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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동네서점의 유쾌한 반란
백창화.김병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였나?
이곳에 알라딘 중고서점 채용공고가 떴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내가 사는 동네여서 그런가 한번 더 쳐다보게 되었다.
동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구나 싶은 것도 잠시,
이게 마냥 반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가본 중고서점은 종로점, 신촌점 두 곳인데,
그곳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이동하는 번화가였고,
다른 서점이라고 해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서점이었지만,
이곳은 사람이 거주하고 터를 일구고 사는 동네, 즉 지역사회이다.
중간크기의 지역서점이 있지만,
이 동네를 오랫동안 지키고 명맥을 유지하는건 아무래도 동네 작은 서점과 헌책방이 있다.
그 중 한 곳은 내가 중학생 때부터 지나다니면서 봤던 곳이니 근 30년은 됐을 거다.
30년간 지역에 터를 닦아온 영세 서점의 기반을 흔들면서 대형서점이 거주 지역으로 깊숙히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왠지 자본주의의 횡포 같아서 씁쓸하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논리라는게 원래 그런게 아니겠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형서점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생겨나고 성행하는 작은 서점이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를 뭐라고 할게 아니라,
동네에 그렇게 산재하는 서점들이 영업전략을 일신하고 매너리즘을 극복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점이라는 곳은 종이책을 매개로 하는 아날로그적인 곳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곳이라면 논리나 이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정을 매개로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좀 과격하다.
서점 같은 업종은 더군다나 만인에게 열린 공간이다. 서점에 들어온 이들이 모두 책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책을 살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공짜로 책을 보기 위해 입장한다고 해도 아무런 제지가 없을뿐더러 그런 행위에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는 곳, 서점이란 이렇게 맘 편한 곳이라는 게 우리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다. 약속 시간 전 잠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르는 곳, 친구랑 만날 곳이 저당치 않을 때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는 곳, 그런 곳이 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 시골 마을 작은 책방에서 서점의 정의를 다시 내린다. 서점이란, 그곳에 들어가면 반드시 책을 한 권이라도 사들고 나와야 하는 곳. 그곳에서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었거나 친구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면 더더욱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책 구매 행위로 치러야만 하는 곳.
왜? 지금 모든 서점은 아사 직적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골목 안 작은 서점들은 이미 굶어 죽은 지 오래고, 이젠,ㄴ 대형서점, 중형서점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위기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서점들이 있어주어서 고마웠던 이들, 이왕이면 내 집 옆에 술집이 있기 보다는 서점이 있었으면 하는 이들이라면 서점에서 지갑을 열어달라는 뜻이다. 서점은 더 이상 고객의 주머니를 뒤져서라도 돈을 찾아내야 할 지경에 다다른 배고픈 좀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무슨 수를 써서든 한 권의 책이라도 더 팔아서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 중증 환자들인 것이다.(39쪽)
과격하고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 책을 주의깊게 읽다보면 이들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는 주거 지역이나 동네 골목, 지방의 산골마을에 있는 서점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 모색해야할 방법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대형서점과 작은 서점이 공존하며 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서점이나 종이책이란 것은 아직까지는 정을 매개로 하며,
지식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감성도 같이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에서나 잠시 모닥 불을 피우면 따뜻해'진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걸 누군가는 정이라고 할테고,
누군가는 지식뿐만 아니라 감성을 어우르는 것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힘, '품위'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