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 답답하고 어수선한 마음 달래주는 점의 위로
이지형 지음 / 예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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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을 보면 쌍문동 아줌마 3인방이 아이들이 고3에 오르자 점을 보러가는 장면이 나온다.

점쟁이는 쌍문동 아줌마 3인방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책임지지 않을 선에서 두루뭉술 희망적으로 얘기한다.

그 중 누군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묻자 '그걸 내가 알려줘야해?'라고 호통치며 임기응변으로 넘어간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까지가 점쟁이의 몫이고, 삶을 살아가는건 자신의 몫이다.

그게 점의 위력이 아닐까 싶다.

 

전에 읽었던 '강호인문학'은 덜하지만, 이 책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는 제목을 완전 잘못 뽑았다~--;

제목만 봐서는 '점집'이나 찾아 다니는 책 같이 느껴지는데, 그런 책은 아니다.

삶에게 속은, 그래서 삶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있는 것은 세련된 심리 상담과 철학이 아니라, 그들의 삶만큼이나 변두리로 내몰린 삼류의 값싼 말들이다. 고통을 당해 본 사람만이 고통을 안다. 소외를 치료하는 것은 소외된 의식뿐이다.(7쪽)

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사주명리'와 '역학'간판을 내건 점집이나 역술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했고,

그런 곳에서 사용하는 이상하고 요상한 사주 명리와 역학 용어들 때문에 당황스러워해본 경험이 있어,

스스로 이런 것들을 공부를 했고, 그 과정에서 지인들의 사주를 봐주다보니 이런 책을 내게 되었다.

 

한사람의 운명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100명 아니 적어도 1000명의 운명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누군가의 삶에 대해 말하면서, 그 정도의 경험이 없다면 명리가 아니라 사기나 가벼운 말속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길거리에 또 젊은이들 자주 찾는 극장과 카페까지 사주와 타로 하는 분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물론 거리의 명리 연구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그럴 듯하네!'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현재 위치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상담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주와 타로의 교본을 읊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점 본다는 것, 소신을 가지고 남의 운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나와 남 모두에게 솔직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정말 어려운 작업이 점 봐주는 일이다.(37쪽)

 

그러면서 가짜 점쟁이 구별법에 대해서 얘기한다.

자신이 과거 만났던 사람을 예로 들면서 눈빛이 흔들렸기 때문에 틀림없이 가짜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가짜 점쟁이여서 자기가 하는 말들에 확신이 없어서 눈빛이 흔들렸을 수도 있지만,

단지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아마추어일수도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이 점치는 행위의 결과에 대해서 확신이 없어서일수도 있지만,

입문하여 수행한지 얼마 안되어 또는 내성적이어서 사람을 대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모두를 차치하고,

가짜여도 희망적이고 선의의 결과를 낳는다면,

위약효과마냥 우리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면 긍정적인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주 미미하더라도 간과할 수는 없지 않겠나?

 

2015년 10월에 나온 강호인문학을 먼저 읽고 그보다 4년전에 나온 이 책을 나중에 읽어서 다행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이 '과도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여물지 않아서 어설픈 느낌이랄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점을 봐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사주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것을 봐주다보니,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지에 이르면, 극에 다다르면 오히려 쉬워진다는걸, '강호인문학'과 비교하니 알겠다.

 

이 책 같은 경우, 한쪽 분량으로 단락을 나눈, 잡문수준의 글이고,

어려운 내용도 없는데 산만한 느낌이 드는 반면,

'강호인문학'은 같은 수준,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더 쉽고 머리에 쏙 들어오도록 설명하고 있다.

한걸음 떨어져서 관조적으로 바라보면 4년여의 업적이라고 하기엔 어찌됐건 괄목상대할 일이다.

 

암튼, 이 책은 사주, 풍수, 주역까지를 뭉뚱그려 점의 영역에 집어넣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점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 나혼자만 힘들게 사는 건 아니라는 것,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다들 그렇게 지지고 볶고 그러면서 사는게 사람의 일이라고 담담히 읊조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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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리뷰를 보고...
    from 흔적의 서재 2016-01-06 15:29 
    이지형의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란 책이 있다. 유하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응용한 제목이라 생각된다. 80년대를 풍미(風靡: 바람에 초목이 쓰러진다는 뜻으로,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사조 따위가 널리 사회에 퍼짐을 이르는 말. 바람 풍, 쓰러질 미)했던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가 양귀자 작가의 ‘비가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를 패러디한 것임을 감안하면 이지형은 비가 오는 날은 무엇을 할
 
 
yureka01 2016-01-05 13:06   좋아요 1 | URL
저도 매일 점찍고 싶더라구요..^^..
사진으로 된 점~~~

양철나무꾼 2016-01-05 14:12   좋아요 2 | URL
점은 보는거고 사진은 찍는거예요~ㅅ!
사진만큼 삶을 잘 반영하는것도 없죠. 그래서 님의 그것이 그렇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나 봐요~^^

서니데이 2016-01-05 15:00   좋아요 1 | URL
여러 방식의 역학이 있겠지만 자세한 것까지 맞출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큰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것을 참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긴 해요.
저는 실제로는 점이나 사주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고 본 적이 없어서 가끔 궁금해요. 그분들은 어떻게 말하는지요.
앞으로 좀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있으면 될 거야, 같은 말을 듣고 오는 것만으로도 한동안은 잘 지낼지도 몰라요. 가끔은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6 18:27   좋아요 1 | URL
점집을 찾고 한동안 잘 지내는 기간이 약 6개월이래요, 일종의 중독이죠~^^
그렇게 따지면 중독 아닌게 없는 거긴 하지만요.

전 실은 점이랑 사주, 주역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 하는데 그것까지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이 정도로 정리하죠~^^
오늘 소한이라는데 생각보다 덜 추워요.
잔뜩 대비하고 있어서 그런가~(,.)

cyrus 2016-01-05 17:18   좋아요 2 | URL
유하의 시집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군요. 선거철이 다가오면 종편 방송에서 특정 정치인들의 운명을 예견하는 무속인들이 출연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짜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6-01-06 18:29   좋아요 1 | URL
전 전에 이영돈 PD가 종편에서 무속인 특집하는 것까지 다 봐주셨잖아요.
그때 쫌 그랬어요.
바로 얼마 후 요거트 사건으로 어론에 회자되더군요~ㅠ.ㅠ
 
카메라와 앞치마 - 타인과 친구가 되는 삶의 레시피17
조선희.최현석 지음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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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난 텔레비전에서 대국민 인기드라마인 '응.팔.'을 시청중이었다.

요즘 두 명이상 모인 곳에서 '응.팔.'을 모르면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걸,

국민의 마음을 맞춤하게 읽어내는 대국민 인기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방송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읽어내고는,

첫회부터 쭉 연결하여 재방송중이었다.

장면이 바뀔때마다 같이 울고 웃다보니,

명절 음식이라며 빚은 만두를 한솥단지 끓여먹고도 금방 허전하여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국수를 비비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텔레비전 속에서도 명절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 여럿이 모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손 큰 아줌이 커다란 양푼에 비벼진 뭔가를 대접에 덜어주며 이렇게 한마디 하는데,

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울다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게 미국 국수라케데예, 스파게티 함 비벼봤어예~."

텔레비전이라는 공간을 뚫고 20여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거슬러 올라가 제대로 몰입하고 올킬하는 순간이었다.

 

 

잘 기획되고 만들어진 책이란 이런 것을 두고 얘기하는게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은 모르지만,

처음 주제를 정하고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걸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를

기획자는 프롤로그에서 '조선희'의 목소리를 빌려 얘기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하는 인생과 취향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했고,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음식이라는 주제에 도달했다.(7쪽)

 

그런데, 나는 이렇게 잘 기획되고 만들어진 책이 뭔가 아쉽다.

조선희는 그동안 책을 네 권이나 냈다고 하고,

최현석도 그녀의 말대로라면 세상을 트렌디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그들을 버무려 책 한권에 집어넣었다는게 말이다.

 

조선희도 완벽하고 최현석도 훌륭했다.

둘이 상대를 존중하면서 본인의 특징과 개성도 유감없이 발휘하였지만,

동영상 촬영이 되었어야 할 부분을 움직임이 잘린 '움.짤.'영상으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언젠가 프랑스 정찬에서는 점심에 시작한 식사가 저녁에 끝나거나, 최소한 2~3시간동안 식사가 이어진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일로 산만하거나 딴청을 부린다던지,

입 한가득 음식을 넣고 '빨리빨리'하며 음식을 재촉한다던지,

핸드폰 속에 상대방의 얼굴이 들어있는 양, 핸드폰만을 쳐다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장시간에 걸쳐 식사를 한다고 해서 내내 음식만 먹는건 아니다.

사이 사이 분위기와 요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수고, 요리의 질을 음미하면서 먹는게 되겠는데,

이런 과정을 통하면 자연스레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해지고 싶으면 밥을 같이 먹으라'는 말의 의미는 이런 것일 것이다.

 

조선희와 최현석은 분명 프랑스 정찬을 준비했고,

나도 핸드폰을 보거나 딴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주인장이 내가 시간이 없을 것을 염려하여 최단코스로 '쏙쏙~!' 골라준 느낌이랄까?

 

 

강의를 듣거나 쿡쇼(cook show)를 보거나 콘서트에 와있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이런 것들도 양방향성이더구만~--;)

책을 읽고 있는 것인데, 해독불가, 내게까지 잘 전해져 오지 않았다.

 

이 둘은 모두 자신들의 정체성을 '창의성'에 둔다.

조선희의 경우, 작업을 어떤 분위기에서 하는지 모르니 차치하고,

내가 그동안 봐왔던 최현석은 퍼포먼스의 대가인가 싶을 정도로 비주얼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었는데,

그런 최현석도 창의성을 발휘하기 전 기본 요리실력을 탄탄히 쌓아두는 것은 기본이라고 얘기한다.

 

보통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스타일이 곧 트렌드이기 때문에,

말로는 자신의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멍석이 제공되어지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구실을 내세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거나 주변의 상황들을 분석하는데 인색한 경우가 있는데,

최현석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나는 자주 패한다. 특히 홍석천 씨와의 대결에서는 늘 고배를 맛본다. 석천이 형은 타고난 사업가여서인지 게스트의 취향과 입맛에 맞춰 요리할 줄 안다. 반면 나는 요리사라는 자존심에 퀄리티와 요리 기술 등을 게스트에게 강요한다. 그렇게 몇 번의 패배를 겪으며 좋은 요리의 요건이 무조건 비싼 식재료나 요리 기술 등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음식의 내공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란 내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취향이며 감성적인 부분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99쪽)

겸손하다.

이것이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든 것 같다.

 

쿡방, 먹방 프로그램이 대세이고,

그런 의미에서 최현석 같은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연예인의 대열에 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요리사를 본업이라고 생각한단다.

아마도 그가 연예인도 아닌데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것은,

그의 단단한 어깨로 요리사라는 정체성을 붙잡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에 비하면 텔레비전 속의 1988년은 엄청 가난하고 촌스러웠다.

하지만 그때를 그리며 웃고 울고 추억에 젖는 것은 아마도,

그때는 아무리 바빠도 숨이 턱에 걸리도록 바쁘지는 않아서 이웃과 정 한자락은 나눌 수 있었고,

동네 골목에서 고만고만하게 자란 친구들끼리 마음을 열고 소통이란 것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게 1988년 그때로 돌아가겠다고 묻는다면 '아니올시다'이다.

지금 2016년, 여기 이곳에서 내 옆의 이 사람들과 새로운 트렌드-꿈과 추억-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면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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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6-01-02 16:53   좋아요 3 | URL
그렇다고 내게 1988년 그때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아니올시다`이다. 저도요~ 저의 88년도는 힘들었고 불편했거든요~ 시간이 추억을 포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 포장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밖에 모르잖아요~
저도 지금 내 옆의 사람들과 새로운 꿈과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38   좋아요 0 | URL
`지금 행복하자`님의 닉으로 미루어 충분히 그러실걸로 사료되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시원하여 새로운 꿈과 추억을 만들기에 딱 좋은걸요~^^

살리미 2016-01-02 18:54   좋아요 2 | URL
새해에 새기면 좋을 글이네요^^ 추억은 추억이기에 소중한 것이고, 지금은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39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습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6-01-02 21:38   좋아요 0 | URL
책 제목도, 양철나무꾼님 글 제목도 다 좋네요~ 양철나무꾼님은 어쩐지 먹는 것도 책으로 해결을 보시는 듯한ㅎㅎ

양철나무꾼 2016-01-05 13:43   좋아요 1 | URL
궁금한게 많아 먹고싶은 것도 항상 많은 절 뭘로 보시는거예요, 췟~(,.)
없어서 못 먹는 제가, 책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럴까요?
이 배둘레햄과 인격이 그냥 유지되는게 아니랍니다.
언제 한번 저랑 먹기 내기 해보실래여?^^

2016-01-02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5 13:47   좋아요 1 | URL
저도 텔레비전 거의 안보는데,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여~^^
여러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라미란이 전국노래자랑 예심에 참가하여 반주테잎이 없어 입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완전 감동이었습죠~^^

서니데이 2016-01-02 22:10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의 글을 읽으면서, 1988년으로 돌아가기에 저는 너무 멀리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젠 그 때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요. 아직도 응팔, 한번도 못봤어요.;;;
양철나무꾼님 새해 첫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은 그때 태어나시기나 하셨을까요?
이젠 그때 기억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 보면 `진주`정도 나이였을 것도 같고 말이죠~^^

전 그때 그들 나이다보니까 완전 몰입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재미가 배가되더라구요.

혜덕화 2016-01-03 19:1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 드립니다.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 등 님의 글을 통해 만난 책이 참 좋아서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새해에도 책 많이 읽으시고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3:59   좋아요 1 | URL
헤에~^^, 전에 한번 댓글 달아주셨던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 착각인가요?
제가 권해드린 책들을 좋다고 하셔서,
좋은 책들을 권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게 알라딘서재에 글을 쓰는 보람인 것 같아요.
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셔요~^^

서니데이 2016-01-04 23:34   좋아요 0 | URL
책 읽다가 그냥 생각이 나서 들렀어요.
새해 되고 많이 바쁘신가요.^^
오늘 저녁부터 날이 추워지기 시작해서 이번주 내내 추울 것 같아요.
감기조심하시고, 매일의 하루 하루 좋은 시간 만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5 14:0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늘 감사드립니다.
제가 먼저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 적어도 댓글에 덧글은 열심히 달아야 하는데,
요즘은 북플의 알림기능이(제것만 그런가~--;) 영 신통치않아서,
덧글도 완전 늦장이네요~, 꾸벅~(__)

2016-01-05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호인문학 -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사주, 풍수, 주역 강의
이지형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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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의료기 체험장이나 약장사한테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곳들이 뿌리 뽑히지 않고 성행 되는게 이상했었다.

어르신들이 아무리 세상물정에 어둡고 어리숙하더라도,

그것들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나 가짜 약이라는걸 모르실 정도는 아니실텐데 하던 어느 날,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애들 아범이 날 그렇게 귀하게 대접해주겠어, 아님, 애들이 날 그렇게 재밌게 해주겠어?

 한번 가봐, 얼마나 재밌는 줄 알어?

 가서 한나절 웃다 오는 거지.

 재미 없어봐, 억지로 잡아 끈다고 가겠나~!"

 그러니 우리에겐 만병통치약이고 비싸도 하나 비싼게 아니지."

 

언제부턴가 인문학이 대세인가 보다.

출간되어 나오는 책 제목들을 보면 '무슨 인문학' 또는 '어쩌구 인문학'해서 단어를 잘 선별해서 끝에 인문학만 갖다 붙이면 하나의 새로운 분야가 뚝딱 태어나는 둣 했고, 때문에 이 책 제목인 '강호인문학'을 봤을때도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상술로 여겨져서 씁쓸했었다.

 

자연과학과 서양학의 대칭 관계에 있는 것이 인문학과 동양학이 아닐까 싶다.

인문학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동양의 전통적 가치를 지닌 사상체계들은 아직도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고,

이것들의 학문적 연구는 동양이 아닌 하버드 옌칭 도서관(20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동양학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완전 소외되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거리를 떠돌며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능력을 얻게 된다.

그걸 책에서는,

삶이 힘겨울 때마다 골목 후미진 곳의 점집을 찾아가는 동료들을 떠올려보십시오. 도서관의 동양학이 서구의 학문체계와 융합하고 소통하는 동안, 거리의 동양학은 은거 속에서 전통 가치들을 더욱 공고히 하며 우리네 삶을 위로해왔습니다.

  그렇게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해온 거리의 동양학에 '강호인문학'이란 이름을 선사했으면 싶습니다.(21쪽)

라고 하고 있다.

 

그동안 이쪽 분야의 책을 좀 찾아 읽었던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위해서 돌아왔었던가 싶은 것이,

그동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제목은 '강호인문학'으로 위의 조어방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제목이고,

논리의 전개방식이 구태의연하지 않은 것이 설득력이 있고 문체가 세련됐다.

내가 애정하는 손철주에 버금가는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새벽에 읽는 주역인문학'이란 책도 물론 좋았지만,

그 책이 좋았던 이유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였고,

문체가 다소 투박했고,

주역 한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이 책은 사주, 풍수, 주역 전반에 걸쳐 고루 다루고는 있지만,

세상 또는 삶의 본질을 알게 되면, 이들-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경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니뭐니 해도 이 분이 멋졌고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던 부분은,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오늘날의 입장에서 접근하되 무조건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취할건 취하고 보완할건 보완하여,

인간, 그 중에서도 소외되고 외로운 인간을 위하고 위로하는 인문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사주보는 법에 대해서 안내하면서,

'思之思之 鬼神通知란 말을 하고,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과 직접 풀어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77쪽)'는 말도 한다.

 

사주의 원리란 한마디로 오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덜고 더하는 것으로 '중화(中和)'라고 하는데,

중화를 위해 필요한 오행요소를 사주명리에서는 용신'(用神)'이라고 한다.

 

이걸 한의학적으로 얘기하게 되면 보법(補法)과 사법(瀉法)쯤이 되는 것이고,

중용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중화, 중용이 되어...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게 마냥 긍정적이기만 할까 싶은게,

고이게 되면 마침내 썩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차에,

 

이 책에선,

여기서 부족한 오행을 보충하고 과도한 오행을 쳐내는게 간단할 것 같아도 실전으로 가면 아주 애매해진다는 말과 함께,

용신을 쓰자면 지나치게 발달한 그 특성을 제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면서(98쪽),

용신 무용론까지 내세우며 나의 기우를 일축시킨다.

 

아무리 빼어나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내가 이 책을 멋지다고 설레발을 쳤을 리가 없다~--;

그렇게 타인을 자신의 삶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때에만 자신의 사주적 한계, 즉 운명이 무너집니다.(116쪽)

라는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풍수에 대해서도 오랜 타성에서 벗어나 풍수가 가야할 길, 모색할 방법들을 소극적으로라도 제시하고 있다.

풍수를 복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방법으로 우리산하를 활보하던 선승 집단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왔으나 이제는 지지부진해져 명맥을 찾을 수 없는 그곳, 풍수의 혈처들을 찾고, 풍수를 새롭게 이끌어 갈 기운을 찾아내자고 얘기한다.(193쪽)

 

끝으로 주역의 활용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하나가 점(占)이고 하나가 마음공부이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제야 밝히는데,

내가 이 책의 저자를 멋지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역의 64괘 중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어린 여우 한 마리가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왔습니다. 이제 강만 건너면 됩니다. 마음을 다잡고 강을 뛰어넘는데, 다 건너갔다 싶은데 그만 꼬리를 물에 적시고 맙니다. 그 작은 여우는 소리 없이 물에 젖은 꼬리를 흠칫 쳐다 보니다.

ㆍㆍㆍㆍㆍㆍ강을 깔끔하게 건너는데 실패하고만 어린 여우는 이 세상 모든 미완성의 상징입니다.

저는 이 괘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이 세상에 완성은 없다는 얘기니까요.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완성은 끝입니다. 더 이상의 순환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64번째 미완성의 괘 덕분에, 주역의 괘는 돌고 또 돌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미덕은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입니다. 미완성을 끌어안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완성된 삶이라고 주역은 역설합니다.(244쪽)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미완성이기 때문에 영원한 도돌이이고,

인간을 비롯한 자연계의 모든 것은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면서 반복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자연계의 법칙에 적용시킨다 한들 크게 어긋나지 않을 지도 모르고,

난 그 가부를 알지 못하지만,

운명론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헤아리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행하는 일들이 그렇게 그렇게 자연에 가까워지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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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31 23:2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 님 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고 하셔요!^^
올 한해 고마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1-02 16:50   좋아요 1 | URL
새해 이틀째인데, 잘 지내시나요?
올해는 뭔가 새롭고 근사한 일이 생길 거 같은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나요?^^

[그장소] 2016-01-02 17:28   좋아요 0 | URL
오...옵니다..뭔가 거대하고 큰 불길한...것이.. (응?)ㅋㅋㅋㅋ
메일이..잔뜩 ~~신간소식이군요.
에휴..올해는 가능함 빌려 보려고 단디 맘먹고 있는데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니...ㅎㅎㅎㅎ묵은 해와 새 해의 구분 방법은 그저 달력을 보는 것..엊그제의 나는 평행우주에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불길한 기운 대박 기운 잘 받고 가요~^^♡

caesar 2015-12-31 23:30   좋아요 1 | URL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6:50   좋아요 1 | URL
네, 님도요~^^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ㅅ!

프레이야 2015-12-31 23:40   좋아요 2 | URL
미완성을 끌어안는 삶이 진정 완성의 삶,이라는 역설이 마음에 듭니다. 태도면에서 무슨 일에든 여유를 주고 힘이 되는 말이기도 하네요. 새해 더욱 복 많이 짓고 받고 좋은 일 많이 합시다^^ 늘 감사해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6-01-02 17:01   좋아요 2 | URL
작가님 답게 댓글도 완전 멋지신걸요~^^

제가 이제는 안달루시아를 극복하고 나아졌으니 이리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도 한때는 제 스스를 들볶느라고 힘들었습니다여~--;(속닥~``)

물고기자리 2015-12-31 23:41   좋아요 2 | URL
부적을 보니 마음이 밝아집니다^^ 양철나무꾼 님의 좋은 글들을 종종 읽었는데 인사는 처음 남기는 것 같아요ㅎ 양철나무꾼 님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7:03   좋아요 2 | URL
올해 이 부적이 완전 인기더라구요.
친구가 보내준건데 님들과도 나누고 싶어서요~^^

물고기자리 님, 우리가 처음인가요?
근데 완전 오래된 친구인것 같아요.
자주 귀하게 뵈요~^^

yureka01 2016-01-01 00:20   좋아요 1 | URL
새해에도 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2 17:05   좋아요 1 | URL
님은 두 몫이니 어깨가 무거우십니다.
글뿐만 아니리, 좋은 사진도 종종 올려주시면...이 곳이 더 풍성해지겠죠?^^

AgalmA 2016-01-01 01:31   좋아요 1 | URL
모든 교향곡의 끝은 미완성 교향곡이듯이...:)

양철나무꾼 2016-01-02 17:20   좋아요 1 | URL
사작은 미약하였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을 들어봤는데,
제겐 창대하게만 들렸던 모든 교향곡의 끝부분이 미완성 교향곡이었단 말이죠?^^

근데 제 귀는 저렴해서 그런가, 착해서 그런가 마냥 좋게만 들리던데...헤에~^_____^

붉은돼지 2016-01-01 01:38   좋아요 1 | URL
멋진 부적입니다
새해에는 로또가 되든 북불복이 되든 뭔가 될듯합니다^^
나무꾼님도 새해 꼭 로또 당첨되셍요 ^^

양철나무꾼 2016-01-02 17:28   좋아요 2 | URL
저도 왕 멋지다 싶어서 이곳에서 같이 나누고 싶어서 올려봤습니다.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세트로 당첨됐으면 좋겠네요~^^
근데 당첨이 되려면 복 또는 운이 굴러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로또를 구입해야겠죠, 불끈~^^

2016-01-01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2 17:32   좋아요 2 | URL
네, 님도요.
올해는 가끔 말고, 귀하게 종종 뵈요~^^

해피북 2016-01-01 08:16   좋아요 3 | URL
히얏. 새해 아침부터 이런 멋진 부적이라니요.ㅋㅋ 기운 팍팍 받아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만땅 일거같습니다. 양철나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7:36   좋아요 2 | URL
해피북 님의 `히얏`하는 기합이 막강 파워를 발휘할 것 같습니다.
기운 팍팍 주고 받으며 우리 올해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보아요~^^
님도 당근, 말밥...복 대빵 많이 받으셔야 합니다~ㅅ!

비로그인 2016-01-07 11:36   좋아요 1 | URL
선생님, 부족함 많은 책에 멋진 서평 감사드립니다. <강호인문학> 저자예요. 주신 격려가 글 써나가는데 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맞이하십시요~!

양철나무꾼 2016-01-08 09:28   좋아요 0 | URL
저자 분이 직접 왕림해 주시고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제 글을 읽으실 줄 알았다면,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리뷰의 별점 좀 더 후하게 주는건데...말이죠~--;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건필하십시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였나?

이곳에 알라딘 중고서점 채용공고가 떴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내가 사는 동네여서 그런가 한번 더 쳐다보게 되었다.

 

동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구나 싶은 것도 잠시,

이게 마냥 반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본 중고서점은 종로점, 신촌점 두 곳인데,

그곳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이동하는 번화가였고,

다른 서점이라고 해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서점이었지만,

이곳은 사람이 거주하고 터를 일구고 사는 동네, 즉 지역사회이다.

중간크기의 지역서점이 있지만,

이 동네를 오랫동안 지키고 명맥을 유지하는건 아무래도 동네 작은 서점과 헌책방이 있다.

그 중 한 곳은 내가 중학생 때부터 지나다니면서 봤던 곳이니 근 30년은 됐을 거다.

30년간 지역에 터를 닦아온 영세 서점의 기반을 흔들면서 대형서점이 거주 지역으로 깊숙히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왠지 자본주의의 횡포 같아서 씁쓸하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논리라는게 원래 그런게 아니겠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형서점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생겨나고 성행하는 작은 서점이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뭐라고 할게 아니라,

동네에 그렇게 산재하는 서점들이 영업전략을 일신하고 매너리즘을 극복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점이라는 곳은 종이책을 매개로 하는 아날로그적인 곳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곳이라면 논리나 이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정을 매개로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좀 과격하다.

 

서점 같은 업종은 더군다나 만인에게 열린 공간이다. 서점에 들어온 이들이 모두 책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책을 살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공짜로 책을 보기 위해 입장한다고 해도 아무런 제지가 없을뿐더러 그런 행위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는 곳, 서점이란 이렇게 맘 편한 곳이라는 게 우리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약속 시간 전 잠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르는 곳, 친구랑 만날 곳이 저당치 않을 때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는 곳, 그런 곳이 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 시골 마을 작은 책방에서 서점의 정의를 다시 내린다. 서점이란, 그곳에 들어가면 반드시 책을 한 권이라도 사들고 나와야 하는 곳. 그곳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었거나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면 더더욱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책 구매 행위로 치러야만 하는 곳.

  왜? 지금 모든 서점은 아사 직적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골목 안 작은 서점들은 이미 굶어 죽은 지 오래고, 이젠,ㄴ 대형서점, 중형서점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위기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서점들이 있어주어서 고마웠던 이들, 이왕이면 내 집 옆에 술집이 있기 보다는 서점이 있었으면 하는 이들이라면 서점에서 지갑을 열어달라는 뜻이다. 서점은 더 이상 고객의 주머니를 뒤져서라도 돈을 찾아내야 할 지경에 다다른 배고픈 좀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무슨 수를 써서든 한 권의 책이라도 더 팔아서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 중증 환자들인 것이다.(39쪽)

 

과격하고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 책을 주의깊게 읽다보면 이들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는 주거 지역이나 동네 골목, 지방의 산골마을에 있는 서점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 모색해야할 방법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대형서점과 작은 서점이 공존하며 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서점이나 종이책이란 것은 아직까지는 정을 매개로 하며,

지식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감성도 같이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 불을 피우면 따뜻해'진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걸 누군가는 정이라고 할테고,

누군가는 지식뿐만 아니라 감성을 어우르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힘, '품위'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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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타락시아 2015-12-29 18:11   좋아요 1 | URL
책방에 가면 책 한권씩은 사서 나와야죠. 다만, 서점 들어갔을 때 뭐 찾으세요는 안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5-12-29 19:34   좋아요 0 | URL
근데 지역사회의 작은 서점들은 뭘 찾는지 물을 수밖에 없는 체계인것 같아요. 골고루 갖춰져 있지도 않고...
저는 책방에 가서 책 한권씩 사서 나오는건 글쎄요~--;
원하거나 관심이 있는 책이 있으면 사는거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거죠.
읽지도 않거니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체면에 물려서 사들고 나오는건 베어넘겨진 나무가 아깝잖아요~--;

아타락시아 2015-12-29 22:17   좋아요 1 | URL
음. 체면일수도 있겠네요. 전 관심있는 책이 없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정 없으면 잡지 한권 사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네책방 아끼기라고 혼자 착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동네책방도 이제는 별로 없어요. 쩝..

서니데이 2015-12-30 21:56   좋아요 0 | URL
이제는 동네 서점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 새로 생기더라도 주로 학생들 참고서가 많더라구요,
양철나무꾼님, 편안하고 좋은밤 되세요^^

2015-12-31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옛날에 나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다.

여기서 방점은 '살아 있다'는 것에 찍혀야 한다.

보거나 만질 수 없어도,

이 땅 위 하늘 아래 어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걸,' 안전거리를 확보했다'로 치환시켜 겸허히 받아들이려 했었다.

 

그러니까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은,

감정을 공유하거나 공감하는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내 자신을 세뇌시켜왔었다.

 

그런데 나이는 공평하게 먹어서,

내가 한 살, 또 한살 먹으면, 상대방도 한 살, 또 한살 먹게 마련이다.

나이를 먹으며 주변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아픈 곳도 한 곳, 두 곳 생겨난다.

곁에 있으면 이마라도 한번 짚어주고, 배라도 한번 쓸어주고, 아니 손이라도 가만히 잡아줄 수 있을텐데,

떨어져 있어 마음이 번거로워지는 걸 에방할 수 있는...안전거리를 확보하는덴 성공했지만,

아프다는데 어떻게도 손쓸 수가 없고,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어, 좌절한다.

'아프지 마라, 아프면 안된다'는 공허한 소리만 반복한다.

'롤랑 바르트'가 어떤 의미로 사용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가 아프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직ㆍ간접 경험을 하게 되고,

경험한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만큼 식견도 넓어졌다.

한컷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고 짱짱했던 내가 느슨해지고 둥글어졌다.

이젠 포기하고 양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함부로 욕심내면 안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대학생 때 이모에게서 걸려온 전회를 받았다. 이모는 다짜고짜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부분을 읽어주었다. 내겐 딱히 와 닿는 부분이 없는 한 구절이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내게 이모가 말했다.

"죽이지 않냐? 세익스피어는 마흔이 넘어서 다시 읽으니까 진짜 좋네. 구절구절이 너무 좋아서 다 필사할 지경이야. 너는 어려서 모르겠지. 근데 진짜 ㆍㆍㆍㆍㆍㆍ!"

나는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세익스피어에 대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다. 그건 읽은 것일까? 마흔이 넘어 내게도 셰익스피어의 시간이 올까? 간절히 오기를 바랄 뿐이다.(32쪽)

김민철의 이모는 마흔이 넘으니 세익스피어가 다시 읽힌다고 하는데,

나에게 고전은,

한 번쯤 읽었으나 기억이 나지 않거나,

어디에선가 줄거리나 내용만 주워 듣고는 읽었다고 착각을 하거나,

읽지를 않았으니 다시 읽을게 없다.

게다가 그동안 앞만 보고 내달려와서,

고전이 아니더라도 읽은 책을 묶혀두었다 다시 읽을 생각을 모했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다시 읽고 필사할 수 있는 책을 갖고 싶다.

   결혼 후, 대구 엄마 집에 내려가서 엄마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치고, 남편은 엄마의 악보를 넘겨주고, 나는 아예 건넌방에 누워 그 소리를 듣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나의 위대한 음악 선생님 두 명이 그들끼리 음악으로 교감한 순간이었다. 나는 먼 방에서 혼자 감격하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즐길 줄 아니까. 그 순간에 그 음악에 뛰어들 줄 아니까. 그 정도면 넘치도록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훌륭한 선생님 두 분을 옆에 모시고도 학생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고? 어쩔 수 없다. 그게 나다.(105쪽)

 

그리고 나도 김민철, 그녀처럼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즐길 줄 아니까. 그 순간에 그 음악에 뛰어들 줄 아니까. 그 정도면 넘치도록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한해의 끝에서 돌아보고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해보자면,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이 말을 하려고 넘 멀리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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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12-29 01:20   좋아요 1 | URL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양철나무꾼 2015-12-29 01:27   좋아요 1 | URL
넋두리인데 좋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__)

하늘바람 2015-12-29 01:25   좋아요 0 | URL
언니
서재 왔는데 언니 글 있어서 반가웠어여

양철나무꾼 2015-12-29 01:30   좋아요 1 | URL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하남요?

누군가 아픈데,
아픈걸 해결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 주변의 그들에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싶어 자괴감에 빠졌습니다여~ㅠ.ㅠ

서니데이 2015-12-29 01:30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한 연말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5-12-29 01:31   좋아요 3 | URL
네, 서니데이 남 댁내에도 두루 평안하시길~!!!
어여, 주무셔요~ㅅ!

AgalmA 2015-12-29 02:07   좋아요 1 | URL
요즘 베토벤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데, 베토벤이 열렬히 좋아한 작가 중에 하나가 셰익스피어^^...곡을 쓰기도 했고.

양철나무꾼 2015-12-29 14:59   좋아요 0 | URL
베토벤의 굿 프렌은 살리에르 아니었나요?
아니다, 모짜르트의 굿 프렌이다, ㅋ~.

그랬군요, 베토벤이 셰잌 아저씨를 좋아했군요.
덕분에 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꾸벅~(__)

AgalmA 2015-12-30 04:16   좋아요 0 | URL
살리에르는 베토벤이 음악작법을 잠깐 배웠던 선생님이었을 뿐 이후 친분은 없었어요^^

yureka01 2015-12-29 08:52   좋아요 1 | URL
하기야 면역력을 높이는 노오력도 없이 건강이 그냥 주어 지는 것은 유전뿐네요..
나이들수록 운동하고..책을 가까이 해야 하는 노오력...단지 노오력이 노오력으로 끝나지 않고
조금 즐기면..더 건강해지니까요.그런데 너무 안하기도 하고..그렇다고 너무 과잉이기도 하고..
뭐든 적당한 시간이라야 하는데..참 어렵..이 적적성의 노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은데..
저도 사실 잘 못합니다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5-12-29 15:05   좋아요 1 | URL
언젠가 헬스를 하신다는 댓글을 본 것도 같은데...
무늬만 헬스셨남여?

근데 나이 들어 운동은 조금 즐기면 더 건강해지는 그런게 아니라죠.
필수불가결한거 라는데,
이 뚱뚱한 엉덩이를 어쩔거냐구요, 글쎄~(,.)

단발머리 2015-12-29 12:51   좋아요 1 | URL
저도 뛰어들고 싶어요.
음악에도 뛰어들어서 치다 만 소나타들도 마저 치고 싶고,
책들도.... 책들도 마구마구 읽고 싶네요.

고전이 다시 읽히는 시간이네요, 저한테도 그런 시간이예요.
읽기만 하면 된다는 ㅎㅎㅎ
행복한 연말 되세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5-12-29 15:19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저도요.
음악에도 뛰어들고, 책에도 뛰어들고 하고 싶은데,
음반을 사고, 책들을 사 모으면...다 충족될거라고 착각하고 산다는~ㅠ.ㅠ

근데, 요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보면,
예전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시야가 확 넓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돼요.
그 재미에 자꾸만 클래식을 찾게 된다는...ㅋ~.

님도 행복한 하루하루 되셔요~^^

해피북 2015-12-29 13:46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책들이 있는거 같아요. 이십대에 읽었을때는 뭐 이런게 다있노 했는데 삼십대에 읽어보니 아! 감탄사가 나오는 책이 말이죠. 하지만 이걸 누군가와 공유할 수 없는게 슬프더라고요. 지극히 개인적일수밖에 없는 감정이라서요ㅜㅜ
그리고 양철나무꾼님을 올해 만난 중반까지 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가 후반기부터 드문드문 만나게 된게 참 아쉬웠지만 드물게 만날수록 더 곰삭은 맛이 나는 글이었어요. 깊이 생각하게 되고 느끼게 되는 글들 말이죠. 그래서 참 좋습니다. 올 한해 마무리 잘하시구 내년을 부탁드려요 으흐흐^~^

양철나무꾼 2015-12-29 15:22   좋아요 0 | URL
이 짧은 댓글에서도...전 님을 무한 부러워 한답니다.
삼십대셨군요~!
좋을 때예요, 즐기셔요~^^

제가 젓갈은 못 먹는데, 곰삭다고 해주셔서 좋아요.
그렇게 나이 먹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부탁은 제가 드려야죠.
님 글 참 맛깔나거덩여~^^

2015-12-30 0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병통치약 2016-01-03 21:21   좋아요 1 | URL
복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아니라 복 많이 지으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네요. 이제는 받을 나이가 아니라 지을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두고 두고 새기겠습니다.

만병통치약 2016-01-03 21:25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새해인사글에 단 글인데 마우스 잘못 움직였는지 이 글에 남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