녔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의 거의 대부분의 추억들이 그 시절 답사여행에서 생긴 것이다.
지금도 뿌듯한 기억중 하나는 익산 여행중에 찾아갔던 왕궁리 5층 석탑이다. 당시 막 유물을 발굴하던 중이라 발굴터에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지 않았는데 우리 가족이 하도 관심있게 기웃거리니까 관계자분께서 직접 발굴한 유물들을 보여주시고 그곳 화장실터 발굴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신라시대 화장실터라니! 그땐 저런 막대기로 뒤처리를 했다니! 말씀해주시는 게 모두 신기하고 놀라웠는데 그런 곳이 이제는 백제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니 마치 내가 발굴해 낸것 같은 답사여행의 뿌듯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바다만 보며 살아온 내게 생경하면서도 나를 사로잡은 풍경은 산과 어우러져 휘돌아 흐르는 강의 풍경과 그 강변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마을의 풍경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남한강을 따라 여행하는 답사여행기는 울림을 주는 장면이 많았다. 영월, 충주, 단양, 제천등은 실제로 가보았을때도 강변의 풍경에 넋을 놓았던 곳들인데 그런 곳을 유홍준 교수님의 가이드와 함께 하니 그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다. 원래 강물은 직선으로 흐를 때보다 곡선을 이루며 휘어져 돌아 갈때가 아름다운 법이라는데 4대강 사업이후 강변 풍광이 어떻게 변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쉬운 부분이다. 작년 여름엔 춘천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아주 잘 정비된 `4대강 종주 한강 자전거길`을 보았다. 애들은 자전거 타기 좋겠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유홍준 교수가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천연스런 모래톱이 반듯한 고수부지로 정비되고 곧게 뻗은 자전거길이 나있는 모습들이 나는 그렇게 좋아보이지만은 않더라. 여름이었는데 주변에 나무 하나 없는 땡볕에 자전거 타고 달리다 일사병에 걸리지 않을까 싶고.


우리 가족은 2006년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했고 남편은 승진을 할 수록 더욱 바빠져서 주말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교통체증도 심해서 주말 여행을 떠나기는 힘들어졌다. 지금은 애들도 바빠서 여행이라도 한번 가려면 오만가지를 고려해야 겨우 떠날 수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한번 가는 길에 더 욕심을 내서 이것 저것 보려고 한다. 이제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불만을 표시한다. 대체 볼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중간에 딴길로 새는지 답답한 것이다. 특히나 아무것도 없는 절터, 폐사지에 갈때면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시위를 하기도 하는데 책에서 유홍준 교수님이 남한강변 폐사지에 대해 쓰신 글을 보며 너희도 언젠가 그 깊은 뜻을 이해할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웃음이 났다.

사실 나도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빈 절터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난감했었다. 의외로 우리 국토엔 ㅇㅇ사터가 많고 찾아가보면 옛 절터와 탑, 승탑, 탑비가 외롭게 우두커니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 볼 것 없는 곳에 몇번을 가보다보니 비로소 폐사지를 찾는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처음 감동을 느꼈던 곳은 경주의 감은사터에서였다.
지금은 텅 비어 흔적만 남은 그 곳을 보다보면 `머릿속은 무엇에 빨려가듯 텅비고 마음은 넓게 열리는(342쪽)`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로소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러 가는 그 느낌을 이해 한다. 그 곳에 어떤 세상이 있었을지 상상해보게 되고 그 시간의 흐름이 내 몸을 통과하는 동안 이 찰나의 순간에서 바둥거리는 내 한심함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랄까.

# 그래서 `나는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고 권했는데 정호승 시인은 <폐사지처럼 산다>라는 시에서 아예 폐사지에 살듯 하라고 했다.

요즘 어떻게 사느냐고 묻지마라
폐사지처럼 산다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묻지마라
폐사지에 쓰러진 탑을 일으켜세우며 산다 (중략)

폐사지에서 일어나는 정서가 이렇게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이유는 뭘까? 더 큰 슬픔을 만날 때 슬픔이 저절로 사라지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상이 <날개>에서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라고 한 말이 이런 것인가? 아무도 가르쳐준 일 없는 불가의 공(空)개념이 저절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342쪽)



이 책을 읽으며 답사여행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또다시 일정을 이리 저리 짜서 답사여행을 가봐야겠다는 결심도 굳게 섰다. 가는길에 보이는 폐사지터에 들르면 다시 한번 정호승 시인의 시도 떠올려보고 마을의 소박한 풍경에도 눈길을 한번 더 줄 것이다. 유홍준 교수님은 언제나 내 여행의 든든한 가이드이시다^^ 게다가 다음편은 수도권 답사기라니 가깝고 얼마나 좋은가!! 또 다음 답사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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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2-2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 답사여행에 저도 끼고 싶어지네요 ㅎㅎ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떠나지 않는 여행도 좋아해서 ㅋ 많이 돌아보지는 못 했어요. 전남도 안 가본곳이 많은데...


살리미 2015-12-24 14:34   좋아요 0 | URL
ㅎㅎ 떠나지 않는 여행이라... 저도 지금은 그 여행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길떠나면 고행길이긴 한데 그렇게 땀흘려 보았던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듯 해요.

물고기자리 2015-12-2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폐사지에 대한 인용이 참 좋아요. 제 마음에 쌓고 쌓은 공허한 탑을 부수고 진짜 봐야 할 것만 보고 싶어지네요.. 글이 참 좋아요ㅎ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도 어느 정도는 풍화되어야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깎이고 무너질수록 말이죠.. 그런 면에선 나이 듦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며칠만 있으면 새해이지만 반갑게 맞이해야 할까 봐요^^

살리미 2015-12-24 14: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답사기 읽으며 폐사지에 대한 글이 참 와닿았어요. 저도 여행 초기엔 이런 절터에서 무엇을 보려고 내가 여기까지 고생하며 왔나.. 투덜거리기 일쑤였는데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그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서요. 아무것도 없는 풍경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거죠. 나이가 들 수록 몸이 더 건강해서 계속 여기저기 누비고 다닐수 있으면 좋을텐데.... 새해엔 더 열심히 건강도 챙겨야겠어요^^

cyrus 2015-12-2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아이들이 다 자란 뒤에 절터를 볼 수 있도록 관리 보존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관리를 소홀히 하면 십 년도 못 갑니다.

살리미 2015-12-24 21:29   좋아요 0 | URL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는 너무 방치되어서 문제, 잘 알려진 유적지는 너무 과하게 치장해놔서 문제, 적정선을 지키기가 어려운가봅니다.

림스네 2015-12-2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문화유산 답사 시리즈 저두 열심히 모으고 있답니다.
대전에 있을 때 여기저기 답사다닐 기회였겠네요. 서울에서는 중부든 남부든 큰 맘 먹어야 하니깐요.
우린 전쟁을 거친 나라라 빈 절터가 많을 수밖에 없나봅니다. 아쉬운 일이죠

살리미 2015-12-25 21:5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대전은 교통이 편리하더라고요~ 답사여행 다니며 우리는 정말 사찰 유적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폐사지든 유물 유적이든 자연경관이든 뭐든지 잘 보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답사기 읽으면서도 특히 4대강 사업으로 휑뎅그렁해진 강변 풍경때문에 맘이 아프더군요.

해피북 2015-12-2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로라님^^ 진짜 멋진 추억들이 한가득이예요. 특히 왕궁리 5층 석탑에 대한 추억담이 인상적이며 뭉클했어요. 저는 늘 유홍준 교수님 책 읽으면 그때뿐이고, 실제 경주에 갔을때는 그 부분을 읽지 못해서 아쉬워만 했던 경험 뿐이였는데요. 지금행복하자님 말씀처럼 저도 끼고싶어지는 추억담이었습니다 ㅎㅎ

살리미 2015-12-26 14:54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도 제게는 그 때 어린 애들 안고 끌고 다녔던 답사여행이 가장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ㅎㅎ 오히려 애들은 어려서부터 하도 빡세게 돌아다니는 여행을 해서 그런지 지금은 휴양지에 바로 가서 아무데도 돌아다니지 않고 유유자적 놀고 즐기는 여행을 원해요 ㅎㅎ
지금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읽고 있는데, 이 책 읽다보니 또 여행병이 도지네요^^ 몽골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알타이는 무리더라도 울란바토르라도..... 자꾸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와요 ㅎㅎㅎ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나는 얼른 만화를 사서 읽어보았다.

고레에다 감독이 만드는 영화라면 분명히 내 취향일 것이므로.

그리고 왜 그가 이 만화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이 시리즈 여섯권을 읽으며 난 자연스럽게 요시다 아키미의 팬이 되었고, 감독의 선택이 너무나 이해되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매들을 영화에 어떻게 담아내었을지, 분명히 실망스럽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아쉽게도 집 근처 영화관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핑계김에 딸과 서울 나들이를 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가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서점에 들렀다 오는게 오늘의 코스.

 

영화관에는 오전시간이라 그런지 의외로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팬들이 가득있었다. 할머니들이 영화가 시작되기전 소녀들처럼 소곤소곤 거리며 군것질하는 모습에 딸과 나는 웃음이 났다.

 "꼭 일본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들 같다. 엄마도 곧 저렇게 보이려나? ㅎㅎ"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원작을 보면서 영화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고 빠지게 될까 고민(?)해 보곤 했는데

역시나 감독은 자매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혀 어색하거나 섭섭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배열해놓았다.

무엇보다 네 여배우를 한 영화에 출연시킨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는데 배우들이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빛났다. 화장 안한 맨 얼굴과 얼굴에 패인 자연스런 주름도 너무 너무 너~~~무 예쁘다. 이렇게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니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라면 단역으로라도 줄을 서는 거다.

카마쿠라의 네 자매가 사는 오래된 집도 영화에서 보니 더 매력있었다. 추억을 가득가득 담아서 '많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느낌'의 집! 역시 고레에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집과 마을길과 골목풍경들을 예쁘게 담아낼줄 아는 감독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카마쿠라에 가보고 싶어졌다.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줘요~~)

집과 집 사이로 난 철길, 분홍빛 벚꽃 터널, 바다 전망의 식당, 바다위에서의 불꽃놀이...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고레에다의 영화 속에서는 문득, 일상이 아름다워진다.

확실히 영화 속에서는 장례식 장면도 많고 죽음의 이미지가 있지만 고레에다가 늘 그렇듯 그 죽음은 소멸의 이미지가 아니라 죽음 이후 살아남은,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미지다. 철없는 어른들보다 더 성숙해버린 아이들이지만 어느새 삶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어있기에 영화는 슬픔의 이미지가 아니라 시종일관 밝고 행복한 분위기다.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거지? 나는 주책처럼 엄청 눈물을 쏟았다. 왜...이렇게 행복한데...눈물이 나는거야...)

문득 딸에게 저런 언니들을 만들어 주지 못한게 미안해진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스즈에게 그저 "고마워" 한마디만으로도 용기를 주는 든든한 언니들.  앞으로 우리 딸의 인생에도 혈육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든든하고  멋진 언니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딸은 어떻게 영화를 보았을까 걱정했는데 (극장안에 젊은 관객은 거의 없었으므로 ㅠㅠ)

'이렇게 좋은 영화를 왜 많이 상영을 안하는거야?' 한다. 자기는 이런 따뜻한 영화가 좋다고. 배우들도 너무너무 예쁘고.

그래, 저런 아름다움은 외면만을 가꾼 아름다움은 아닌거 같지? 자기 삶을 사랑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름다움인 것 같아. 딸과 함께 이런 얘기 하면서 걷는 시간도 소중했다.

 

 

 나오는 길에 너무 예쁜 어린왕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영화관에서 우리 앞에 앉았던 할머니들은 오늘 <어린왕자>까지 보고 가신다던데 ㅎㅎ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는 딸에게 서점에서 자서 어린왕자 컬러링북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딸이 정성껏 색칠 해 놓은 그림을 보고 눈물이 또 왈칵...

자기는 다시 태어나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며 살고 싶다는 말에...

그런데도 꿈은 접어두고 이제껏 공부한다고 너무 애쓴 딸을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짠해 진다.

 

저렇게 명암을 넣어가며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덧칠해가며 공을 들여 색칠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대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다.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며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S. 이 글 작성하려고 서재에 들어와보니 2015 서재의 달인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연말을 맞아 너무나도 뜻깊은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2015년은 제가  알라딘 서재에서 정말 즐겁게 보낸 한 해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아요.

     부족한 저의 글 읽어주시고 칭찬해 주시고 힘을 주신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더욱 열심히 책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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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23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줏대가 없으니...항복...두손들었어요 ㅎㅎ.
이 영화의 원작을 읽으며 분명 미묘하고 섬세한 표정을 담아내기 힘들꺼라 생각하고 영화는 보지 않을꺼야하고 생각 했는데..오로라님 글 읽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느껴져요. 제가 아직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잘모르는 탓이겠죠? 이참에 원작을 찾아 읽고 영화도 봐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딸을 생각하시는 오로라님 마음이 뭉클..마치 `고양이의 보은`에 등장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같아요 ㅎ
그리고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살리미 2015-12-23 21:26   좋아요 1 | URL
제가 워낙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해서 애정 가득한 눈으로 봤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사실 저도 첨엔 저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전혀 원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영화 나름의 완성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원작에서 보았던 그 풍경들이 눈 앞에 막 생생하게 살아나서 펼쳐지니까 슬픈 장면도 아닌데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답니다.
서재의 달인은 해피북님처럼 멋진 이웃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죠 ㅎㅎ. 저도 감사드립니다^^

달팽이개미 2015-12-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짝짝짝!!!! ㅎㅎㅎ 제가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는 정말이지 넘넘 기다렸던 영화를 보고 오신 특별한 오늘이네요~~ㅋㅋ마침 오늘 4권을 읽은터라 그대로 감정이입이 되어서는 마치 제가 영화를 보고온냥 행복하게 리뷰를 읽었답니다~~~ㅎㅎ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더더더 듣고 싶은데, 리뷰가 마지막 문장을 향해가는 것도 아쉬웠어요~ㅋ-ㅋ 많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느낌의 집!!아~~제가 1권에서 꼽았던 명문장이었는데, 이렇게 콕 찝어 적어주시다니~~맞아요! 이 만화는 이 문장으로부터 모든게 술술 풀려나가는 느낌이에요 ㅎㅎ카마쿠라 여행상품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게됐다는요 ㅋㅋ 역시 고레에다 감독님,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문득 아름다워지는 일상으로 만드는 마술..오로라님이 쏟으셨던 눈물의 의미를 알것만 같아요~~^^ 민낯의 예쁜 배우들~~제가 좋아하는 아야세 하루카의 모습이 어땠을지도 넘 궁금해요~~ㅋㅋ 모녀의 아름다운 데이트~~~좋은 날 행복한 리뷰 적어주셔서 고맙습니다! ㅋ-ㅋ

살리미 2015-12-23 21:33   좋아요 1 | URL
달팽이개미님도 이 영화 기다리고 계셨군요^^ 영화 얘기를 마구 마구 더 하고 싶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참느라 애썼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보다보니 이 영화에서도 감독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고요, 그런 점이 더욱 매력적인 영화에요. 사람과 가족과 일상을 너무 아름답게 그릴 줄 아는 감독이에요. 고레에다 장르를 개척하신듯^^
사실 개봉전 예고편을 보면서는 아야세 하루카가 원작과는 달리 긴 머리 스타일로 나와서 어떤 느낌일런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왠욜~ 단연 이 영화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제껏 보아온 그 어떤 아야세 하루카보다 훨씬 아름답고 단아하고 강단있는 첫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들 몸매도 얼마나 이쁜지... 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ㅎㅎ

달팽이개미 2015-12-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레에다 장르 개척에 엄지척요!!ㅎㅎ 그 어떤 아야세 하루카보다 아름다웠군요...ㅎㅎ매력적인 이 영화를 언제 보게 될런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문득 보며 행복해할 영화 한편을 주머니 속에 간직한 느낌이에요^^*

살리미 2015-12-23 21:52   좋아요 1 | URL
네. 일상이라는 게 이렇게 빛나는 건지,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나 반전이 없는데도 이렇게 멋진 영화가 될 수 있는건지... 우리 같이 찬양합시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2-23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안 보려고 했는데.... 어떻해요 ㅎㅎㅎ 보고 싶어져버렸잖아요~~ ㅎㅎㅎㅎㅎㅎ

살리미 2015-12-23 21:5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굳은 의지의 댓글을 읽긴 했는데.... ㅎㅎㅎㅎㅎㅎ
여배우들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ㅋㅋㅋ
사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좀 실망스러웠던 작품중에 <자학의 시>란 작품이 있어요. 그것도 만화는 너무너무 좋은데 왠지 그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영화화 한 걸 보면 오그라들면서 좀 참기 힘들어지더라고요. 그건 워낙 캐릭터가 쎄서 그렇기도 하지만 ㅋ
암튼 제가 보기엔 전혀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가 배우탓인지 감독의 연출탓인지 아주 훌륭하더라고요^^
 
물에 잠긴 아버지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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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작가는 한국 문단의 어르신 같은 존재이지만 나는 사실 그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글을 읽어보진 못했다. 내게는 오히려 그의 딸 한강 작가가 더욱 친숙하다.
한승원 작가는 올해 77세가 되셨다는데 희수를 잘 넘기라는 아들 딸들의 효의지로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한다. 원로작가들이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멋있기도 하지만 확실히 삶에 대해 깊은 안목을 가지게 되는 만큼 더욱 좋은 작품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은 비극의 땅 유치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주눅이 든 채 자투리 인간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남로당원` 이었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린다. 실제 작가의 고향인 전남 장흥의 유치면 일대는 한국전쟁이후 `모스크바`라고 불리던 곳으로 북으로 가지 못한 남로당원들이 이 골짜기를 접수하고 토벌대와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십년전 장흥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겼다.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아버지 김오현이 시인 아들 김칠남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며 아들에게 들려주는 자신의 삶 이야기가 소설의 기본 서사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칠남은 시를 쓸때는 낭만적인 감성의 식물성 아나키스트가 되고 소설을 쓸때는 이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조명하는 도깨비적인 동물성 아나키스트가 된다. 희망버스의 승객이 되기도 하고 촛불 시위를 하다가 물대포를 맞아보기도 하고, 강정마을에서 농성도 해 보았고, 세월호가 가라 앉은 다음 진도의 항구와 서울광장에서 밤을 새워보기도 했다.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지만 밟혀 죽거나 깨질 줄 알면서도 인간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싶다는 자존감때문에 울부짖으며 덤비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김오현은 남로당 골수분자 김동수의 아들로 토벌대에게 할머니와 어머니 네 형들이 모두 몰살당하고 할아버지가 원수들에게 무릎꿇고 빌어서 살려낸 유일한 핏줄이었다.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김씨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일생의 업이 되었고 살림살이를 거덜내고 서울로 올라와 도시 최하층민으로 살면서 자식들을 기르는 동안 그는 자연히 세상에 주눅이 들고 자식들에게도 무조건 죽은 듯이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물처럼 아래로만 흐를 뿐 절대로 거스르지 마라, 관에 대들어보아야 대드는 놈만 다친다, 대대로 흘러온 이 나라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다.


김칠남은 강정마을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 김오현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보기로 결심한다. 자기의 감성이 아니라 아버지의 감성, 아버지의 언어로 쓰기로. 그러나 고향 산천을 대할 면목이 없어서 절대로 고향엔 가지 않겠다는 아버지를 김칠남은 이렇게 설득한다.

# ˝아버지, 저는 날아다니는 새나 피는 들꽃이나 하늘의 별이나 달이나, 이런저런 사람들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슬픔이나 기쁨을 시로 읊어내는 시인이잖아요˝ 하고 나서 ˝저는 아버지의 가슴에 맺혀 있는 것들을 제가 다 가지고 싶어요.˝ 하며 어리광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하는 문학이란 것은 역사의 갈피갈피에 묻혀 있는 어둠을 환한 빛으로 승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우리 선조들을 제가 빛 속으로 끌어올려드리고 싶어요˝ (18쪽)

아버지는 오랜 고민끝에 도리질을 하시며 가시길 거부하시다가 그로부터 삼년 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한 해 뒤 봄에 문득 ˝그래, 한번 가보자. 고향에˝ 하신다.

소설에서 `물`의 이미지와 모스크바라고 불리던 고향 마을 유치가 물에 `잠기게` 된 것은 상징하는 바가 있다. 그리고 작가는 세월호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고 일깨움으로서 시대의 큰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김칠남이 아버지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은 그의 말처럼 아버지가 그에게 물려주는 유형무형의 유산이 되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다. 독자는 그 값진 경험을 함께 하며 아버지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슬픈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 김오현이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온 것, 치열한 이념갈등과 대립의 세상에서 자기를 지키고 건사해 온 지혜는 바로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 한마디였다.

˝장마철의 곰팡이를 이기는 것은 가뭄이고, 가뭄을 이기는 것은 번개와 우레고, 번개와 우레를 이기는 것은 햇볕이고, 그 햇볕을 이기는 것은 꽃그늘이고, 꽃그늘을 이기는 것은 밤이고, 밤을 이기는 것은 잠이고, 잠을 이기는 것은 아침이고, 아침을 이기는 것은 지심이고, 천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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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성 아나키스트와 동물성 아나키스트의 조화...새길 만 합니다.
빵을 부풀리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저 쓰이는 이스트로 만족해서는 안 되겠지요...

살리미 2015-12-23 06:51   좋아요 0 | URL
네, 소설 첫부분에 김칠남을 묘사하면서 나오는데 되새겨볼 수록 좋은 말 같더라고요^^ 첫부분부터 강렬한 인상이 든 소설이었어요.
 
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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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장자강의> 오늘로 모두 마무리!

 

<장자강의>는 장자의 <내편>을 모두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이다. 그 중 4편까지는 지난번에 정리를 했고,

 

  제1편 소요유 http://blog.aladin.co.kr/auroramom/8008232

  제2편 제물론 http://blog.aladin.co.kr/auroramom/8013095

  제3편 양생주

  제4편 인간세 http://blog.aladin.co.kr/auroramom/8037948

 

오늘은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편을 정리한다.

 

장자의 다섯째편 덕충부(德充符)는 어떤 사람의 내면에 덕이 충만하다는 부호 라는 뜻이다. 도와 덕을 이야기할때 도는 밖에 있는 것이고 덕은 그 도가 어떤 사람의 내면에 체득된 것을 말한다. 도를 체득해서 내면화한 사람은 내면의 덕에 부합하는 형상을 갖춘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이다.

 

장자는 덕이 충만한 사람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냈을까? 이 덕충부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형벌을 받아 다리가 잘렸거나 절름발이이거나  곱사등이, 언청이, 항아리만큼 커다란 혹을 가진 사람을이다. 우리가 보기에 비정상이거나 장애를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 장자는 그런 우리의 시선을 뒤집는다. 과연 누가 누구더러 비정상이라 하는가!

장자는 자신의 글 속에서 세속 인간들의 육체적 조건에 대한 집착을 깨고 참다운 덕은 내면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세속의 사람들이 가장 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에게 도를 말하게 한다. 덕이 충만해있으면 외형의 결핍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덕충부 편의 핵심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외형의 결핍 때문에 내면의 충만한 덕을 보지 못한다.

장자를 읽으며 재밌는 부분은 장자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인데 대부분 실존인물이 아니라 장자가 지어낸 사람들로 이름 자체에서 엄청난 풍자를 내포한다. 나중에 장자를 읽어보시는 분들은 꼭 이름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보시길!

 

 

제6편 대종사 (大宗師)편에서 대종이라는 말은 원래 제사와 관련된 용어이나 장자에서는 도를 비유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즉 대종사는 모든 가치의 뿌리인 대종, 즉 도를 지닌 사람이다. 삶과 죽음, 인의와 예악을 모두 잊고 가난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종사다.

 

제7편 응제왕 (應帝王)은 제왕의 물음에 응답한다는 뜻인데, 당나라의 주석가 최선이나 송나라의 주석가들 모두 응제왕을 '응당 제왕이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풀이한다고 한다. 저자는 앞의 견해가 더 무리 없는 해석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것 역시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우언이다.

어떻게 천하를 다스릴 것인가? 다스리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사물을 세상의 질서를 기준으로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질 것이라는 것이다.

 

#지인의 마음 씀씀이는 거울과 같은지라 보내지도 아니하고 맞이하지도 아니하며, 비추기만 하고 간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만물을 감당하면서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498쪽)

至人之用心은 若鏡이라 不將不迎하며 應而不藏하나니 故로 能勝物而不傷하나니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기만 할 뿐 자기 기준을 내세워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왜곡하지 않는 거울같은 지인의 마음씀씀이를 배워야겠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인 혼돈의 죽음 이야기는 너무나 큰 울림을 주었다. 장자의 우언중 붕새와 포정해우, 호접몽에 버금갈만큼 유명한 혼돈 설화이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남해의 임금은 숙이고 북해의 임금은 홀이고 중앙의 임금은 혼돈이다. 숙과 홀이 때로 혼돈의 땅에서 함께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매우 잘 대접하자, 숙과 홀이 혼돈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상의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이 혼돈만은 없으니, 시험삼아 구멍을 뚫어주자.' 하고는 하루에 구멍 한 개 씩을 뚫었더니 칠 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 (502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설을 보는데 마치 추리소설의 단서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궁금하시라고 패쓰!! ㅋㅋ

혼돈의 비극은 우리가 다른 삶을 사는 존재를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이해하려는 자체가 상대를 지배하려는 폭력이 될 수 있다. 혼돈이 죽는 비극은 근대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빈번하게 일어났다.

장자는 다양한 삶을 이야기 하면서 그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장자 내편의 결말에 해당하는 이 혼돈설화에서 장자는 우리가 타자를 대할 때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타자를 배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숙과 홀처럼 혼돈에게 구멍을 뚫어주게되고 혼돈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한 혼돈은 죽게 되는 것이다.

 

장자 내편은 붕새의 비상으로 시작해서 혼돈의 죽음으로 끝난다. 붕새가 절대 자유를 희구하는 장자의 상징이었다면 혼돈의 죽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마치 반전 영화의 슬픈 결말을 보듯 충격을 받았다.

 

 

이로써 장자 내편의 이야기는 모두 마무리되었다. 저자도 계속해서 밝히지만 장자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읽혔고 같은 시대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으로도 읽혔다. 그러니 이것도 수많은 장자 읽기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장자의 깊은 뜻을 누가 알겠는가. 다만 내게 와 닿는 방식으로 그의 생각을 짐작해 볼 뿐이다. 이 책을 마무리하며 또 다른 장자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집에 있는 강신주의 책부터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의 근간 <맹자 강의>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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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20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외형의 결핍 때문에 내면의 충만한 덕을 보지 못한다` 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히네요. 사람이란 참 다양한 면이 있는데 단 하나의 결핍 때문에 눈을 가리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한 사람을 낙인 찍어버리는 그런 습관들이 생각났어요 또 ` 거울과 같은 씀씀이`라는 말도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이었고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바라봐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장자 강의는 반성되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살리미 2015-12-20 20:02   좋아요 1 | URL
네. 장자를 읽으며 매일매일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도를 묻고 어떻게 도에 이를 수 있는지 늘 노력하는데 사실상 도는 묻는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란것. 다만 마음을 비우고 세상의 잣대로 사물을 대하지 않고 세속의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것은 현대에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고 생각해요. 거울이 자기가 비추는 대상을 평가하지 않는 것럼 타인을 대하면 스스로도 다칠 일이 없다는것도 제가 매일 실천해야 할 일이고요^^

달팽이개미 2015-12-2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돈설화가 마음에 와닿아요. 어렵게만 느껴지고 다가가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이렇게 리뷰를 읽으며 간접적으로 경험하니, 좋았어요. 네 편 모두 잘 읽었습니다. 맹자 리뷰도 기다릴게요. ^^

살리미 2015-12-20 21:00   좋아요 1 | URL
저도 장자를 읽기전에도 몇가지 이야기들을 알고는 있었는데, 혼돈이야기는 처음 읽었어요. 그만큼 더 충격이었고 저자의 해설이 너무나 맘에 들었답니다. 달팽이개미님이 좋아하시니 조금만 더 말해보자면요, 숙과 홀은 시간의 신이자 유위, 작위, 인간의 문명을 상징한대요. 반면 혼돈은 도, 무위, 자연의 상징이죠. 혼돈은 장자에서 말하는 도의 상태, 즉 시비가 없고 지각이 없는 상태에요. 숙과 홀은 자기들 생각으로는 혼돈이 지각이 없어 답답할 거라 여겨 도와줍니다. 구멍을 뚫어주는거죠. 구멍이 뚫린 혼돈은 더이상 예전의 혼돈이 아니겠죠. 이렇게 좋은 의미의 개입도 장자는 경계한거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혼돈이 중앙에 산다는 것에도 굉장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요. 그 설명도 재미있었는데 너무 길어서 아쉽게도 생략합니다^^
사실 저도 리뷰를 쓸 때 좀 더 쉽게 쓰고 싶었는데 자세한 설명들을 다 쓰자니 너무 길고 생략하여 요점만 적자니 너무 어렵지 않나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달팽이개미님께서 좋다고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2015-12-20 2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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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0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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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론과 실재론의 싸움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가 이름을 지었기에 그렇게 보게 되는 것, 그것이 실재하기에 그것의 반영으로 우리가 보게 된다는 것...언어 철학, 구조주의가 전자를 이었다면, 현상학 등이 후자를 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제 생각은 정신과 물질을 나눠서 생각한다면 필히 오류에 빠질 것이라는 정도...

살리미 2015-12-21 07:23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철학을 아직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솜씨있게 답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어요. 장자를 읽으면서 특히 제물론 편에서는 언어의 한계에 대해서 말합니다. 말에는 상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이 있는데 그 알맹이는 제쳐두고 겉모양만 꾸미므로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요. 장자는 시비를 넘어선 경지를 추구했어요. 시비라는 것은 껍데기에 집착하기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요. 시비를 넘어서게되면 양행, 즉 오늘날의 개념으로 하면 윈-윈이 되는데 상반되는 두 견해가 모두 인정받는다는 거죠. 이것이 어느 하나에 집착한 사상들을 비판한 장자의 철학이 아닐까 싶어요.

cyrus 2015-12-2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을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기록으로 남기셨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

살리미 2015-12-22 15:25   좋아요 0 | URL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노력했는데... 글쎄요ㅎㅎ ... 좀 더 읽어봐야 고전의 깊이를 알 듯 하네요. 읽을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게 고전의 묘미인 듯 합니다^^

서니데이 2015-12-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장자 강의를 읽고 계시는군요.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2-22 15:25   좋아요 1 | URL
댓글이 너무 늦어버렸네요^^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