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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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이 동네 사람들에게 독서는 새로울 것이 없고,

독서와 대구를 이루는 것이 글쓰기 일텐데,

글쓰기라고 하면 문학작품처럼 거창한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전이라면 일기 쓰기와 편지 쓰기 정도,

요즘으로 치자면 독서 일기나 블로그 관리 따위를 그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정민'의 <오직 독서뿐>을 보면,

책만 읽는 바보로 알려진 이덕무는 독서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하고 있다.

(알라딘서재에도 '만병통치약'이란 멋진 닉을 가진 분이 계시더라, ㅋ~.)

그런데, 독서만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하기(또는 사유하기)와 글쓰기가 적절히 어우러졌을때,

비로소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과 치유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편지글은,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한사람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것으로 읽히는데,

그게 '어느 일부분이냐' 또는 '비교적 긴 시간이냐'가 차이점일 뿐이다.

이런 것들은 그동안 내게 주는 교훈보다 남의 사생활을 엿본다는데서 오는 께름칙함,

사람을 비교의 대상으로 놓고 보는데서 생기는 경쟁의식 따위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았었다.

더우기 오래전에 쓰여진 편지글이기 때문에,

한분은 초등학교 선생님, 또 한분은 교회의 종치기라고 하셔서,

감동을 주기보다는 고리타분하고 교과서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지 모르겠는데,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오덕 님의 면면을 깨닫고 느꼈다.

사람이 배웠다는게 이런 거구나,

배워서 아는 걸 이렇게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신 분이 계시구나,

그래서 당신의 그것은 소박할지라도 큰 울림을 주는구나, 하는 것들.

 

권정생 님이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한데다가 가난하고 병까지들어 사람을 싫어했었다는건,

그리하여 그렇게 잔뜩 안으로 움추러든 그를 이오덕 님이 끄집어내주고 어루만져 줬다는 것을,

머리로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직접 쓴 편지 글을 통하여 보기 전까지는 실감할 수 없었다.

1년여라는 시간의 경과 동안,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잘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13쪽,197328일)'

라던 그가,

'아직 친구를 가져 보지 제가 이제야 친구가 어떤 것인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ㆍㆍㆍㆍㆍㆍ저 역시 현주 같은 동생(?) 잃어버리고 싶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숨김없이, 그러나 예의바른 사람 드물 것입니다.(107쪽, 1975년 4월9일)'

라는 변화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오덕 님은 그런 권정생 님에게 항상 위로와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권정생 님이 경험이 없어 놓치는 부분까지 간과하지 않고 세심하게 챙겨주는걸 잊지않는다.

선생님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는 분이 있다니 다행한 일입니다. 책이 나오면 상당한 부수가 나갈 것 같습니다만, 대중들의 유행 취미물이 아니어서 크게 팔리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동화란 것을 심심풀이 오락물로 읽는 백만 명의 독자보다 단 백 명의 가난한, 그러나 슬기로운 어린이들과 진실한 삶을 찾는 젊은이들이 읽어 주는 것이 더욱 기쁘고 보람 있는 것이지요.(58쪽,1974년 4월 30일, 이오덕)

이들의 관계를 보고, 운근성풍(風)고사의 장석과 영인이 생각났다.

1976년 4월에는,

'제가 못 배운 것도, 그리고 가난한 것도, 병든 것도 제 잘못이라면 너무도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역시, 책임은 제게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라고 했던 권정생은, 1977년 9월24일에는,

'지금부터라도 저는 인간학을 공부하겠습니다. 한 인간의 선행이나 악행은 모두 그 역사와 사회의 소산물이지 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한 살인 강도가 있었다면 그건 그 사회 모두의 공동 책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고 발전되고 성숙한 속내를 이오덕에게 내비칠 수 있게 된다.

 

처음엔 이들의 관계가 마냥 부럽기만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관계란 상호적인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장석이었으니 영인이었을 수 있는거다.

내 주변에 나의 장석과 영인이 없는 것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내밀어 그들의 장석과 영인이 되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배우지 못한 것이 제일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책 한 권을 읽는데도 사전을 펼쳐 놓고 봐야 되니, 글 한편 쓰는 데야 말할 나위 없지요. 그래도 자꾸 틀립니다. 어려운 말을 쓰는 것도 어렵지만, 쉬운 말로 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계속 글은 쓰겠습니다. 앉아서 배길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무엇이곤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니까요. 아무와 얘기할 것이 없으니, 자연 책에 눈이 가고, 하고 싶은 말을 쓰지 않을 수 없지요.(60쪽, 1974년, 5월6일, 권정생)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본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 책의 '교육성'에 관해서이다.

이건 내가 주변에서 '책같은 책을 읽으라'는 충고를 들을때마다 생각해보는 문제이기도 한데,

책이 약이 되고 치유가 되고 한다지만...매번 그런 목적성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냥 책이 좋아서 읽는 것이다.

책에서 뭔가 배울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그냥 시간을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동화도 마찬가지이다.

'동화'의 '교육성'에 방점을 찍게 되면,

동화를 통하여 어떤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만 치중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동화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영역이 되어버리는데,

그렇게되면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창작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제한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동화에 대한 '교육성'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으로는 굳이 동화라는 이름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못 배운 것도, 그리고 가난한 것도, 병든 것도 제 잘못이라면 너무도 억울합니다. 그런데도 역시, 책임은 제게 있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ㆍㆍㆍㆍㆍㆍ(132쪽, 1976년 4월 26일, 권정생)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것이지,

책같은 책을 골라 읽으라고 한들 만병통치약이나 치유가 되는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책의 경계가 명확한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대신 이렇게 이오덕 님처럼' 삶이 책'이신 분들을 통하여 저절로 깨우치게 되는게 제대로 된 전인교육이 아닐까 싶다.

 

독서가 곰곰이 생각하기(또는 사유하기), 글쓰기와 적절히 어우러졌을때에라야만,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과 치유책이 될 수 있는 걸 명심하고,

방안에 앉아서 책만 읽지 말 것이고, 이오덕 님처럼 삶에서 실천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져야 겠다.

 

다른 사람들은 손편지 쓰기가 어떻고 로맨틱하고 알콘달콩한 것이 어떻고 하는 이 책을 읽고,

엉뚱한 것을 느껴서 좀 그렇긴 하지만,

 

하나는 제대로된 독서란 삶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에겐 왜 장석과 영인 같은 친구가 없나 한탄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내밀어 장석과 영인이 되어주고 볼 일이라는 거다.

 

그동안은 책상 앞에 앉아 책만 읽는 다소 소극적인 타입이었는데,

이제 책상에서 일어나 실행으로 옮겨 보아야 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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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04 19:35   좋아요 0 | URL
사유하기와 글쓰기가 일치되는 삶을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행위가 서로 어긋나면 그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편이에요. 두 가지 행위가 어긋난 상태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곤란하게 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해요. 하지만 잘못된 격차를 받아들이고, 고쳐나간다면 사유하기와 글쓰기가 일치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양철나무꾼 2015-08-06 17:52   좋아요 0 | URL
뜨끔하고 민감한 사안이예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겠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나아지고 발전할 것이고,
그냥 그렇게 외면하면 답보하고 마는 거겠죠, ㅋ~.

AgalmA 2015-08-05 01:45   좋아요 0 | URL
지, 덕, 예는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 글을 통해 또 확인합니다. 항상 실천이 문제겠지만요~_~;
만병통치약님을 기네스님이 치약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저도 치약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더라고요ㅎ 그런데, 기네스님이 그렇게 부르시는 특별함을 아끼고자 저는 그렇게 안 부르려고요^^
양철나무꾼님이 원하는 정도는 못 되겠지만 저는 양철나무꾼님의 장석이자 영인 같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더라도.

양철나무꾼 2015-08-06 17:58   좋아요 0 | URL
그거 모르셨죠?
제가 혼자 님 닉을 `아~, 글마`는 말야 할때의 `아글마`로 부르는 거, ㅋ~.

아니, 근데 장석이랑 영인이랑 한꺼번에 다 하시겠다구요?
욕심도 많으셔라.
제가 나무꾼이니까 하나만 하셔도 될거 같은데,
왠지 이리되면, 제가 휘두르는 도끼에 콧등을 베이실까 부들부들 떨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는,,,
아이, 땀나라~``

페크pek0501 2015-08-06 13:58   좋아요 0 | URL
책은 읽어서 뭐하나, 나아지는 게 없는데, 하고 생각했던, 그리고 지금도 의문을 품고 있는 1인으로서
한 말씀 드립니다.
제 친구가 하는 말. - 자기 친척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있대요. 박학다식하대요.
그런데 문제는 타인을 이해할 줄도, 배려할 줄도 모르고 자기 중식적으로만 생각하고 이기적이라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남을 무시한대요.
그렇다면 독서를 해서 무엇하고, 공부를 해서 무엇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거예요.
저도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책을 많이 읽어서 앎과 다르게 생활 속의 사람은 다른 경우를 보거든요.
그래서 책의 가치는 사람을 변화시켜야 한다, 라는 점에서 찾게 되더라고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독서만이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는 독서는 오히려 오만함만 갖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독서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양철나무꾼 2015-08-06 18:03   좋아요 0 | URL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 할것 같아요.
님의 댓글이 오히려 저를 겸허하게 만드는 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독서는 차치하고라도,
공부라는 것이 말이죠, 책 속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오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파킨슨병 이렇게 하면 낫는다 - 꼭 알아야 할 치료법과 생활관리법, 환자 돌보기
조기호 옮김, 사쿠타 마나부 감수 / 리스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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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알아야 할 치료법과 생활관리법, 환자 돌보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다른 의료 관계 서적에 비해서 턱없이 얇고 일본 사람이 감수(일본 사람이 썼다는 얘기)했다고 해서,

대충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앞으로 이 출판사의 책은 믿고 신뢰하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이런 책들은 건강 염려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듯,

대상도 모호하고,

일본 책을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용어도 통일되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누구를 독자로 설정하고 만들어지는지도 불명확하고,

때문에 막상 그런 질병에 걸린 환자나 보호자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웠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냥 의사의 말만 믿고 따를 수 있었는지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정보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넘쳐나는 시대이니 그런 환자나 보호자들은 없다.

환자나 보호자도 그렇고,

의료인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환자 개개인의 기왕력에 맞춰 적응과 금기를 나누고 고려해야 하는데,

 

다른 책들의 경우, 설명이 없이 '~라 카더라'로 기술해 놓고 있고,

그걸 무조건 외우게 되니까 양이 방대해진다.

 

게다가 참 이상한 습성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은 알리랬다고 하면서,

이 사람 저사람에게 병을 떠벌린다.

그렇게 되면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정확한 의학지식이 아닌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병의 민간 요법까지,

심지어 사돈의 팔촌까지 총출동시킨다.

 

이 책의 좋은 점이기도 한데,

파킨슨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뇌질환이나 뇌외상으로 흑질이 손상되어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들어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나,

향정신성 약, 위궤양 약, 구토억제제 따위의 부작용으로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니, 향정신성 약, 위궤양 약, 구토억제제 따위의 복용 여부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필수적인 것이 되는데,

우리는 가족력이나 기왕력에 대해서 소극적이다.

 

파킨슨 병은 다른 노인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해를 거듭하면서 천천히 진행되는 병으로,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상태가 호전되고 증세가 가벼워지는 듯 보일 수도 있다.

약을 사용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고 방치하면 악화된다.

궁극적으로 호전이 아니라 유지를 목표로 한다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goal을 너무 높게 잡으면 환자가 쉽게 좌절할 수 있고,

적정 goal을 알아야 가족과 환자가 하나가 되어,

기다리면서 지켜볼 수 있는 부분은 기다리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파킨슨병 약과 함께 사용할 수 없는 약이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환자 또는 가까운 보호자가 약 이름은 몰라도, 어떤 종류의 약인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환자는 파킨슨병으로 알고 있는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약물 부작용도 있는데,

향정신성은 그렇다고 쳐도,

소화기약이나 위산억제제 변비약 정도는 흔히 아무 생각없이 먹게되는 약이니까 말이다.

 

내가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계속 설레발을 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택해서 꾸준히 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고,

작은 동작도 천천히 정성스럽게 하는, 소근육을 사용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 중 하나가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집어내고,

목소리에 이상이 나타날때 당황하지 말고 꾸준히 발성연습을 하라고 권하는 것,

다시말해, 배로 복식호흡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이다.

 

파킨슨병 환자와의 대화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얘기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이야기할 때 말이 빨라지거나 반대로 도중에 멈춰버리기도 한다. 파킨슨병 환자와 이야기를 나눌때는 묵묵히 듣고만 있거나 그냥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소리를 내서 반응해주도록 한다. '응', '그래서?'와 같이 맞장구를 쳐주면 좋다. 듣는 사람의 이런 반응이 신호가 되어 환자는 이야기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만약 대답이 늦어질 경우에는 재촉하는 표정을 짓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려준다.(123쪽)

 

이 책은 파킨스병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유용한 이유이다.

지나친 도움과 간섭은 역효과이니,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환자로선 항상 도와주기만 하면 의지하느라 점점 더 할 수 없게 되거나,

간섭만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 질 수도 있고,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너무 가까이 있으면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으며,

너무 멀리 있으면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기 어렵다.

자기 생활을 유지하며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끝부분에 정부의 의료지원정책에 대해서 안내되고 있다.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인데도, 이 부분은 우리나라 최근 자료다.

이것마저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니,

그때그때 효용에 맞게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나라에는 '대한 파킨슨병협회'가 있으니, 궁금한 자료는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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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8-03 07: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 지인 한 분이 파킨슨병 투병중인데..
혹시 책에 글루타치온 이야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철나무꾼 2015-08-03 09:04   좋아요 0 | URL
아, 혹시 글루타치온 점적 요법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백옥주사로 알려진게 글루타치온이죠.

뭐든지 그렇지만,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잇는게 제일 좋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고,
그걸 보충해줄 방법을 찾는 거겠죠.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다른 사람의 `~카더라`를 믿지 마시고,
그냥 주치의를 믿고 따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비로그인 2015-08-05 20:1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양철나무꾼 2015-08-06 18:05   좋아요 0 | URL
뭘요, 매번 좋은 리뷰 오히려 제가 감사드려야죠~^^
 
한일 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 -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
다케쿠니 도모야스 지음, 오근영 옮김 / 따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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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십수 년전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

단지 엄마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운영위원을 했었고,

덕분인지 때문인지 학교 급식 검수를 했었다.

그때 우리나라 수산업계의 현실이랄까, 실상을 알게 되었지만,

내가 먹는 생선이라고는 갈치와 조개, 오징어, 꽃게가 전부... '훅~' 와닿지 않았었다.

 

이 책은 표지의 그림이 알록달록한데다가,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느 알라디너의 멋진 서평을 보고 혹하여 읽게 되었다.

 

하지만 예쁜 표지 그림과는 다르게,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일본 저널리스트가 탐구한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꼼꼼한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 검색을 무기로,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역사를 더듬어가고 있는 저작을 펴내고 있다고 하여서,

'적어도' 객관적인 분석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을 얘기하자면,

'한일 생선'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이것을 '교류'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교류'라고 하려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종속되지 않는 대등한 개념일때 성립될 수 있는 것인데,

겉으로는 정치나 이념적, 문화적 내지는 경제적 이익이 개입되지 않은 단어로 가장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별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교류'라는건 언감생심,

가진 자가 베푸는 생색내기로 비춰질 뿐이었다.

 

책머리에서,

그러나 일부러 부산까지 가서 일본산 먹장어를 먹었다면 그 또한 유쾌한 일이다. 먹장어는 일본 깃발이나 한국 깃발을 세우고 바닷속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산', '한국산' 따위를 구별하기에 집착하는 존재는 우리 사람들뿐이다. 물고기들 입장에서 보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그냥 '하나의 바다'인 것이다.(14쪽)

라고 하여 객관적인 분석에 더하여, '적어도'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인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의, 어류학자도 아닌 사람이,

'한일피시로드, 흥남에서 교토까지'란 책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에 한번쯤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겠다.

 

한국 수산물 중에서 중요한 품목은 조기와 명태이다.

물론 식용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두 생선 다 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일 수산물 교류를 얘기하면서 활어, 선어라는 표현을 분명히 하고,

때문에 살아 있는 물고기가 반드시 가장 맛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단지 음식 문화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려니 했다.

하지만 부산 항에선 일본 번호판을 단 차가 운행되지만, 일본에선 한국 번호판을 단 차의 운행이 금지된다는 얘기를 들으니,

얘기하기 껄끄러운 사안을 교묘히 비껴가고 있음을 짐작하겠다.

 

일본 사람이 사람이 쓴 글이니까,

역사적인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수산물의 한국내 수입을 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건 당연지사지만,

한국과 부산을 오가며 수산물 거래를 하고 있다는 한국인 안광국 씨의 목소리를 빌려 얘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ㆍㆍㆍㆍㆍㆍ풍문으로 나도는 이야기 때문에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그 상품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같은 생선이 있을 경우에도 일본산이 아니고 중국산을 구입하려는 분위기 입니다."(56쪽)

안광국 씨가 얘기하는 건 팩트인데,

바로 그 다음 문장에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는 지역의 식품에 대해서 규제가 강화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사례가 있다는 건데, 풍문이라고만 할 수 없지 싶다.

 

처음엔 2장의 '먹장어구이의 생활문화사'와 3장의 '임시 수도 부산 피난민의 생활 기록'이 '한일 생선 교류의 역사'와 무슨 관계가 있어 이렇게 앞 부분에 주요하게 배치했나 싶었다.

4장의 '명태와 북어'를 지나,

5장의 '식민지와 학문', 6장의 '일본의 식민지 통치는 무엇을 남겼나'에 이르면 그의 본심을 알 수 있는데,

처음에는 먹장어가 좋아서 먹지는 않았을 것(95쪽)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인한 부산에 모여든 피난민들의 생활상을 얘기하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아니라,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저인망 어선으로 어린 명태 '노가리'를 어획하는 걸 언급하는데,

성어가 되기까지 보호해야 할 '노가리'까지 어획할 수 있도록 정부(한국수산개발공사)가 허가한 결과 나온 중산이라고 한다. 

 

5장에서 어류학자 정문기와 우치다 게이타로를 비교한다.

정문기를 한국의 어류 연구사의 선구자인듯 추켜 세우다가,

이내 입장을 바꾸어 일본 우치다 게이타로의 연구를 표절, 도용했다고 한다.

 

난 이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정문기에게 '현산어보'와 '물명기략'따위의 고문서를 내어주면서 연구해보라고 한 사람은 일본인이었다.

'현산어보'와 '물명기략'은 엄연한 우리 고문서인데, 그들이 우리를 식민지 지배하면서 우리의 고문서까지 무단으로 도용한게 먼저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약전의 '현산어보'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할 문제이지,

정문기와 우치다 게이타로 둘만을 놓고 표절 운운할 문제는 아니지 싶다.

 

다만 둘의 차이가 있다면,

정문기는 조선총독부에 있었던 것을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우치다 게이타로는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

 

한 사람의 주장이나 관점을 내세워,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이나 역사인양 과장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선을 위한 위선일 뿐이다.

한쪽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지 않더라도,

벼는 익으면 제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법을 알더라.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난류, 그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를 두고 그는 이렇게 멋지구리하게 얘기한다.

ㆍㆍㆍㆍㆍㆍ물고기들은 변동하는 생태계와 함께 있고, 그 변화는 안에서부터 섬세하게 지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거기에는 '물고기들의 논리'가 있고 '물고기들의 사고'가 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사람에 갇힌 사고의 틀'을 어떻게 열어갈지 그것이 문제다.(348쪽)

물고기들의 논리나 사고와  사람의 논리나 사고가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궁극엔 결국 같은 것을 지향하니까 말이다.

 

이 말만 놓고 봤을땐 멋진 것 같지만, 책머리의 글상자 내용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일관성이 없다. 본인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된다.

 

결국, 일본의 식민 지배를 자본에 의한 지배였다고 정당화하려 한 셈이지만,

그 마저도 일본의 어류학자들과 한국의 어류학자들 마저 외면해버리는, 어설픈...

그런 '~하더라'통신으로 끝나버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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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30 22:34   좋아요 1 | URL
음~~~~그러한 책이로군요!
작가가 나빴네요ㅜ
저는 언제부턴가~생선을 잘 안사게 되었어요 이젠 일본산 생선을 수입한다하고 그래서 더더욱 어류쪽엔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한 번씩 사다먹는데 오늘이 그날! 고등어 구워 먹은 날이었네요^^ 먹으면서 요 맛난 것을 왜 못먹게 바다가 오염되게 만들었는지~~쯧쯧 하면서 먹었어요(뭔소린지??ㅜ 제가 지금 잠이 오려고 하나봐요ㅋ)

헌데 한일 생선의 그 교류란게 님의 말씀처럼 과연 있었겠나?딱봐도 의심이 드네요 일본은 그런면에선~~~ㅜㅜ

평안히 주무세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4:17   좋아요 1 | URL
현산어보도 그렇고, 이런 분야의 역사서가 왜 일본으로 건너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저인망 어선으로 치어까지 싹 잡아들여, 연근해에 어족품귀 현상을 낳았는데,
그걸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한국의 발전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수산업의 발전으로 주장하고 있어요.
먹장어도 우리가 먹을때 미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것,
자기네가 먹을 때는 수산물 교역의 발달로 인한 항공운송이 가능해지면서라고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요~ㅠ.ㅠ

좀 덥지만, 왠지 즐거운 주말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07-30 22:50   좋아요 2 | URL
이 책이 처음에는 물고기 이야기인줄 알고 읽었는데 점점 이상한 곳으로 빠져들더군요. 표절은 그렇가 치고 일제의 침략에 의해서 한국이 발전했다는 회상. 덕분에 한국수산업이 발달했다는 주장이에요. 묘하게 기분나쁜 책이었어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4:19   좋아요 1 | URL
네, 기분 나쁜 책임에는 틀림 없지만,
반드시 보고 배울게 있는 책임에도 틀림이 없어 보였어요.

전 덕분에 `현산어보를 찾아서`를 트라이 해보고 싶어졌어요, 아흑~!

지금행복하자 2015-07-30 23:28   좋아요 2 | URL
보지말아야할 책이군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5-08-01 14:20   좋아요 1 | URL
네,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내지는,
다혈질이신 분들은 금지도서 되겠습니다여~^^
 

한니발 렉터라는 사람이 있다.

토마스 해리슨이 만들어낸 소설 속의 살인마이다.

살인마는 살인마이고 악인은 악인인데 묘한 것이,

마음 속 한켠에선 나도 모르게 동정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는 거다.

소설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로도 나왔었는데,

난 시각적 영상이 주는 충격에는 약하여 몇날 며칠 날밤을 새는 불상사가 생기는 고로 못 봤었고,

책은 끝까지 다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뜨문뜨문 하지만 두번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암튼, 감옥에 갇혔던 그는 신분을 위조해 탈출에 성공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차치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가 어렸을때부터 엄청 똑똑하고 머리가 좋았다든지, 예술적 소양이 뛰어나다든지 따위가 아니라,

그가 감옥에 갇혀 있을때 제일 힘들어 한것이,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억압받는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감옥에 갇혀서도 매너리즘에 물들고, 타성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내겐 굉장한 충격이었다.

 

매번 다른 제목, 다른 주제의 책을 읽는데도,

메너리즘과 타성에 빠져 책에서 내가 보고싶은 것들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어쩌지 못하는 중에, 기태완 님을 만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게 되는 꽃과 나무들에게 관심을 갖고 집어서,

씨실과 날실을 엮듯 종횡으로 넘나든다는게 말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지 싶다.

그것도 수십년을 한결같이 마음을 모두어서니까 말이다.

평상시 나는 우리나라의 옛고전을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기태완 님은 대학시절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감동하여,

꽃과 나무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고 한게 벌써 수십년 째란다.

표지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는 책이 있다.

진달래 꽃잎 빛깔과 연두 이파리 빛깔을 닮은 표지를 보자마자 반해서,

속 내용은 어떻든지 상관없다는 심사로 달려들었다.

물론 나름의 단점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꽃과 나무를 중심으로,

고서들을 참고서 삼아 엮다보니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기태완 님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또 이렇게 온갖 고서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을까 생각하면,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지 싶다.

처음 '서향화'로 시작하는데, 요즘 말하는 '천리향'이란다.

'서향화'가 '초사'에 실린 '노갑'인지 의문스럽다고 퉁친다.

여러 고서를 살펴본 후에 서향화가 꽃 문화권으로 들어온 것이 송나라 때인것 같다고 하면서,

왕십붕의 '서향화'라는 시를 제시한다.

ㆍㆍㆍㆍㆍㆍ참으로 한가할 때의 좋은 벗이다. 이른바 쉽게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맹랑한 말이다. 아! 대개 사물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 만약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빈 산중에서 스스로 피고 스스로 지더라도 끝내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찌 한스럽지 않겠는가? 어찌 원망하지 않겠는가? 강의한, 『양화소록』중에서

강희안과 서향화는 참 친한 사이였나 봅니다. 누구나 서향화 같은 벗을 사귀면 행복할 것입니다.(17쪽)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 것이,

21쪽의 '김창업은 서향화의 속명이 정향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정향은 서향화와 다른 나무지만 그 꽃과 향기는 비슷합니다. 자정향紫丁香은 라일락을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와 관련하여서이다.

 

언젠가 읽었던 토마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아마 한니발 라이징이었던 것 같다.)에 보면,

거기에 정향이라는게 나오는데, 그때 라일락으로 알아 먹었었다.

그런데, 정황 상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책에 사용된 정향은 clove가 아닐까 싶다.

암튼 어디에선 물푸레나무, 어디에선 수수꽃다리 라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오얏 이씨입니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남편도 자두 나무 아래 노자의 후손이 되는 건가? ㅋㅋㅋ~.

 

여러가지 잘못 알고 있는 이름이 있었고,

파초가 '바나나 나무'란 사실도 고수들이 볼때는 당연하겠지만,

내겐 놀라운 새로움이었다.

 

정향나무라고 해서 한니발 렉터가 떠올랐고,

한니발 렉터 하니까 떠오른 것이,

희대의 살인마, 범죄자, 흉악범이라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 아니라,

1권 마지막에서 스탈링이랑 송로 버섯과 프랑스 최고급 와인의 만찬을 즐기던 완전 품위있는 모습이었다.

또 한가지 그는 악인이지만, 선량하게 사는 시민, 착한 사람들은 절대 해치지 않았었다.

 

어느 누구는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생활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가 하면,

어느 누구는 대학시절 '강희안'의 '양화소록'과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읽고 감동하여,

꽃과 나무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고 한게 벌써 수십년째란다.

 

그런가하면,

나는 귀와 눈과 다소 착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볼때 촌스럽고 실력이 형편없더라도,

내 주변의 삶을 반영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예술이 좋다.

예술이라 이름 붙이기 민망하면 그냥 그런대로여도 좋다.

 

산다는 것은 삶의 반영이고 날것일게다.

그리하여 날것일수록 치열하고 생생하듯,

다소 투박하더라도 때로 진심을 반영한다면,

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러니까,

매너리즘과 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또한 그렇게 지나가기를 바싹 숨죽이고 엎드려 기다려야 하는 때도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비가 그치고 날이 갤거니까 말이다.

 

 

 

 

 

 

 

 

 

 

 꽃, 마주치다 (2014년 세종도서 선정)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11월

 

 

 

 바흐 : 골든베르그 변주곡 [LP]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글렌 굴드 (Gle / CB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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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8 23:12   좋아요 0 | URL
악인에 대한 동정 얘기가 나와서 문득...스탠리 큐브릭 <시계태엽오렌지>가 스쳐갔어요. 예술을 무한히 사랑하지만 악행을 일삼던 알렉스는 감옥에서 비인간적인 계도 실험에 이용되죠.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베토벤을 들으면 구토를 일으키게 되는.... 알렉스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악행의 칼날을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01   좋아요 1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에 보면 사형수들이 임계체험 실험에 이용되잖아요.
그곳이 너무 좋아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설정, ㅋ~.
아침부터 왜 이렇게 꿀꿀한 애기가 생각나는 것인지...
제 이 짬뽕공 같은 상상력 좀 누가 말려줘요, 플리즈~~~~!!!!

2015-07-29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05   좋아요 0 | URL
저는 식물을 좋아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흔히 사람들이 동물은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식물은 소홀히 하는게 싫었달까요.
길들인 것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저의 고약한 강박에 근거하여 말이죠.
근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좋은 기억을 간작하면 되는거라구요.
그러고 바라보니, 길거리 풀들도 다시 보이지 뭐예요, 히힛~^^
님도 뽀송뽀송한 하루요~^^

세실 2015-07-30 09:45   좋아요 0 | URL
`감옥에 갇혀있을때 제일 힘들어 한것이 예술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는 억압받는 생활이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동지애 내지는 동정심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저도 두 가지를 하지 못하면 가장 힘들듯요^^ 특히 책! ㅎㅎ



양철나무꾼 2015-07-30 22:06   좋아요 0 | URL
실은여, 저는 감옥에는 아니어도 제 자신을 집에 며칠쯤 가둬주었음 할때가 있거든요, ㅋ~.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지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말예요.
근데 다른 건 다 못해도 괜찮은데, 책은 못보면 좀 힘들것 같더라고요.
알라딘 서재 못들어오는 것 하고요, ㅋ~.

한수철 2015-07-30 20:57   좋아요 1 | URL
저는 요새 무기력증? 한 두 달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증상 때문에 힘이 듭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고요. 핑계일까요?^^

...어떻게 해야 활달해질 수 있나요? 의욕 하며...

Juni 2015-07-30 21:14   좋아요 0 | URL
20년째 술을 매일 마시고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억압받습니다!! 그냥 결심하세요 ~~ ^^ 그래야 되지않을까요 !! 오늘이 그날입니다 ㅋ

양철나무꾼 2015-07-30 22:17   좋아요 0 | URL
전 그랬어요.
다 잘할려고 하니까 죽겠더라구요.
저도 잘 못 하는게 있는 평균이하의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니까 홀가분하고 편했어요.
무기력증이 한두달이요?
여기 20년을 마신 쭌천사님도 계시다잖아요.
너무 판에 박힌 말 같지만,
바닥을 쳐봐야,
혹독하게 깨지고 넘어져봐야 일어날 수 있을거예요.

그리고 세상, 활달해야만 살 수 있다고 누가 그래요?
활달하지 않아도 주제파악만 제대로되면 사는데 아무지장 없던데요?

쭌천사님, 반갑습니다.
오늘도 그럼, 음주 댓글? ㅋㅋㅋ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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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할머니ㆍ할아버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하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 같은데, 처음엔 의아 했었다.

어르신들보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데 이내 수긍할 수 있었다.

당신들은 세상을 한참 사신 분들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자아와 습관이 형성되어 있는 고로,

대충 알고있는걸 주먹구구식으로 강요해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아웅~그는 이런 진부한 표현은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할 수 없다, 난 요기까지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저 요건을 충분히 채우고, 거기에 재미는 '옵션'으로 장착한 사람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임금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고 알라딘 서재의 마태우스 '서민'이다.

그의 전작들을 두루 읽은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그래도 그에게 이렇게 호의적이었을지 '솔직히' 알 수 없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10년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튼 이후에,

작년에 아들이 고3이어서 뜸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 서재활동을 열심히 했었다.

올라오는 많은 이들의 글을 읽었고, 그의 서재 글들도 열심히 읽었었다.

 

이 책이 서평집이니까 알라딘 서재의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을테고 그런 의미에서 새로울게 없어야 하겠지만,

난 두가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보는 시선이 하트 뿅뿅하게 바뀌었다.

 

한가지는 이 책이 서평집이라고 하여 알라딘 서재에 올랐던 글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혹 서재에서 읽었던 글들도 종이로 인쇄되어 책으로 읽게 되니 사유의 깊이와 무게가 달라진다.

 

지난번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를 읽고 리뷰에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동안 그가 서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중에게 다가가려 하는 노력을,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려는데서 오는 가벼움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단, 글의 처음에서 인용했었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전제로 하고,

사람은 자기가 제대로 알아야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거고,

어렵게 말하지 않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굳이 아무에게나 그런 친절을 베풀 필요는 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집 나간 책'이란 책 제목을 출판사에서 정해준 거라고 너스레를 떨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있을 뿐더러 내가 지향하고 싶어하는 독서 활동이다.

독서 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를 흔히들 혼자만의, 개인적 차원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의 입장은 다르다.

제대로 된 독서는 개인만이 아니고, 사회를 향해야 하고,

그러려면 책은 자신만의 공간인 '집을 나가'  세상 속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수 있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지 책을 읽고 느낌을 기록하는 것을 떠나서,

읽은 느낌과 배운 점이라든지 따위를 자기 것으로 체화하여 다른 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하고,

자기것으로 체화하였다면 구태여 어려울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리하여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내고 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두가지를 깨닫고 나니,

그가 달라 보이고, 그의 책이 달리 읽힌다.

그동안 알라딘 서재에 올라오는 리뷰들은 가치가 모호하게 읽혔었는데,

그게 고도의 반어법과 역설법을 구사하였던 것이었다.

작가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문장을 몇 개만 옮겨 보겠다.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의 서평 일부이다.

물론 비판적 팟캐스트들이 존재하지만, 책을 통한 앎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듣는 팟캐스트는 말초신경 수준에서 소비될 뿐, 사회를 바꾸는 에너지로 승화되지 못한다.(77쪽)

 

'오찬호'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서평이다.

그는 이 책에서 오찬호가 책 속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꼬집어 낼 뿐만 아니라,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코멘트한다.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이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이런 의견을 내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 안 되는 작금의 시대가 20데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KTX승무원들이 약솓대로 정구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정규직이 되고, 쌍용차 파업이 그들의 해고를 막아준다면 장차 직장인이 될 그들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려울수록 연대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일뿐, 실제로 실천하기는 힘든 법이다. ㆍㆍㆍㆍㆍㆍ문제는 20대가 아니라 지금의 20대에게 그런 절박한 현실을 물려준 기성세대다. ㆍㆍㆍㆍㆍㆍ저자는 젊은이들의 독서가 자기계발서에 치우치는 점을 우려한다. 그런 류의 책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보다 자신을 채찍질해서 한 발 더 앞서라는 경쟁심만 부추긴다는 것.ㆍㆍㆍㆍㆍㆍ그것은 잘나가는 서울대 교수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인것을ㆍㆍㆍㆍㆍㆍ(82쪽)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에선 재치만발 필력을 제대로 과시한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청나라를 적대시하는 바람에 초래된 두차례의 호란은 당시 집권층이 생각이라는 걸 하는지 의문을 일으킨다.

지배층이 잘하는게 있기는 하다. 바로 피난. ㆍㆍㆍㆍㆍㆍ조선이 조금 더 일찍 망했더라면, 그래서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졌다면 역사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빈사 상태에 빠진 조선은 쓸데없이 오래 존속해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게기를 마련해준다.(95~96쪽)

 

로쟈라는 필명을 쓰는 이현우는 고전을 '너무도 유명하지만 아무도 안 읽은 책'으로 정의한다.(212쪽)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아무리 못 미더운 의사도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민간요법보다 낫다.(285쪽)

그의 직업적 윤리관이랄까 소신이 돋보여서 멋진 문장이었다.

 

뭐니뭐니 해도 그가 멋지다고 하트 뿅뿅하며 설레발 칠 수 있는 것은,

윤리관이나 소신을 고수해서가 아니라,

황우석 사태 때도 그렇고, 그 후 서평에 언급되는 사안에서도 그렇고,

자신이 틀린 걸 알게 됐을 때 쿨하게 인정하고,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54권 소개되고 있다.

그 중 내가 읽은 것은 20권 정도이고, 한 15권 정도는 읽을려고 쟁여두고 있는 책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머지 것들도 다 읽어버고 싶단 욕심에 장바구니가 불룩해진다.

여름 휴가때, 길 위에서 고생하지 말고 책이나 열심히 읽어야 겠다.

'집나간 책'이고 '나의 휴가 계획'되어 주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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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는다는 것, 배운다는 것에 대해서
    from 공 음 미 문 2015-07-26 11:55 
    양철나무꾼님이 서민 <집나간 책> 리뷰 마지막에, 여름 휴가책으로 책을 잔뜩 챙기셨다는 얘기에 미소를 지었다.집 나가서 집 나간 책을 읽는다...굉장히 역설적인 재미를 주는 말이라 생각을 더 키워보면, 자신의 앎 속에서 벗어나 앎을 찾을 때 우리는 굉장한 장소에 도착할 지도 모른다. 원했던 것과 다른 장소일지라도...이건 소설가들이 말하던 그런 상황 같기도 하다.댓글을 쓰다 지우고 내 서재로 가져온 동기는 다음 문장 때문이다."내가
 
 
AgalmA 2015-07-26 11:27   좋아요 0 | URL
댓글쓰다 제 서재로 가져 갑니다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1:28   좋아요 0 | URL
집 나간 책.. 아무리 생각해도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테우스 님이 아니라 출판사 작명이었군요... ㅎㅎㅎㅎㅎㅎ.
제목만 보고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06   좋아요 0 | URL
전 제목만 보고 사고싶은 책, 표지만 보고 사고싶은 책,
그렇게 따지면...집을 팔아야 한답니다, ㅋ~.

책읽는나무 2015-07-26 16:15   좋아요 0 | URL
저 이책 제목 도서관에서 봤는뎅~
부지런히 책을 내시고 계시구나!!
생각만!! 다른책들을 너무 많이 빌려 차마 못빌렸건만 또 님때문에 읽어야하는거지요?^^
아아~~책이 쌓여만 갑니당!!!ㅜ

양철나무꾼 2015-07-29 09:08   좋아요 0 | URL
저 때문이 아닙니다여~!
이 책을 펼치시는 순간, 서민 님이 추천하시는 54권의 책 목록이 님의 보관함으로 쪼로록 옮겨갈 테니까요~^^

프레이야 2015-07-26 21:01   좋아요 0 | URL
이 책 리뷰를 여기저기서 봤는데 드디어 양철나무꾼님 리뷰로 담아갑니다. 54권의 책, 저는 또 얼마나 장바구니가 불룩해질지 기대하면서요.

양철나무꾼 2015-07-29 09:11   좋아요 0 | URL
부비 부비~(( ))
이렇게 댓글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운걸요~^^
님의 리뷰들도 제게는 완전 지름신이거덩요, ㅋㅋㅋ