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책 한권이 좋으면 그 작가의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작가가 소개하는 책은 일단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이고 보았다.

그러다보니 불후의 명작이나 고전 반열에 오른 책들은 출판사나 역자만을 달리하여 중복되는 것도 생겨났고, 

급기야 고미숙의 '윤선도평전'같은 경우는 중복 구입하고 친구가 보내주고 하여, 세권이나 됐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들을 모아 나란히 꽂던 우리 아들('어부사시사'라는 시조 제목만을 기억하는 이과 출신)로 하여금

4부가 어디있냐고 묻는 황당 시츄에이션을 연출하게 만든 모자란 엄마가 되기도 했었다.

 

책을 머리 속에 집어넣었을 때 지식이고 감동을 마음에 담았을때 양식이지,

그냥 쌓아놓았을때는 종이조각이고 쓰레기더미일 뿐이라는걸 알면서도,

책을 읽는 속도가 예전만 못하다.

 

책을 읽어내는 속도가 책을 들이는 속도에 한참을 못 미치는걸 깨달은 순간,

아니 그전부터 삶을 홀쭉하게 만들기 위하여 내린 처방은 '세 권 버리고 한 권 들이기'인데,

이쯤 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읽을만한 책들이 그리 많지않다.

 

예전 전작주의자 시절 읽었던 '한정원의 '지식인의 서재'가 좋아서 구입해 두었던 '명사들의 문장강화'를 읽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예전만 못한 것은,

장르 불문하고 수중에 넣으려고 했었고 막무가내로 읽으려고 했었던 예전과는 달리,

책과 책 사이의 여운을 즐기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은 그것이 허기든 허영이든 무엇인가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사명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채 시동이 걸리기도 전에 집어던져서는 가슴이 뻐근해져오는 충만감은 느껴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내가 명사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문장 강화의 절실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면서,

그들은 어떤 문장 강화 과정을 거쳤고, 어떤 책읽기를 택했는지를 엿보고 싶었나 보다.

한 친구는 500쪽 이상의 두꺼운 책이 내용이 부실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던데,

만약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별로'이면 베어넘겨진 나무에 대한 미안함까지 끌어 안아야 하니 그건 위험천만이다.

 

 

 

 

 

 

 

 

 

 

 명사들의 문장강화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누구나 다 명품을 갖고 싶어 한다. 평생 죽을 때까지 누구라도 명품을 다 갖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명품이 되면 내가 가진 것이 다 명품이 된다."(141쪽)

소설가 김홍신이 한말이다.

이런 마인드로 쓰여진 글이라면 명품일 수밖에 없고, 제대로 읽기만한다면 나도 명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ㅋ~.

그러면서,

  글도 사람과 같이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뜻을 머금고 풍부해지며 깊어진다. 글쓴이의 관심사에 따라, 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글의 향기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글을 쓰는 사람과 그의 글이 세월과 함께 여물어가는 셈이다.(173쪽)

라고 하는데, 그래서인가 나도 이제 나이 지긋한 글들이 좋고,

나보다 젊은 사람이 썼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의 세월은 견디어 검증은 거쳤으면 좋겠다.

책 속의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 위지'를 인용하여 "독서백편 의자통(讀書百遍義自通)"이라고 하여,

'글을 100번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 '어려운 글도 많이 읽으면 그 뜻을 깨우치게 된다'고 하였으며,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를 인용하여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 (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 '책 1만 권을 읽으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고 하였다.

글을 100번 읽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그리하여 문리가 트이지 않고 배길 수 없겠지만,

두보 시대 책 만드는 기준으로 책을 만권씩이나 구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두보 시대 독서법으로 만권을 다 읽어낸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그 시대에 책 만권을 읽어낸 사람이라면,

두보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신들린 듯 글만 쓸 수 있는게 아니라,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르러) 무엇이든지 쉽게 뚝딱 아닐까?

 

암튼,

그동안 들인 책들을 읽느라고,

한동안 알라딘 서점에 책 주문을 미뤘었다.

그러면서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그런 책들이 없다고 자위를 하곤 했었는데,

그런 나의 의지를 한꺼번에 꺾는 책이 나와주셨다.

게다가 그 책은 서재이웃 玄님의 책이다.

(충동)구매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논어쓰기
 임종수 엮음 / 문사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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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20 16:39   좋아요 1 | URL
오늘 새벽 제 고민과 살짝 비슷하신데요. 이 많은 책들을 다 언제 읽는가 하는 고민이 점점 더 심해져요. 예전만큼 진도가 안 나가서 울상까지~_~...책에 더 집중하자 싶어 북플 활동을 좀 뜸하게 했는데, 그러다보니 이웃과 인사가 뜸하게 되어서 오늘은 양철나무꾼님께 명품 인사를! 하려다 실패ㅎ;; 이왕 쓰는 거 댓글도 명품으로 쓰고 싶은데 자꾸 개그로 흐르는; 개그라도 되면 다행이고;;

해피북 2016-01-21 01:23   좋아요 1 | URL
저두 agalma님 댓글에 공감해요. 나름 북플에 딜레마같다는 ㅎㅎ 책을 읽자고 북플을 멀리하면 이웃님들께 미안해지고,그렇다고 북플활동을 열심히 하자니 독서와 멀어져버리는 현실이 말이죠. 저는 아까 11시 조금 넘어서 들어와서 지금까지 열심히 읽고 있는데 둘다 포기할 수 없다는게 문제 같아요 흐흐^~^

양철나무꾼 2016-02-02 17:33   좋아요 0 | URL
Agalma님, 해피북 님, 댓글이 많이 늦었네요.
제가 재작년에도 이 문제로 고민을 한동안 했었다죠.
서재에 글을 올리는 것과 마실 다니는 것, 어느 쪽에 집중을 하는게 좋을까 하여 한동안 망설였었어요.
그런데, 결론은 제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하기로요.
ㅋㅋㅋ~.

명품 개그에 실패하셨고 썰렁개그였고,
명품 댓글였습니다여~^^

2016-01-20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2-02 17:43   좋아요 1 | URL
한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잡식성 정도가 아니라, 완전 오지랖이다 못해...
글씨가 적힌 것이면 붕어빵 봉지도 들춰볼 정도로 활자중독증이 심했었는데,
나이가 한살 한살 먹다보니까...살 날이 얼마 없다하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다보니까,
제가 사들인 책도 다 못 읽고 죽겠다 싶은 거예요~--;
물론 그 저변엔 예전같지 못한 시력도 한몫하고 말이죠, ㅋㅋㅋ~.

서니데이 2016-01-20 17:4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참 많이 추워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양철나무꾼 2016-02-02 17:44   좋아요 1 | URL
며칠 따뜻해서 강가로 목욕하러 나갈랬더니~,
우쒸~, 다시 추워져요~(,.)
님도 감기 조심하셔야 해욧~!

cyrus 2016-01-20 19:46   좋아요 0 | URL
독서파만권 하필여유신은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망할 도서정가제!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6-02-02 17:45   좋아요 0 | URL
cyrus님, 망할 도서정가제 하실 때가 좋을 때입니다.
좀만 지나면, 망할 저질 체력하게 되실 테니까요~ㅅ!

만병통치약 2016-01-20 20:56   좋아요 0 | URL
문장강화는 고사하고 글 쓴 다음에 한 번 읽고 퇴고나 수정이라도 하면 훨씬 나아질텐데 귀찮아서 막 올려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6-02-02 17:47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이몽룡과 같은 습관이 있는데,
저도 장원급제한 글솜씨인줄 알고 일필휘지로 글을 쓰고 웬만해선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만병통치약님이 저랑, 이몽룡이랑 같은 급이시라구요?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2016-01-21 00:0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이렇게 뵙는군요! 알라딘 서재 두해만에 들어와 인사드려요...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역시 변함없이 방대한 독서와 글쓰기... 선생님 방에 들어오니 독서욕이 자극됩니다. 아, 그리고 {논어쓰기}를 소개해주셨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출판사 사장님과 디자이너 두분 선생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님이 많은 땀과 공을 들이셨어요. 함께 작업하는동안 좋은 책을 만들려는 예술혼과 장인정신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저는 원문을 확인하고, 기존 번역을 두루 참고하며 여러 차례 다듬는데 미력을 보태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어} 고유의 한자발음을 확인 교정했는데, 애정이 많이 가는 필사책입니다. 추운데 건강하시고요, 이후로 소식 전하고 저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2-02 17:49   좋아요 0 | URL
이렇게 좋은 책을 내 주시다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1권이니 시리즈가 계속되는 거겠죠?
건필을 기원하겠습니다~^^

2016-01-29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1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2 21:4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자상한 소개와 품평... 힘이 납니다. 저도 그간 논어해설을 조금씩 써오고 있었는데,이제 {논어쓰기}에 원문도 쓰고 떠오르는 단상을 적바림하고 있네요^^ / 공책에 쓰신 글씨가 참으로 단아해보입니다. 그대로 {논어쓰기}에 필사하셔도 좋겠어요^^ (저는 쓰고나서 바로 아래 메모를 적고 있네요) 그리고 필사시리즈는 계속 간격을 두고 나오는데, 8월 전에 {노자쓰기}가 나올 예정이네요. 사장님과 의논했고, 곧 작업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다시 책으로 뵙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2016-02-26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6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효재의 살림풍류 - 서울과 시골을 오가는 유쾌한 이중생활
이효재 지음 / 스타일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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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럽고 풍치가 있는 일. 또는 그렇게 노는 일''풍류'라고 한단다.

 

요즘 세상에 '제대로' 된 속도를 갖는다는 것이 가능할가?

'풍류'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처럼 움직이는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엉'덩이가 '뚱'뚱한 '엉.뚱.족'에게는,

빠른 속도로 변하는 상황이 적응이 안되어 그마저 경박하다며 툴툴대는 것일 뿐이고,

모든 일을 시간과 노동량에 비례하여 효율성이라는 수치로 환산하려 들고,

'바빠' 또는 '빨리'라는 말을 추임새처럼 입에 달고 사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는,

'멋스럽고 풍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잉여이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풍류가 아닐까 싶다.

 

난 일을 야무지게 잘 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꼼꼼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마음은 안달루시아를 넘나들어서 일의 효율성은  빵점이었다.

 

사람들이 놀부를 보고 부자이고 욕심쟁이여서 나쁘다고 하는데,

놀부가 나쁜 것은 부자이고 욕심쟁이인게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동생에게 알려줘서, 나누고 함께 하면 배가 되는 걸 몰랐다는 것이다.

 

나는 고인들의 살신성인 덕분에, 어렴풋이 개념을 장착할 수 있게 되었고,

추억이고 물건이고 그러모으고 집착할 줄만 알던 것을 버리고 나눌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갖게 되었고, 적당한 속도에 맞춰 리듬까지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바라보니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인다.

 

그것들은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명품처럼 고가는 아니지만,

재료비 따위를 값으로 매긴다면 푼돈 몇 푼일,

그렇다고 하여 쉽다거나 헤프다는 느낌이 아닌,

궁상맞거나 초라한 느낌도 아닌,

그런 것들 말이다.

 

장인이나 달인 따위의 거창한 수사는 일부러 사양하였지만,

정갈한 밑밭찬 몇 개에 보글보글 끓인 찌개로 힘을 준 소박하고 담백한 밥상이라던가,

머리쪽으로 호청을 더하여 빳빳하게 풀먹인 이불을 내놓으며 '에헴~,이쯤은 보통이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니의 책을 매번 사들이기는 했었지만, 매력이 뭔지 꼬집어 얘기하지는 못했었다.

어찌보면 유난스러워 보인다 싶었었다.

분과 초를 다투어 변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할 일이 없어 누리는 호사처럼 보인 적도 있었다.

 

153쪽에서 영국여왕을 예로 들면서 '격'이라고 하는데,

아, 이렇게 멋질 수가 없는 거다.

'돋보기집을 얘기하며 나이가 든다는 건 허릿살이 생기고 팔뚝이 두꺼워지고 계단 올라갈 때 아고고 소리를 내는 것'이지만,

마음이 너그러워지니 다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보니 알겠다.

'응.팔'의 정팔이 엄마 라미란 여사님~!

갱년기라고 기나긴 밤을 불꺼진 거실에서 정물처럼 우두커니 앉아 계시지 마시고,

효재 언니나 처처럼 살림 풍류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난 효재언냐나 라미란 여사님 나이가 될려면 아직은 멀었는데,

풍류의 도는 벌써 터득한 것 같다는...아흑~--;

 

이 책에서 효재언니가 전해주는 반짝거리는 꿀팁 하나.

아마추어가 손으로 만드는 살림은 자칫 궁상맞아 보일 수 있으니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단다.

 

나도 그래서 매번 남편과 아들의 자문과 검증을 거치는데, 이 단계가 완전 시련이다.

내가 손으로 꼬물거리는걸 '궁상맞아 보인다'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완전 싫어하는 바람에 한번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내가  '응.팔.'의 라미란 여사님의 나이가 되어,

불꺼진 거실에서 눈물과 한숨으로 밤을 지새워야,

그걸로 부족해서 남편과 아들을 괴롭히고 들볶아봐야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인가?

에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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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7 15:51   좋아요 1 | URL
불편함을 감수하는 품격! 멋지네요.
저도 효재님 살림솜씨 보면서 부럽기는 했지만 뭘 또 그렇게까지 싶기도 했는데... 저 말로 모든게 이해됩니다^^

양철나무꾼 2016-01-20 15:59   좋아요 0 | URL
그쵸~?^^
영국 여왕의 품격이라는데 뭔들 이해못하겠어요?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16-01-17 18:26   좋아요 1 | URL
손으로 꼬물거리는 걸 즐기시는 양철님, 더구나 그 솜씨도 인정합니다.
모자가 너무 예뻐요. 방울이랑 그 아래 것이랑 다요.
젊었던 엄마도 뜨개질을 참 잘하셔서 모자며 머플러며 속바지에 스웨터, 조끼 등등
엄청 잘 뜨셨지요. 저도 거들고. 실 풀기도 같이 하고.
효재언니가 말한 경계 지키기는 저처럼 손으로 뭘 만들 생각일랑 안 하는 주부에겐 해당 없겠죠? ^^

양철나무꾼 2016-01-20 16:02   좋아요 2 | URL
님이 못하는게 있으시다는게 이해가 잘 안가려고 해요.
생각을 안 해 보셔서 그런 것이지,
아마 만드시면 그동안 어머니 어깨 너머로 봐온게 있어서 뚝딱일거에요~^^

서니데이 2016-01-17 19:53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바느질만 잘 하시는 줄 알았는데, 손뜨개도 상당히 잘 하시는군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쓰면 ˝금손˝이신데요.^^
양철나무꾼님, 좋은 일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20 16:04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유행하는 말의 의미는 잘 모르고~--;
사주팔자에 금이 한가득한건 아는데...ㅋ~.
옛날 사람들로 치면 별로 좋은거 아니라서 누설하지 말라는데,
모 어때요?
그쵸?
금손이라는데...ㅋ~.
 
명리 : 운명을 읽다 - 기초편 명리 시리즈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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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1' 강좌에 관심을 갖게 된건 아마도 강신주의 '다상담' 때문이었을거다.

라디오 팟 캐스트로 다운로드 받아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듣던 어느날,

'강헌'의 '좌파 명리학'강좌의 맛보기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었고,

사주 명리, 주역 따위는 20여년 관심을 가져오던 숙원이고 애증임에도 불구하고 버벅거리는 고로,

관심을 갖고 달려들었으나,

이내 시들해져 버리고 말았는데,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를 고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쪽 공부가 하루 아침에 성과를 드러낼 수 있는게 아니고,

본인의 입장에선 오랜 기간이었겠지만,

그 기간동안 자신의 학설이나 견해를 갖고 피력하긴 힘들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누구의 학설이나 견해를 따른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생략되어 버리니 '조용헌'의 아류나 따라쟁이라고 인식되어 졌었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 수준의 내용은 맛보기 인터넷 강좌에서 끝나는 듯,

「명리-운명을 읽다」이 책에선 두드러지지 않지만, 대신

그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40대 초반에 해남 산골 마을에 들어 앉아서 '정말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지' 궁금해서 서울의 후배에게 서점의 역술 코너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사서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과 저 책,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짬뽕한 내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지껏 명리학을 공부하려다가 실패한 사람들이,

'만인의 명리학자화'를 꿈꾼다는 저자의 말빨에 넘어가,

책 속에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시면 안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강헌은 명리학자 이전에 대중문화평론가가 맞는 듯,

그가 명리를 공부하여 자신의 운명을 읽어내고,

의미를 확장하여 만인의 명리학자를 꿈꾸며 강의를 하고 책을 내고 하는 것이,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호흡하는 그이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명리를 공부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것 같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해남 산골 마을에 들어앉아 죽어라 명리만 연구한 사람의 그것도 온전한 당신만의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명리'란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학문도 아니고, 쉽게 이를 수 있는 경지도 아닌 것 같다.

 

그는 명리학을 공부하게 될 경우, 크게 세가지 단계를 거치게 된다(33쪽)고 하는데,

어째 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한 위로처럼 들려 씁쓸했다~ㅠ.ㅠ

우선, 명리학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리학적  용어와 이해가 탄탄해지는 문리(文理)가 트이는 것, 이게 첫번째 단계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명리학적 지식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제 인간을 통해 확인하는 통변(통변, 명리학에서 의뢰인의 원국을 해석하여 의뢰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일)이라는 단계에 들어선다. 그럼 통변의 단계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을 만나서 원국을 해석하는, 즉 임상의 과정이 적어도 3만 명은 넘어야 통변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3만 명이 쉬워 보이는가? 하루에 열 명씩 상담한다고 해도 1년에 고작 3,600명밖에 안 된다. 그래서 8년 반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오로지 상담만 해야 겨우 3만 명이 넘는다. 자, 어찌어찌하여 3만 명을 넘어 통변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자.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세번째 단계다. 정말로 자신과 자연을 일체화시키려면 우주의 리듬에 맞춰 자기의 영성(靈性)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명리학의 마지막 단계는 입산수도인 것이다. 즉, 홀로 산에 들어가 수도 생활을 해야 한다. 이게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이미 늦었다. ㆍㆍㆍㆍㆍㆍ그저 한 사람의 건전한 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이루는 근간을 이해하는 것에서 만족하겠다는 마음으로 명리학에 접근해야 한다.


내가 온전한 강헌 만의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의 명리학적 용어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월지(月支)의 축토(丑)를 음양오행으로는 음토(陰土)가 있다고 보지만, 내가 실제로 해석할 때는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월지(月支)가 축토(丑)이면, 사실상 수(水)의 성분을 가진 것으로 해석한다.(101쪽) 

 

하지만 지지(地支)에서의 화(火)와 수(水)는 체용이 바뀌어 명리학에서는 양화(陽火)가 아닌, 음화(陰火)로 해석한다.(107쪽)


101쪽의 경우,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자신만의 비법인듯 풀어놓는데, 다른 책들에서도 용어와 서술을 달리할 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107쪽은 내용은,

조용헌의 '사주명리아야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어느 책을 인용하고 누구의 해석을 따르는지, 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니,

나처럼 이 책과 저 책,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두루 넘나들던 사람은 오히려 혼란스럽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일본의 추명학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비관적이다'(32쪽)라고 하고,

십이운성을 얘기하는 부분에선 추명학의 권위자 아베 다이장을 인용하며,

십신이 명리학의 뼈대라면 십이운성은 보조적인 지위를 가진다며, 십이운성을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간이 무토와 기토인 사람들은 십이운성이 적용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다. ㆍㆍㆍㆍㆍㆍ보통 많은 명리학 서적에서는『연해자평』식으로 보기를 권하지만, 나는 『명리정종』식이 옳다고 본다. 내가 그동안 임상해온 무토와 기토 일간의 원국들을 검토한 결과, 『명리정종』이 근소하게나마 적용과 해석이 타당하다. 하지만 6:4정도로 『명리정종』이 우위를 차지할 뿐이다. 그러니 꼭 『명리정종』이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좀 더 많은 임상의 사례가 필요하다.(224쪽)

 

라고 하고 있는데, '명리정종'은 '적천수'와 '연해자평'의 요지를 뽑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걸 차치하고라도, '그러니 꼭 『명리정종』이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는 말은 하나마나 하다.

 

262쪽의,

명리학자 김동완 선생이 '김동완의 사주명리학 시리즈'에서 제시한 점수별 판별법에 각 간지의 점수 배분을 내 생각에 맞게 수정했다.

같은 경우가 적절한 인용 사례이지 싶다.

 

책은 여러가지 색을 써서 보기 쉽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진(108쪽)의 申申 병존 원국표는 예가 적절하지 못하다.

 

내가 이 책 전반에 걸쳐 툴툴 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강헌이 대중문화평론가라는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명리학의 개념만을 나열하면서 우리에게 명리학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고,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여기 이곳 지금 이순간 (herenow )을 살아가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자연과의 조화,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걸,

인간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을 지혜롭게 조화시키며 창조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명리학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고,

쉽게 얻은 것은 잃지 않기 위해 조심할 것이며, 어렵게 얻은 것은 귀하게 여길 것!

을 명리학이 주는 메시지라고 하고 있다.

 

그는 명리학을 '관계에 관한 학문'이라고 한다.

대중문화평론가인 그에게 인간 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인 명리학은 참으로 맞춤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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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15 13:25   좋아요 0 | URL
상당히 어려운 주제의 책을 들었군요...ㄷㄷㄷ

양철나무꾼 2016-01-15 13:50   좋아요 2 | URL
주제만 어렵지 않고, 내용도 어려운 책이었고,
들었다가 이제 놨습니다여~^^

caesar 2016-01-15 13:39   좋아요 2 | URL
조용헌의 <사주명리 이야기>는 재작년에 대중교양서겠지! 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빼들었으나 관련 지식이 전무하여 생각보다 어려워 덮었습니다. 이번에 강헌의 <명리>는 그때의 기억으로 고민을 하다가… 팓캐스트를 듣고선 우선 사놓고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1-15 13:53   좋아요 5 | URL
기준만 잘 잡으시면 큰 무리없이 읽어나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저도 옛날엔 조용헌이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 보니, 강헌보다 조용헌이 훨씬 쉽습니다~^^

caesar 2016-01-15 13:5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조용헌의 살롱이나 명문가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 분야도 눈이 트이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1-16 10:06   좋아요 3 | URL
제 개인적인 견해가 그렇다는 것이지, 아직 저도 누군가에게 훈수를 두거나 할 주변머리는 아닙니다여~ㅠ.ㅠ

서니데이 2016-01-15 14:32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의 설명 듣고나서 아직 이 책 읽지 않았는데, 이 책 읽으려면 기본적인 내용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될 것같아요. 여러 가지 합해서 운명학이라고 하는 이 분야는 많이 어려워보여요.^^;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16 10:08   좋아요 2 | URL
오늘은 날씨가 제법 따뜻하죠?^^
눈발도 살살~ 날린다는데, 오늘 같은 날 뭐 하시려나?
데이트 안 하세요?
아님, 책이랑 데이트라도~, 헤에~^_____^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 친절한 DIY 교과서 27
이영란 지음 / 터닝포인트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뭇 여자들에게는 커플룩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래서 연애때나 신혼때 티셔츠를 같은 디자인이나 색깔로 맞추어 입는다던지 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행복해 한다.

내가 바라는 커플룩은 좀 다른,

이제는 실현시킬래야 실현시킬 수 없는 그런 것인데,

이 책의 표지처럼, 딸과 나란히 맞춰 입는 그런 커플 룩이다.

 

아들이 어렸을때,

하도 성별을 무시하고 내 맘대로 꾸며줘서 그런가, 이젠 결코 내가 골라주는 옷은 안 입는다.

아들도 나도 나름 패셔니스타를 자처하지만, 취향은 정반대인지라,

내가 아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지 않는 이상, 커플로 입는건 꿈도 못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럼, 아들을 따라 입으면 되지 못 입을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그 나이에 걸맞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있는 것 같다.

 

이젠 딸을 낳는 것도,

다큰 아들과 옷을 맞춰입는것도, 요원하지만,

난 오늘도 「친절한 여자아이 옷 만들기」같은 책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이 책은 홈소잉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부터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사람, 옷본을 가지고 응용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알맞게 만들었다.

아이 생활에 필요한 소품 전반과 패션을 아우르고 있다 보니 난이도가 제각각이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자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권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다 보니, 타겟이 명확하지 않다.

소잉을 처음시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뒷부분에 나오는 패션 응용편은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뽀글거릴 것 같고,

박음질 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앞부분의 스카프이나 배이불 같은 게 쓸데없이 느껴지기도 할테니까 말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이 시점에서 외국 아이들을 데려다가 모델로 쓴 것은 차치하고 라도,

용어를 일부러 영어를 소리나는대로 쓴 것이다.

책 전체에 걸쳐 여러번 '스카프 빔'이라고 나오는 걸로 보아 오타는 아닌것 같은데,

빔은 '빔 프로젝트'처럼 불빛이 나오는거고, 턱받이라면 빕이다.

 

 

하지만 난 이 책을 보고,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이런 것들을 만들었으니,

나를 솜씨 좋은 아줌으로 거듭나게 해주었으니,

마냥 툴툴거릴 수만은 없겠다, 땡큐다, 때~땡큐~!

내가 매번 이렇게 딸타령을 했더니,

언젠가 누가 아들을 빨리 장가보내 며느리에게 해주라는데,

그건 나의 질투와 시샘을 모르니 하는 말이고,

하늘에서 못난이 인형처럼 귀여운 아기들이나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이럴때 적절한 속담이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인지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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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6-01-12 11:25   좋아요 1 | URL
제게는 이런책이 대리만족이 아니라 좌절감을 주던데요 ㅋㅋ

양철나무꾼 2016-01-12 11:29   좋아요 0 | URL
어헛~,무슨 말씀을~!
전에 보았는걸요, 아드님을 위하여 맞춤형 책까지 만드시는걸요~(,.)
이것 저것 다 만들어도...전 아들을 위하여 책은 만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맹세코~!

AgalmA 2016-01-12 11:58   좋아요 0 | URL
˝아들이 입는 옷을 따라 입지 않는 이상˝ 크크크크킄....
집에 가방 만들다 던져 둔 게 있는데, 청소할 때마다 보게 되는 모조 마호가니 손잡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아요-_-;

양철나무꾼 2016-01-15 13:39   좋아요 0 | URL
님의 댓글을 읽는데, 언젠가 읽었던 이어령 님의 호마이카 책상 어쩌구 하는 수필이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마호가니 손잡이라도 종종 들어주셔서 손때 묻어 귀한 그런 가보로 만들어보심이...ㅋ~.

서니데이 2016-01-12 12:11   좋아요 0 | URL
저는 어려서 선택권이 없던 시절, 엄마가 만든 옷을 입었어요. 그렇지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약간의 의사표시가 가능할 시기 이후로는 가게에서 사준 옷을 좋아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오늘 많이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서니데이 2016-01-12 14:19   좋아요 0 | URL
앞에 댓글쓸 때는 사진을 못 봤는데, 이 책으로 옷을 만드셨군요. 한참 걸리셨겠어요. 예쁘고 집에서 입으면 편할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6-01-15 13:44   좋아요 1 | URL
전에도 그런 댓글 본거 같아요.
엄마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자란 서니데이님은, 핸드메이드 제품이 싫으셨군요?
하긴 저와 제 주변에서는 핸드메이드 제품 인기 없어요~ㅠ.ㅠ
그래도 만드는걸 보면, 분명 중독이지 싶어요~^^

서니데이 2016-01-15 14:26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그때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보다는 비슷한 것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예요. 그때도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이 더 예쁘긴 했어요. 그런 것들이 아이들 마음 아닌가 싶어요.^^

yureka01 2016-01-12 12:39   좋아요 2 | URL
며느리에게 딸같이 커플룩.ㅎㅎㅎ멋찔거 같은데요....

양철나무꾼 2016-01-15 13:46   좋아요 2 | URL
며느리를 딸같이~,
며느리인 제 입장에선 참 절실한 구호였지만,
이제 시어머니가 될 제 입장에서 보자면 참 구현하기 힘든 구호입니다여~ㅅ!

해피북 2016-01-13 01:00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 에코백을 함 만들어보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자신이 없어서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어요. 양철나무꾼님의 맵시있는 솜씨가 무척 부럽습니다^~^

양철나무꾼 2016-01-15 13:49   좋아요 1 | URL
에코백 취지에 맞는 청바지 재활용 가방이나, 현수막 재활용 가방 같은 거 저도 하나 장바구니로 장만하고 싶어요.
요즘 에코백은 걍 너무 이쁜 천가방이더라는~ㅠ.ㅠ

맵시있는 솜씨도 좋지만, 전 님의 해피한 마음씨가 더 부러운걸요~^^
 

                                                                    호 모 에 렉 투 스

 

                                                                                                  - 백  무  산 - 

 

  타이어를 껴입고 배를 깔고 바닥을 기며 구걸하던 걸인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어이없는 배신감을 느낀다지만

 

  상인에게 상술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걸인에게 동냥의 공정거래를 요구할 참인가 정치꾼들의 쇼는 전략이라는 건가

 

  사지 멀쩡한 놈이라고 혀를 차지만 사지 멀쩡한 거지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구걸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구걸 가운데 어떤 구걸이 도덕적인가

 

  비참해야 하는데 덜 비참한 것이 문제였을 것 발밑에서 계속 기어야 하는데 머리를 쳐들었기에 혐오가 생겼을 것 고귀하고 선한 본성에 상처를 입혔다는 건가

 

  머리를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표를 구걸하고 신분을 위장하고 머슴입네 간을 빼줄 듯이 가난한 자의 발바닥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의 계급 위장은 고상한 전략인가

 

  생존을 위해 직립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들뿐인가 진화를 교란하고 기적을 연출하는 인간들이 그들뿐인가

 

  배를 깔고 바닥을 기다 멀쩡하게 일어나는 기적과 숙였던 고개와 바닥에 깔았던 신분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거만한 지배자가 되는 건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도덕적인 기적인가

                                                                                                         -시집 <폐허를 인양하다> 중에서-

 

 

 

 

 

 

 

 

 

 

 폐허를 인양하다
 백무산 지음 / 창비 /

 2015년 8월

 

 

20대 총선일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과 야당이 꼴난 의석 수를 두고 싸우는 것을 보면 웃기지도 않는 것이,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랄까,

자충수를 두는 걸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4년 주기로 총선이 치뤄지다보니, 4년마다 한번씩 비슷한 광경들을 목도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다.

언제부턴가 아침 출근길 거리 곳곳에서 밝은 목소리를 가장하여 인사하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라는 이들이 눈에 띄고,

목 좋은 건물 외벽에는 이들의 얼굴이 대형 현수막에 걸려 나부낀다.

 

그런데, 이들이 내건 대형현수막이 건물 전체 유리창을 막아,

건물 안으로 햇살 한줌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려나 모르겠다.

 

햇살 한줌이 나같은 서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서라고 했던 디오게네스의 용기가 닮고 싶은 오늘이다.

하긴 그 전에 우리에게 알렉산더 대왕 같은 왕은 없는 것인가 툴툴거리게 되지만,

역사상 그레이트를 붙인 왕이 몇 명이나 되던가 말이다.

 

오늘 강헌을 읽는데, '목(木)'의 기운을 이렇게 얘기하더라.

ㆍㆍㆍㆍㆍㆍ물론 넝쿨처럼 옆으로 자라는 나무도 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대부분의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나무의 성질이나 나무가 있는 풍경을 떠올리기보다는 지표면에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상승의 기운을 상상하길 권한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지구의 중심으로 떨어진다. 나무로 표상되는 목(木)의 상승하는 기운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멋진 개념이다.(63쪽)

 

 

 

 

 

 

 

 

 

 명리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12월

 

 

그래서 생각난 것인데,

'직립'을 내마음대로 '배를 깔고 바닥을 기다'로 재정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혼란스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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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6 18:11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출간된 강헌의`명리`, 저도 읽어보고 싶긴 한데, 조금 더 찾아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8 09:22   좋아요 1 | URL
강헌 님 명리, 기초 지식이 없으면 산만하고 어려워요~--;
예제가 많고 설명이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군데군데 본문내용과 상관없는 원국표도 등장해요.
좀 더 찾아보시고 신중한 선택을 하시는게 좋으실 듯~^^

서니데이 2016-01-08 11:48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앞부분 조금 읽어봤는데 망설여져서 질문드렸어요. 실제 책을 보고 사야 될 것 같아요.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좋은 금요일 되세요.^^

2016-01-06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9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