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문학 -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사주, 풍수, 주역 강의
이지형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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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의료기 체험장이나 약장사한테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런 곳들이 뿌리 뽑히지 않고 성행 되는게 이상했었다.

어르신들이 아무리 세상물정에 어둡고 어리숙하더라도,

그것들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나 가짜 약이라는걸 모르실 정도는 아니실텐데 하던 어느 날,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애들 아범이 날 그렇게 귀하게 대접해주겠어, 아님, 애들이 날 그렇게 재밌게 해주겠어?

 한번 가봐, 얼마나 재밌는 줄 알어?

 가서 한나절 웃다 오는 거지.

 재미 없어봐, 억지로 잡아 끈다고 가겠나~!"

 그러니 우리에겐 만병통치약이고 비싸도 하나 비싼게 아니지."

 

언제부턴가 인문학이 대세인가 보다.

출간되어 나오는 책 제목들을 보면 '무슨 인문학' 또는 '어쩌구 인문학'해서 단어를 잘 선별해서 끝에 인문학만 갖다 붙이면 하나의 새로운 분야가 뚝딱 태어나는 둣 했고, 때문에 이 책 제목인 '강호인문학'을 봤을때도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상술로 여겨져서 씁쓸했었다.

 

자연과학과 서양학의 대칭 관계에 있는 것이 인문학과 동양학이 아닐까 싶다.

인문학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동양의 전통적 가치를 지닌 사상체계들은 아직도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고,

이것들의 학문적 연구는 동양이 아닌 하버드 옌칭 도서관(20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동양학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완전 소외되어야 하겠지만,

반대로 거리를 떠돌며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능력을 얻게 된다.

그걸 책에서는,

삶이 힘겨울 때마다 골목 후미진 곳의 점집을 찾아가는 동료들을 떠올려보십시오. 도서관의 동양학이 서구의 학문체계와 융합하고 소통하는 동안, 거리의 동양학은 은거 속에서 전통 가치들을 더욱 공고히 하며 우리네 삶을 위로해왔습니다.

  그렇게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해온 거리의 동양학에 '강호인문학'이란 이름을 선사했으면 싶습니다.(21쪽)

라고 하고 있다.

 

그동안 이쪽 분야의 책을 좀 찾아 읽었던 나는,

이 책을 만나기 위해서 돌아왔었던가 싶은 것이,

그동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제목은 '강호인문학'으로 위의 조어방식을 취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대의 조류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제목이고,

논리의 전개방식이 구태의연하지 않은 것이 설득력이 있고 문체가 세련됐다.

내가 애정하는 손철주에 버금가는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새벽에 읽는 주역인문학'이란 책도 물론 좋았지만,

그 책이 좋았던 이유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였고,

문체가 다소 투박했고,

주역 한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이 책은 사주, 풍수, 주역 전반에 걸쳐 고루 다루고는 있지만,

세상 또는 삶의 본질을 알게 되면, 이들-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경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얘기하는 듯 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뭐니뭐니 해도 이 분이 멋졌고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던 부분은,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오늘날의 입장에서 접근하되 무조건 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취할건 취하고 보완할건 보완하여,

인간, 그 중에서도 소외되고 외로운 인간을 위하고 위로하는 인문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적인 사주보는 법에 대해서 안내하면서,

'思之思之 鬼神通知란 말을 하고,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과 직접 풀어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77쪽)'는 말도 한다.

 

사주의 원리란 한마디로 오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덜고 더하는 것으로 '중화(中和)'라고 하는데,

중화를 위해 필요한 오행요소를 사주명리에서는 용신'(用神)'이라고 한다.

 

이걸 한의학적으로 얘기하게 되면 보법(補法)과 사법(瀉法)쯤이 되는 것이고,

중용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중화, 중용이 되어...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게 마냥 긍정적이기만 할까 싶은게,

고이게 되면 마침내 썩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차에,

 

이 책에선,

여기서 부족한 오행을 보충하고 과도한 오행을 쳐내는게 간단할 것 같아도 실전으로 가면 아주 애매해진다는 말과 함께,

용신을 쓰자면 지나치게 발달한 그 특성을 제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면서(98쪽),

용신 무용론까지 내세우며 나의 기우를 일축시킨다.

 

아무리 빼어나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내가 이 책을 멋지다고 설레발을 쳤을 리가 없다~--;

그렇게 타인을 자신의 삶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때에만 자신의 사주적 한계, 즉 운명이 무너집니다.(116쪽)

라는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풍수에 대해서도 오랜 타성에서 벗어나 풍수가 가야할 길, 모색할 방법들을 소극적으로라도 제시하고 있다.

풍수를 복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방법으로 우리산하를 활보하던 선승 집단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왔으나 이제는 지지부진해져 명맥을 찾을 수 없는 그곳, 풍수의 혈처들을 찾고, 풍수를 새롭게 이끌어 갈 기운을 찾아내자고 얘기한다.(193쪽)

 

끝으로 주역의 활용방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하나가 점(占)이고 하나가 마음공부이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제야 밝히는데,

내가 이 책의 저자를 멋지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역의 64괘 중 마지막 괘인 '화수미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어린 여우 한 마리가 먼 길을 돌아 목적지에 왔습니다. 이제 강만 건너면 됩니다. 마음을 다잡고 강을 뛰어넘는데, 다 건너갔다 싶은데 그만 꼬리를 물에 적시고 맙니다. 그 작은 여우는 소리 없이 물에 젖은 꼬리를 흠칫 쳐다 보니다.

ㆍㆍㆍㆍㆍㆍ강을 깔끔하게 건너는데 실패하고만 어린 여우는 이 세상 모든 미완성의 상징입니다.

저는 이 괘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이 세상에 완성은 없다는 얘기니까요.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완성은 끝입니다. 더 이상의 순환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64번째 미완성의 괘 덕분에, 주역의 괘는 돌고 또 돌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미덕은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입니다. 미완성을 끌어안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완성된 삶이라고 주역은 역설합니다.(244쪽)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은 미완성이기 때문에 영원한 도돌이이고,

인간을 비롯한 자연계의 모든 것은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을 가지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면서 반복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사주, 풍수, 주역 따위를 자연계의 법칙에 적용시킨다 한들 크게 어긋나지 않을 지도 모르고,

난 그 가부를 알지 못하지만,

운명론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헤아리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행하는 일들이 그렇게 그렇게 자연에 가까워지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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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3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 님 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고 하셔요!^^
올 한해 고마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6-01-02 16:50   좋아요 1 | URL
새해 이틀째인데, 잘 지내시나요?
올해는 뭔가 새롭고 근사한 일이 생길 거 같은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지 않나요?^^

[그장소] 2016-01-02 17:28   좋아요 0 | URL
오...옵니다..뭔가 거대하고 큰 불길한...것이.. (응?)ㅋㅋㅋㅋ
메일이..잔뜩 ~~신간소식이군요.
에휴..올해는 가능함 빌려 보려고 단디 맘먹고 있는데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니...ㅎㅎㅎㅎ묵은 해와 새 해의 구분 방법은 그저 달력을 보는 것..엊그제의 나는 평행우주에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불길한 기운 대박 기운 잘 받고 가요~^^♡

caesar 2015-12-3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6:50   좋아요 1 | URL
네, 님도요~^^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ㅅ!

프레이야 2015-12-31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완성을 끌어안는 삶이 진정 완성의 삶,이라는 역설이 마음에 듭니다. 태도면에서 무슨 일에든 여유를 주고 힘이 되는 말이기도 하네요. 새해 더욱 복 많이 짓고 받고 좋은 일 많이 합시다^^ 늘 감사해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6-01-02 17:01   좋아요 2 | URL
작가님 답게 댓글도 완전 멋지신걸요~^^

제가 이제는 안달루시아를 극복하고 나아졌으니 이리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도 한때는 제 스스를 들볶느라고 힘들었습니다여~--;(속닥~``)

물고기자리 2015-12-31 2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적을 보니 마음이 밝아집니다^^ 양철나무꾼 님의 좋은 글들을 종종 읽었는데 인사는 처음 남기는 것 같아요ㅎ 양철나무꾼 님도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7:03   좋아요 2 | URL
올해 이 부적이 완전 인기더라구요.
친구가 보내준건데 님들과도 나누고 싶어서요~^^

물고기자리 님, 우리가 처음인가요?
근데 완전 오래된 친구인것 같아요.
자주 귀하게 뵈요~^^

yureka01 2016-01-01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도 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2 17:05   좋아요 1 | URL
님은 두 몫이니 어깨가 무거우십니다.
글뿐만 아니리, 좋은 사진도 종종 올려주시면...이 곳이 더 풍성해지겠죠?^^

AgalmA 2016-01-01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교향곡의 끝은 미완성 교향곡이듯이...:)

양철나무꾼 2016-01-02 17:20   좋아요 1 | URL
사작은 미약하였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을 들어봤는데,
제겐 창대하게만 들렸던 모든 교향곡의 끝부분이 미완성 교향곡이었단 말이죠?^^

근데 제 귀는 저렴해서 그런가, 착해서 그런가 마냥 좋게만 들리던데...헤에~^_____^

붉은돼지 2016-01-01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부적입니다
새해에는 로또가 되든 북불복이 되든 뭔가 될듯합니다^^
나무꾼님도 새해 꼭 로또 당첨되셍요 ^^

양철나무꾼 2016-01-02 17:28   좋아요 2 | URL
저도 왕 멋지다 싶어서 이곳에서 같이 나누고 싶어서 올려봤습니다.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세트로 당첨됐으면 좋겠네요~^^
근데 당첨이 되려면 복 또는 운이 굴러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로또를 구입해야겠죠, 불끈~^^

2016-01-01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1-02 17:32   좋아요 2 | URL
네, 님도요.
올해는 가끔 말고, 귀하게 종종 뵈요~^^

해피북 2016-01-01 0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히얏. 새해 아침부터 이런 멋진 부적이라니요.ㅋㅋ 기운 팍팍 받아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만땅 일거같습니다. 양철나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6-01-02 17:36   좋아요 2 | URL
해피북 님의 `히얏`하는 기합이 막강 파워를 발휘할 것 같습니다.
기운 팍팍 주고 받으며 우리 올해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보아요~^^
님도 당근, 말밥...복 대빵 많이 받으셔야 합니다~ㅅ!

비로그인 2016-01-07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부족함 많은 책에 멋진 서평 감사드립니다. <강호인문학> 저자예요. 주신 격려가 글 써나가는데 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새해 좋은 일 많이 맞이하십시요~!

양철나무꾼 2016-01-08 09:28   좋아요 0 | URL
저자 분이 직접 왕림해 주시고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제 글을 읽으실 줄 알았다면,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리뷰의 별점 좀 더 후하게 주는건데...말이죠~--;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건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